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인플레이션] 8) 금융위기, 박복되는 악몽(Financial Crisis, Recurring Nightmar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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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인플레이션] 7) 더 찍어낼 것인가? 덜 찍어낼 것인가?

제목에 오타가 있는 것 같다면, 일반인들이실거고. 제목을 보고 피식하고 웃으신다면 틀림없이 매직 더 거덜링을 하셨던 분들이실겁니다(-_-)


매직 더 개더링 카드 'Recurring Nightmare'는 '박복되는 악몽'으로 오타난 채 발매되었죠

어제 발표된 거래소 규제안으로 인해 시장엔 찬물이 끼얹어졌습니다. 앞으로도 그럴 것입니다. 비단 한국 뿐 아니라 세계의 각 국 정부는 과세 등을 통한 카드를 통해 필사적으로 암호화폐에 대한 도전을 할 것입니다. 저는 지난 글에서 BTC는 제도화 이후 더 피흘리는 싸움을 해야 할 것이라고 전망한 바 있습니다.

그것은 나카모토 사토시가 꿈꾸었던 탈중앙화된 거래가능 재화라는 개념 자체 때문입니다. BTC를 비롯한 암호화폐가 화폐로 기동하게 되는 순간, 국가의 통화정책이 갖는 역할은 약해질 수 밖에 없습니다. 지난 포스팅에서 언급했던, 그리고 그들이 금과옥조로 믿고 있는 '케인즈 철학'이 망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기본적으로 공무원 집단인 정부는 변화를 두려워합니다. 그 변화의 끝에 무엇이 있는지 모르기 때문이요, 그 변화로 인한 책임을 져야 하기 때문이요, 그 책임은 유권자들의 심판이란 형태로 다가오기 때문입니다. 그렇기에 무엇이 옳은지, 무엇이 그른지에 대한 원론적인 판단 없이 움직일 때 또한 많습니다.

하지만 그런 규제 드라이브가 언제까지 이어질지, BTC를 비롯한 암호화폐가 언제까지 생존할지에 대해서는 아직 누구도 판단할 수 없는 상황입니다. 그저 하루하루 촉각을 곤두세우고, 끊임없이 궁구하고 판단하고 고민해야겠죠.

오늘은 그런 정부의 움직임과 금융정책이 만들어낸 실패와 그 파급효과에 대해 생각을 해보려 합니다. 바로 2000년 이후 나타난 반복적인 금융위기와 각국 정부의 구시대적 대응입니다. 이 점을 이해해야 지금의 규제라는 움직임의 근거에 있는 드라이브를 정확하게 판단하고, 앞으로 우리가 내려가야 할 선택들에 대해 방향을 정할 수 있습니다.

지금까지 저는, 국가가 부채를 해소하거나 의도적인 경기부양을 위해 의도적으로 화폐를 발급하여 발생한 인플레이션은 항상 위정자들이 생각하지 않았던 부가효과(Side-Effect)를 발생시켰고, 이는 단기적으로는 일반 국민들의 구매력 하락으로 나타났으며, 장기적으로는 화폐가 가져야 할 신뢰라는 시스템의 한 축을 망가트리는 결과로 이어졌다고 말한 바 있습니다.

Theorem 8.

2000년부터 금융위기 발생과 통화 대량 투입 주기가 반복적으로 나타났다. 통화량 급증은 위기를 극복하기 위한 방안이었지만, 다음 위기를 예고한 신호탄과 다름없었다.

2016년 6월 14일의 일입니다. 서프프라임 모기지 사태로 인한 금융위기가 잦아들었다고 생각했을 무렵 조용하지만 청천벽력같은 소식이 전해집니다. 바로 독일 역사상, 최초로 10년 만기 국채 수익률이 마이너스를 기록했다는 소식 말입니다. 한 마디로, 독일에 돈을 빌려주면 손해란 소리죠. EU의 경제적 수장 역할을 하고 있는 독일이요? 언뜻 봐서는 도저히 믿어지지 않는 소식입니다.

이 일을 이해하려면, 시간을 조금 거슬러 올라갈 필요가 있습니다. 지난 글에서, 오일쇼크를 지난 90년 초반대에는 다시 국제적 안정기가 찾아왔다고 한 바 있습니다. 하지만 그 안정기야 말로 쓰나미가 몰려오기 전 잠시 파도가 고요해지는 시기였을 뿐이었던거죠. 독일의 국채 사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합니다.

학계에서는 금융 위기의 원인을 다양하게 꼽습니다. 세계의 화약고로 불리는 중동 지방의 분쟁으로 인한 국제 유가의 변동, 조지 소로스로 대표되는 각종 헷지 펀드들이 경제적 펀더멘털이 약한 국가 (ex. 태국의 바트화 공격으로 시작된 한국의 IMF 사태)에 가한 과도한 수익실현으로 인한 도미노 효과도 있고, 혹은 각종 내전이나 쿠데타와 같은 정치적 격변, 그리고 지나고 나면 당연했지만 지나기 전까지만 해도 아무도 몰랐던 블랙 스완(ex. 서브프라임 모기지 크라이시스) 들과 같은 원인들 말이죠.

그러나 그 근본은 모두 하나의 이유로 귀결됩니다. 화폐가 과잉 공급되거나 화폐를 담보해줄 신뢰망이 무너져서 화폐의 두 축 중 하나인 신뢰성이 망가진 것에서 출발하게 됩니다. 그렇다면 경제 시스템에 화폐가 대량으로 공급된다고 가정하면, 대체 어떤 일이 발생하게 되는걸까요?

케인지언과 시카고 주의자들의 시각 차이가 여기서 나타나게 됩니다.

