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록체인 영단어] Cryptocurrency, 인디애나 존스 그리고 슈퍼맨의 비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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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cryptocurrency. 암호화폐 이야기입니다. 명색이 ‘블록체인 영단어’인데 블록체인에 기록되는 글에서 이 단어를 다루지 않을 수는 없죠. 자 이제 시작해 볼까요?

꼬리에 꼬리를 무는 "블록체인 영단어"! 영단어는 어근, 접두사, 접미사 세 가지 블록이 조립되어 있는데요. 이 블록들을 자유자재로 엮어가며 마치 블록체인처럼 어휘력을 빛의 속도로 확장시키는 노하우를 나눕니다. 가능하면 단어의 기원과 역사에 얽힌 재미있는 이야기들도 곁들일게요. '블록체인에 관한 영단어'가 아닌, '블록체인처럼 꼬리에 꼬리를 무는 영단어'입니다. Blockchain Your Word Power!!!


‘암호화폐’라는 단어를 처음 접했을 때 여러분은 어떤 느낌이셨나요? 제가 ‘암호화폐’라는 말을 처음 접한 건 지난 가을쯤일까? 페이스북 뉴스피드를 통해서였는데요. 뉴스 제목을 처음 보고 제가 받은 느낌은 ‘암호화폐? 뭐지? 이 음모론적인 냄새는?’이었습니다. 링크를 클릭한 후 신문 기사를 읽고 나서의 느낌은? ‘흠... 컴퓨터가 내는 암호를 풀면 도토리를 준다는 거잖아? 그 도토리를 화폐로 사용한다고? 세상 참 많이 변했네.“였습니다. 그리곤? 잊어버렸습니다;;;

열흘쯤 지나서였을까요? 이번엔 해외기사 제목이 뉴스피드에 뜨더군요. Bitcoin... blabla... Cryptocurrency... blabla... ‘어? 암호화폐가 cryptocurrency를 번역한 거였어? 참 느낌 안 사네... 별 대안이 없긴 하겠지만...’ 그래서였는지 어쨌는지 신문지상에선 가상화폐, 가상통화 같은 번역어들이 혼용되더군요. 여하튼, 암호화폐와 cryptocurrency가 무슨 느낌이 어떻게 달랐길래?

우선 cryptocurrency를 크게 두 개의 블록으로 나눠보겠습니다. crypt와 currency. 가운데 있는 모음 ‘o’는 자음끼리의 충돌을 막는 용도 외에는 없습니다. 크립트커런시는 아무래도 발음하기 힘드니까요. 그리고 currency는 ‘흐르는 것, 달리는 것’이라는 뜻으로 다음 기회에 자세히 다루기로 하죠.

그렇다면 남은 것은 문제적 블록 crypt! 사전을 찾아보면 아시겠지만 crypt는 ‘지하 납골당’이라는 뜻입니다. 으스스하죠? 그리고 어원을 찾아 거슬러 올라가면 ‘숨겨진, 가려진’이라는 뜻의 그리스어 krypte가 나옵니다. 오호라... 슬슬 느낌이 오죠?

한편, cryptocurrency라는 단어가 만들어지고 ‘암호화폐’라는 번역어가 선택된 것은 아마도 암호화폐의 아버지인 비트코인이 발행되는 원리—암호풀이—때문일 겁니다. cryptography 즉 암호술에서 앞 블록을 따온 거죠. cryptography는 crypt와 graphy가 결합된 말로 ‘드러나지 않게 기록하기’라는 뜻입니다.

그런데 단어에는 담고 있는 의미 외에 고유의 이미지가 있습니다. 시(詩)가 가능한 이유죠. 저에게 crypt의 첫 번째 이미지는 제임스 본드를 연상시키는 ‘암호’가 아니라 인디애나 존스를 연상시키는 ‘지하 납골당’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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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마 황제의 탄압을 피해 지하 묘지 카타콤베로 숨어든 초기 기독교 인들의 은밀한 회합, 해골이 빼곡이 쌓인 벽 위로 춤추는 그림자, 미로처럼 얽힌 동굴을 헤매다 어느덧 당도한 예배당, 그리고 마침내 모습을 드러낸 예수 그리스도의 성배!!! 제가 영화를 너무 많이 본 탓이겠죠? ^^

crypt의 또 한 가지 이미지 그리고 좀 더 흥미진진한 이야기, ‘슈퍼맨’입니다. 뜬금없죠? 하지만 DC 코믹스로든 할리우드 영화로든 ‘슈퍼맨’을 보신 분들은 아실 겁니다. 슈퍼맨의 고향은 어디? 빙고! 바로 크립톤 행성이죠.

