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글 바로가기
[화폐와 인플레이션] 6) Let It Be Again? 자유주의의 재림
조금 슬픈 기사로 시작하겠습니다. "빠듯해진 가계 형편, 12월 소비자심리 석달만에 하락" 이라는 기사가 뉴시스를 통해 나왔습니다.
장바구니 물가는 꾸준히 올라오던 가운데, FOMC의 금리 인상에 맞추어 은행 및 금융권에서 덩달아 그 이상의 금리 인상을 해 오기 시작한거죠. 정부 차원에서 정책적으로 증가시킨 가계대출이 점점 심화되고 있는 모양새입니다. 굉장히 위험한 신호에요.
대부분의 자산 형성이 대출을 통한 부동산 거래인 현 한국에서 이런 이율 증가는 많은 악순환을 일으킬 수 있습니다. 물론 이율 자체의 반영폭은 크지 않고 점진적으로 올라가지만, 이것이 문제를 일으킬 수 있는 사유는 크게 3가지입니다.
한국 금융회사들의 과도한 인상폭 : 실제 현대 캐피탈같은 경우 FOMC가 0.25%씩 올린데 대해 담보대출 금리를 1~2% 이상 올린 걸 보면 자명하죠. 소량의 증가가 실제 소비자들에겐 엄청나게 다가올 수 있습니다. 특히 이 문제는, 2번 문제와 결합하면 더더욱 큰 문제가 됩니다.
현재 과도하게 자리잡고 있는 가계부채 : 대부분이 부동산으로 들어간, 그리고 생활자금 등으로 더욱 심각해진 가계부채는 이율의 증가에 극심한 타격을 받습니다. 이는 전체 소득에서 차지하는 채무 혹은 이자상환의 비율을 높이기 때문에, 실질 가계 구매력을 결정적으로 깎아내리는 원인이 됩니다. 정말로 빚 내서 학교다니고 빚 내서 집 사라고 한 사람은 저잣거리에 효수해야해요... -_-
마지막으로 문제가 되는 것은 1과 2로 인한 실질 소득 감소와 인플레이션이 결합될 경우, 구매력은 더욱 줄어들 것이라고 봐야한다는 것입니다. 기대인플레이션은 2.5%로 유지되고 있는데요, 공공요금과 농축수산물이 각각 45%, 34% 정도라는 점에서 장바구니 물가에 대한 타격 역시 우려됩니다.
이런 신호들은 결국 '경기부양을 위해서는 정부지출이 필요하다'는 케인스주의의 대명제에 대한 도전이라고도 볼 수 있을 것 같습니다. "국가의 경제정책이나 개입이 더 이상 하나의 국가에만 영향을 주지 않고, 다양한 국가들에 다양한 형태로 영향을 주기 때문에 섣부른 경기 개입은 위험할 수 있다"라는 말로 정리될 수 있을텐데요.
오늘은 지난 번 @ClayOp님과 @Granturismo님께서 댓글로 이야기 해주셨던 오스트리아 학파와 이들이 생각하는 경제 정책에 대한 이야길 간단히 해 보려 합니다. 대표적으로 우리 코이너들에게 유명한 오스트리아 학파의 신봉자는 로저 비어가 있죠. 오스트리아 학파의 모든 이론을 다 짚고 넘어가는건 길기도 길고, 복잡하기도 복잡하기에 간략하게만 정리하겠습니다.
지금까지 각국 정부는 통화량과 이율을 통해 실업률과 경제성장을 조절해 왔고, 그러한 조절을 통해 경제의 안정기를 만들었습니다. 적어도 90년대 초반까지는요. 그러나, 글로벌 금융위기들이 터지면서 그런 통화 정책들은 결국 예측하지 못한 인플레이션을 낳고 물가 외 다양한 경제 지표에 영향을 주는 것을 확인하게 되었습니다.
로저 비어를 위시한 오스트리아 학파는 이러한 정부 개입, 특히 통화량 등을 통한 인플레이션 조절에 대한 정책 실수는 시장을 붕괴시키고 나쁜 결과를 낳는다고 봅니다. 이들은 극단적인 시장 중심주의이자, '합리적 결정을 내린다'는 기존 경제학 이론의 '경제 주체'에 대한 가정 역시 의미가 없다고 봅니다. 개인들은 철저히 다양한 생각에 따라 움직이며, 특정한 모델로 계량화 할 수 없다고 본 것입니다.
Theorem 7.
통화량과 인플레이션율 사이에는 일정한 상관관계가 있다. 지금까지 이러한 상관관계는 장기적으로만 파악할 수 있었고, 물가에만 나타나는 것이 아니었을지만 모르지만 말이다.
물론 오스트리아 학파 내에서도 비트코인에 대해 찬반이 격렬하게 나뉘는 것은 사실입니다 .하지만 이들이 공통적으로 동의하는 것은 화폐는 그 자체가 '재화'라는 것이죠.
