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돈을 지배하는 물리 법칙] Chapter 3. 천체물리학자가 파헤친 주가와 주가 수익률의 관계

0.png

안녕하세요. 훈하니 @hunhani입니다.

오늘은 천체물리학자가 파헤친 주가와 주가 수익률의 관계에 대해 알아보겠습니다.

물리학의 학문적 특성

물리학은 특정 문제가 주어졌을 때 해결 방법에 있어 근원적으로 접근합니다. 물리학을 전공하면 만물의 법칙과 공리를 근거로 하는 제일원칙을 사용하여 문제를 해결하는 연습을 끊임없이 해야 합니다. 그러한 문제 해결 능력을 기르는 훈련을 통해 학문 간의 경계를 뛰어넘고 지적 독립성을 가지게 되죠. 따라서 물리학을 박사 과정 이상으로 해낸 사람은 주어진 조건과 변수들을 다루는데 있어 뛰어날 수밖에 없는데요. 미국에서는 물리학을 전공하면 학사 졸업자는 중소기업 취직, 석사 졸업자는 대기업 취직, 박사 졸업자 중 실적이 어중간하면 대기업 혹은 연구소 취직, 실적이 적당하면 포닥(postdoc, 박사후과정)을 거쳐 교수로 임용, 실적이 뛰어나면 월가로 가서 펀드 쪽에서 일한다는 우스갯소리도 있습니다.

1.jpg

금융계에 진출한 천체물리학자

물리학자의 근원적인 문제 접근 방식 및 숙련된 문제 해결 능력으로 금융계에 진출한 대표적인 천체물리학자가 있습니다. 1916년 미국에서 태어난 모리 오즈번은 천체물리학을 공부하면서 행성과 혜성의 궤도를 계산하는 연구했는데요. 2차 세계대전 중에 대학원을 졸업하게 된 오즈번은 해군에 입대하여 해군연구소에서 30년을 근무했습니다. 천체물리학을 전공하고 해군연구소에 일한 것만 보아도 그가 학문 간의 경계에서부터 자유롭다는 것을 알 수 있죠. 오즈번은 1959년 《주식 시장의 브라운 운동》이라는 제목의 논문을 발표했습니다. 친숙한 용어가 다시 나왔죠? 지난 Chapter 2. 브라운 운동으로 해석하는 투기 이론에서 다루었던 바슐리에의 《투기 이론》은 당대의 물리학계 및 금융계에 거의 알려지지 못했습니다. 반면, 오즈번의 논문은 물리학이 금융에 큰 기여를 할 수 있다는 주장을 담은 새로운 개념을 담고 있었고 얼마 후 학계와 월스트리트에서도 주목하기 시작했죠.

2.png

바슐리에 vs 오즈번

바슐리에는 《투기 이론》에서 주가가 모든 정보와 합리적 예측을 반영한다면 주가 변동은 예측 불가능할 수밖에 없고 주가는 외부 사건들의 유입으로부터 반복적으로 충격을 받는다고 주장했었죠. 즉, 매 순간 주가가 상승 혹은 하락할 확률은 같기 때문에 주가 자체가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것이 바슐리에의 결론이었습니다. 그로부터 수십 년의 세월이 지나, 오즈번은 월스트리트저널에서 주식 시장 정보가 나열된 지면을 보던 중 각 숫자들이 무작위로 움직인다는 점을 간파하게 되었고 바슐리에의 가설을 검증하기 위해 무작위로 주식들을 선택한 뒤 주가의 변동을 추적하였고 주가가 정규분포를 이루는 종형곡선을 그리는지 확인해보았습니다. 그러나 실제로 볼록 솟아오른 혹이 하나 있고 그 한쪽 옆으로는 꼬리가 길게 뻗는 반면 반대쪽에는 꼬리 전혀 없는 형태의 곡선을 얻게 된 오즈번은 주가 자체가 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이 아니라 주가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이룬다는 것을 알게 되었고 바슐리에의 주장을 반박하게 됩니다. 정규분포를 이루는 것은 가격이 아니라 수익이라는 사실을 발견한 오즈번의 연구는 금융계에 한 걸음 진보한 시각을 제공하게 되었습니다. 이 덕분에 주식 시장이 다시 한 번 진화하게 되었다는 평을 받기도 하였지요.

3.png

주가 수익률이 정규분포? 그렇다면 주가는?

정규분포의 폭이 시간으로 결정되는 조건 하에서 주가가 정규분포를 나타낸다면, 언젠가는 특정 주가가 음의 값이 될 가능성이 항상 존재한다고 예측할 수 있습니다. 그러나 주식을 가진 사람이 처음 투자한 돈보다 더 많이 잃을 수는 없으므로 주가 수익률이 음의 값을 갖게 되더라도 주가 자체는 0에 한없이 가까워질 뿐 결코 음수가 될 수는 없습니다. 오즈번은 주가가 음수가 될 수 없다는 점과 자극과 감각 사이의 로그 관계가 있다는 베버-페히너 법칙을 반영하여 주가 수익률이 정규분포를 이루며 주가 자체는 로그 정규 분포를 이룬다고 주장했습니다. 이는 시장이 완전히 무작위적일 경우 주가의 변화를 예측하는 것은 불가능하며 주식 투자자의 평균 수익은 0이라는 것을 뜻합니다. 오즈번은 비록 각 순간에는 주가가 상승할 확률과 하락할 확률이 똑같지 않음을 인식하여 특정 패턴을 알아낼 수 있더라도, 확실하게 이익을 얻는 방법 혹은 미래의 시장 행동을 예측할 방법 등은 존재할 수 없다고 확신했는데요. 동시에 주가를 분석하기보다 전문 거래자들의 구매 패턴을 보고 그들이 생각하는 유망 종목을 식별하여 즉시 대응하는 거래 방법이 더 유효할 수 있음을 암시하기도 했습니다.

4.png

금융 시장의 요동과 주가 변화

오즈번은 주가 변화를 이해하는 방법을 궁리하던 중에 시장에도 규모가 다른 요동들이 있다는 사실을 깨달았는데요. 가령, 거래 체결 방식 혹은 거래자들의 상호작용 등이 하루 동안 일어나는 주가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빠른 요동에 해당하고, 경기순환 혹은 이자율과 같이 오랜 기간 걸처서 주가 변화에 영향을 주는 것은 느린 요동에 해당된다는 것이죠. 오즈번은 금융계에 여러 종류의 요동들이 어떻게 서로 어떻게 얼마나 영향을 미치는지 검증하길 원했습니다. 결국 그는 미시적으로 바라본 물 분자들 각각의 무작위적 운동이 거시적으로 바라볼 때 체계적이고 대규모로 일어나는 해류와 같은 현상에 어떤 변화를 일으키는지 분석하여 금융 시장의 각 요동들이 주가 변화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를 설명하기도 했습니다. 이처럼 오즈번은 물리학과 금융 연구는 근본적으로 서로 연결되어 있음과 물리학자의 근원적인 문제 접근 방식 및 숙련된 문제 해결 능력으로 금융계에 기여할 수 있음을 모두 몸소 보여주었습니다.

5.jpg

다음 편을 기대해주세요!



지난 이야기



U5du7nLXDvWo8knCQ9fMLM8G7ypZgGq_1680x8400.png


H2
H3
H4
3 columns
2 columns
1 column
13 Commen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