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때 나는 밝은 빛을 보았습니다. 그 빛 속에는 사파이어색 사람의 모습이 있습니다. 그의 색은 온화한 불의 빛으로 펴져 나갑니다. 그 밝은 빛이 빛나는 불의 전체를 씻어냅니다. 그리고 빛나는 불이 밝은 빛을 목욕(淨化)시키고, 밝은 빛과 빛나는 불이 다시 그 사람의 모습에 부어져서, 그 세 종류의 빛은 무한한 잠재력을 포괄한 하나였습니다. 그리고 다시 살아있는 빛이 저에게 이야기하는 것을 들었습니다.
Then I saw a bright light, and in this light the figure of a man the color of a sapphire, which was all blazing with a gentle glowing fire. And that bright light bathed the whole of the glowing fire, and the glowing fire bathed the bright light, and the bright light and the glowing fire poured over the whole human figure, so that the three were one light in one power of potential. And again I heard the living Light, saying to me, From SCIVIAS by Hildegard of Bingen
배낭영성
뤼데스하임(자비심의 색깔은?)의 일부와 관련된 다른 내용을 남겨둡니다.
힐데가르트의 SCIVIAS 영문 번역본을 의역하였다. 힐데가르트 수녀는 사파이어색(푸른 빛깔)을 자비(신성한 사랑)의 색으로 설명한다. 노란색(금색)으로 퍼져나가는 파장의 둥근원 속에 푸른 빛의 사람이 있다. 그리고 그 노란색 둥근원은 더욱 은은하게 빛나는 밝은 빛(은색)의 둥근 파장으로 겹겹이 확장되어 퍼져나간다. 그 빛의 덩어리들은 중앙의 푸른 사람의 정수리로 다시 스며 들어간다. 중앙의 사람은 육화(肉化)된 빛의 정수이다. 빛으로부터 분리되지 않은 하나이다.
Medicine Buddha Mantra – Bhaisajyaguru: Lyrics, Meaning & Benefits
블루하면 하늘, 하늘하면 맑음, 시원함이 느껴진다. 불교에서는 약사유리광여래(琉璃光如來)라고 하여 치유해주시는 부처님을 염불하면서 병을 고쳐달라고 기원드린다. 하기야 그 병이란 것이 몸의 병뿐인가? 마음의 병도 약사유리광여래를 외치면서 기원한다. 마음의 병은 번뇌(탐욕, 성냄, 어리석음, 교만, 의심, 삿된 견해)들인데 뜨겁다. 마음과 몸을 태워버린다. 그래서 시원한 블루에 의해 씻겨내려져야 청정(淸淨)함의 상징인 투명함이 되어지는 것이다. 탁함이 없는 투명함, 이것은 지혜이다. [雜記] 한없이 투명에 가까운 블루(독서평)
푸른색이 우리에게 주는 정신적 이미지는 시원함이다. 가슴이 답답하고 무작정 어디로 도망가고 싶은데 달리 방법이 없을 때, 한숨을 푸~ 내쉰다. 그리고, 고개를 들어 파란 하늘을 바라보면 가슴이 뻥 뚫리는 느낌이다. 번뇌를 뜨거운 ‘열(火)’에 비유하곤 한다. 하늘을 바라보면 마음이 풀리는 이유는 푸른색이 주는 시원한 느낌 때문일 것이다. 자비(慈悲)는 ‘타자를 행복하게 해줌(자/慈)’과 ‘타자의 고통을 공감하고 덜어줌(비/悲)’의 두 가지 의미가 있다.
불교에서 강조하는 ‘모든 것이 고통(일체개고/一切皆苦)’이라는 인생의 대전제에서 우리가 해야만 하는 유일한 길은 ‘자비’라고 한다. 이런 점에서 그리스도교와 실천적 맥락이 맞닿는다. 우연일까? 12세기 중세 독일의 힐데가르트 수녀가 표현한 예수 그리스도가 파랗다.
