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편] "스티머가 계산기 두드리는 법"



"단편- 스티머가 계산기 두드리는 법"


파란불이 들어왔다. 대개는 예상하고 있지만, 가끔 지갑을 열었을 때 예상치 못하게 켜진 파란 불은 두근두근 한다.

"REDEEM REWARDS (TRANSFER TO BALANCE)"

내역을 본다. 얼마가 들어왔는지만 보여준다.

"1.266 SBD and 1.376 STEEM POWER"

Reward창을 열었다. 저렇게 들어오는 보상은 큐레이션 보상이 아니다. 볼 것도 없이 저자보상창을 다시 연다.

1.266 SBD, and 1.379 STEEM POWER for h8h8h8/6-update-1007-00-3-856

금액을 비교해본다. 맞다. 그런데 파워는 0.003이 더 많다. 저 차액은 비슷한 시간대 들어온 큐레이션 보상일거라는 걸 아는 것은 이제 익숙하다. 0.003이니 비교적 큰 금액이긴 해도 누군가에게 보팅한 금액에서 배분된 것일테다. 굳이 찾아볼 필요는 없다. 내가 어딘가에서 눌렀던 보팅일테니. 이제 저 보상이 어디서 들어왔는지를 찾아야 한다. 내 아이디 @h8h8h8뒤의 주소를 마우스로 긁어서 주소창에 붙인다. 엔터를 쳤다.

주소에서 대충 유추했던대로 만들어 두었던 목록 중 하나다. 얼마전부터 하고 있는 연결형 목록 서비스의 16차가 끝난 것이었다. 배개를 가슴팍에 놓고 엎드려서 양 손가락을 꼽아본다. "1주일 종료... 한달에 4주... 16차... 대략 넉 달째." 즐겨찾기가 없는 스팀잇의 특성을 이용해서 괜찮은 글들을 목록을 만들다가 생각보다 많은 주제가 있어서 여러개의 링크로 목록을 만들고 있는 참이다. 벌써 넉 달 째인 셈이다. 보팅은 30명, 적지 않은 사람들이 업을 눌렀지만, 보상이 그렇게 많지는 않다.

생각보다 시간이 좀 걸릴거란 생각에 이따가 저녁에 자기전에 처리하기로 미룬다. 확인은 했고, 새로운 게시물들이 어떤 재미있는 이야기들이 올라왔을까 설레는 마음으로 한 번 둘러본다. 영어를 잘 모르니 당연히 KR을 눌러서 들어간다. 어색한 제목들이 눈에 뛴다. 누군가 영어로 된 한국어 기사를 구글번역기에 돌려서 올리는 것들이다. 엄청나게 올라온다. 한글인데 읽을 수 있는게 아니라 유추해야 되는 글들이다. 다시 둘러본다. 새롭게 강좌시리즈를 목록작업 해 볼려고 찾아봤다. 신통치 않다.

어색한 제목들 사이로 가장 이슈가 되는 '미래'라는 이슈의 글들이 쉬지 않고 올라온다. 안봐도 이젠 알 것같다. '미래'란 바로 '스팀잇의 미래'를 의미한다. 스팀잇은 돈이 되는 좋은 플랫폼이다. 이런 좋은 플랫폼이 혹시라도 깨질까봐 다들 걱정이 많다. 그래서 거의 대부분이 미래를 걱정한다. 그렇게 많은 사람이 걱정하고 미래를 점친다. 점보는 분이 몇 분 스팀잇에 활동을 해주시면 좋겠다. 보다 확실한 미래를 점쳐준다면, 나는 장시간의 보상을 위해 기꺼이 단시간의 내 보상을 바칠 준비는 되어있다. 선견지명이 있는 이들이 하라는 거 하고, 하지말라는 거 안 하면 될테다.

그런데 이상한 생각이 들었다. 최근 더블 시옷사건으로 나라가 떠들석 할 무렵 국회 청문회방송을 보고 있노라니 두 시간 짜리 방송 중 한 시간이 이른바 "의사진행발언"이다. 청문 - 그러니까 질문 - 은 별로 뚜렷한 내용이 없다. 대개 신상이나, 소소한 잘못들, 혹은 내용도 없이 "그렇게 행동하면 안되는거 아니냐"하고 닥달하는 정도에 지나지 않느다. 그 '그렇게'가 정확히 뭔지는 신경을 기울여서 듣고 있었는데 매번 모르겠다. 그나마 조사부족인지 사실이 아닌 경우도 많다. 그게 사실로 밝혀진다고 해도 그들이 지은 잘못을 입증할 만큼의 큰 잘못들이 아니다. 참 이상하다. 저런 거 말고 중요한 질문들이 정말 많을 것 같은데...

