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Drawing_travel] 이탈리아 여행기 - 아폴론과 라오콘

벨베데레의 아폴론

내가 이전에 대단히 아름답다고 생각하고 보았던 모작 석고상도 이 대리석 실물과는 비교가 되지 않는다.
이탈리아 기행, 괴테

그렇지만, 실은 이것도 그리스의 것을 로마에서 모작한 작품. 원본은 남지 않고 복제품만 남았다. 복제품은 영원한 복제품이지만, 그래도 원본처럼 대접받는 복제품도 있다. 괴테는 아폴론 상을 얼마나 좋아했던지 이를 또 보러 갔다.

최고의 걸작을 두 번째로 보기 시작했다. 그러자 최초에 느꼈던 경탄이 공감으로 변하고, 작품의 가치에 대한 보다 순수한 감각이 생겨난다. 인간이 창조해 낸 것을 가장 정확하게 마음으로 파악하기 위해서는 우선 첫째로 정신이 완전한 자유의 경지에 도달하지 않으면 안 된다. 대리석은 이상한 소재다. 벨베데레의 아폴론 상은 실물을 보면 한없이 우리 마음을 기쁘게 해준다. 그런데 석고 모사품은 아무리 잘 만든 것이라도 생동감이 넘치고, 젊은이답게 자연스럽고, 젊은 존재가 가진 더없이 고귀한 입김이 순식간에 사라져버리고 만다.

괴테는 석고 모사품이 아니라 대리석 모사품을 가졌어야 했다.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

르네상스가 정점에 이른 1506년, 훗날 엄청난 명성을 날리게 되는 한 조각 작품이 발견되었다. '라오콘과 그의 아들들' 사람들은 이 비극적인 모습에 완전히 압도되었다. 한 남자와 그의 두 아들의 고통이 너무나 사실적으로 조각되어 있어 한 번 보면 잊기 어려운 작품이다. 그것은 베르길리우스의 '아에네이드Aeneid'에 나오는 한 장면을 조각한 작품이다.

트로이의 사제 라오콘은 사람들에게 '목마'에 그리스 군인들이 숨어 있으니 받아들이지 말도록 경고했다. 트로이를 멸망시키려던 신들은 분노했다. 바다로부터 두 마리의 거대한 뱀을 보내 라오콘과 그의 두 아들을 칭칭 감아 질식시켜버렸다.

그래, 어디선가 본명 본 적 있는 작품이다. 서양미술사 수업 시간에도 분명 나왔겠지.

미술사학자 곰브리치(1909~2001)는 이 작품이 검투사에 열광했던 시민들을 위한 자극적인 작품일지 모른다고 생각했다.

예술가는 우리들에게 무고한 희생자가 진실을 말했기 때문에 수난을 당하는 무시무시한 정경을 느끼도록 원했던 것일까? 그렇지 않으면 인간과 짐승 사이의 무시무시하고 섬뜩한 전투 장면을 묘사하는 그의 능력을 과시하고자 했을까? ... 그러나 나는 가끔 이것은 검투사들의 싸움과 같이 끔찍스러운 장면을 좋아하는 대중들에게 어필하기 위해 만들어진 미술이 아닌가 하는 의심을 버릴 수 없다.
서양미술사, 곰브리치

라오콘의 오른팔은 조금 뒤에 발견되었는데, 사람들은 그의 팔이 옆으로 쭉 뻗어 있을 거라 추측하고 제작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그러나 미켈란젤로만이 팔이 꺾여 있을 거라 주장했는데, 실제로 그 후에 발굴된 오른팔은 미켈란젤로의 주장대로였다.

쏠의 이탈리아 여행기 더 보기

0. 이탈리아 여행기 프롤로그
1. 로마에서의 첫날밤
2. 로마를 걷다
3. 바티칸을 가다


글은 함께 여행했던 남편이 쓰고, 그림은 제가 그렸습니다.
배너를 그려주신 @leesongyi 작가님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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