크립톤krypton은 원래 1898년에 발견된 불활성 기체(원소기호 Kr)의 이름으로, 이론상으로만 존재했지 오랫동안 발견되지 않았다고 해서 ‘숨겨진 입자(krypt + -on)’라는 이름을 갖게 되었답니다. 그런데 슈퍼맨의 원작자 제리 시걸은 왜 하필 슈퍼맨의 고향 행성의 이름을, 별 관련 없는 듯 보이는 원소인 크립톤에서 따왔을까?

순전히 제 추측이지만 그 과정을 설명하자면 이렇습니다. 작가는 극적 재미를 위해 슈퍼맨의 약점이 필요했을 겁니다. ‘초월적 능력을 타고난 주인공이 자신의 약점 때문에 위기에 빠졌다가 극적으로 회생해서 악당을 물리치고 세상을 구하는 것’은 고대 이래 모든 영웅 서사의 기본적인 플롯이니까요.

그런데 1898년 불활성 기체 크립톤이 발견된 지 10여 년 후 알레르기 현상이 규명됩니다. “불활성 기체(inert gas)라니? 사람을 무기력하게 만드는 (inert는 ‘무기력한’이라는 뜻입니다) 기체인가? 알레르기는 또 뭐람? 병균도 아닌 것이 사람 몸에 닿으면 이상을 일으킨다고? 오호라!!!” 1914년 생으로, 당시로서는 ‘최첨단’이었던 불활성 기체와 알레르기에 대한 정확한 지식이 없었던 제리 시걸은 이렇게 생각했을지 모릅니다.

이렇게 해서 시걸은 불활성 기체의 이름인 krypton에 광물을 뜻하는 또 하나의 블록 ‘–ite’을 붙여 크립토나이트kryptonite를 고안해 냈을 겁니다. 이건 지나친 상상일 수도 있는데 알프레드 노벨이 다이너마이트에 이어 개발한 군사용 폭약 발리스타이트Ballistite가 전쟁의 양상을 뒤바꿔 놓은 것도 이 즈음이라, 그 공포의 인상이 ‘-ite’라는 접미사로 투영되었는지도 모르죠.

악당의 손아귀에 있는 세상을 구할 유일한 영웅 슈퍼맨. 그가 가까이 가면 무기력하게 되고 결국 파멸에 이르는 공포의 광물, 크립토나이트. 그리고 그것의 기원은 슈퍼맨의 고향인 크립톤 행성. 아마 이런 과정 아니었을까요? 어떤가요? 그럴듯한가요?

자, 지금껏 끝 모르게 날아오르던 상상의 나래를 이제 접을 시간입니다. 이제 cryptocurrency를 소리 내어 읽어보세요. 크-립-터-커-런-시. 글을 읽기 전과는 뭔가 다른 느낌이 오지 않나요? 지하묘지 카타콤베처럼 또 하나의 로마가 되어 뒤얽혀 있는, 비가시성의 네트워크! 그리고 그 네트워크를 타고 광속으로 흐르는 cryptocurrency!

엄청난 잠재력을 갖고 있으면서도 결코 자신의 모습을 드러내는 법이 없는 cryptocurrency는 그럼, 우리에게 어떤 의미일까? 아리마태아의 요셉이 예수 그리스도의 피를 받아 브리튼 섬으로 가져갔다는, 그리고 우리에게 기적의 힘을 가져다준다는 거룩한 잔? 슈퍼맨의 비범한 혈통을 증거하는 것이면서도, 그를 무기력하게 만들어 돌이킬 수 없는 파멸을 초래할 수도 있는 크립토나이트? 선택은 저와 여러분, 우리 모두의 몫이겠지요.

cryptocurrency의 꼬리를 무는 단어 딱 세 개만!

cryptic: 알 듯 모를 듯한 (=의미가 숨겨진)
encrypt: 암호화하다 (=의미를 숨기다)
cryptogram: 암호문 (=의미를 숨겨서 쓴 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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