'의사진행발언'. 청문회를 진행하는데 있어서 '어떤 형식은 하지 말자'. '이렇게 하자' 혹은 '누구처럼 하면 안되니 의장님이 제지해달라' 뭐 그런 되게 중요해 보이지만, 우리에겐 아무 의미도 없는 내용들이다. 결국 전체의 보이지 않는 흐름의 누가 더 옳은 방식으로 생각할 줄 알고 그 주도권을 누가 잡느냐 하는 것 이상이 아니다. 다시 말해 이런 말이다.

"내가 말하는 방식대로 합시다. 그게 옳으니까요. 다들, 그렇게 생각하지 않나요?"

청문회를 떠올리게 된 것은 어색한 제목들 사이에 무엇이 옳고 그른가에 대한 논쟁들이 쉬지 않고 올라오고 있는 것과 묘하게 오버랩 되었기 때문인 것 같다. 이상하게 그런 글들은 보상이 많다. 의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말하자면 '안보의식'을 자극하는 글들이다.

정보나 감성을 전달하는데 한 두시간 글을 쓰고 나면, 오늘도 글을 썼다는 기쁨과, 완성에 대한 기쁨, 가끔은 내가 글을 참 잘쓰는구나 하며 자뻑도 하지만, 사실은 그 피곤한 눈을 부릅뜨고 웹브라우저의 "새로 고치기"를 이내 수없이 누르고 또 누른다. 글을 쓰고 나면 평균 한 30회정도는 눌러보는 것 같다. 그 뿐만은 아니다. 보조 웹사이트들을 또 연신 들락거린다. 보팅수를 체크하고, 내 파워를 확인한다. 그렇게 서너군데를 돌며 2-30차례 새로고치기를 하다보면 몇 시간이 훌쩍 흐른다. 일이 손에 잡히지 않는다.

하지만 내가 가장 중시하는 건 보상이다. 그런데 노력에 비해서는 보상이 적다. 여가시간에 즐겨 하던 게임들은 스팀잇을 하면서 거의 정지상태다. 게임에서 얻는 아이템보다, 숫자와 복주머니, 그리고 사람들의 댓글이 좋다. 가끔 글을 보면서 두 번 세번 이라도 보팅을 하고 싶은 다른 이들의 글들이 있다. 하루에도 대여섯 개 이상 그런 글들이 있다. 감탄도 하고, 그의 생각에 들어가보는 걸 상상하기도 한다. 요머칠 그런 글들이 눈에 띄게 줄었다. 생기가 사라졌다고 할까. 이벤트도 많이 줄었다. 기껏해야 100명 200명의 팔로우가 생겼지만 그건 그들에게 결코 사소하지 않다. 사람들은 그 작은 것에 기뻐하고 자축하며 기꺼이 응모자들에게 시작한지 얼마되지 않아서 모이지 않은 돈을 아낌없이 상금으로 쏜다. 그래서 이런저런 이벤트가 날이면 날마다 있었다. 사실 너무 많이 응모해서 어디에 보팅을 하고 걸어놨는지 기억이 나지 않는게 더 많을 정도였다.

또 담배를 꺼내 문다. 끊고 1년을 버텼는데, 요즘 부쩍 생각이 난다. 교육에 해롭다며 티비 드라마에서도 모자이크 처리하는 이놈의 담배라니. 하긴 협찬에 공정한 기회니 어쩌니 하면서 다 아는 음료수병 표지까지 바꾸고 가리는 세상이니, 사촌이 논을 사는게 아니라 밥만 한그릇 더먹어도 왠지 편법으로 생긴 쌀로 밥을 했을 것 같아서 화가 치밀 지경이다. 왠지 이러다가 진짜 이곳이 망하지 않을까 하는, 의미도 필요도 없는 염려를 하기도 한다. 속이 편하지가 않다. 뭐랄까. 너무 많은 '의사진행발언'에 약간은 짜증이 났기 때문이다.

또 끄적끄적 글을 보태본다. 막 던진 포스팅이다. 아이디도 생각이 나지 않는 많은 이들의 글을 휙휙 지나치면서 기억에 남는 구절들에 대한 짜증섞인 반론이기도 했고. 훈계조로 말하거나 오지 않은 미래를 혼자 결정하고 그 위험한 미래에 대해서 당신의 행동에도 책이 있다고 다수를 협박하는 사람들에 대한 비틀린 심사의 표출이기도 했다.

