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은 한류가 부러워
2016년 초였어요. 지인을 통해 영국 무역투자청(UKTI)로 부터 의뢰를 받았어요. 영국의 음악산업계가 한국에 진출하고 싶어 하는 데 컨설팅을 좀 해달라구요. 저는 좀 의아했어요. 영국이 팝음악의 종주국인데 왜 한국에 진출하려고 할까? 아무리 한류가 난리라고는 하지만..
찾아보니 전 세계 음악시장 대부분이 마이너스 성장을 이어가고 있는데 한국은 유일하게 20%에 가까운 플러스 성장을 하고 있는 시장이었어요. 게다가 아직 영국은 CD와 같은 비디지털 분야 매출이 50%를 넘고 디지털 음악시장은 이제 성장하는 중이었던 거예요. 왜냐구요? 일단 통신망이 한국 같지 않아요. 지하철에서 휴대폰이 안 터진답니다. Wifi가 안되는 게 아니라 전화 자체가 안 터져요. 아시다시피 영국은 철도, 지하철이 시작된 나라에요. 얼마나 오래됐겠어요. 게다가 너무 깊이 파서 통신 설비에 비용이 많이 들어 엄두를 못내고 있데요. 그러니 어른들은 여전히 CD를 듣고 애들은 MP3를 들을 수밖에 없어요. 휴대폰에 저장해서요. 우리나라 좋은 나라에요.
어쨌든 그럼에도 디지털 음악시장의 성장세를 막을 수는 없는 터라, 게다가 성장의 한계에 부딪혀 있는 상황이라, 다각도로 시장 확대 방안을 모색중이었던 거예요. 그렇다면 한국은 매우 매력적인 시장이죠. 게다가 중국 등 동아시아 시장 확대를 위해서라면 당연히 거점이 될만하다 생각했을 거예요.
영국 무역투자청의 주선으로 영국에 방문하게 되었어요. 영국 음반산업협회(BPI)에서 메이저 음반사부터 인디 음반사까지 미팅 일정을 빽빽하게 잡아 놓았더군요. 조금 신기한 상황이었어요. 참~나, 비틀스의 나라에서 '갑' 대접을 받다니.. 대한민국 어쩌다 이렇게까지 되었죠.
저는 잘 됐다 싶었어요. 이 기회에 영국부터 한국까지 유라시아 전체를 아우르는 뮤직 벨트를 만들어보자 생각했어요. 어차피 유명 가수들은 다들 알아서 잘 하고 있으니 인디씬 중심으로 양국의 뮤지션들이 공동으로 참여할 수 있는 오디션&스트리밍 플랫폼을 만들어 보자 생각했어요.
아세요? 한국의 오디션 인구가 얼마인지? 대표적인 오디션 프로그램인 슈퍼스타K의 평균 오디션 지원인원이 200만 명에 가까워요.거의 매년 그래요. 아시잖아요. 우리 젊은이들의 꿈이 가수와 공무원 뿐이라는 것. 겉멋이 들어 그런 게 아니에요. 학벌, 지연, 배경 안 따지고 그나마 공정한 경쟁이 이루어지는 유일한 필드라 그래요. 근대 다 스타 되는 거 아니잖아요. 게다가 200만.. 그것도 매년 200만.. 그래서 생각했어요. 어차피 이 사람들도 음악을 들을 텐데. 그 돈 멜론이나 벅스나 엄한 회사 몰아주지 말고 하나의 플랫폼에 모여서 듣고 그 수익을 자신들끼리 나누면 서로 상생할 수 있을 텐데 하구요. 게다가 영국은 5명 중 1명은 자신을 뮤지션이라고 소개한다는 소리가 있을 정도로 인디 뮤지션들이 많은 나라에요. 양국의 뮤지션들이 공동으로 하나의 플랫폼에서 자신들의 음악을 올리고 대중들한테 직접 오디션을 보게 할 수 있다면, 그리고 그걸 유럽, 아시아 확대해 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어요. 어차피 월정액 요금 내는 뮤직 앱 비용을 자신들끼리 모아서 서로 나누는 거죠. 좋아요 숫자에 따라, 플레이 횟수에 따라.. 만 원씩 받으면 최소 200억이에요. 200만 명이니까요. 우리나라 뮤지션들만 참여할게 아니니 500만, 1,000만이면 얼마죠? 500억, 1,000억.. 아! 어차피 좋아요 클릭수를 올려야 하니.. 뮤지션 본인만 가입하겠어요? 가족들, 친구들, 4명씩만 잡아도 2,000만이네요. 그러면 2,000억, 일 년이면 2조가 넘네요? 헉.. 대박이네.
