깨알 같은 문학 21 + 20회차 답변 선택

[반말주의]

안녕! 오랜만이야. 일주일만에 다시 온 깨알 같은 문학이야. ㅠㅠ 지난 회차 올리자마자 무차별 다운보팅 당하는 사태가 있었지. 한동안 가즈아에 글 올리는 걸 미루다가 벌써 일주일이나 지났네.

다시 부지런하게 올리는 패턴으로 돌아가야지! 일주일이나 된 수많은 답변들 중에서 하나를 채택도 해야 하고 말이야.

오늘은 간만에 검색을 동원해야 하는 (그러나 단답형은 아닌) 문제를 내려고 한 단편을 들고 왔지!

오늘 이야기의 배경은 독일 산 속의 한 요양원이야. 아주 아픈 사람부터, 그냥 휴식이 필요한 사람까지 다 머무르고 있지. 주인공은 딱히 아픈 곳은 없지만 다소 비실비실한 한 작가야. 이름은 슈피넬이던가 하여간 그런 이름이야. 사람들은 이 주인공을 주로 하찮은 인간으로 보고, 좀 이상한 인간으로 보기도 하지.

몸이 아프고 연약한 한 부인도 그곳에 입원해 있어. 주인공은 그녀의 예술적 재능과 섬세함을 느끼고, 관심을 갖게 되지. 그녀도 그와의 교감을 반기는 것처럼 보여.

이 부인에게는 가끔 찾아오는, 혈색 좋은 튼튼한 사업가 남편이 있어. 주인공인 작가는 그 남편이 결코 아내를 이해하지 못하는 야만인이라고 생각하고 있지. 삼각관계라고 하기엔 많이 부족하지만, 미묘한 감정선이야.

그녀는 몸이 아프기 때문에, 격한 활동이 금지되어 있어. 하지만 피아노가 있는 방으로 몰래 가서 연주를 하지. 슈피넬은 그녀의 연주를 옆에서 감상하는 거야. 그러다가 한 악보를 발견해. 곡명은 명시되지 않지만, 슈피넬과 부인은 둘 다 그 곡을 너무 연주하고, 또 듣고 싶어해.

부인은 사실 흥분을 하거나 힘을 쓰면 안 되는 상태였지만, 연주를 결국 하게 돼. 그리고 두 사람 모두 충격에 가까운 감명을 받게 되지. 그리고 아무 설명도 없이 부인은 더 이상 주인공을 만날 수 없다고 말하고 가버려.

그 날 이후로 부인의 상태는 악화되었고, 슈피넬은 그녀의 남편에게 충동적으로 편지를 써. 주요 내용은 "당신은 천사나 요정과도 같은 이 여인을 감히 탐냈고, 그녀에게 세상에서 요구하는 결혼과 출산을 시키려고 우악스럽게 끌고 간 야만인이다"는 거야. 원래는 생각만 하고 말 내용들인데, 그걸 써서 보내버린 거야. 주인공이 보기에 그녀가 죽어가고 있는 이유는, 그녀와 전혀 다른 존재인 남편이 그녀를 억눌렀기 때문이었던 것이지.

슈피넬이 부인에게 요청해서 들은 그 피아노 곡은, 비록 소설에서 밝히고 있진 않지만, 바그너의 오페라 트리스탄과 이졸데의 어느 곡을 피아노 곡으로 편곡한 것이라고 볼 수 있어. 서곡과 마지막 곡이 동일한 테마로 되어 있는데, 사랑과 죽음의 테마라고 알려져 있지.

어째서 그 오페라의 편곡이었을 것이라고 확신하냐면, (독일인들의 이야기이기도 하고) 이 단편 소설의 제목이 트리스탄이기 때문이야. 트리스탄이라는 이름을 가진 인물은 단 한 사람도 등장하지 않는데 말이지.

item_XL_17623861_23984003.jpgTristan.jpg

내가 개인적으로 마르셀 프루스트, 제임스 조이스와 함께 꼽는 문호 토마스 만의 단편소설이야. 철학 이론서 뺨치는 길고 복잡한 문장의 대가이지만, 새삼 단편들도 참 잘 썼다 싶네.

그럼 오늘의 질문:

트리스탄이라는 이름과 이 소설의 등장인물들과의 상관관계는 무엇일까?

물론 바그너의 트리스탄과 이졸데 오페라 곡을 연주하는 (것으로 유추되는) 장면이 나온다고 이미 밝혔는데, 하고많은 오페라 중 왜 그거였을까? 트리스탄이라는 전설 속의 인물에 대해 조금 알아봐야 답할 수가 있을 거야. 이미 알고 있는 형들이라면 매우 쉽게 답할 수 있겠지?

  1. 트리스탄(과 이졸데)은 어떤 인물이고
  2. 이 단편소설의 인물들과는 어떤 상관관계가 있다

객관식 답변이라 볼 수도 있겠지만, 약간의 검색과 표현력으로 써낸 가장 좋은 답변을 채택할게!

