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상 어뷰징은 보상 이상의 것을 빼앗아간다

먼저 최근 어뷰징에 대해 용기있게 목소리를 내주신 @bumblebee2018 님께 감사를 드립니다. 논란의 중심에 설 것을 각오하고 쓰신 범블비님의 글 여러분은 스팀잇에 어떤 기대를 하고 계신가요?는 이 글을 쓰는데 있어서 크게 긍정적인 동기가 되었습니다. 반면에 이 글의 다른 한 편에는 @leesunmoo님의 글 스팀잇에서 셀프보팅 논란만큼 무의미하고 어리석은 논란은 없다가 있습니다. @leesunmoo님의 이 글은 어뷰징에 대한 왜곡된 인식에 대해 반박할 필요성을 일깨워준 다른 한 축이 되었습니다.

먼저 제가 동의하지 않는 @leesunmoo님의 글에 대해 언급해보자면, 그 주요 논지는 셀프보팅이나 보팅풀은 현 스팀 시스템에서 판별이 거의 불가능하며, 보상비율을 조정하는 것이 셀프보팅을 없애는 지름길이라는 것입니다. 저는 뒷부분의 논지에 대해서는 큰 틀에서는 동의합니다. 하지만 그 현실에 대한 문제의식, 즉 현재 셀프보팅이나 보팅풀 같은 소위 어뷰징을 정확히 구분할 방도가 없기에 논란거리로 삼는 것이 무의미하다는 것에 대해서는 전혀 동의하지 않습니다.

우선 한 가지 명확하게 해야할 것은 저는 지속적으로 셀프보팅 자체가 문제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왔으며, 문제의 핵심은 대량 지분보유자들(소위 고래)의 불공정한 보팅이라고 강조해왔습니다. 셀프보팅이냐 아니냐로 문제를 구분짓는 것은 혼란만 가중하고 보상 어뷰저들에게 빠져나갈 길만을 제공할 뿐 전혀 득이 없습니다. 지적하신대로 셀프보팅을 하지 않고서도, 부계정을 들키지 않고서도 얼마든지 불공정한 보팅을 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어뷰저들(때때로 “그분들”이라고 칭하겠습니다)은 이렇게 말하기도 합니다. “내 지분을 내 맘대로 쓰는 것인데 무슨 상관입니까?” 어찌보면 일리가 있어보이기도 합니다. 자신의 재산권 행사라는 명목하게 말이죠. 하지만 경제학적으로 보면 이 주장은 하나만 알고 둘은 모르는 것입니다. 그 이유는 바로 외부효과입니다.

보상 어뷰징과 외부효과

외부효과란 시장 메커니즘에 포함되지 않은 비용 혹은 편익을 일컫습니다. 현재 대표적인 외부효과라 한다면 미세먼지를 들 수 있겠습니다. 중국 공장들은 대기오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지 않기 때문에 더 싼 가격에 물건을 생산할 수 있습니다. 하지만 실질적으로 그 비용은 시장 메커니즘을 통하지 않고 고스란히 대한민국 국민들에게 전가됩니다. 시장이 제대로 작동한다면 중국 기업이 환경오염에 대한 비용을 지불하거나, 아니면 저희에게 피해보상비를 내야하는데, 적절한 규제나 벌금이 없이는 불가능한 일입니다.

보상 어뷰징도 외부효과를 가지고 있습니다. 지금은 덜 하지만 예전 대세글 페이지를 보셨다면 아마 그 외부효과 때문에 놀라셨을껍니다. 소수의 고래와 보팅풀 멤버가 대세글 거의 대부분을 점거하고 있는 모습는 스팀잇에 대한 의욕을 확 꺾어버리는 부정적인 외부효과가 있습니다. 지금도 kr 태그를 뗀 한글 포스팅이나, 고래의 부계정에서 공공연하게 이러한 불공정한 보팅이 만연하고 있습니다.