그렇기 때문에 화폐의 수요와 공급은 시장에 의해 조절되어야 하고 정부가 과도한 공급 (화폐 발행)을 시행하게 되면, 화폐의 가치가 내려가기 때문에 시장이 갖는 자연스러운 자원 조절의 역할이 깨어진다고 보는거죠.
그들은 화폐의 인위적 증가(발행)는 화폐의 가치를 하락시키기 때문에, 구매력을 불안하게 만들고 가짜 호황을 자극한다고 주장합니다. 화폐의 가치가 떨어진다면, 1온스의 금을 사는데 종래 100$가 필요했다면, 150$이 필요할 수도, 200$이 필요할 수도 있게 되는거죠. 이것이 바로 다음 포스팅에서 설명할 '자산 인플레이션'입니다.
비트코인이 그렇다면 왜 이들에게 답안 중 하나가 될 수 있는 걸까요? 바로 공급이 한정된 재화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하이에크의 주장처럼 경쟁적인 통화(알트코인 들)가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또 정부에 의해 독점적으로 발행되지 않으며, 각각의 가치를 갖고 상품처럼 작동하기 때문입니다.
이런 암호화폐들이 정말로 기존의 경제 체제를 완전히 바꿀 수 있을 것이라고 판단하는 것은 지금은 많이 이른 고민이겠지만, 적어도 그가 암호화폐가 미래라고 주장하는데는 이런 이유가 있다고 생각할 수 있습니다. 더 찍어내건, 덜 찍어내건, 정부의 모든 통화 조절 정책은 인플레이션을 비롯한 예상치 못한 사이드 이펙트(Side Effect, 부가 효과)로 인해 실패만을 거듭해왔다는거죠.
물론, 이들의 주장이 100% 옳다고 볼 수는 없습니다. 이들이 주장하는 대표적인 내용 중 하나인 최저임금제도의 제거, 복지 시스템의 축소 등은 자칫 사회의 안전망으로 작용하는 기반 자체를 무너트릴 위험 역시 존재합니다. 특히나 실업이나 복지에 대한 수술은 표를 얻는 대중 정치인들에게는 굉장히 리스키한 요소가 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저성장, 심하게는 제로 성장에 대비할 필요 역시 분명히 존재합니다. 언제까지 과거처럼 돈을 풀고 그 돈으로 새로이 재투자하고 화폐에 의한 경제 규모를 늘려가면 실물 경제 규모가 따라오기 때문에 문제가 없다고 할 수 없습니다. 낙수 효과 역시 의미가 퇴색한지 오래고요.
우리는 이제 다시 한번 출발선에 서서 고민을 할 때가 왔습니다. 자산 인플레이션이 무엇인지, 어느 자산에 어떻게 투자를 해야 할지, 그 이전에 정말로 우리가 투자나 저축을 하는 것이 옳은 행동인지, 그리고 왜 그렇게 해야 하는지를 말이죠. 남은 세 차례의 글에서, 대규모의 21세기형 경제위기와 자산 인플레이션, 그리고 투자의 방법론에 대해 기술해보기로 하겠습니다.
한국 프리미엄이 유지되는 추세긴 하지만, BTC를 중심으로 한 해외 시장은 회복세를 보이고 있습니다. 중국 자본이 빠져나가면 프리미엄이 급격히 줄어들어 자산 감소 효과가 나타날 수 있겠지만, 이번 한 주동안 거쳐 온 어둠의 끝이 보일 것 같은 분위기입니다.
저는 BTC가 충분히 상승반영되었다고 보기에, BTC의 다음 타자로 상승 영향을 받을 수 있는 BCH, LTC에 각각 0.4:0.2 정도의 투자를 했습니다. 그리고 남은 0.4중 일부는 APPICS Presale에 참여했고, 일부는 Steem Power의 형태로 보관하기로 했습니다. 포트폴리오에서 BTC를 배제한거죠. BCH:LTC:Steem:Appics의 형태가 되었습니다.
이 결정이 맞을지 틀릴지는 시간이 증명해주겠죠. 하지만 만약 우지한측이, 혹은 S9이상의 마이너가 나와서 Segwit 노드가 증가한다면 BCH를 전액 BTC로 옮길 생각 역시 있습니다. 라이트닝 네트워크가 가져다 줄 파괴력이 훨씬 더 크다고 보기 때문입니다.
12월 연휴가 끝나고, 본격적인 1월장이 열리면 암호화폐 시장이, 그리고 우리의 희망도 더욱 빛나게 되기를 희망합니다. 그리고 그 시장에 포함된, 시장을 바라보는 모든 분께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기도드리겠습니다.
다음 글 바로가기
[화폐와 인플레이션] 8) 금융위기, 박복되는 악몽(Financial Crisis, Recurring Nightmare)