그럼 이제, 지난 회차답변 이야기를 할 차례! (벌써 1주일 전의 얘기네. ㅠㅠ)

그때 주어진 과제(?)는...한 작품(책, 영화, 드라마 등등)이 어떤 메시지를 주기 위해서 선정적인 과정을 그려낸 경우, 그리고 그것이 필요했는지 불필요했는지에 대한 자신의 견해를 쓰는 것이었지.

사실 가장 충격적이어서 과연 이게 왜 필요한가 의문을 주는 작품은 @afinesword형이 언급한 사드 백작의 살로: 소돔의 120일이야. 나 진심 이거는 자세히 생각 안하려고 한다. 영화관 가서 영화도 봤다 심지어...권력과 자본주의를 비판하는 작품이라고 하는데 사실 그 정도 이야길 위해서 이런 충격요법이 필요한가 하는 생각이 보통 들게 되어 있어. 예전에 어느 포스팅에서 그 영화에 대해 살짝 언급했다가, 댓글로 어느 형한테 그 감독에 대해 이야기한 적이 있었는데 궁금한 형들은 이 글의 상위 댓글 참고.

그 외에 @dropthebeat 형이 사후세계였나, 그거에 대해서 "살아 있을 때 누리고 감사해라"던가 그런 메시지가 있는 잔혹한 장면들이 있는 영화라고 써줬는데, 사실 쏘우(사실 써어에 가까운 발음임)도 그런 거 아닌가? 난 본 적은 없고, 그냥 그렇게 들었거든. 사실 그런 것이 일반적인 호러 영화 고어 영화의 메시지야. 일상 속에서 지루해 죽으려고 하는 영혼들을 일깨운다는 명목의 충격 요법.

이런 불필요한, 내지는 필요한 것보다 과한 내용을, 영어로는 gratuitous한 것이라고 묘사해. 영한 사전을 찾아보면 아마 "불필요한" 정도로 정의되어 있을거야. 그런데 보통 이런 단어를 딱 보면 무슨 뜻일 것 같아? 비슷한 단어들이 연상이 되지.

gratitude 감사
grace 은혜 또는 우아함
grateful 감사해하는

근데 gratuitous는 불필요? 뭔가 연결고리는 있을텐데 말이지.

이건 어원이 되는 라틴어가 "값(대가)없이 주어진"의 뜻을 담고 있기 때문이야. 공짜라는 의미, 그리고 "즉흥적으로 (아무 이유 없이) 주어진" 이란 뜻이 있어. 결국 gratuitous는 값이 없는, 또는 아무 이유 없는...이란 뜻을 담고 있는 거지. 그 뜻은 "사실상 정당화되지 않는"의 의미이기도 해. 영영사전엔 아예 대놓고 그렇게 명시하고 있지.

성폭행이 나쁘다는 이야길 하기 위해 막 그런 사건을 충격적으로 그려낸다? 그런 영화들 분명히 있지. (떠오르지만 말하지 않겠다.) 뭐 그런 것들 말이야. 그런 장면들이 예술적이냐, 아니면 꼭 필요한 거였나, 아니면 그냥 gratuitous한 거였나...는 논란의 대상이지.

가령 막달레나 수녀원이라는 영화를 언급한 @kyunga 형 같이 영화의 다소 불편한 장면들이 내용 이해에 필수적이었다고 생각한 경우에도, 뭔가 딱 잘라 말하기 힘든 선정성을 느꼈으니 그 영화를 거론한 것 아닐까 싶기도 해.

내가 보기에는 gratuitous는 "정당화되지 않는"에서 좀 더 나아가서 "(관객/독자나 감독/저자의 변태적인) 즐거움을 위해"의 뉘앙스로도 해석 가능한 단어야. grat~로 시작하는 단어들의 공통적인 느낌도 있으니 말이야. 물론 내가 지난 회차에서 다룬 디포우의 몰 플랜더스가 그런 정도의 선정적인 작품은 아니라고 생각은 해.

암튼...그런 면에서 형들이 달아준 모든 답변들은 다 매우 적절했어. 각자 느끼기에 과한 것 같거나 급진적인 것 같은데, 무슨 뜻이 있는지 도무지 모르겠거나, 아니면 나중에 생각해보니 알겠더라는 내용들이었지.

그래서 그 중에선 그냥 내가 잘 모르는 영화를 안내해준 답변을 골랐어. 바로 @calist형의 답변이야. 정사라는 불륜소재의 한국 영화를 얘기했지. 시일이 좀 지났으니 이 글에 답변 달면 소정의 보팅을 하께.

보통 그런 소재로 영화가 나오면, 뭘 전달하고자 한 걸까 생각을 하게 되는데, 보통 "소중함"이라거나 "권태" "사랑" "가족" "배신" 등이 예상 가능하잖아? 그런데 하필 "선택"에 대한 생각을 해보게 되었다는 답변이 인상적이었어.

그럼 이번 회차 답변도 기대할게, 형들. 부지런하게 다시 올릴테니깐 다음 회차까지 안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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