그리고 한 시간. 나는 눈을 의심했다. 그동안 내가 쓴 포스팅은 약 60개. 대개 하나의 게시물은 약 2달러의 보상을 기록했다. 그런데 한 시간만에 그 내뱉은 내 마음은 60개의 포스팅 중 최고가를 기록하고 있었다.

20배.

곰곰히 생각했다. 그리고 며칠동안 그 생각이 머릿속을 떠나지 않았다. 물론 하루 하나의 글에 20달러의 보상을 낼 수 있다면, 한 달 60만원을 벌 수 있다는 단순한 계산, 솔직히 그것이었다. 그리고 어떻게 글을 쓰면 매번 저렇게 보상을 올릴 수 있을까 하는 그런 매우 세속적인 고민 그 이상도 이하도 아니었다. 내친김에 토론에도 참여하고, 의사를 표현해 봤다. 그렇게건전한 토론문화가 흘러가는 것도 참 좋았다.

내가 쓴 60개나 되는 그 어떤 글도, 누군가의 글에 대해서 문제점을 지적하는 글, 그리고 스팀잇의 미래에 대해 걱정하는 글보다 정성이 더 들어갔고,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훨씬 가치있다고 여겼던 터였다. 하지만 사람들은 내 정성보단 스팀잇에 대한 미래와 개인적 감정에 비교도 안되는 훨씬 많은 표를 주었다. 나는 한 번 감정 가득 섞인 그런 글을 쓰고, 아니 내뱉고는 공들여 쓴 포스팅 20개에 해당하는 값을 벌었다.

선배에게 스팀잇을 권했다. 보름째다. 꼭 스팀잇을 사용하게 만들고 싶은 사람이다. 아마 빠지면 나보다 더 좋아할 것 같은 사람이다. 이번참에 스팀잇이 '다단계'가 아니라는 걸, 이런 정의로운 모임과 깊이 있는 토론들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통해서 증명해줄 참이었다.

"테러방지법 같은거네..."

선배의 첫마디였다. 선배의 계속되는 지적이 오늘따라 그냥 넘어가지지가 않는다.

"야 몇 푼이나 번다고 앉아서 살벌한 분위기에서 그러고 있냐. 딱 보니까 사람들도 알아봐주고, 칭찬도 해주고 돈도 생기니까 그러고들 있는 것 같은데 거기서 또 자기들끼리 이런글은 안되네 저런글은 되네 그러고 있는거야? 독립된 자기공간도 없는 것 같고... 쓰면 무조건 공개네... 그럼 눈치보여서라도 아무말이나 못하는거 아냐. 왜 칼보다 펜이 힘이 있는거냐 펜으로 아무리 싸워도 아무도 안죽거든, 그게 칼과는 다른 '펜의 자유'라는 거야. 근데, 봐주는 사람이 많은 사람이 그렇지 못한 사람들 글이 옳지 않다고 펜으로 대놓고 지적하면, 사람들이 누구편을 들겠어? 그게 펜이냐? 칼이지. 차라리 다단계나 더 인간미 있지. 돈 벌기 위한 거라고 대놓고 말하잖아. 얼마나 벌지는 모르지만 너나 실컷 해. 스티 뭐... 거기가 무슨 인정받을 수 있는 민간 등용문이니 그런 구라는 나한테 치지 말고..."

"다 같이 토론해서 좋은 결과를 도출하자는 거 민주적이지 않아? 보이지 않는 사람들끼리 예의도 깍듯이 하고 다들 점잖게 행동하잖아"

"생각하는게 복잡하니까 그냥 점잖은 척 하는건 아니고? 흠… 이거 보니까 유행할 것 같긴 해. 목욕탕 연기가 떠오르는 로고 이미지도 친숙하고... 괜찮네 그래서 아마 틀림없이 이런 서비스 또 다른데서 생길거야. 스티... 뭐 그거... 여기가 그 때가서 메이저가 될지, 아니면 다른 후발주자한테 밀려서 마이너가 될지 그건 아무도 모르잖아. 페북이란 꼭 새로운 방식 같았지만 기존의 개인 블로그랑 무슨 차이가 있지? 근데 다 하나씩 갖고 있던 미니홈피 대체하는 것 봐바. 그렇게 되는데 얼마나 걸렸냐. 근데 지금 페북보다 인스타하는 사람이 더 많지 않아? 근데 구성원들 일부가 다른 구성원들 때문에 이 플랫폼이 망할 수도 있다고 생각하는 거잖아. 그게 진짜 미래에 대한 진심어린 걱정이기만 할까? 결국 공익이란 이름을 내세워서 이게 망하면 나도 피해를 볼거란 막연한 두려움을 누간가에 풀고 있는거 아냐? 망하게 된다면 누가 잘못해서 망하는게 아냐. 사람들이 떠나면 망하는 거야."

