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My Painting] 미대 실기실 404호





눈이 반짝! 하는 순간이 있다.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바뀔 때가 그렇다. 인상파들도 그랬을 거다. 보는 방식이 달라지는 순간이다. 그러면 눈 앞에 아무거나 그리고 싶어진다.

나도 그런 경험을 한 적이 있었다. 돌이켜보면 내 그림의 시작이었다. 해질녘이었다. 노란 빛이 들어오는 실기실에는 아무도 없었다. 빈 캔버스를 꺼냈다. 눈 앞에 보이는 풍경을 그렸다. 이유는 없었다.







전체의 공간을 가늠해보는 과정.
여기저기서 공간들이 생성되는 묘한 순간이 왠지 좋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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완성했다. 라고 생각했다. 가만히 봤다. 보고 또 봤다. 아, 이거 정말 구리다. 이게 뭔가 싶다. 마음이 안 든다. 처음에는 큰 붓으로 조심조심 밀어보다가 아예 수건으로 그림 전체를 닦아버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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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명했던 것들이 뿌연 안개 속으로 사라져버렸다. 그래, 차라리 이게 더 낫다. 의도는 금방 깨지고 만다. 자만하며 안 된다. 그림은 살아있는 유기체처럼 지워졌다가, 더해졌다가, 빼졌다가, 닦아버렸다가 어떤 무언가가 나올 때까지 계속 변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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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기서 멈췄다. 돌아보고 나니 첫 완성본이 더 나은 것 같기도 하고 모르겠다. 어쨌든 그저 보이는 대로 그렸다. 보이는대로 그리는 것도 이렇게 힘든데, 어떻게 내가 감히 '내면'을 그려낼 수 있단 말인가. 그저 외적인 리얼리티를 최대한 담는 것도 벅차다.

숨겨진 의미는 없다. 다만 한 가지 의미를 집어넣을 수 있다면 꼭 하나 담고 싶은 것이 있었다. 아주 강한 긍정을 그려내고 싶다' 는 생각을 했다. 여기서 내 그림이 출발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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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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