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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유럽. 전통 속의 진보
한국 GM의 철수를 두고 말이 많습니다. 일각에서는 '너무 높은 근로자 인건비를 정부 지원으로 보전해주기 때문, 귀족노조가 문제'라고 말하고, 또 어느곳에서는 '트렌드에 부합하는 신차의 투입이 이루어지지 않았'다며 전략이 부실했다는 지적도 나옵니다.
원인 자체는 다양합니다. GM대우가 가지고 있던 라인업의 문제도 있을 것이며, 중국이나 베트남과 같이 매우 저렴한 인건비를 앞세워 적당한 부품성능으로 찍어누르는 고가의 브랜드 차량과의 대결에서도 쉽지 않을 것입니다. 게다가 성능을 놓고 보자면 세세한 것 한군데에도 쓸데없이 고퀄리티를 지향하는 일본과의 경쟁도 있으니까요. 게다가 각국의 다양한 환경, 안전에 대한 컴플라이언스를 맞추는 것은 결코 쉬운 일이 아닙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가장 중요한 것은, 시장을 개척하고 움직이려는 의지와 투명한 경영, 그리고 명확한 전략이 없었다는 것입니다. 실제 한국 GM의 경우, 인건비 그 자체보다 GM 본사로부터 과도한 가격의 부품을 가져오면서 매출 원가율이 93.8%로 치솟아 올랐습니다. 비슷한 대우를 받는 현기차 등이 80% 초반에 비해서 과도한 수치죠. 이런 부품 단가 계산은 대체 누구에게 이익을 주는 걸까요?
말도 많고 탈도 많은 보령미션입니다.
게다가 한국시장의 트렌드가 가족형 SUV와 소형차와 같은 작은 트림 위주로 굴러가는것을 무시한 채, 풀 트림의 세단형 차량에만 몰빵한 것 역시 시장 지배율을 깎아먺는 요인이었습니다. 현기차처럼 LPG를 탑재하여 택시업계와 손을 잡고 꾸준히 매출을 낸 것도 아닙니다. 망할 수 밖에 없었단거죠.
기업이 움직이는데도 큰 전략과, 그 전략을 수행할 의지와, 세부적인 수행에 있어서의 투명함이 필요할진대, 국가가 움직이는데는 얼마나 더 크고 정교한 전략이 필요할까요? 각국의 의도가 다르고 생각이 다르고 방향이 다르기에 하나의 기준을 놓고 평가할 수는 없지만, 최근 암호화폐 시장을 대하는 각국의 움직임을 찬찬히 놓고 보면 앞으로 어떤 전략을 취할지에 대한 윤곽이 어렴풋하게 보입니다.
그 윤곽을 더욱 더 잘 보여주는 것이 금에 대한 태도입니다. 금과 BTC의 투자(투기)자산으로써의 특징은 일치하지 않습니다만, 증권이나 옵션 등 타 금융 상품과 비교하자면 유사한 면이 매우 많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선 유럽의 두 국가인 영국과 스위스에 대해 다루었는데, 이번 포스팅에서는 인도와 중국에 대해 다루고자 합니다.
중국과 인도는 금 소비에 있어서는 최고의 고래입니다.
인도는 독보적인 금 수요국입니다. 표에서는 2%밖에 차이가 나지 않는데, 인구수의 차이를 놓고보면 1인당 금 소모는 훨씬 큽니다. 이런 차이는 문화에서 찾아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정부의 항복선언에서도 볼 수 있습니다. 1990년까지 인도는 금 규제법Gold Control Act에 의해 금지금 보유가 금지되어 있었습니다. (라임이 묘하군요) 그리고 1992년까지는 재수출을 위한 용도 이외의 금 수입 또한 금지되고 있었습니다.
금지금이라 그러니 매우 어려운 말 처럼 들리는데, 금지금이란건 화폐처럼 쓸 수 있는 일정한 순도와 무게의 금입니다. 그냥 우리가 흔히 말하는 '금괴'나 '골드바'랑 같은 소리에요. 99.9999 적혀있고, 무게 적혀있고, 어디서 만들었음이라고 땅땅 찍어둔 그 금괴입니다. 어려운 이야기가 아니에요. 여하튼, 인도에서는 90년도 초반까지 개인이 금덩이를 갖게 하는 것 자체를 막아버렸단 소립니다. 장신구로 가공해서 수출하는 용도 이외의 금은 수입조차 하지 말라는거죠.
생각해보면 말이 안되죠. 막을 수 있을 것 같지도 않고요. 덕분에 매년 150t 전후의 금이 순수하게 밀수되어 유통되었고, 인도 내 금 가격은 (음성적일 수 밖에 없었기 때문에) 30% 이상의 프리미엄이 붙어 있었습니다. 최근 한국 BTC 시장에 있었던 과도한 프리미엄이 갑자기 떠오르네요. 여튼, 거래가 자유화되자 금 수입량이 급등하였지만 가격은 오히려 안정되는 결과를 낳았습니다.
신부가 가장 아름다워 보일때죠. 이건 어느 나라나 같은가 봅니다.
인도의 금 수요는 대부분 장신구에서 옵니다. 아직 '지참금' 문화가 남아있는 인도에서는 신랑이 고등교육을 받는데 들어간 비용이나 노력을 분담하는 의미로 신부가 '지참金'을 예물로 가져갑니다. 물론 이 문화가 옳다 그르다를 논하는 것은 아닙니다.
저는 젊은이 두 사람이 자율적으로 하나의 가정을 이루어 나가는 것이 현재 사회에서 결코 쉽지만은 않은 일이지만, 불필요한 관습을 걷어내고 스스로의 힘으로 해 나가는 모습이 가장 아름답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것을 강요하고 문화를 깎아내릴 수는 없으니까요. 일단 있는 현상 그 자체만 놓고 보도록 합시다.
