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팀잇에서 저에 대한 소문이 자자합니다. 어떻게 이렇게 대단한 천재적인 예술 능력을 갖추게 되었냐고요. 특히 아이 교육에 관심 있는 분들과 교육관련 종사자분들은 제 유년 시절을 궁금해하십니다. 제 성장 과정이 하나의 가이드라인이 될 수 있을 것 같군요. 예술가는 어떻게 자라나는지 제 사례를 봅시다.. 이렇게 철판 깔고 구라치려니 얼굴이 후끈후끈 달아오르네요.
유치원 ~ 초등학생 시절에는 무조건 좋아하는 만화 애니메이션을 배꼈습니다. 따라 그리다보면 자신만의 스토리를 만들게 됩니다. 그 이상의 교육은 없었습니다. 80년대 초-중반에 태어나 아직까지 그림을 그리고 있는 남성에게, 미술(형태,뎃생,구도 등등)은 학교나 학원이 아닌 드래곤볼 만화책에서 9할은 배웠을 겁니다. 제 초등학교때 연습장을 펼쳐보니 손오공, 피콜로, 베지터 그림들로 빼곡합니다.
그림을 그리려면 수학 시험 시간을 사랑해야 합니다. 고등학교 시절에 만약 수학 과목이 없었다면, 제가 훗날 화가로 성장하기까지 굉장히 먼 길을 돌아갔을 것입니다. 적당한 긴장감이 흐르면서도 조용한 실내 공간, 그리고 내 앞에 놓여진 종이와 펜. 제가 매번 기다렸던 수학 시험날은 그림을 수련하기에 최적의 환경이었습니다. (수능 날도 예외는 아니었죠)
물론 제 그림 세계에도 위기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유년기의 드래곤볼 선생과 학창시절의 수학 시험지로부터 그림을 독학했던 저는, 이제 미대 진학을 위해 동네 미술학원의 문을 두드리게 됩니다. 하지만 그곳에서 우연히 모시게 된 한 스승의 영향은 한동안 저의 천재적 재능을 이상한 방향으로 수련하게끔 만들기도 했습니다.
역대의 천재들이 늘 그랬듯, 미대에 진학한 저 역시 제도권 교육에 매우 부족함을 느꼈습니다. 그리하여 스스로 화장실 안에 몸을 가두고그림 수련을 쌓는 '폐문정진(閉門精進)' 을 하게 됩니다. 이 사진은 그 해 여름이 다 지나가도록 화장실에서 나오지 않자, 걱정이 된 어머니께서 3개월만에 문을 열었을 때의 장면입니다.
훗날 이렇게 큰 공간에서 개인전을 여는 화가가 되었습니다. 요약하면, 예술가로 아이를 키우기 위해서는 "골방에서 만화 따라그리기 + 수학시간에 그림 수련하기 + 미술학원 교육의 위기 스스로 극복하기 + 3개월 화장실 폐문정진"만이 답입니다. 자, 아이를 화가로 키우고픈 분들은 딱 이렇게만 교육하시면 나중에... 저는 책임 못 집니다.
@thelum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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