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클린 캠페인] 인용의 정석 : 논란 없이 타인 저작물 인용하기


01. 들어가며


  안녕하세요. 법률 덕후 로맨스입니다. 오늘은 표절과 저작권 침해의 우려 없이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할 수 있는 구체적인 인용 방법에 관해 이야기해보려고 합니다. 특히, 감상문이나 학술적인 글을 쓰는 분들께 유용할 것입니다. 

 

  블로거 필독서 시리즈 1편 "저작권" 편에서는 어문저작물(글)의 인용에 대해 간략한 언급을 했을 뿐, 구체적인 인용의 방법까지 제시하지는 못했습니다. 유독 어문저작물의 인용이 계속 논란이 되는 것은 아직 정당한 인용의 범위와 구체적인 인용의 방법을 제시해 준 사람이 없었기 때문이라 생각합니다. 


  이 글을 끝으로 더는 커뮤니티에서 어문저작물의 표절과 저작권 침해 논란이 없기를 바랍니다.    


02. 표절과 저작권 침해


  • 표절이란?


  표절은 타인의 글을 허락 없이 베끼는 것, 타인의 고유한 아이디어를 자신의 것인 양 속이는 것, 적절한 출처 표시 없이 타인의 글 일부를 인용하는 행위 등을 말합니다. 표절은 저작물이 아닌 것에 대하여도 성립한다는 점, 보호기간이 지난 저작물에 대하여도 성립한다는 점, 타인의 생각을 마치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속이는 행위를 일컫는다는 점에서 저작권 침해와는 구별되는 윤리적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해피캠퍼스에서 유료결제 후 독서감상문을 다운로드 받아 사용가능한 범위에서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는 않으나, 해당 독서감상문을 쓴 사람의 생각을 자신의 생각인 것처럼 속여 발표하는 것은 표절입니다. 


  • 저작권 침해란?


  저작권 침해는 '저작권법상 저작물성이 인정되는 저작물'에 대하여만 성립한다는 점, 타인의 생각이라는 점을 표시하였다고 하더라도 성립할 수 있다는 점에서 표절과 구별되는 법리적 개념입니다. 예를 들어, 출판사에서 제공한 서평을 그대로 복제한 후 적절한 출처표시를 남겼다면 표절에는 해당하지 않지만 저작권 침해입니다.   


  타인의 독창적인 개성이 표현된 어문저작물을 원저작자의 사용허락 없이 그대로 복제하는 경우뿐만 아니라, 원저작물에 의거하여 원저작물과 '실질적 유사성'이 인정되는 글을 쓴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가 인정됩니다. 예를 들어, 어떤 소설의 내용을 100% 똑같이 복제한 것은 아니지만 인물의 이름만 바꾸었거나, 주요 사건 및 대사의 일부를 차용한 경우에도 저작권 침해가 성립할 수 있습니다. 이에 대한 우리 법원의 판단을 소개해드리겠습니다. 


  소설, 극본, 시나리오 등과 같은 저작물은 등장인물과 작품의 전개과정(이른바 sequence)의 결합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고 작품의 전개과정은 아이디어(idea), 주제(theme), 구성(plot), 사건(incident), 대화와 어투(dialogue and language) 등으로 이루어지는 것인데 이러한 각 구성요소 중 각 저작물에 특이한 사건이나 대화 또는 어투는 그 저작권침해 여부를 판단함에 있어서 중요한 요소가 된다고 할 것이고, 저작권침해가 인정되기 위하여서는 침해자가 저작권 있는 저작물에 의거하여 그것을 이용하였을 것과 저작권이 있는 저작물과 침해자의 저작물 사이에 실질적인 유사성이 있어야 하고, 실질적 유사성에는 작품 속의 근본적인 본질 또는 구조를 복제함으로써 전체로서 포괄적인 유사성이 인정되는 경우(이른바 포괄적 비문자적 유사성:comprehensive nonliteral similarity)와 작품 속의 특정한 행이나 절 또는 기타 세부적인 부분이 복제됨으로써 양 저작물 사이에 문장 대 문장으로 대칭되는 유사성이 있는 경우(이른바 부분적 문자적 유사성:fragmented literal similarity)가 있다. (서울고등법원 1995. 10. 19. 선고 95나18736 판결)


  • 무엇이 문제인가?


