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폐와 인플레이션] 9) 이자의 역습, 투자의 귀환 (The Interest Strikes Back, And Return of the Investmen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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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인플레이션] 8) 금융위기, 박복되는 악몽(Financial Crisis, Recurring Nightmare)

이자를 싫어하는 사람은 없습니다. 특히나 자신이 채무자가 아닌 예금자나 채권자의 입장에서는 더욱 그렇죠. 돈이 돈을 낳는다니, 그 어찌 행복하지 않을 수 있겠습니까. 이자라는 것은 예수님까지도 '약속'이자 '지켜야 할 것'으로 보았을 정도니까요.

물론 예수님은 자신이 죄 지은 인간들의 죄를 사하는 것 처럼, 채권자들에게도 채무를 사할 수 있겠느냐고 하셨기 때문에 조금 다른 이야기긴 합니다만... 본질적으로 인간이 경제 시스템을 돌리면서 돈을 빌리고, 그에 대한 리스크를 피하기 위해 추가적인 돈을 더 받았던 '이자'라는 제도는 꽤나 예전부터 존재했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하지만 이에 대한 반발 역시 있었습니다. 아리스토텔레스는 '이자는 돈이 돈을 낳는 것'이기 때문에 자연법칙에 거스르는 것이라고 보았고, 토마스 아퀴나스는 이자를 금지하는 교회법을 만들었을 정도였습니다. 마르틴 루터는 거기에 한 술 더 떠서, 이자를 받는 사람들을 도둑, 강도, 살인자에 비유하기도 했습니다. 자본론Das Capital로 유명한 카를 마르크스 역시 이자에 대해 매우 불합리하다는 입장을 보였습니다.

Theorem 10.

지금까지 국가는 인플레이션을 조장해 부채를 없애려고 해 왔다. 따라서 인플레이션의 종말이 예상된다는 주장은 타당성이 떨어진다.


이런 꿈같은 이자율은 이제 더 이상 없습니다.

마르크스가 옳았던 것일까요? 이자율은 점점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은행정기 예금은 1961년 30.0%에서 1984년 9.0%, 2000년엔 7.1%, 2012년엔 4.0%, 그리고 지금은 2% 수준으로 내려왔습니다. 일부 국가의 금리는 0%, 심지어는 마이너스 금리까지 나타났죠.

이런 원인에 대해 벤 버냉키는 '세계적 저축 과잉'을 이유로 꼽았고, 일부 전문가들은 '구조적 장기 침체'에 있다고 보았으며, 2000년대 발생한 세계적 금융 위기들을 이유로 꼽는 사람도 있었습니다. 공통적인 것은, 은행들과 기업이 리스크를 피하고 안정성 있는 투자로 방향을 전환했다는 거죠. 하지만 그 원흉은 각국 중앙은행의 금융정책이라 보는 것이 맞을 것입니다.

그렇다면 이런 제로 금리 시대에 우리는 무엇을 하고 어떻게 해야 할까요? 한가지 분명한 것은, 경제 리스크가 더욱 심해 질 것이라는 것입니다. 정치인들은 디플레이션과 경제 침체를 우려해서 국가 지출을 늘려만 왔습니다. 당장 수출액이 늘어나는 것 같고, 국민 총생산이 늘어나는 것 처럼 보이거든요. 이런 숫자가 높아질 수록 자랑하고 선전할 것도 많아집니다.

하지만 대량으로 화폐를 공급하는데, 부작용이 생기지 않는 것이 더 이상한 일이 아닐까요? 한번 생각해봅시다. 우리가 월급봉투를 받으면 가장 먼저 "퍼가요~"를 외치는 연금과 어찌 되건 하나는 들어놔야 한다고 곳곳에서 외치는 보험부터말이죠.


연금, 과연 우리가 받을 때 얼마만큼의 가치를 지닐까요?

금리가 하락하게 되면, 대출은 점점 쉬워지고 매력적으로 다가오는 한편 저축은 메리트가 사라집니다. 단순히 이것만 문제가 되는 것이 아닙니다. 생명 보험 역시 이자 수준이 내려오기 시작했습니다. 고객에게 고금리를 보장하기 위해 유가증권이나 자산을 전환하거나 재평가 하는 얄팍한 꼼수를 썼지만, 신규 고객들은 들어오지 않았죠.

