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 그리고 비트코인] 6. 중동, Show me the Money!!!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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5. 인도와 중국, 전략의 차이 (2/2)

한때 타자는 클래시 오브 클랜이라는 모바일 게임을 한 적이 있었습니다. 9홀까지 올리고 벽칠에 지쳐 접었던 것 같은데, 그때 기억을 되살려 보면 딱 하나가 떠오릅니다. '아랍어가 보이면 도망가라' 후속작인 클래시 로얄과는 달리, 클래시 오브 클랜은 전략적인 면보다 P2WPay-To-Win, 과금한 사람이 이기는 구조에 좀 더 가깝습니다. 물론 과금을 따라잡을 수 있지만 마아아아아아아않은 시간과 엄청난 노오오오오오오오오오오력이 필요하죠.

배치별로 거의 정해진 카운터 빌드대로 병력만 부어넣으면 이기는 게임의 특성 상, 돈을 부어넣어서 병력 업그레이드를 더 빨리 하고, 건물을 더 빨리 업그레이드 하고, 벽을 튼튼히 만드는 사람이 더 유리합니다. 그리고 그런 플레이어들을 다수 보유한 길드가 길드 대전이라는 콘텐츠에서 압도적으로 유리할 수 밖에 없습니다.

뜬금없어보이긴 하지만, 이 기사를 보시면 왜 제가 이런 이야기를 하는지 감이 오시리라 믿습니다. 간략하게 번역하자면, 아랍 에밀레이트, 사우디 아라비아 등 중동 국가의 큰손들이 백만달러 이상 슈퍼하게 현질을 해서 랭킹을 쓸어담았다는 가십 뉴스인데요.


그 와중에 카타가나도 보입니다만, 거의 다 에밀레이트나 UAE가 적혀있죠

이런 모바일 게임에도 취향만 맞으면 돈을 거하게 때려박는 사람들이 바로 중동의 큰 손이라는걸 이야기하고 싶었습니다. 게임 뿐만이 아닙니다. 비행기를 탈 때 보면, 도착해서 승객들이 내리고도 한동안 우리는 탑승을 못합니다. 바로 다음 승객을 태우기 위한 주유, 정비 등의 작업을 하는데 이 때는 보딩을 할 수 없습니다, 보딩 시켜놓고 주유를 하는 엽기적인 회사도 있긴 하지만 기본적으로 기내 정비 중 승객들은 밖에서 대기 해야하죠.

그런데 LCC라 불리는 저가 항공사들은 보통 기내 정리를 15~20분만에 끝내버립니다. 이걸 퀵턴이라고 합니다. 더 빨리 더 많은 운행을 해서 운임을 벌어야 하기 때문에 파일럿과 크루들을 갈아넣어서라도 이런 짓을 하는거죠. 심지어 이런 퀵턴을 새벽까지 돌리기도 합니다.

특히 새벽에 항공기를 돌리기로 소문난 곳이 Scoot 항공인데, 우리나라 사람들이 대만 밤도깨비 여행을 위해 자주 쓰곤 합니다. 얘네들은 환불도 제대로 안해주고 기껏 해준다는게 기간제 마일리지로 환불금 일부를 채워주기만 하는 정말 나쁜놈들이지만 이건 여기서 할 말은 아니고... 여튼 Scoot 항공같은 새벽 비행기를 타려고 인천에서 멍때리고 있다 보면, 저 구석탱이에 있는 몇몇 불 꺼진 항공기를 볼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항공기는 십중팔구 에티하드, 에미레이트, 카타르 셋 중 하나입니다. 이 형들은 퀵턴 그런거 신경 안쓰십니다. "새벽에 비행기 돌려야 한다고? 그냥 자고 다음날 승객 받아 와~" 이러고 마십니다.

뭐 그거 외에도 소소하게 에어버스 A380을 한방에 140대(520억 유로) 질러버리신다거나, 지르고 나서 격납고가 모자라 안타까워하신다거나, 격납고를 추가로 더 지으신 뒤에 이번엔 '격납고를 좀 많이 지었나?'라고 하시며 보잉 777 150대(대당 4억 달러... 600억 달러네요.)를 한방에 더 지르시는 등 가히 엄청난 패기를 보여주십니다.


오죽했으면 이런 만평이 나올 정도겠습니까...-_-;

금 시장에서도 이 형님들은 살벌하십니다. 「황금」을 저술한 도시마 이쓰오 트레이더는, 스위스 은행 트레이딩 룸에 있었을 때의 일화를 소개하면서, 전화로 이야기를 받던 딜러가 외친 'ADIAAbu Dhabi Investment Authority, 아부다비 투자청다!' 한마디에 트레이딩 룸 전체가 조용한 침묵에 빠졌다고 술회합니다.