  법률적 개념인 '저작권 침해'든 윤리적 개념인 '표절'이든 보상을 받기 위한 부정한 수단이라는 점에는 변함이 없습니다. 저작권 침해 및 표절이 결과적으로 커뮤니티를 파괴하는 행위라는 점에 대하여는 이전에 일기 형식으로 썼던 '[아무것도 아닌 일기] 고래 싸움에 화난 어느 새우 이야기'에서 자세히 밝힌 바 있으므로 더는 언급하지 않겠습니다. 저작권 침해 및 표절은 하나의 글을 완성시키기 위해 정신적 노력과 시간을 투입한 저작자에게 응당 돌아가야 할 몫을 중간에서 가로챈다는 점에서 '절도'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반드시 근절되어야 합니다.   


03. 정당한 범위의 인용은?


  • 저작권법의 규정


제28조(공표된 저작물의 인용)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


  본래 타인의 저작물을 허락 없이 이용하는 것은 저작권 침해이지만, 저작권법 제28조에서는 원저작자의 허락 없이 "인용"할 수 있는 예외적인 사유를 규정하고 있습니다. 즉, 불특정 다수에게 '공표된 저작물'에 대하여,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및 이에 준하는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인용할 수 있다는 것입니다. 예를 들어, 독서 감상문을 쓰기 위해 소설의 일부를 인용하는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지 않습니다. 


  제37조(출처의 명시) ① 이 관에 따라 저작물을 이용하는 자는 그 출처를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제26조, 제29조부터 제32조까지, 제34조 및 제35조의2의 경우에는 그러하지 아니하다. ② 출처의 명시는 저작물의 이용 상황에 따라 합리적이라고 인정되는 방법으로 하여야 하며, 저작자의 실명 또는 이명이 표시된 저작물인 경우에는 그 실명 또는 이명을 명시하여야 한다.


  다만, 이 경우에도 적절한 출처표시를 할 의무가 있습니다. 불특정 다수에게 '공표된 저작물'에 대하여, '보도ㆍ비평ㆍ교육ㆍ연구 및 이에 준하는 목적'을 위하여, '정당한 범위' 내에서 인용하였다고 하더라도, 출처표시를 아예 하지 않았거나 적절한 방법으로 출처표시를 하지 않은 경우에는 저작권 침해에 해당하며, 당연히 표절입니다. 출처표시의 방법은 목차 '04. 구체적인 인용의 방법'에서 자세히 소개해드리겠습니다.    


  • 어디까지가 '정당한 범위'의 인용인가?


  저작권법 제28조의 요건 중 '정당한 범위 안에서'라는 말이 애매모호합니다. 법원의 해석을 참조할 필요가 있습니다. 


  공표된 저작물은 보도·비평·교육·연구 등을 위하여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이를 인용할 수 있다고 규정하고 있는바, 정당한 범위 안에서 공정한 관행에 합치되게 인용한 것인가의 여부는 인용의 목적, 저작물의 성질, 인용된 내용과 분량, 피인용저작물을 수록한 방법과 형태, 독자의 일반적 관념, 원저작물에 대한 수요를 대체하는지 여부 등을 종합적으로 고려하여 판단하여야 하고, 이 경우 반드시 비영리적인 이용이어야만 하는 것은 아니지만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은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이용의 경우에 비하여 자유이용이 허용되는 범위가 상당히 좁아진다(대법원 1997. 11. 25. 선고 97도2227 판결)
'정당한 범위' 내의 인용이라고 하기 위하여는 그 표현 형식상 피인용저작물이 보족, 부연, 예증, 참고자료 등으로 이용되어 인용저작물에 대하여 부종적 성질을 가지는 관계, 즉 인용저작물이 주이고, 피인용저작물이 종인 관계에 있다는 점이 인정되어야 (중략) (서울지방법원 1997. 8. 12. 선고 97노50 판결)


  우리 법원의 해석은 상당히 추상적인 말로 쓰여있어 조금 어렵지만, 인용의 원칙을 다음과 같이 정리해보면 이해하기 쉬울 것입니다. 


  1. 인용저작물이 주된 것, 피인용저작물(인용한 저작물)이 종된 것이어야 한다. 
  2. 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인용도 가능하지만, 비영리적인 목적을 위한 인용보다 주종관계가 더욱 강하게 요구된다.
  3. 인용이 원저작자에 대한 수요를 대체해서는 안 된다. 


