몽상가적 P의 이야기 #02 _ 어떤 형태의 시간을 만들것인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두번째는 시간에 관한 것이다. (별거없음주의)

플랫폼을 만들고 싶었다. 하지만, 보이지 않는 무형의 가치를 아무리 추구한다고 해도 먹고 살 만한 결정적인 수익성을 찾아내지 못한 채 무언가를 시도한다는 것은 정말 뜬구름을 뜬구름에서 끝내버리는 일이었다. 손에 잡히는 무언가를 팔아야 손에 잡히지 않는 이것을 할 수 있을까를 고민했다. 주제를 잡아서 협업을 진행하는 방식도 여러번 이야기 되었지만, 일단은 내 것을 보여주어야 그 다음인 협업도 가능한 것이었다.






형태에 대한 고민


오랫동안 세미나를 진행해왔다. 자료를 리서치하고 새로운 관점과 주제를 찾아내고, 정리하고 분석을 거듭했다. 그리고 오랜 경력과 화려한 타이틀을 가진 디렉터분들이 자신의 이야기를 펼쳐내는 것을 지켜봤다. 그들이 옳은 것도 틀린 것도 아니지만, 내가 할 수 있는 성격의 것은 아님이 분명했다. 1대 다수로 무언가를 이야기하는 형태의 세미나는 하고 싶지 않았다. 내가 아는 것은 결코 절대적인 진리가 아니었다. 나는 대화가 하고 싶었을 뿐이다.

'워크샵'이라는 단어를 많이 사용했다. 단어의 본래 뜻과는 상관없이 나에게는 조금 더 질문을 던지고 각자의 이야기를 하는 형태를 의미했다. 독특한 관점이 담긴 주제를 선정하고 그에 관련된 자료를 준비해서 그리 많지 않은 인원과 소통하고 영감을 주는 워크샵을 하고 싶었다. 너무 많은 주제를 생각해서일까. 주제에 대한 아이디어는 샘솟았지만, 단 한 번의 워크샵을 지금껏 하지 못했다.

많은 곳에서 다양한 분야의 전문가들을 초빙해서 작은 소규모의 강연을 연다. 서점에서 카페에서 미술관에서 강연은 열풍처럼 퍼져나갔다. 나도 그런 형태의 것을 할 것 처럼 느껴졌다. 그럼 내가 하고 싶은 건 강연을 하는 전문가가 되고 싶은 것인가 그런 강연을 기획하고 싶은 것인가. 따져보면, 결국 비슷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것과는 조금 다른 결이었던 거다. 나는 전문가도 될 수 없었고, 기획만 하고 싶지도 않았다. (도대체 뭘하고 싶은건지..)

머리속에서 여러가지 시뮬레이션을 해본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해보지 않았던 것들에 대한 주제를 정하고, 질문을 던진다. 각자의 의견을 듣고, 그에 따라 새로운 질문이 꼬리를 이어가며 대화를 이끌어간다. 중간중간 함께 이야기 나누고픈 영상이나 사진 등의 자료를 보여주고, 주제가 되는 '영감의 도구'가 있다면 그것을 소개하고 나누기도 한다. 그렇게 그 다음 이야기를 이어가고, 그렇게 나의 '가상 살롱'은 끝이 난다. 매번의 시간에 나눈 이야기와 의견들은 그 다음 주제에 반영되거나 영향을 미치며 천천히 진화한다.


내가 계획하는 시간들은 이러한 형태를 갖추었으면 좋겠다.





그리고 토요일.
이 작은 카페에 앉아서 이런 곳에서 하면 좋을 것 같다는 생각을 하기도 했다.






주제에 대한 고민


어떤 사람들과 어떤 이야기를 나누고 싶은가.

분야와 나이, 성별같은 것으로 타겟이 정해지는 주제를 다루고 싶진 않다. 관심이 있고, 들을 준비와 말할 마음가짐이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든 될 수 있다고 본다. 취향에 따라 갈리겠지만..

세상사에 대해 이야기하고 싶지만, 일상적인 것에서 끝나지 않을 것들을 다루고 싶다. 그래야 조금 더 감성을 충전하고, 영감을 주고 받거나, 창의적인 무언가로 이어질 수 있을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그게 내가 제일 잘 할 수 있는 것들이기도 하고. 내가 어떤 판을 벌여서 사람들이 영감을 주고 받는게 아니라, 나도 그 속으로 들어가 영향을 주고 받는 하나의 n이 되고 싶다.


끝없는 연쇄작용의 희열을 느끼고 싶다.


지대넓얕이나 알쓸신잡을 상상하기도 하는데, 지식보다는 감각과 감성에 집중된 알쓸신잡이면 좋겠다. 사실 알쓸신잡같은 걸 할 만큼 아는게 없는 것도 이유다. 서로가 서로의 날 생각을 공유하고, 상상만 해왔던 것들을 펼쳐내어 보여주는 예상치 못한, 기대하지 않았던 것들의 의외성을 마주하고 싶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1 _ P의 의미에 대하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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