대박의 꿈은 태블릿과 함께
그런 거예요. 사람들이 모인다는 거 말이죠. 이렇게 기하급수적인 파워가 생기는 거예요. 근대 왜 안 하죠? 이렇게 쉬운걸.. 쥐들이 모여서 우리끼리 주고받자 이럼 되는걸. 왜 고양이 목에 방울만 걸라 하죠?
암튼 그런 제안을 했어요. 영국 음반산업협회(BPI)에 말이죠. 반응이야 뭐 "Great!"이었죠. 그런데 말에요. 핑크빛 꿈에 절어 있는데, 영국에 방문하고 있던 그때 브렉시트가 터져 버린 거예요. 이건 웬 날벼락.. 나라 전체가 패닉에 빠져 버렸죠. 당연히 관련 프로젝트도 일단 올스톱..
그렇다고 손놓고 있을 순 없잖아요. 국내에서라도 일단 이렇게 저렇게 시작을 해봐야지 않겠어요. 주선했던 영국 무역투자청 쪽에서는 일단 한국 정부 쪽 라인들을 연결시켜 보겠다고 했어요. 어딜까 했어요. 알고 보니 송성각 콘텐츠 진흥원장이었어요. 저도 가만히 있을 수 없어서 여기저기 컨택을 해 보았어요. 그래서 연결될 뻔했던 라인이 김종덕 전 문광부 장관.. 쩝, 모두 감빵에 있어요. 그리고는 최순실 태블릿 사태가 뻥~하고 터져 버렸죠. 잘 된 걸까요? 안타까운 걸까요?
그런 거예요. 우리는 뭘 해도 결국 최순실, MB에게 다가서게 되어 있어요. 기가 막히고 탁월한 아이디어, 사업, 노력의 결과일수록 점점 더 그들의 곁에 다가서고 우리의 결과물들은 그들에게 상납되게 되어 있어요. 그게 신자유주의 시스템의 본질이에요. 몸부림을 치며 올라가면 갈수록, 죽도록 고생해서 결과물을 내면 낼수록, 더욱 그들에게 가까워지고 피라미드 구조하에서 어디로 가도 결국 그들을 만나게 되어 있어요.
2017-2018은 한영 상호 교류의 해에요. 그전에는 프랑스였죠. 그래서 박근혜 전 대통령은 한복을 아름답게 차려입으시고 패션쇼를 하고 오셨죠. 차은택의 디렉팅하에 말이죠. 뭔가 뭘 막 어떻게 했겠죠? 그리고 그다음 차례는 영국이었어요. 저는 이 오디션 플랫폼이 공익성을 담보하기 위해 재단의 형태여야 한다고 주장했어요. 영국과 한국의 양국에서 5:5 지분을 가지고 말이죠. 잘 됐으면 차은택, 최순실이 고대로 홀라당 하셨겠죠?
그런 거예요. 수조 사업의 재단을 고대로 홀랑 상납하고 우리는 콩고물도 제대로 못 얻어먹는 거죠. 그러면 누가 노력하겠어요. 우리의 노력의 결과가 맨날 이런 식이라면. 그러니 사람들은 한탕을 노릴 수 밖에 없어요. 그들은 되고 우리는 안 되나요?
여전히 뮤지션을 꿈꾸는 수많은 청춘들이 삼각김밥으로 끼니를 때워가며 하루하루를 버티고 있어요. 그러다 방탄소년단 같은 멋진 결과물들이 나오기도 하지만 모두에게 대부분 요원한 일이에요. 스타가 안되면 어때요? 평생 노래하면서 살 수 있으면 다들 행복할 거예요. 먹고 살수만 있다면요. 그런데 이 음악시장은 어떤가요. 내가 내 친구의 노래를 듣는데 엄한 통신회사에 돈을 주고 들어야 해요. 그래서 내 친구가 받는 돈은 이쑤시개 하나 값도 못돼요.0.6원이래요. 쌀알 10톨의 가격보다 못하대요. 이러면 안 되잖아요. 나쁘잖아요. 근대 아무도 관심 없었잖아요. 아무도 호통 안치잖아요.
