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기 -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방심의 길

안녕하세요. Terry입니다. 순례길 여행기를 계속 연재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올린 여행기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수 있어요.

론세스바예스부터 수비리까지 | 25km


아침일찍 일어나는건 언제나 힘이든다. 좀더 자고 싶었는데, 부산스러운 소리에 눈을 떴다. 배가 고파온다.

순례길을 걸으면 참 본능적인 것에 집중하게 된다. 먹고, 걷고, 자는 일상속에서 복잡한 생각은 하지않게 되서 마음이 한결 편하다. 특히 이번 여행의 중반부가 지나면서 생각하던 “한국가면 뭐하지?” 라는 생각을 잠시나마 떨쳐버리게 되서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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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 7시 40분, 여명이 밝아올때즘 출발. 오늘은 조금 늦게 출발했다. 그 가파른 산맥을 넘어왔으니 조금은 편할거라 생각했고 그결과는 방심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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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장에서 791km라고 적혀있던데 왜 다시 790km이라고 적혀있는지. 산티아고가 왜 다시 멀어지는 것만 같은지. 나는 잘 도착할수 있는 것일지. 콤포스텔라를 받을수 있는 것일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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끊임없는 이 길을 걸어가다보면 어쨌든 마을은 나온다. 슈퍼가 없어서 무언가 아침을 먹지못했던 지난 시간들은 잊어버리고 이 마을의 슈퍼에서 과일을 먹는다. 과일하나에도 감사함이 맴돈다. 순례의 본질은 이런것일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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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렇게 마을을 벗어나 다음동네로 가다보니 평야위에 구름이 껴있다. 운해인것 같기도 하고. 산위에만 구름이 끼는게 아니었구나. 라고 생각했었는데 사실 해발 900m정도의 위치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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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자들이 마음대로 떠 마실수 있는 물이다. 순례길 곳곳에 이런곳이 많다. 참으로 감사한 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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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미 큰 산맥을 넘었기에, 힘들지 않을거라 생각했던것은 크나큰 오산이었다. 방심하고 있다가 엄청난 언덕길이 기다리고 있었다. 이런 젠장할!! 을 연발하며 언덕을 올랐는데 글쎄 이런 풍경이 펼쳐져있을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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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레네는 힘든줄 알고 올랐는데, 휴. 여긴 방심하고 올라서 어제보다 더 힘든것 같았지만 피로가 다시 풀리는 기분이었다. 저 언덕을 굽이굽이 넘어가면 곧 산티아고가 나를 반겨주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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론세스바예스에서 만났던 사람들을 다시 비스까렛 마을 근처의 바에서 만나 이야기를 나눴다. 곧 만날꺼라는 암묵의 부엔까미노를 외치며, 헤어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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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페인의 뜨거운 태양아래, 빨갛게 타고있다. 스페인의 태양은 정말로 뜨겁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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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리 마을을 안내하고 있는 표지판. 내 생각에는 이 표지판의 km수치는 순례자들을 위해서 조금 적게 측정되어 희망을 가질수 있게 표시되어 있는것 같다. 꽤나 체감차이가 많이나지만 순례자들을 위한 배려라 생각하며 다시 갈길을 가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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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비리에 도착했다. 왜이렇게 행복한지 모르겠을정도로, 표정이 환해졌다. 배고파죽겠지만, 그래도 사진은 한장 찍어야겠으니 활짝! 사진을 찍는 도중 H가 한마을 더가겠다며 먼저 떠나서 헤어지게됬다. 또 길위에서 만나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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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 여행중 가장 좋았던 나라가 무엇이냐고 묻는다면 나는 당연 인도와 네팔이라고 답한다. 좋은 사람들을 많이 만났으니까. 그런데 이제 그 대답에 순례길이 추가 될것 같다. 좋은사람들을 만나 즐겁게 걸어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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With A누나, Y누나, J군, 그리고 L형님
길위에서 좋은 사람들을 만나 함께한 행복한 점심을 먹었다. 각자가 왜 산티아고 순례길에 왔는지도 얘기해보고, 여행을 떠난 계기에 대해 말하는 시간이었다. 나는 사실 이런이야기를 하는걸 좋아하지 않지만 다른사람들의 시각을 듣는다는것은 좋은 경험이기도 했다. 나는 번아웃이 와서 여행을 떠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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점심을 먹고 우리의 뜨거운 발을 식히러 물가에 들어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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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녁은 다같이 닭도리탕과 하몽을 같이먹었다. 정말 의외의 조합. 힘든 하루를 닭도리탕으로 마무리하고 잠을 청했다.

오늘은 어제보다 더 힘든날이었다. 방심했기 때문이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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