기존 고객 역시 문제가 됩니다. 높은 이자율로 고금리 보장을 약속받았지만, 더 이상 수익이 생기지 않으니 보험사들은 자기 자본을 까먹을 수 밖에 없게 되었죠. 그렇게 되자 금감원은 이자 수익으로 줘야 할 금액을 예치금으로 남겨둘 것을 요청했습니다. 돈을 따로 남겨둘 것을 요구한것이죠. 그러자 보험사가 재정난에 빠지게 되었습니다. 건강보험도 마찬가지입니다.

보험 뿐일까요? 철썩같이 믿고있는 연금 또한 마찬가지입니다.

이율이 내려가면서 더 많은 충당금을 예치해야하고, 직원에게 더 많은 돈을 요구하게 되죠. 수익도 자기자본 비율도 모두 떨어지게 됩니다. 주택청약부금요? 마찬가지입니다. 저축 및 대부 이자를 통해 돌아가던 모든 시스템이 경색에 빠지게 됩니다.

지금까지 은행들이 땅 짚고 헤엄치던 시대가 끝난거죠. 은행들은 3-6-3 정책이란 것을 따라 왔습니다. 3% 이자를 고객에게 지급하고 (은행이 고객에게 돈을 빌리고), 6% 이자로 고객에게 빌려주며, 남은 3%를 자기들이 먹어왔습니다.

저금리로 인해 보험도, 예금(을 비롯한 은행)도, 연금도 모두 고통을 겪게 된 것입니다. 그렇다고 급격히 금리를 올리게 되면 그동안 꾸준히 돈을 풀어서 떠넘겼던 국채가 더더욱 큰 고통으로 다가옵니다. 채권 이율보다 금리가 올라가게 되면, 채권의 투매가 발생하고 누구도 국채를 사지 않으려 하겠죠. 국가의 경제 시스템 자체가 흔들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문제는 현재 국가 주도의 경제 운영 자체가 갖는 구조적 위험으로 인해 발생하는 자연스러운 현상입니다. 인플레이션으로 인한 화폐가치 하락은 모두에게, 누구에게나 해당받는 일이죠. 빗겨간다는 건 거의 불가능합니다. 이 상황을 어떻게 헤쳐나가는 것이 옳은 길일까요?


이딴 소리 하면 일단 조낸 맞아야죠

결국 우리는 단순한 은행 저축 이자를 벗어나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하지만 부동산, 주식과 같은 자산을 구매하자니 이미 자산 인플레이션이 나타나버리고 있는 지금 리스크를 이중으로 떠안아야 하지요. 골디락스 시나리오(골디락스라는 소녀가 숲속을 헤매다 찾아 들어간 곰 세마리의 집에서, 아빠곰과 엄마곰의 죽과 침대, 의자는 모두 불편했고 아기곰의 의자, 죽, 침대는 딱 적당했다는 이야기에서 나온 단어입니다. 딱 적당한 상태를 의미하지요)는 더 이상 없습니다.

우리가 투자로 인한 수익이 별로 없는 상태에서, 인플레이션이 커져서 생활 물가의 상승폭이 수익률을 초월할 경우 더더욱 큰 파국을 맞을 수 밖에 없습니다. 결국은 지혜롭게 투자해야 한다는, 투자를 통해서 최대한 이익을 보아야 한다는 단순한 답변밖에 나오지 않습니다. 그렇게 하기 위해선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단순한 고점에 팔고 저점에 산다라는 말도 안되는 이론적 개소리는 집어치웁시다. 그걸 알면 우린 신이에요. -_-;

자산을 배분하기 전, 우리는 각 자산들이 가지는 속성을 하나의 삼각형으로 만든 '마법의 삼각형'을 알아야 합니다.

바로 안정성, 유동성, 수익성이죠. 안정성은 재산을 일정한 한계치 이하로 내려가지 않게 하는 브레이크 역할을 합니다. 비교적 가치가 변하지 않는 자산들이 주로 이런 속성을 크게 갖습니다. 이런 안정성은 두번째 기준인 수익성과는 배치됩니다. 수익은 투입된 자본에 대한 이익금을 말하는데요. 시세차익이나 매도차익, 이자, 배당금, 임대료 등이 될 것입니다.

마지막 기준은 유동성입니다. 삼성전자 주식은 장만 열려있다면 시장가에 던지는 즉시 팔릴것입니다. 그러나 집 구석에 있는 골동품이나 그림은 현금화하기에 굉장히 오랜 시간이 걸리겠죠. 암호화폐 시장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BTC는 굉장히 빠른 속도로 현금화가 가능하지만, ICO 진행중인 토큰은 저평가되거나 상장조차 되지 않은 경우 현금화하기 거의 불가능할 정도니까요.

