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날 마법에 걸렸습니다. 사실 마법사 멀린님의 글이 어떻게 제 눈에 띄게 되었는지 잘 기억이 나지 않습니다. 멀린님을 팔로했던 건 아니니 제가 팔로했던 분들 중 어느 분이 리스팀을 하신거겠죠. 지금 생각해보면 그냥 자연스럽게 원래부터 거기에 있었던 것처럼 스스르 글이 떠올랐습니다. 신기한, 아니 기이한 경험입니다. 무슨 일이 저에게 일어난걸까요. 마법사 멀린님과 함께 한 지난 20여 일간을 복기해보고 있자니 뭔가 묘한 기시감이 희미하게 나타났다 사라졌다를 반복합니다. 그 정체의 꼬리를 붙들기 위해 이리 저리 헛손질을 하다가 불현듯 제가 중학교때 본 영화 한편이 생각났습니다.
요즘 영화배우 톰행크스하면 <더포스트>의 열혈 편집장을 떠올리지만, 저에게 톰행크스란 어른이 되는 마법에 걸렸던 <빅>의 주인공이죠. 아마 <빅>을 모르시는 분들도 많으실 겁니다. 1988년 영화거든요. 엇, 그럼, 나이가... 음...
지금 찾아보니 톰행크스에게 마법을 걸었던 기계 이름이, '졸타'였네요. 요즘에는 너무 흔한 설정이 되긴 했지만, 마법의 기계 '졸타'의 전원 플러그가 뽑혀있었던 장면의 충격은 아직도 쉽게 잊혀지지가 않습니다. 마법이란 늘 그런 건가 봅니다. 저의 열망이 그 마법의 글을 찾아낸걸까요, 아니면 그 마법의 글이 자연스럽게 저를 찾아온 걸까요. 영화도 그걸 설명해주지는 않습니다. 어쨌든 그 날, 마법에 걸리고 말았습니다.
스팀잇은 참 신기한 곳입니다. 일면식도 없었던 사람들이 어느 날 메시지를 주고 받더니, 이렇게 큰 계획을 실행해보겠다고 덜컥 자신의 힘과 지혜, 경험을 모으는 일이 불과 한 달만에 일어날 수 있다니요. 그건, 스팀이라는 공통의 재화가 있고, 그 가치를 높이는 데 일조하려는 공동체와 커뮤니케이션 채널로서의 스팀잇이 있기 때문이 아닐까 싶습니다. 오늘 기사를 보니 기대를 모았던 택시협동조합의 내분이 있었다고 합니다. 내분의 이유는 투명하지 못한 재화의 이동과 그를 용인한 거버넌스의 실패 때문이었습니다. 시스템이 받혀주지 않을 때, 이상의 실현이 어느 지점에서 좌절하는 지를 보여주는 반면교사의 예라고 생각합니다. 그런 면에서 이미 시스템이 갖춰진 스팀잇은 벌써 그 실패의 가능성 하나를 줄였다고 자신합니다.
<빅>에서 가장 인상깊은 장면 중 하나는 발로 밟아 소리를 내는 피아노를 합주하는 장면입니다. 마법에 걸린 주인공이 세상과 콜라보하는 명장면이 자꾸 생각납니다. 스팀시티를 향한 마법의 끝도, 아름다운 합주의 한 장면이기를 바래봅니다.
이제 마법사와의 계약을 이행하려고 합니다. 계약은 단순합니다. 저의 마법 여행에서 얻게 될 마법의 코인 중 10%를 마법사의 다음 미션에 사용할 수 있도록 전달하고자 합니다. 그 계약을 영원히 보증하기 위해 1스팀달러를 마법사 멀린의 계정으로 송금합니다. 송금 하나에도 의미를 담아, 이 마법이 실현되라는 의미로 이번 여행의 중요한 도구인 모이또 앱을 이용해서 보내겠습니다.
그럼, 여러분, 모두 마법하세요~!
지금까지 스팀시티를 함께 만들고 싶은 @hanyeol 이었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