게다가 통신회사들이라고 이걸로 떼돈을 버는 것도 아니에요. 그냥 뮤직플랫폼을 가지고 있어야 사람들이 자신들의 회사플랫폼을 사용하니까 서비스 차원에서 가지고 있는 거예요. 뭐예요. 애들 코묻은 돈 그냥 애들 다 줘도 되잖아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
그니까요. 이런 시장은 흔치 않아요. 생산자가 곧 소비자가 되는 시장 말이에요. 같은 뮤지션끼리 서로서로 음악 들어주고 잘하는 애들이 그 시장에서 성장하도록 도와주면 심지어 웹툰 업계처럼 월급을 받을 수도 있어요. 그런데 이런 거 그냥 하면 되는 데 엄두를 못내요. 그리고 뮤지션들은 이런 거 잘 몰라요. 예술가들이자나요.
그래서 절망했어요. 오디션 프로그램을 아예 보지도 않았어요. 가슴이 아팠어요. 그냥 앱 하나 있음 될 텐데.. 거기서 놀면 될 텐데.. 물론 그런다고 다 여기로 모여드는 것도 아니에요. 아무리 우리들만의 시장을 만들어 보자 해도 사람들은 기존의 메이저 업계에서 인정받고 싶어 해요. 그래서 잘 참여하려고 들지 않아요. 그게 아이러니에요. 이상적인 시스템을 구현해도 사람들은 그 구린 서울대 타이틀, 나와서 취직도 잘 안된다는 데 꼭 그걸 딸려고 해요. 그놈의 인정욕구 때문에..
음악뿐만 아니라 모든 분야가 그래요. 어케 어케 올라가 봐야 그들의 발밑이에요. 죽도록 노력해봐야 돈 버는 건 기둥서방들이에여. 왜 우리가 쓴 글 볼라고 몰려든 사람들의 가치를 뭐 했다고 네이버가 구글이 페이스북이 홀라당 하는 거죠. 걔네들이 판 벌렸다구요? 그거 아세요? 뮤지션들이 자기 음악을 멜론에 직접 못 올려요. 중간에 벤더 회사를 통해서만 올릴 수 있어요. 이 첨단 IT 시대에 왜 메일도 보내는 데 왜 음원 등록을 직접 못하고 수수료를 줘가며 수익금을 나눠가며 올려야 하죠?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하청에.. 네놈들의 사돈의 팔촌들이 다 상부를 틀어쥐고서 이렇게 빼먹고 저렇게 빼먹고. 왜 내 글 볼라고 10,000원 주고 독자들이 책을 샀는데 나는 10%, 1,000원 밖에 못 가져가죠. 출판사, 유통사가 뭘 했다구요? 제작비가 수억 쯤 드나요? 아니 그거 다 뽑았으면 다시 기여대로 나눠야죠. 그러다 시장이 1/10, 1/100로 준 거에요. 100만 권 나거던게 1만 권 나가는 거예요. 이놈의 중간에 숟가락 얻는 놈덜 어케 못하나요. 이거 어케 제거하고 소비자랑 생산자랑 직접 거래.. 안 되나요?
그런데 암호화폐가 등장했어요. 회식하고도 각자 카드 내밀며 더치페이를 하는, 돈 아끼려고 결혼도 안 하고 애도 안 낳는 약아빠진 자린고비 세대라고 욕먹는 이들이 갑자기 전 재산을 털어 이 코인 시장에 덤벼들기 시작했어요. 와~ 이거 어떻게 된 거예요? 서로 눈치만 보며 공무원 수험책만 파던 아이들 눈에 불이 붙은 거예요. 애들이 병신 들일까요? 일확천금에 눈멀어 데이트 비용이 아까워 연애도 안 하는 애들이 미쳤다고 등록금 털어 코인 사대는 걸까요?