"미래는 우리 모두의 것이잖아. 염려되는 건 당연하지 않아 선배는 여기 소속되어 있지 않으니까 쉽게 말하는 거지..."

"그럼, 네가 미래를 만들어. 글 열심히 쓰고 활동하면 되잖아. 왜 사람들이 미래를 만들지는 않고 걱정만 하는지 알아? 만드는 것 보다 걱정하는게 더 편하거든. 뭔가를 실제로 '하는 것' 보다 '하고있다는 느낌'이 더 중요하거 크게 느껴지거든. 티도 더 나고, 하지만 그 '느낌'이 진짜 스티... 그것의 미래를 보장해줄까?"

보름을 꼬셔서 겨우 우리 토론의 글을 보게 했는데, 토론을 좋아하고 무거운 이야기 하기를 좋아하는 선배가 당연히 끌려할 줄 알았는데, 잔소리만 들었다. 그런데 별로 반박할 말이 없다. 별로 그러고 싶지도 않다. 평소 같으면 어떻게든 이겨먹을려고 했을텐데 왠지 전의를 상실한다. 역설적이게도 그 상실감에 왠지 더 편해진다. 머릿속에서 불필요한 생각들을 좀 빼낸 것 것 같이 개운하다. 다시 내방으로 돌아온다. 자기 전에 끝마치려던 보상작업을 마쳐야 한다.

애초에 절반의 스팀파워 보상은 내가 갖는다고 공지했다. 2.8달러에서 저자보상으로 75%, 2.5달러. 다시 그걸 절반으로 나눠서 1.366의 스팀달러와, 1.379파워가 나왔다. 파워를 챙기고 난 다음 남은 수익 1.366SBD. 크게 계산이 어려울 것도 없다. 그냥 한화로 계산해 1,266원으로 계산한다. 크게 무리없다. 목록의 글은 모두 110개 17명이 쓴 포스팅이다. 계산기를 두드려 본다.

1.266 / 110 = 0.01150909

0.011... 이건 왠지 보상이라기보단 화가 날 것 같았다. 그래서 0.012으로 단위를 올려서 계산해 본다. 엑셀을 써서 정리한 후로 좀 편해졌다.

0.012 X 110 = 1.320

위의 저 목록에서 글을 한 개 쓴 사람은 목록을 만든 내가 보내준 0.012를 받게 된다. 한국돈 12원인 셈이다.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자괴감이 든다. 뭐 물론 공짜기는 하다. 그는 내가 12원을 보내면 그는 또 내 수고를 감사해 하며 댓글을 단다. 그리고 파워를 소진하여 내 포스팅에 보팅을 할 것이다. 또 그렇게 고마울 일은 아닌데도, 이 스팀같은 깊은 산속 혹은 심해에서 진짜이름도 아닌 골뱅이 붙은 본인의 가명이 낯선 나에 의해 한 번 맨션되는 것만으로도 다행이라고 생각할지도 모르겠다. 그리고 그날은 맥주 한 잔 한 뒤라 왠지 기분이 좋아져서 100원 이하로는 보낼 수 없는 tip을 내게 쏘기도 한다. 아니나 다를까 글을 쓰고 수정이 한 번 끝나기 전에 벌써 보팅이 하나 올라가 있다. 그리고 댓글...

"@h8h8h8님~~ @macjubyong입니다. 고맙습니다. 정리하느라 얼마나 수고하셨어요~ tip~ 0.1"

나도 오늘 소주를 몇 잔 마셔서 충분히 센치해져서 그랬는지, 뭔지 갑자기 팁 100원을 떠올리는 순간, 왈칵 눈물이 난다. 그리고는 대화 한번 해본 적 없는 @macjubyong이란 이름을 노려보면서 감사인지 애정인지 알 수 없는 욕을 혼자서 중얼거린다.

"달랑 12원 받고 받고 와서 100원짜리 팁을 쏘냐 ㅆㅂ... 이 정신없는 양반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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