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암호화폐와 심리학 이야기] 손해가 커질수록 "몰빵"하고 싶어지는 심리

안녕하세요, [암호화폐와 심리학 이야기]는 코인판에서 벌어지는 사람들의 다양한 투자 행위들에 대해 심리적으로 해석해 보는 시리즈 입니다. 특히 사람들이 비이성적인 판단을 내리게 되는 기저의 심리현상에 대해 공부해 봄으로써 앞으로 그런 실수를 반복하지 맙시다... 의 취지의 시리즈 글 입니다^^

지난글 보기 - "내가 지난 3개월간 코인 투자한게 원숭이가 한것보다 수익률이 낮았던 이유가 뭘까?"




오늘도 코린이의 일화로 시작해 볼까요?

코린이는 오늘 회사에서 보너스를 4백만원을 받았어요. 그냥 통장에 저축하기는 너무 심심하고, 얼마전 직장 동료가 코인판에서 큰 돈을 벌었다는 소식을 듣고 우리 코린이도 이 돈을 모두 코인판에 투자하기로 결정했어요. 나름 열심히 공부해 가며 코인을 골라서 우선 백만원을 넣었어요. 헐, 근데 하필 코린이가 투자하자 마자 20퍼나 빠지는 대 하락장이 찾아왔어요... 업빗 앱이 모두 파란빛으로 변하면서 순식간에 100만원이 80만원이 되버렸어요... 하지만 코린이는 굴하지 않고 "남들이 매도할때 매수하고 매수할때 매도하라고 했지" 하며 100만원을 추가 매수 합니다.

오~~ 오늘은 장이 횡보하면서 어제 손실본 금액을 거의 다 회복했네요. "역시 내 판단은 틀리지 않았어~" 이러면서 꿀잠을 자고 일어났는데 이런 제xx... 밤사이에 더 큰 하락장이 오면서 2백만원의 투자금액이 반토막이 나버렸습니다. 코린이가 잡고있는 코인들은 얼마전 큰 폭의 상승을 겪었던 코인들인데 하필 평균보다 2배씩 더 빠졌군요...겨우 3일만에 한달 월급이 날라간 코린이는 이제 이런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요 몇달간 코인이 계속 폭등했으니 이정도 조정은 사실 필요했겠지.. 빠질만큼 빠졌으니 왠지 내일부터는 다시 또 상승장이 시작될것 같고.. 이제 2백만원밖에 안남은 현금을 또 쪼개서 투자해서 언제 저 손실을 만회할꺼야? 이번엔 항상 펌핑 잘받는 00코인에 몰빵이나 해야겠어!!"

이제 2백만원을 00코인에 한방에 몰빵한 코린이는 불쌍하게도 무려 3주동안이나 장이 하방으로 추락하는 1월 대 하락장을 겪으면서 본인이 12월에 완전 초 고점에 물린걸 깨닫게 됩니다. 투자금은 지금 어느새 백만원대로 줄어들어 있군요...

이 매우 안타까운 예시는 사실 작년 12월에 처음 코인판 들어와서 초 고점에 물린 이후에 지금까지 전전긍긍하고 있는 제 지인의 실제 이야기 입니다. 저 코린이는 왜 저런 하락장에서 더 보수적으로 투자하지 않고 점점 리스크 높은 판단을 하다가 마지막에 "몰빵"을 하게 되는 악수를 두게 된 걸까요? 이 행동의 기저에는 두가지 심리학적 현상이 존재합니다.


1_ 손실액수가 커질수록 만원이 백원처럼 느껴지는 베버-페이너의 법칙


위의 코린이는 분명 처음에는 백만원을 여러 코인에 나눠서 보수적으로 투자를 시작했으나, 어느새 이백만원을 몰빵할 정도로 투자금액이 늘어났죠. 이건 독일의 생물학자인 에른스트 하인리히 베버 (Ernst Heinrich Weber)와 심리학자 구스타프 페히너 (Gustav Theodor Fechner)가 밝힌 그 유명한 베버-페이너의 법칙 (Weber–Fechner law, 줄여서 베버의 법칙이라고도 부릅니다)으로 설명 가능합니다.

베버의 법칙이란, 사람이 처음에는 작은 변화를 느끼다가도 그 자극의 강도가 세질수록 더 큰 강도의 자극이 와야지만 그 차이를 느낄 수 있다는 심리현상인데요, 예를들면 마트에서 3천원짜리 야채살때 몇백원이라도 더 싼걸 사려고 비교하던 사람이 애플스토어에서 3백만원짜리 맥북 지를때는 몇십만원어치의 악세사리를 부담없이 질러버리는 현상을 설명할때 쓰이는 법칙이죠.

저 코린이도 처음에는 돈을 깨작깨작 잃다가 20만원 잃고, 이게 또 50만원을 더 잃고... 이런식으로 손실금액이 늘어나다 보니 이제 만원이 백원처럼 느껴지는 지경이 되는 겁니다. 이러다 보니 백만원이 더이상 백만원으로 안보이고 투자금액을 대범하게 더 늘려나가다가 오히려 더 큰 손해를 보게 된거죠...