죽거나 혹은 나쁘거나에요. 좀 나빠 봅시다. 어차피 죽을 건대. 찍소리라도 해봐야죠. 근대요. 이거 이렇게 나가다 이렇게 세게 나가면요. 결국 블록체인의 본질에 따라 중간 유통치들 사라져요. 그 하청에 하청에 하청이 사라진다구요. 내 친구 음악 내가 천만원 주고 직접 살 수 있다구요. 왜요? 왜 안되요? 피카소 그림은 수백억을 받는데 톨스토이 책은 왜 만원인데요? 그나마도 작가는 얼마를 가져가나요? 뭐 이렇게 말도 안 되는 시스템을 그렇게 목숨 걸고 지킬라 난리에요. 그대가 최순실, MB는 아니잖아요. 뭐 언제부터 그렇게 윤리적이었다고 도박한다고 난리에요. 약아빠진 20대 개새끼론 어쩌고 하던 사람들 다 뭐하고 있나요. 어차피 한강 다리에서 뛰어내릴 거, 그 놈의 8만원 있어도 한강 다리고, 없어도 한강 다린데, 죽기 전에 찍소리는 해봐야 할 거 아니에요.
그러지 마세요. 그렇게 함부로 욕하지 마세요. 그렇게 안타까우면 주변에 젊은이들 찾아서 십만 원이라도 쥐여주며 뭐라 하세요. '슬기로운 감빵생활'에서 이런 장면이 나와요. 외부로 출력 나왔다 인부 아저씨 지갑을 훔친 젊은 죄수한테, 간수가 수색을 하려고 하자 당사자인 인부 아저씨가 말리면서 그래요. 사람을 그렇게 함부로 의심하면 안된다구요. 그리고 더 찾아보자구 그러면서 젊은 죄수를 토닥여요. 그 죄수 마지막 장면에서 훔친 지갑을 쓰레기통에 버려요. 차마 돌려주진 못하고 말이에요. 자꾸 몰지 마세요. 자꾸 호통치지 마세요. 어차피 그런다고 이미 벌어진 일 다시 되돌릴 수 없어요. 그리고 그렇게 무식하지 않아요. 역대 최대의 스펙이라는 이 젊은 세대가 올인할 때는 뭘 몰라서 그러는 게 아니에요. 꿈도 없고 패기도 없고 도전정신도 없다던 이 답답한 세대들이 움직였을 때는 그럴만한 이유가 있는 거예요.
맨날 게임한다고 뭐라 하더니 한 때 전 세계 게임 시장을 좌지우지 하던 게임산업의 종주국이 되었어요. 문화콘텐츠 수출 비중 1위는 한류 드라마, 음악이 아니라 게임이에요. 거의 30배가 차이 나요. 그런데 어른들은 그게 여전히 보기 싫죠. 그래서 세계대회를 하는데 1등 하던 한국 유저가 게임창에서 갑자기 사라졌대요. 미성년자 셧다운제 걸려서 전원이 나가버린 거에요. 이런 어처구니 없는 나라에서 나쁘지 말라구요. 그냥 죽으라는 거에요 뭐예요.
우리가 하자구요
말이 많았어요. 그래도 한마디만 더할께요. 이 게임은 끝났어요. 다행이에요. 한국이 이 암호화폐 시장의 첨병에 있다는 게. 우리의 젊은이들을 위해서뿐만 아니라 전 세계의 젊은 세대를 위해서요. 아니 피라밋 상층부가 아닌 모든 개미들을 위해서요. 한국은 위대하자나요. 촛불로 정권 잡아내리는 나라잖아요. 우리가 암호화폐 수도가 되면 아무리 일루미나티, 파충류, 로스차일드 라도 어쩔 수 없어요. 전 국민의 절반이 예비역 군인인 나라를 어떻게 잡겠어요. 공권력이 별 지랄을 해도 '야 너 몇 년도 군번이야' 이럼 깨갱하는 나라에서 뭘 할 수 있겠어요. 칭기스칸도 어쩌지 못한 나라란 말이에요. 여기서요. 여기서 피라밋을 무너뜨리고 새로운 질서를 만드는 거예요. 너와 내가, 너와 나의 가치가 있는 그대로 인정받는 질서 말이에요. 할 수 있어요. 우리 이미 했잖아요. IMF도 극복하고 전쟁도 극복하고 전 세계 유일하게 자생적 민주화도 했잖아요. 1919년에도 했고, 1960년에도 했고, 1987년에도, 2016년에도 했잖아요. 행주치마에 돌 싸 들고 날라가면서도 했잖아요. 영하 십몇 도에 손 호호 불어 가면서도 했잖아요.
우리가 하자구요. 엄한 놈들 주지 말고 우리가 말이에요. 전 세계에서 유일하게 나를 우리라고 하는 우리가 말이에요.
휘리릭~
[INTRO]
마법사입니다. 그렇다구요.
마법의 열차는 불시 도착, 정시 발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