인도의 금 수요는 계절성이 강합니다. 예식장도 5월과 10월이 미어터지듯, 결혼 시장이 활발해지는 5월과 10월을 전후하여 수요가 급등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특히나 보수적인 농촌 지역에서는, 지참금 문제로 살인까지 일어날 정도이기 때문에, 금에 대한 집착에 가까울 정도로 보이는 비정상적인 수요는 이해가 될 듯도, 말 듯도 합니다.
재미있는 점은 또 있습니다. 화이트골드나 로즈골드 등 다양한 컬러드 골드가 나오면서 18k 골드가 장신구 시장에서의 대세가 되었는데, 정작 인도에서 쓰이는 장신구는 22k 이상의 고준위가 압도적으로 많습니다. 되팔아서 자산화 하려는 것 아니냐 하는 생각이 얼핏 들지만, 예물이라는 데 담긴 정서적 가치로 인해 되파는 양은 극히 적습니다. 이례적인 부분이죠.
인도의 수출구조(2016)입니다.
인도의 이런 금 시장의 움직임은 인도 경제에 대한 약점을 시사합니다. 노동인구 중 80%에 해당하는 인구가 지방에 살지만, 농업이 낳는 국민 총 생산량은 20%도 안되죠. 그러다보니 넓은 땅에 금융 인프라를 깔기엔 ROI가 너무 떨어집니다. 금융기관이 들어갈 이유가 없어요. 그러다보니 금이 유력한 가치 보전 수단이 됩니다. 비슷하게 BTC 역시 가치 보전 수단이자 통화로 쓰일 가능성이 크죠.
BTC에 대한 인도의 현재 전략은 규제입니다. 특히 무슬림 테러 조직과의 연관성까지 운운하면서 거래소의 계좌를 죽이고 탈세여부를 조사하고 있습니다. 한편으로는 ICO에 대해서도 더욱 강력한 제재를 가하고 있습니다. 덕분에 인도에서는 USD등을 사용한 외국 거래소에서의 BTC 거래가 증가하고 있습니다. 금과 달리 국내 거래소를 막는다 하더라도 현물 이동이 불가능하지 않기 때문에 가능한 현상이겠지요.
하지만 규제만 하는 것은 아닙니다. 우리가 기억해야 할 것은 인도의 금지금 해금은 90년으로, 중국보다 10년 가까이 빨랐다는 것입니다. 또한 중국과 달리, 일당 독재 체제가 아니라는 점 역시 생각해야 할 부분입니다.
인도는 금 시장만큼이나 BTC에 대해서도 조심스럽습니다
공산당의 밀어붙여서 한방에 죽 만들어버리는 파워처럼 금 시장이든, 암호화폐 시장이든 일사불란하게 - 마치 군대처럼 - 대응하지는 않지만, 민주주의는 시간이 오래 걸릴 뿐 더 나은 답을 만들어 나가는 구조이기에, 그리고 아직까지 의료와 교육 분야에서 시스템을 갖추고 발전할 여지가 더욱 많기에 인도의 포텐셜은 현재진행형이라 볼 수 있습니다.
그렇기에 인도의 잠재력은 금만큼이나 BTC 시장에서도 매우 크다고 봐야 할 것입니다. 대부분의 IT 인력들이 키워지는 곳이 바로 뉴델리 대학이라는 것을 생각한다면, 향후 제 2, 제 3의 비탈릭 부테린이나 댄 라리머가 태어나지 않을것이라 할 수도 없을 것입니다.
인도는 충분한 인력과 현물을 확보한다는 시장의 마인드, 그리고 폭발적인 성장이 가능하다는 다양한 포텐셜이 가득합니다. 금 시장에서 보여줬던 것 처럼, 규제가 본격적으로 풀리면 최고의 소비처이자 새로운 투자자들의 보고가 될 가능성이 매우 큽니다. 특히 은행이 하지 못했던 일을 수행할 수 있는 통화성 암호화폐들이 각광받을 수 있겠죠.
BTC의 이상징후라 봐야 할까요?
한편, 스위스에서는 ICO 가이드라인을 오늘 발표했습니다. 어제 포스팅대로, 유럽은 새로운 산업이나 시장이 보이면 먼저 그 '표준(Standard)'이라는 헤게모니를 차지하려는 경향이 있다는 점을 잘 보여주는 움직임입니다.
BTC는 10,700~10,800$선에서 안정된 움직임을 보이고 있습니다. 하지만 지갑들 중 하나가 급격한 매집을 통해 45,000BTC 이상을 추가로 모은 정황이 관측되었습니다. 이 현상이 무엇을 의미하는지는 더 지켜보아야겠지만, 적어도 이번 하락장에서 누군가는 상당량의 BTC를 끌어모았다는데 대한 좋은 증거가 될 것이라 봅니다.
어제 포트폴리오 공개는 장기적인 제 방향이었습니다. BTC는 한동안 꾸준히 오름세를 보이리라 봅니다. 다만 저는 10번 이기고 1번 졌는데 모든 것을 잃는 트레이드가 아니라, 5번 이기고 4번 지더라도 꾸준히 자산을 늘려가는 트레이딩을 추구하기에 최대한 불확실성을 배제하겠다는 의미에서 큰 방향을 잡아가는 것이라고 이해해 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오늘은 시장이 고요해서인지, 딱히 다른 드릴 말씀이 없는 것 같습니다. 하지만 고요함 다음에 가장 큰 파도가 몰려옵니다. 그 파도를 잘 준비하실 수 있으시기를, 파도가 밀려올 때 흐름을 잘 타시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그 모든 결정의 순간마다,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기를 소망합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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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도와 중국, 전략의 차이(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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