반대의 경우도 마찬가지입니다. 특히 작년 9-11월 대 상승장을 경험하신 분들의 경우 처음에는 10-20만원 이익보는거에도 매우 기뻐하던 사람들이 이익금이 100-200만원 단위로 늘어나다 보니 이제 10-20만원은 돈으로도 안느껴지는 현상이 이 베버의 법칙때문에 발생하는 인간의 비이성적인 심리현상이죠.

이 베버의 굴레에서 벗어나려면? 방법은 사실 간단합니다. 그냥 내 현실의 케이스와 끊임없이 비교해가며 생각하는 거죠. 즉, 오늘 10만원의 손실을 봤다면, 이걸 내가 10만원 들은 지갑을 버스에서 놓고 내리는 것과 비교하고, 또 10만원의 이익을 봤다면 이걸 내가 아침에 겨울옷을 꺼내 입었는데 호주머니에서 10만원을 발견한 상황이랑 비교하는거죠. 이렇게 자극의 강도를 현실세계의 그것과 끊임없이 비교하는 습관이 이 코인판에서는 더더욱 중요합니다.

photo-1475815117148-c3d5b461d89c.jpeg
(만원이 백원처럼 느껴지고.. 속은 타들어가고.. 얼른 베버의 굴레에서 벗어나시죠!! - 사진: https://unsplash.com/photos/DSeHNMrevFA)


2_ 이미 잃을게 없는 상황에서 몰빵하게 만드는 롱샷 편향


위 코린이는 하락장을 두번 연속 겪고 나니 항상 백만원 단위로 분산투자하던걸 남은 돈 모두를 한 코인에 몰빵하는 오류를 범하고 말죠. 이게 만일 1월 초에 리플에 건 돈이였다면 지금 이 코린이는 투자금이 반토막도 아니고 1/3 이하로 줄어들어 있겠죠... (4750원 -> 1475원까지 추락했죠..)

이건 도박하는 분들에게서 자주 발견되는 현상인 롱샷 편향 (Favourite-longshot bias)에 해당합니다. 이건 뭐냐면, 경마하는 사람들이 돈을 계속 잃다가 보니 마지막에 남은 돈 모두를 유망한 말에 거는게 아니라 별로 우승 가능성이 없어서 배당율이 아주 높은 말에 몰빵하는 경우, 혹은 농구할때도 계속 2점슛으로 차곡차곡 점수를 잘 쌓아가던 팀이 막판에 지고있는 상황에서 갑자기 성공율이 적은 3점슛을 남발하다가 큰 점수차로 져버리는 경우가 많죠.

사실 이 롱샷편향은 이전 글에서 설명한 "손실편향"과도 밀접한 관련이 있습니다. 투자한 코인의 가격이 계속 떨어져서 투자금이 점점 커지게 되면 본인이 "손실을 보고있는걸 확정하기 싫어서" 오히려 더 큰 금액의 모험을 걸어서 그 손실을 만회하고자 하는 손실 회피 심리이죠. 기존처럼 보수적으로 투자하고 있으면 저 손실을 언제 회복할까... 하면서 오히려 한방에 모든걸 만회해 보고자 몰빵하다가 투자금 전액을 날리게 되는 사람들이 공통적으로 겪게되는 아주 위험한 편향 효과입니다.

이 롱샷 편향에 빠지지 않기 위해서는 다음 문장을 머리속에 계속 박아놓는게 중요합니다.

"지금까지 벌거나 잃은걸 항상 포맷해 버리고 현재 시점에서 생각하라"

즉, 지금까지 내가 얼마를 잃었고, 혹은 얼마를 벌었고는 하등 중요하지 않습니다. 이미 과거의 일이거든요. 내가 총 투자금액이 백만원이던, 천만원이던 간에 오늘 남은돈이 50만원이라면 이 50만원이 오늘부터의 투자금이라는 마음가짐으로 어제까지의 이력을 모두 포맷해 버려야 합니다. 설령 이 50만원으로 시작했는데 이게 오늘 천만원이 됐어도 당신은 이 천만원으로 오늘 시작한 사람의 마음가짐으로 계속 되돌아 가려고 의식적으로 노력해야 합니다.

all-in.jpg
(손실이 커질수록 이걸 만회하고 싶어서 남은 돈 모두를 몰빵하게 됩니다.. - 사진: https://pokerground.com/en/raise-it/)



오늘은 하락장이 계속되는 요즘 더더욱 빠지기 쉬운 베버의 법칙과 롱샷 편향에 대해 알아봤습니다. 오늘도 다시한번 강조하지만, 이런 하락장 일수록 내 머리속의 장난에 휘둘리지 마시고 1) 본인이 판단한 코인을, 2) 잃어도 삶에 큰 지장 없을 만큼만, 3) 적당히 존버 할 수 있는 멘탈을 기원합니다.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3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