독일 뤼데샤임의 맑은 하늘
유럽 여행 중에 가장 부러웠던 것이 어딜가나 맑은 하늘이었다. 요즈음 한국은 황사때문에 맑은 날을 보기가 참 드물어졌다. 이날 날씨가 무척 더웠다. 포도밭이 펼쳐져 있는 고지대의 수도원에서 햇빛을 가리는 구름이 고마웠다. 이때다싶어 하늘을 쳐다보면서 한컷 찍었다. 빛을 가리는 구름을 보면 밑바닥이 회색빛이다. 우리의 마음도 간혹? 이렇게 흐릴터인데 뽀송뽀송한 맑은 구름과 약간의 잿빛 구름이 어울리는 것을 보면 마음이 너무 맑아서도 안될 것 같다. 누가 그렇지 않았던가? “맑은 물에는 고기가 살지 않는다.”고 푸른 하늘(靑天)과 맑은 마음(淸心)
힐데가르트 수도원(아래)이 아닌 아랫 마을 힐데가르트 성당(위)에 들어섰을 때 제일 먼저 눈에 띄는 것이 제대 위 ‘푸른색의 예수’였다. 보통 성당은 제대 벽의 중앙에 십자가를 배치한다. 그러나 이곳은 특이하게 ‘푸른색의 예수’가 배치되어 있다. 힐데가르트 수도원도 마찬가지였다. 수도원에 마련된 성당에는 천국의 예수가 제대 중앙에서 손님에게 팔을 벌려환영하고 있다.
억지로 짜맞춘 생각일까? 동방 약사여래는 청색이다. 아미타불의 서방 정토(淨土)는 흰색이다. 오행에서 금(金)은 흰색을 대표하기 때문이다. 천국의 예수는 하얀 옷을 입었다. 천국의 방위는 서쪽이겠지. 해가 지는 곳, 그리스도인이 지향하는 죽어서 꼭 가고 싶어하는 그곳,
사랑이라는 것도 젊을 때의 충동적, 폭발적, 자극적, 일시적 그리고 금새 시들시들 하는 것보다 은은하고 묵직하게 내리깔린 서늘한 색깔에 따뜻하게 가미된 사랑이 더 매력이 있을지 모르겠다. 사랑은 활활 불타오르는 것보다는 가장 따뜻한 색 블루와 같이, [뤼데샤임 여행기] 태양인의 과일, 포도밭이 펼쳐진 독일 마을에 대한 단상
‘사랑’이라는 단어의 의미는 매우 광범위하지만, ‘이성적 사랑’에 대한 즉각적 어감이 강하다. 반면에 ‘자비(慈悲)’라는 표현은 ‘이성적 사랑’의 군더더기를 걷어낸 밑바탕의 느낌이다. 그래서 ‘신성한 사랑’이라고 표현하는가 보다. ‘따뜻한 블루’도 잔잔하게 일어나는 사랑의 표현일 터인데 여기에는 ‘집착’의 껍데기를 제거한 어감이랄까?
사랑은 아마도 ‘따뜻한 블루’의 마음을 가지고 ‘차가운 레드’의 태도로 전달되어야 할 것이다. ‘차가운 레드’는 자비심의 발현된 색깔이 아닐까? 열정도 은은해야지 폭발하면 오래가지 못한다.
차크라가 표현하는 인체의 부위별 색깔이 자못 의미심장하다. 시원함의 색깔이 머리에 배치되어 있고 욕정의 색깔인 빨간색이 맨 아래 성기에 배치되었다. 인간의 본성을 움직이는 이성은 차가워야 이상적인 것일까?
차가운 레드, 따스한 블루
두한족열(頭寒足熱)
머리는 시원하게 발은 따스하게
본능에 충실하기보다 이성에 충실하기
그러나 때로는 망둥이같이 날뛰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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