이러한 기준으로 자산들을 본다면, 부동산은 비교적 안정성이 높은 자산으로 알려져 있습니다만 부동산의 특징상 모든 부동산은 유일물이기 때문에 안정성이 항상 보장된다고는 볼 수 없습니다. 또한 주식에 비해 수익률 예측은 쉬운편이지만 유동성 면에서 크게 경색될 가능성이 큽니다.

주식은 어떨까요? 장기적으로 투자하면 일반적으로 리스크가 줄어듭니다. 10년 투자 시 리스크는 80%가 감소하고, 20년 투자 시 리스크는 90%가 감소합니다. 수익률 역시 지난 수십년간 8% 이상의 수익률을 기록해 왔고, 경기가 후퇴한다고 해도 총 5%정도로 매력적입니다. 그렇다면 유동성은 어떨까요? 큰 종목들은 비교적 빨리 거래되어 현금화가 쉬울 것이고, 그렇지 않은 장외종목들은 힘들겠지요.

금은 어떨까요? 금은 보통 최고의 안전자산으로 취급받지만, 실제 금에 대한 투자비중 자체는 높지 않습니다. 2016년에 조사된 독일 통계에 따르면, 총 자산 대비 금에 투자한 자산은 약 7% 정도밖에 되지 않습니다. 안전하다고 생각한데 비해서 접근성 자체는 좋지 못하네요.

위에서 말한 3가지 축을 적용해볼까요? 금은 리스크가 높기 때문에 안정성 측면에선 매력적이지 못하지만, 유동성은 꽤나 높은 편입니다. 수익성은 어떨까요? 금은 공업 수요, 보석산업 수요, 달러 시세, 중앙 은행의 투기 등 다양한 변동요인으로 인해 변동이 잦고, 변동 폭 역시 큰 편입니다. 금에 투자하기 위해서는 장기간 느긋하게 기다릴 줄 알아야 할 것입니다. 주식처럼, 기간이 길어지면 리스크가 줄어드는 현상을 보이기 때문이죠.

특히나 재난 상황에서 금은 그 모든 것을 우선시 할 교환물이 될 수 있다는 점에서 또 하나의 장점이 될 수 있습니다.

암호화폐 역시 비슷합니다. 주식을 압축하고 금의 변동성을 몇배로 부풀렸으며 그 거래를 실시간으로 24시간 운용하는 시장이 암호화폐 시장이라고 보셔도 될 것입니다. 장이 끝없이 순환하고, 비교적 중심에 가까운 5대 암호화폐가 있으며, 장외종목들이 수익을 주는 대신 리스크하다는 점에서요.

우리는 주식이든 암호화폐든 핵심Core 자산군에는 BTC, BCH, LTC를 비롯한 안정 자산을 배치하고, 위성Satelite 자산군에는 각종 Alt(Steem, EOS 등)를 배치해야 한다는 것을 쉽게 떠올릴 수 있게 됩니다.

이런 투자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무엇일까요? 바로 전략입니다. 손자병법과 오자병법에서 말하는 그 전략 말이죠. 자신의 소중한 자금을 어디에 어떻게 분배할지에 대한 자산배분Portfolio을 자신만의 대 전략하에 주도적으로 꾸려나가는 것이 가장 중요할 것입니다.

야구팀이 승리를 거두기 위해선 4번 타자만 있어서는 안됩니다. 선발투수부터 마무리 투수까지, 강타자들과 발이 빠른 타자들이, 튼튼한 수비를 책임질 포수까지 모두 각자의 위치에서 조화롭게 스스로의 역할을 다 해야합니다. 투자도 마찬가지입니다. 개별적인 수익률이 아니라, 주식, 채권, 부동산, 암호화폐에 이르기까지 조화로운 배분을 하는 것이 가장 중요합니다.

투수와 포수, 배터리는 단단함을 책임집니다. 리스크가 적은 채권이나 단기투자와 같은 요소가 되겠지요. 키스톤 콤비(유격수-2루수)는 빠른 발로 출루하고, 강력한 타구를 막아내서 내야 플레이를 만들어 내야 합니다. 넓은 수비범위가 필요하죠. 수익률이 비교적 적당히 높고, 변동 추이가 높은 종목이 바로 키스톤 콤비의 역할일 것입니다. 안정적인 대기업의 주식, 암호화폐로 치면 BTC가 이에 해당할 수 있을 것입니다.

