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으로 플랑크톤 스티미언 @mishana 입니다.
오늘 소개할 투자서는 존 리의 "엄마, 주식 사주세요"입니다.
존 리는 미국의 스커더 스티븐스 앤드 크락(Scudder Stevens & Clark)에서 1984년부터 코리아 펀드를 운영한 경력으로 유명한 펀드매니저입니다. 2006년부터는 장하성 펀드로도 잘 알려진 라자드 자산운용의 한국기업지배구조펀드를 운영했으며, 이후 2012년에는 자신의 투자 철학을 담은 "왜 주식인가?"을 출간합니다. 이 책에는 코리아 펀드로부터 장하성 펀드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이야기들이 담겨있습니다. 2014년에는 한국으로 돌아와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이사를 역임하고 있습니다.
메리츠자산운용의 대표를 맡은 이후로는 여러 펀드를 메리츠 코리아 펀드 1호로 펀드를 통합하고, 투자 회전율을 극단적으로 줄였으며, 기업 탐방에 전념하는 등 기존의 투자 업계 관행과는 다른 파격적인 모습을 보여주기도 했습니다. 또한 장기 주식 투자를 설파하는 강연자로서 "한국 사람들은 가난해지기 위해 노력한다"며, "장기적으로 주식에 투자해야한다"는 주장을 일괄적으로 해오고 있는 분이기도 합니다.
저는 장기투자와 가치투자의 지지자로서, 그리고 경제생활을 하는 한 사람으로서 존 리 대표의 강연은 한 번 쯤은 꼭 들어볼 필요가 있다고 생각합니다. "엄마, 주식 사주세요"는 주로 이러한 강연들의 요지를 책으로 정리한 내용입니다.
엄마, 주식 사주세요
이 책은 존 리의 전작 "왜 주식인가?"와 비교해본다면 훨씬 더 가볍게 쓰여진 책입니다. 이 책이 주장하는 바는 목차만 정리해봐도 충분합니다.
- 1장: 사교육의 늪에서 빠져나와라
- 2장: 자식 뒷바라지보다 노후 준비를 먼저하라
- 3장: 주식투자는 선택이 아니라 필수다
- 4장: 주식 투자에서 성공하는 비결
이 책에서 첫 번째 핵심적인 주장은 먼저 자식의 사교육에 투자하지 말라는 것입니다. 존 리는 두 가지 점에서 이렇게 주장합니다. 사교육이 자식을 자본가로 키워내기보다는 규격화된 인간으로 키워낸다는 점과 사교육에 들어가는 돈이 과도해서 정작 자신의 노후 준비조차 할 수 없게 된다는 점입니다.
두 번째는 주식에 투자하라는 주장입니다. 특히 연금에 가입하고 주식에 투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직접 주식 투자에 대한 이야기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주식 투자는 도박이 아니며, 여유 자금을 장기적으로 적립식으로 분산 투자하라고 이야기합니다. 특히 충분한 수익을 올리기 위해서는 반드시 장기 투자해야한다고 이야기합니다.
개인적으로 이 책에서 가장 인상 깊었던 이야기는 퇴직연금 이야기였습니다. 존 리 대표는 메리츠이 대표이사로 취임하고 직원들의 퇴직연금이 DB 형인 것을 보고 깜짝 놀랐다고 이야기합니다.
내가 메리츠에 왔을 때 직원들 대부분이 퇴직연금을 DB형으로 가입해 있는 걸 보고 많이 놀랐다. 메리츠만이 아니라 은행 등 대부분의 금융기관 직원들도 마찬가지였다. 금융업계에서 직접 돈을 다루는 사람들이 이러한데 일반인은 오죽하겠는가? 97p
효율적인 노후 대비를 위해서는 DB형으로 되어 있는 퇴직연금을 DC형으로 전환해야 한다. 나는 우선 우리 직원들부터 퇴직연금을 DB형에서 DC형으로 바꾸도록 유도했다. 그리고 월급의 일정 부분을 떼어 메리츠가 운용하는 펀드들에 골고루 가입하도록 했다. 직원들은 시간이 갈수록 자본이 늘어나는 것을 보고 다들 좋아하고 있다. 본격적으로 자신들의 노후를 준비하고 있다는 뿌듯함을 느끼는 동시에 그동안 생각 없이 낭비해오던 자금을 투자로 바꾸는 즐거움을 알게됐다. 98-99p
이 이야기를 이해하려면 퇴직연금의 종류인 DB형과 DC형을 이해해야합니다. 먼저 DB형 퇴직연금은 회사가 기간에 따라서 고정된 금액을 적립하고 퇴사 시점에서의 월급을 기준으로 퇴직금을 산정해서 지급하는 방식입니다. 여기서 퇴직금은 근무 기간과 마지막 3개월 간의 월급에 의해서 결정됩니다. 반면에 DC형은 조금 다릅니다. 회사가 매월 일정금액을 직원의 퇴직연금 계좌로 적립해주고 본인이 직접 어느 상품에 투자할 지를 결정할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투자 수익은 본인에게 귀속됩니다. 이 때문에 회사가 직접 적립해주는 금액은 DB 형보다 적을 수 있지만, 투자 수익이 높아지면 DB형보다 훨씬 더 큰 돈을 퇴직할 때 퇴직금으로 받을 수도 있습니다.