금 시장에서 이 형님들의 위상은 어마어마합니다. 우리가 코인 살 때를 생각해 봅시다. 스캘핑이나 스윙을 치시는 분들은 10원 가격대라도 더 떼겠다고(리플은 1원 단위로 떼죠) 아등바등하면서 거래를 하십니다. 그러면서 엄청 긴장하시고, 타이밍과 호가를 매번 신경쓰시죠.

그런데 이 형님들은 포스가 남다르십니다. "얼마치 사세요?" 하시면 "All yours(너 가진 것 다)"라고 하시고, "얼마치 파세요?" 하시면 "Your Amount(너 돈 있는 만큼)" 그러십니다. 이 형들이 시장가로 매수를 빠바박하고 긁으시면 금 가격이 몇 단위가 한방에 폭등하고, 매도하면 반대로 주우우우욱 하고 떨어집니다.

금 시장도 주식시장이랑 같이 매도를 하면 매수를 해 줄 사람이 있어야 되는데, 이미 시장가로 떨어지고 있는 상황에서 어중간한 가격에 매도 주문을 걸어봐야 누구 하나도 사주지 않죠. 가격은 더 떨어집니다. 패닉셀이 시작되는거죠. 딜러들의 멘탈이 탈탈 털리며 더 싼 가격에 손절 한 순간, 그 형들은 갑자기 180도 반전해서 바겐세일중인 금을 도로 다 긁어가십니다.


이 형이 BTC 다 던지겠다 했을때 우리 심정이 금 딜러들 심정이었을겁니다.

아부다비 투자청의 거래팀에는 사실 아랍인은 한명도 없습니다. 죄다 미국, 유럽 등의 투자은행에서 스카우트된 초일류 트레이더들이죠. 악마와 같은 트레이딩 스킬이 끝없이 쏟아져나오는 검은 황금과 결합한 순간, 시장의 초토화는 예고된거나 다름없죠. 수많은 왕자 중 하나가 큐 사인을 보내는 순간, 시장은 공포에 떨어야 합니다.

금 시장을 쑥대밭으로 만들고 다니던 이런 아랍 머니도 자산 규모가 천문학적으로 불어남에 따라 (ADIA만 1조 달러를 굴립니다.) 점점 더 많이 눈에 띄고, 견제를 받으면서 자산 운용이 얌전해졌습니다. 특히나 원유를 제외하면 중동 대부분의 국가는 각종 식량이나 금속 등의 전략물자를 다른 나라에 의존해야 하기 때문에, 잠재적 물자 수입국을 과도하게 건드리지 않으려는 정치적 의도 또한 있습니다.

외국 기업, 특히 영미 IB에 대한 출자나 해외 부동산 구입, 혹은 국채의 구입 등 중동 왕조 국가들이 보이는 모든 경제적 행동이 중동의 역학관계를 두고 다양한 시그널을 보낼 수 있기 때문에, 이들은 가급적 자산을 타 국가들에게 덜 튀어보이게 하는 범위 내에서 다양화를 진행하는 경향을 보입니다. 그 분산처 중 하나가 현물. 특히나 금인거죠.

또한 중동 지역의 문화적 특징 역시 금 선호도에 한 몫 거듭니다. 이슬람에서는 엄격하게 우상 숭배를 금합니다. 그 어떤 아브라함계 종교보다 심하죠. 심지어 십자가 같은 상징조차 만들지 않습니다. 물론 아무리 그래도 뭔가 알아볼만한 표식은 있어야 하기에 '알라'를 적은 아랍어나, 그 예언자인 무함마드의 달, 별과 같은 아이콘을 쓰긴 합니다만, 기본적으로는 그렇습니다.

그러면서 발생한 것이 아라베스크 양식인데, 거기에 이슬람 제국 시대와 오스만 제국을 거치며 쌓인 엄청난 황금이 결합하면서 독보적인 예술 장르로 발전했습니다. 거기다 이자 수익을 불로소득으로 간주하고 배척하는 이슬람에서는 금을 보유하는 것은 금이라는 예술성과 결합하여 개인에게 엄청난 장점이 되어버립니다.


에밀레이트 팰리스 아부 다비 호텔 로비입니다. 금빛으로 빛나죠

특히나, 서브프라임 모기지 당시 월가에서 유동성을 확보하기 위해 금을 대량으로 털어냈는데 중동 지역 일대 중앙 은행들은 콜을 외치며 금을 죄다 긁었습니다. 금 지금이 두바이로 몰리면서 본격적인 로코 두바이가 시작된 것이죠. 두바이는 금 거래의 또 다른 허브가 되었습니다.

물론 그 이전 오일쇼크때도 오일로 죄다 금을 사들여서 금 가격이 안드로메다로 가긴 했습니다만, 그건 왕족의 개인 거래일 뿐이고 본격적으로 중동 국가의 기금이 움직인 것과는 좀 다릅니다.