그리고 팀의 공격을 책임 질 클린업 트리오는 리스크를 감수하고서라도 큰 스윙을 해야 합니다. 자기 스윙을 할 줄 아는 종목들을 골라 자신의 포트폴리오에 편입해야겠죠. PER이 높지만 시장가가 낮게 형성된 기업의 주식이나, 암호화폐로 따지면 ICO 참가등이 있을것입니다. 물론 미래가 있는 ICO에 참가해야죠. 사기꾼들의 ICO에 자신의 4번 타자를 넘겨줄 순 없지 않겠습니까?


전 APPICS가 이승엽 같은 강타자가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이 모든 포트폴리오 구성에는 일전에 제가 포스팅을 통해 언급했던 상관관계에 따른 포트폴리오 구성이 굉장히 중요하게 작용합니다. 자신의 재산을 적당히 나누어야죠. 4번 타자 한 사람에 팀에서 쓸 수 있는 모든 돈을 몰빵해버리면 투수나 수비수들, 그리고 다른 타자들은 허약해 질 수 밖에 없겠죠?

이런 포트폴리오 구성에서 가장 간단한 방법 중 하나는 '바퀴벌레 구성'입니다. 프랑스 금융 그룹 소시에테 제네랄Societe Generale의 전략가 딜런 그라이스Dylan Grice가 제안한 방법입니다. 주식에 1/4, 금에 1/4, 국채에 1/4, 은행 계좌에 현금의 형태로 1/4를 보관하는 방법입니다.

단순히 자기 재산을 1/n로 나누어서 각각의 종목에 보관하는 것은 굉장히 단순해 보입니다. 말도 안되는 것 같지만 수많은 전문가들이 만든 모델과 이 모델은 수익에 큰 차이가 없었습니다. 암호화폐로 예를 들자면 BTC, BCH, Dash, LTC 등등 몇 가지에 모두 1/n씩 투자하는 것과 같겠네요. 물론 암호화폐에만 자산을 두는 것이 아니라 적당량의 현금, 적당량의 국채 투자 펀드, 적당량의 우량주가 모두 있어야겠지만요.

또한 중요한 것이 하나 더 있습니다. 바로 인간의 심리입니다. 환희에 따라 사거나, 공포에 따라 매수하는 '따라 하기'에 주의하고, 우연에 과도한 의미를 부여하지 말아야 하며, 과도한 목표금액, 혹은 원금에 집착하지 않는 것입니다. 앙드레 코스톨로니는 이런 원칙을 4G로 정리했습니다. 돈(Geld), 생각(Gedanke), 인내심(Geduld), 운(Gluck)이 바로 그것입니다.

그리고 통계적으로 단타를 반복하는 사람들은 수익률이 평균 11.4%, 장기투자자들은 18.5% 수익을 거두었다는 통계Barbar Brad, 'Trading Is Hazardous To Your Wealth : The Common Stock Investment Performance Of Individual Investors, April 2000'를 생각해본다면, 거래 시점을 잘 판단하고 단타에 매혹되지 않는 것 또한 방법이 될 수 있다고 볼 수 있습니다.

시대를 초월하는 투자 원칙을 다섯 가지로 정리하면 이렇게 됩니다

1. 카드 한 장에 모든 것을 걸지마라. 다양한 종목에 투자해야 실패해도 타격이 적다.
2. 더 많은 수익을 올리려면 리스크를 감수하고 유동성을 포기해야 한다. 그 비결은 포트폴리오 구성에 있다.
3. 투자에 신경 쓸 시간이 적은 사람은, 유동성이 높고 리스크가 적은 상품에 투자하라. 진득하게 기다릴 여유가 있는 사람만 리스크가 높은 종목에 투자하라.
4. 과거의 시장 상황을 아는 것은 중요하다. 하지만 과거는 미래를 완벽하게 알려주지는 않는다.
5. 최악의 투자 상담가는 두려움, 탐욕, 질투, 시기, 성급함, 이웃이다. 이들을 멀리하고 이성에 귀를 기울여라.

용암이 바다를 만나듯, 연말의 시장은 뜨거워지다 차가워지다를 반복하고 있습니다. 급격히 요동치는 빨간 기둥과 파란 기둥은 사람에게 성급함을 불러 일으키고, 그 성급함은 공포를 만들며, 그 공포는 고통을 낳습니다.

당장 돈을 언제 어디에 넣을지 따라하기 이전에, 스스로의 미래와 자산의 운용에 대해 다시 한번 철저하게 고민하고, 그 고민의 끝에 얻은 해답에 후회하지 않고 진득히 기다리며, 나아가 그 열매를 수확하는 날이 오시기를 기원드리며, 그 모든 고민과, 행동과, 결정의 사이에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이 함께 하시길 기원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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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폐와 인플레이션] 결언) Thanatos (If Money can't be mine)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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