위아래 두 스크린샷은 경주를 기반으로 활동중인 별개의 계정에 대한 것입니다.
근데 파일명은 신경을 못 쓰신 것 같습니다

위 사례에서 부계정의 포스팅 수익 평균은 최근 1개를 제외하곤 모두 40~80달러입니다. 보팅수는 대부분 20개 미만, 조회수는 50회 미만인데 말이죠. KR 대세글 1페이지에 올라오는 글들 보상이 30~200달러라는 것을 감안하면 상당한 숫자입니다. 이러한 불공정함이 일으키는 외부효과는 구체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인식입니다.

불평등은 생산성을 감소시킨다

스티글리츠는 불평등의 대가에서 사회 구성원이 사회구조가 불평등하다고 인식할수록 생산성이 떨어진다고 하였습니다. 스팀잇에서 나오는 목소리도 이와 상통합니다. 열심히 글을 써서 5불, 10불 받고 좋아했는데, 누군가는 매일같이 수십 수백불씩 받아가는 것을 본다면 스팀잇은 불평등한 공간이라는 인식이 높아지고 더이상 노력해서 포스팅을 올리고 싶어지지 않을 것입니다 (물론 글의 내실이 충분히 인정할만하다면 거기에 대해서는 큰 이견이 없고 오히려 더 노력하게 되는 계기가 되겠죠).

이러한 인식을 경제학에서는 사회적 자본이라고 일컫습니다. 생산성에 관여하는 자본이기는 하나 사회적으로 형성된 무형의 것이라는 의미가 내포되어 있습니다. 저는 스팀잇에서 한국 커뮤니티의 사회적 자본은 최고라고 자부합니다. 여기에는 @bumblebee2018님 같이 어뷰저에 대해 목소리를 내는 용기있는 뉴비분도 계시고, 가이드독 같이 이 공간을 더 쾌적하게 만들려는 노력도 있습니다. 수많은 어뷰징 시도가 한국 커뮤니티의 사회적 자본에 의해 좌절되었고, 이를 통해 우리는 더 큰 사회적 사본을 쌓아가고 있습니다.


셋을 세기로 약속하고 하나에 떨어뜨린 다이하드1의 추락씬입니다.
감독은 명장면을 얻었지만 저 배우와의 사회적 자본은 완전히 잃은 듯합니다

하지만 여전히 남아있는 그분들, 특히 고래 어뷰저들은 여전히 우리의 사회적 자본을 빼앗아가고 있습니다. 개인의 권리행사로 합리화된 그분들의 각종 어뷰징은 지속적으로 불평등에 대한 이슈를 야기합니다. (언어가 지나치게 화끈하긴 하지만 디씨도 가끔 일침을 놓을 때가 있습니다... 1)

저는 다시금 양지로 나오기 시작하는 어뷰징에 대해 큰 우려를 가지고 있습니다. 원래 세상은 나눠주는 사람보다 자기 것, 자기 편만을 챙기는 사람이 더 잘 나가기 마련입니다. 아마 지금 경각심을 갖지 않는다면 어뷰저들은 점점 힘을 키워가고 목소리를 키워가며 한국 스팀잇의 사회적 자본을 앗아갈 것입니다.

저는 증인으로서 이러한 어뷰징에 대응할 수 있는 수단들을 강력하게 주장하고 있으며, 구체적으로 voting negation과 SMT oracle 기능을 스팀에 적용해서 스팀파워를 가진 어뷰저들이 당당하게 있을 수 없도록 하기 위해 노력하고 있습니다. 관련된 포스팅으로 스팀이 준비 중인 어뷰징 대처 방안 3가지
를 참고하실 수 있습니다.

스팀은 하나의 사회입니다. 시스템이 아직 완벽하진 않지만 스팀잇에는 사람이 있습니다. 우리에게 필요한 사람은 불완전한 시스템을 이용해서 자신의 이익을 취하는 사람이 아니라, 불완전한 시스템에서도 조금이나마 더 나은 공동체를 형성하기 위해 노력하는 사람입니다. 이 노력은 말로만 되는 것이 아니라 행동으로 드러나기 마련입니다. 고로 우리는 누군가의 말을 들음과 동시에 그들의 행적을 살펴보고 판단해야 합니다. 행동하는 스팀잇의 양심이 더 많아지고 더 힘을 얻을수록 스팀잇의 변화는 더 빨리 다가올 수 있을 것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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