여튼, 그 와중에 엔저를 잡기 위해(1980년대), 그리고 양적 완화QE, Quantitative Easing를 통해(2008년) 꾸준히 약 달러를 유지한 미국의 달러 정책은 오일 가격의 하락을 낳았습니다. 이는 이제 더 이상 미국의 군대라는 족쇄 없이도 버틸 수 있을 정도로 발전한 중동 세력에게는 달러를 포기할 좋은 명분이 되었습니다. 유로 경제권에도, 위안 경제권에도, 달러 경제권에도 들어가고 싶지 않은 중동에게 좋은 수단이 된 셈이죠.

공표되지 않은 사우디의 금 보유량이 어마어마하게 많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 될 정도가 되었습니다. 분명 금 생산량과 수요량을 계산해보면, 남는 생산량이 있어야 되는데 이게 숫자가 안맞거든요. 많은 사람들은 이 불일치의 원흉을 아랍 왕족과 중국으로 보고 있습니다.


불에 타는 소비재를 위해 만들어진 수많은 달러들은... 어디 있을까요?

사실 오일머니는 위험한 유동성입니다. 원유를 전략 자원으로 비축하려고 달러를 뿌린 미국은, 당장은 편리하게 오일을 통제했다고 여겼지만 그 달러를 잔뜩 손에 쥔 중동의 왕족들은 다시 중남미에 투자하여 인플레이션을 유발, 외환위기를 일으키거나(국제금융센터 참고자료 바로가기), 오일쇼크로 스태그플레이션을 불러일으키고, 무기 상인들을 배불리기도 했습니다.

무한발행되는 달러의 문제는 한바퀴 세계를 돌아 중동 경제, 특히 원유 매장량이 거의 없는 두바이에 이르게 되면 점점 심각해집니다. 이란같이 극도로 미국과 반목하는 국가의 경우에도 탈 달러를 원하고 있지요.

최근 Qtum 체인을 기반으로 한 할랄코인이 반짝하고 스팀잇을 달군 적이 있습니다. 중국 개인의 투자 러시도, 유럽 기관의 러시도 무섭지만, 저는 진짜 무서운 세력은 바로 중동 세력이라 생각합니다. 정말로 손에 잡히는 현물 보유를 선호하는 이들이 암호화폐 세계로 얼마나 넘어올 지에 대해서 완벽한 전망을 내리긴 힘들지만, 할랄체인이 하나의 레퍼런스가 된다면 더 큰 움직임 역시 가능하리라 봅니다.

탈 달러가 가능하며, 원한다면 완전히 숨길 수도 있고(Dash 등으로), 이미 베네수엘라가 Petro ICO 프리세일을 크게 성공시킨 사례도 있는데다, 그 어떤 국가에도 영향을 받지 않는 통화이기 때문입니다. 굳이 BTC가 아니더라도 페트로나 할랄체인처럼 독자적인 체계를 만들고 많은 나라들에게 "꼬우면 너네들이 이거 사던가"라고 배를 쨀 수도 있는게 산유국의 특권 아니겠습니까(...)


아직까지 BTC 시장은 해빙되지 않고 불안정해 보입니다.

한편 BTC는 소량의 조정장을 겪고 있습니다. 덕분에 많은 알트코인들이 덩달아 피를 흘리고 있는 형국입니다. 다만 추세선을 따라 크게 벗어나지 않는 흐름을 보인다는 점과 거래량이 폭증하고 있지 않다는 점에서 의도적인 차트 그리기의 냄새가 강하게 느껴집니다.

스캘핑이나 스윙을 하시는 분들께는 이래저래 희열이, 장기 투자 하시는 분들께는 꽤 힘든 기간이 조금은 더 지속되리라 봅니다. 적어도 월말은 지나야 거래가 풀리지 않을까 싶네요. 뒤집어 말하자면 그때까진 꾸준히 사서 모아두는것만으로도 우리가 할 일은 충분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합니다.

어제 산 가격보다 오늘 확 오르지 않았다고 낙담마시고, 내가 산 코인이 남이 산 코인보다 빨리 오르지 않는다고 조급해 하지 마시길 바랍니다. 조급함은 공포를 낳고, 공포는 다시 어리석은 결정을 낳습니다. 그렇기에 저는 거래를 하는데 있어서 늦어도 좋으니 최소 하루 정도는 푹 쉬면서 생각을 가다듬고 하시길 추천드립니다. 지금 10, 20원 떼기 하겠다고 스트레스 받다가 소탐대실할 가능성이 너무나 크기 때문이죠.

그런 투자의, 투기의 길에. 함께 걸어 나가는 어두운 숲 속에. 발걸음을 내 디딜 때마다 느껴지는 공포에 지지 않을 용기를 기원합니다. 그리고 갈림길 앞에서 선택을 해야 할 때, 여러분 모두에게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깃드시기를 바랍니다.

좋은 밤 되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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7. 러시아, 아직 죽지 않은 불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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