자산운용사의 직원들조차도 DB형을 선호한다는 이야기는 의미심장합니다.[1] 그만큼 주식 투자에 대한 신뢰가 없다는 말이니까요. 그 사실을 사람들이 안다면 누가 자산운용사를 믿고 투자를 할까요? 그래서 저자는 DC형 퇴직연금을 유도하고 직원들이 투자할 수 있도록 했다고 이야기합니다. DC 퇴직연금은 특히 존 리의 철학과도 잘 맞는 투자 방법이었을 것입니다. 원하지 않더라도 강제적으로 장기 투자를 해야할 수밖에 없으니까요.
이 책에서 직접 다루지는 않지만 장기 투자가 유리하다는 다양한 실증적 근거가 있고, 주식 투자를 한다면 특히 이러한 강제성이 투자자에게 도움이 될 수 있습니다.
[1] DB형, DC형을 선택할 수 있는 경우가 일반적인지는 잘 모르겠습니다. 보통은 회사에서 정해진 유형을 따르게 되는데, 회사에 따라서는 DB와 DC가 모두 가입되어 있어서 선택을 할 수 있는 경우도 있다고 들었습니다. 이 이야기에 나오는 메리츠자산운용은 아마 이런 경우였을 것 같습니다.
이 책의 아쉬운 점이라면 깊이가 얕다는 점입니다. 저는 전작인 "왜 주식인가?"를 훨씬 재미있게 읽었습니다. 그 책도 밀도가 높은 책은 아니지만 스커더의 코리아 펀드나 장하성 펀드를 비롯해서 다른 곳에서 들어보기 어려운 이야기를 들을 수 있어서 좋았습니다. 이 책은 전작에 비하면 훨씬 쉽고 가볍게 쓰여졌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다양한 주장을 펼치고 있지만 객관적 근거까지 제시되지 않습니다.
하지만 실망할 필요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혹시 존 리 대표의 주장에 공감하고 장기 주식 투자를 지지하는 다양한 객관적 근거들까지 살펴보고 싶다면 제레미 시겔의 주식에 장기 투자하라 같은 책이 당신을 기다리고 있습니다. 존 리가 장기 주식 투자의 전도사라면, 제레미 시겔은 이론가라고 할 수 있습니다.
강의 영상
책에서 다룬 내용과 거의 같은 주장을 담고 있는 영상을 유튜브에서도 찾아볼 수 있습니다. 1시간 반 정도의 강연이며, 책의 내용을 거의 대부분 담고 있습니다. 이 강연을 본다면 굳이 책을 사 볼필요가 있나 싶은 생각이 들기는 합니다. 혹시 강연 내용에 공감하신다면 주변 사람들에게 선물해보아도 좋은 책이라고 생각합니다.
마치며
여기까지 존 리 대표의 "엄마, 주식 사주세요"를 소개했습니다. 가볍게 장기 주식 투자에 대해 배워보고 싶으신 분이라면 한 번 쯤 읽어볼만한 책입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투자 되시기 바랍니다.
최근에 공개한 글 목록입니다.
- <투자 이야기> 일본 주식 투자: 유니클로에 투자하려면 필요한 최소 금액은?
- <소식> 리디북스, 투자/재태크 서적 무료 대여 이벤트
- <나의 투자> 2018년의 투자 계획: 지속가능한 투자를 향해서
- 2018년 계획의 계획: 글쓰기
글쓰고, 프로그래밍하고, 투자하는 @mishana입니다. 트위터 @mishan__a.
- 저는 투자를 권유하지 않습니다. 각자의 선택이고, 결과는 각자의 몫입니다 ;)
- 이 글이 도움이 되셨다면 리스팀, 팔로우 부탁드려요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