  자신이 쓴 글을 뒷받침하거나, 예시를 들거나, 부연설명하거나, 단순히 참고하기 위해 타인의 저작물을 인용하는 것은 가능합니다. 그러나 타인의 저작물이 글 내용의 대부분을 차지하게 된다면 아무리 출처표시를 잘 하더라도 저작권 침해에 해당합니다. 또한, 독자들의 입장에서 표절된 글을 읽고도 마치 원저작자의 글을 본 것과 같은 효과가 있다면, 이는 원저작자에 대한 수요를 대체함으로써 손해를 끼치게 되는 인용입니다. 이러한 경우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이 인정될 수 없습니다. 


  스팀잇에서 영어전문가 및 작가로 활동하고 계시는 @bree1042님께서 포스팅해주시는 독후감들은 정당한 범위 안에서의 인용을 모범적으로 보여주는 사례입니다. 참고하시길 권합니다.   


04. 구체적인 인용의 방법


  • 출처표시와 인용


  출처표시는 인용된 저작물의 원저작자를 일정한 형식에 따라 밝히는 것을 말합니다. 출처표시를 통해 독자들은 저자의 글을 검증할 수 있고, 저자는 표절을 피할 수 있습니다. 또한 피인용 저작물의 저작자는 자신의 노력을 독자들로부터 인정받을 수 있습니다.  


  인용에는 타인의 말과 글을 있는 그대로 옮기는 직접인용, 타인의 말과 글을 자신의 표현으로 바꾸어 옮기는 간접인용(paraphrasing)의 방식이 있습니다. 직접인용뿐만 아니라 간접인용을 할 때에도 당연히 적절한 출처표시를 해야합니다. 직접인용이든 간접인용이든 인용은 문장 단위로 하는 것을 원칙으로 합니다. 예를 들어, 글의 제목에 출처표시를 달아놓고 해당 제목에 해당하는 모든 내용을 인용하는 것은 부적절합니다.  

  재인용은 피인용 저작물(2차 출처)에서 인용한 저작물(1차 출처)을 다시 인용하는 것을 말하는데, 재인용을 할 때에는 반드시 1차 출처와 2차 출처를 모두 표시해야 합니다. 


  아래에서는 이해를 돕기 위해 저의 졸업논문을 예시로 들어 구체적인 인용의 방법을 안내해드리겠습니다. 다양한 출처표시의 방법이 있습니다만, 제가 소개해드릴 출처표시의 방법은 학술연구에서 가장 널리 쓰이는 방식입니다. 어떤 글을 쓰든 아래의 방법을 따른다면 적어도 부적절한 출처표시로 인한 표절이 문제될 일은 없습니다.   


  • 기본적인 출처표시의 방식


원저작자, 「저작물의 제목」, 출판사, 출판연도, 페이지 숫자. 

(출처표시)  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창비, 2010, 45면. 

  일반적으로 출처표시는 '원저작자, 저작물의 이름, 출판사, 출판연도, 페이지 숫자'를 밝히는 것으로 충분합니다. 저작물의 이름은 쌍따옴표(" ")로 표기해도 무방합니다. 저작물이 잡지, 신문, 논문집 등 다른 간행물에 게재된 것이라면, 아래와 같이 그 간행물의 이름과 발행 호수까지 표기하는 것이 좋습니다.   

(출처표시) 이회규, 「동성혼인에 관한 법적 고찰 – 각 국의 입법기술을 중심으로」, 『중앙법학』, 제7집 제4호, 2005, 304면.


  • 직접 인용 


  원저작자의 표현을 그대로 옮기는 직접 인용을 할 때에는 반드시 쌍따옴표(" ")를 사용하여 그것이 원저작자의 고유한 표현임을 밝혀주어야 합니다. 

(본문) 저자인 김두식은 "강북 사는 저라고 해서 약자들의 입장을 제대로 이해하고 있는 것은 아닙니다"1)라고 밝혔다. 

(출처표시) 1)김두식, 「불편해도 괜찮아」, 창비, 2010, 301면. 


  •  간접 인용

  

  특히, 학술적인 글을 쓸 때에는 간접 인용을 하는 것이 원칙이며, 직접 인용은 원작자의 생각을 왜곡시킬 우려가 있을 때 예외적으로 사용합니다. 타인의 생각을 자신만의 표현으로 바꾼 것이므로 별도의 인용 부호는 사용하지 않아도 되지만, 출처표시를 남기지 않는 것은 명백한 표절입니다. 