케인지언 : "통화량이 증가하면 국민들의 수중에 돈이 더 많이 쥐어진다. 그러면 국민들은 이 돈을 저축할 것이고 이 자금은 기업에 더 많은 투자로 작용할 것이다. 대출이자만 완화하면 경기는 활기를 띄게 될 것이다.

시카고학파 : "통화량의 증가는 물가만 상승시킬 뿐이다."

결론적으로 말하자면 누구의 말도 맞지 않았습니다. 80년대 후반부터 통화량은 급격히 증가했으나, 인플레이션은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고, 인플레이션도 잡히지 않았습니다. 무엇이 문제였을까요? 다시 독일로 돌아가봅시다.

1997년, 독일은 코스닥과 비슷한 개념의 첨단 기술주 중심의 주식 시장인 노이어 마르크트(Neuer Markt)를 출범시킵니다. 전 세계 인터넷 광풍에 힘입어 이 노이어 마르크트 지표는 엄청나게 올라가다가, 갑자기 이유없이 폭락했습니다. 결국 이 노이어 마르크트는 폐쇄됩니다. 원래 아무것도 없었던 것처럼요. 남은건 주식을 비싸게 샀다가 손해만 본 개미들이었죠.

2000년의 독일 사태, 2007년의 스페인 금융 위기, 2008년의 리먼 브라더스 파산 사태로 인한 그리스의 디폴트 선언. 이 전혀 다른 것 같은 세 가지 사건에는 한 가지 공통점이 있습니다. 바로 자산 인플레이션입니다. 통화량이 증가했는데, 이 돈들이 재화나 용역에 투자되지 않은 채 금융자산에만 집중적으로 투자된 것입니다. 금융자산은 한정되어 있고, 당연하게도 그 가치는 폭발적으로 증가할 수 밖에 없겠죠.

경기가 좋아서 주식이 오른 것이 아니라, 돈이 빠져나갈 곳이 없었기 때문에 주식이 오른 것입니다.

Theorem 9.

인플레이션은 물가에만 반영되는 것이 아니다. 자산과 유가증권의 가격, 심지어는 금융자산에 이르기까지, 이 상승하는 자산 인플레이션도 동시에 발생한다.

그 주식, 채권, 부동산과 같은 리스크가 큰 자산시장이 붕괴된다면? 국가는 중앙은행에 도움을 청할 수 밖에 없게 됩니다. 그리고 지금까지 그렇게 해 왔습니다. 리먼 브라더스가 파산할 때에도, 스페인이 무력해질때도, 독일 증시가 토막이 날 때도, 심지어 한국의 경제가 기침을 할 때도, 어김없이 각국의 중앙은행이 구원투수로 등판해 왔습니다.

부채 위기, 부동산 위기, 통화 위기, 수요 붕괴 등 각종 금융 위기가 발생할 때 마다 중앙은행은 '양적 완화'라는 이름의 거짓말로 국가의 부채를 사들이는 대신 돈을 더 풀어버렸습니다. 경기 자체를 후퇴시킬 수 있는 디플레이션이 너무 무서우니, 돈을 풀어서 해결하자는 굉장히 안일한 생각이었죠.

그 결과는 어떻게 되었을까요? 2017년, 왜 BTC를 비롯한 '자산'취급을 받는 암호화폐가 급성장했을까요? 왜 금리는 거의 변동이 없었을까요? 중앙은행들이 채권의 형태로 먹어치운 국가의 부채들은 죄다 어디에 숨어 있을까요? 국가는 그러면서도 왜 경제가 성장한다고 외치고 있을까요?

정답은 하나입니다. 양적 완화의 부작용이죠. 그리고 엄청나게 시장에 풀린 자금들이 갈 곳을 잃은 것입니다. 그리고 앞서 글에서 말했던 것 처럼, 이 사태들이 큰 위기로 다가오는 순간, 피해자들의 대부분은 언제나 소시민이 될 수 밖에 없습니다. 현금의 위기가 다가올 때에 자산이 없었던 사람들이죠. 대부분의 우리 모습입니다. 월급에 삶을 걸어야 하는 사람들 말이죠.

화폐의 광기와 정치인의 광기는 항상 같이 움직여 왔습니다. 우리는 이 흐름을 깨고 우리의 경제적 자유를 위한 자산이 무엇일지를 고민하고, 그 자산에 어떻게 투자 할지를 고민하며, 어떻게 불안정한 시스템인 화폐 경제 시스템과 최대한 잘 공존해 나가야 할지를 고민해야 할 것입니다.

국제 사회를 견인해온 '성장'이라는 그림자는 점점 걷혀나가고 있습니다. 그리고 이 포스팅도 최종장을 향해 달려가고 있습니다. 저금리를 넘어선 제로 금리, 저성장을 넘어선 제로 성장이라는 새로운 미래가 눈앞에 어른거리는 지금, 우리가 경제적 자유를 위해 해 나가야 할, 경제적 자유를 위해 할 수 있는 것이 무엇이고, 어떻게 해야 할지를 다음 포스팅에서 마지막으로 정리하도록 하겠습니다.

시장이 과열되어 너무 오를 때나 너무 내릴 때는, 공포가 이성을 마비시킵니다. 그럴 때야 말로 잠시 차트에서 눈을 떼고 스스로의 판단을 다시 벼려야 할 것입니다. 날이 잘 선 이성과 결단으로 정확한 결정을 내리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그 결정의 때에, 항상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간절히 기도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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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인플레이션] 9) 이자의 역습, 투자의 귀환 (The Interest Strikes Back, And Return of the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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