(본문) 한편, 동성애의 원인을 밝히려고 하는 시도 자체가 성소수자에 대한 차별이자 편견이라는 주장도 존재한다. 1)

(출처표시) 1) 이회규, 「동성혼인에 관한 법적 고찰 – 각 국의 입법기술을 중심으로」, 『중앙법학』, 제7집 제4호, 2005, 304면 참조.


  • 재인용  


  재인용을 할 때에는 먼저 저작자가 인용한 1차 출처를 밝히고, 괄호 안에서 저작자에 관한 2차 출처를 밝힙니다. 

(본문) 일란성 쌍생아 37명과 이란선 쌍생아 26명을 표본으로 하여 이루어진 연구에서 그는 일란성 쌍생아의 동성애 일치율이 100%에 이르는 반면, 이란성 쌍생아의 동성애 일치율은 15% 정도라고 결론지었다.1)

(출처표시) 1) F. Kallamann, “Twin and sibship study of overt male homosexuality American”, J. of Human Genetics, April 1952, 136.(이봉연, 「종말적 현상으로서의 동성애 연구」, 삼육대학교 신학전문대학원, 2009, 23면에서 재인용) 


  • 신문기사의 인용


기자 이름, 기사의 제목, 언론사, 발행일자, (링크)

(출처표시) 홍정원, "김조광수 “동성혼인신고, 법원 올바른 판단할거라 믿는다”’, 「뉴스엔」, 2014-05-21. 

  만약, 인터넷 기사를 인용한 것이라면 해당 기사의 링크까지 표기해야 합니다. 

(출처표시) 홍정원, "김조광수 “동성혼인신고, 법원 올바른 판단할거라 믿는다”’, 「뉴스엔」, 2014-05-21, http://www.newsen.com/news_view.php?uid=201405211251170710


  • 사전의 인용  


  사전에서 검색한 내용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본인이 검색한 키워드를 함께 밝혀주는 것이 좋습니다. 

(본문) 커밍아웃(coming out)이란 동성애자가 자신의 성적 지향이나 성적 정체성을 공개적으로 드러내는 것을 말한다.

(출처표시) 김기란, 최기호, “커밍아웃”, 「대중문화사전」, 현실문화연구, 2009.


  • 원저작자가 인용의 방식을 제시한 경우


  원저작자가 본인이 원하는 인용의 방식을 제시한 경우에는 이에 따르는 것이 좋습니다. 원저작자가 원하는 표기방식을 따르지 않았다고 해서 표절이 되는 것은 아니지만, 저작자가 원하는 방식을 따르는 것이 저작자에 대한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합니다.

  '한국성적소수자사전'을 편찬한 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홈페이지에는 구체적인 인용의 방식이 명시되어 있습니다. 이에 따라, 원저작자가 원하는 내용을 모두 포함하여 출처를 표시하였습니다. 

(본문) 퀴어이론은 이러한 성차별과 억압 등을 만들어내는 기저에 '이성애 중심주의'가 있음을 지적한다.

(출처표시) "퀴어", <한국성적소수자사전>, http://kscrc.org/bbs/zboard.php?id=press_dictionary, 2014년 11월 11일, Copyright (C)한국성적소수자문화인권센터, 2002-2004


  • 번역물의 인용


  번역물을 인용하는 경우에는 원저작자 뒤에 번역자를 밝혀줍니다. 

(출처표시) 슈피겔, 「동성애는 유전된다」, 『월간 사회평론 길』 역, Vol.93 No.9, 1993, 138-142면.


  • 해외저작물의 인용


저작자(출판연도), 저작물의 제목, 출판사, 페이지 숫자.

  해외저작물의 인용 또한 기본적으로 '저자, 저작물, 출판사, 출판연도, 페이지'를 밝혀준다는 점에서 국내저작물의 인용과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아래의 예시는 해외저작물을 인용할 때 가장 흔히 쓰이는 방식입니다. 

(출처표시) Carter, David (2004). Stonewall: The Riots that Sparked the Gay Revolution, St. Martin's Press, 137p.


05. 나오며


  표절과 저작권 침해 논란을 피할 수 있는 가장 좋은 방법은 자기의 생각을 자기의 말로 쓰는 것입니다. 타인의 생각과 말은 오직 자신의 생각과 말을 뒷받침하는 것에 그쳐야 합니다. 앞으로는 커뮤니티 내에서 타인의 생각과 말을 훔쳐 자신의 것으로 속이는 행위가 근절되기를 바라며 부족한 글을 마치겠습니다. 긴 글 읽어주셔서 대단히 감사합니다. 모두 편안한 밤 보내시길 바랍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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