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박세계입니다.
대문을 만들어주신 @inhigh님께 깊은 감사를 드립니다.
며칠전 @asbear님이 올리신 글이 많은 뉴비들의 공감을 자아냈습니다. 저 또한 그 중 한명입니다.
내용 중 '오늘 숨쉰이야기'가 큰 보상을 가져가는 상황에 대한 불공평함이 있습니다. 저를 비롯해 많은 뉴비들이 공감하는 대목이라 생각합니다. 오늘은 이에 대한 생각을 풀어보려 합니다.
미리 밝히지만, 저와 같은 입장인 뉴비의 시점에서만 마냥 전개한 글이 아니며, 뉴비와 고래 양쪽 모두에게 최대한 감정이입을 한 후 각자의 입장을 해명하는 글입니다. 이후의 판단은 여러분 각자에게 맡기도록 하겠습니다.
- 간결한 내용 전개를 위해 '고래분들 -> 고래들, 뉴비분들 -> 뉴비들' 처럼 지나친 존칭은 생략하니 양해 부탁드립니다.
- 시작부터 엄청난 자금을 동반한 '고래 뉴비'도 있습니다. 본 글에서 뉴비는 '플랑크톤 뉴비'를 의미합니다.
저 역시 최근까지도 '오늘 숨쉰이야기'의 큰 보상이 마냥 불공평하다 생각하고 불만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곰곰히 생각해보면 그리 단순하게 일차원적으로만 접근할 부분이 아님을 깨달았습니다.
일단 '오늘 숨쉰이야기'의 개인적인 정의부터 하고 시작하겠습니다.
단순히 짧거나 솜씨가 덜한 글을 의미하는게 아닌,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
뉴비 입장 해명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 자체는 문제가 없지만, 그런 글이 가져가는 상대적으로 엄청난 보상이 우리에게 걸림돌이 되는거 같습니다. 실질적인 수치로 예를 들면 다음과 같습니다.
- 자료 조사를 동반해 4시간을 투자한 뉴비의 글 보상: $0.03
- 컵라면 물붓고 3분만에 뚝딱 쓴 고래의 글 보상: $68.91 (+ 엄청난 극찬)
-> 단순 보상액 차이 2,297배
- 분당 뉴비의 글 보상: $0.03 / (4 * 60) = $0.000125
- 분당 고래의 글 보상: $68.91 / 3 = $22.97 (+ 엄청난 극찬)
-> 글쓴 시간을 고려한 보상액 차이 183,760배
산타할아버지 같은 넉넉한 마음으로 허허 웃으며 '모든 글은 다 가치가 있으며 좋은 글입니다. 그 누가 감히 글의 좋고 나쁨을 평가한단 말입니까?' 라고만 생각하신다면 위의 '흔한' 예를 보시고 마음이 조금 바뀌셨기를 바랍니다.
극단적으로 보여도 생각보다 흔히 볼 수 있는 실제 상황입니다. 아무리 고래라도 3분은 더걸린다고 좀 오바라고 반문 하신다면, 뉴비의 4시간짜리 글도 상당히 시간을 줄여서 예로 든거라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보통 양질의 글 하나를 쓰려면 며칠이 걸리는 일도 많습니다.
뉴비도 쿨하게 글을 간단히 쓰면 되지 않느냐고 반문 할 수 있습니다. 당연히 그럴 수 있습니다. 하지만, '뉴비의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이 좋은 보상을 가져갈 수 있는 확률은 정확히 0% 입니다. (엄청난 미녀의 글은 예외입니다.) 즉, 뉴비는 무조건 엄청 열심히 쓰는 방법외에는 부각될 수 있는 확률이 희박하거나 없습니다. 그리고, 진짜 '잘쓴+좋은 글'을 올린다고 하더라도 초반에 부각될 확률은 여전히 희박하다는 또 다른 장벽도 존재합니다.
좋은 보상을 원하는 경우, 뉴비가 무조건 엄청 열심히 써야 한다는 상황 자체는 개인적으로 전혀 불공평하다 생각지 않습니다. 어느 집단에서든 신입이 본인을 부각하기 위해서는 많은 노력을 해야 함이 당연합니다. 그리고, 스팀잇과 KR 커뮤니티는 기부 단체도 아닙니다. 회사에 신입으로 입사해서 작은 프로젝트 하나를 힘겹게 완수했는데, 사장 포함 전 임직원이 느닷없이 모두 일어나 기립박수를 치며 다가와 포옹하며 감격하는 상황을 기대하는 것도 억지입니다.
하지만, 뉴비와 고래의 보상 비율이 극단적으로 볼때 183,760배 가량 되는것은 여전히 뉴비의 창작 의욕을 떨어뜨리기에 충분합니다. 뉴비가 몇 번 시도하다 금방 포기하는 상황은 매우 자연스러우며 '요즘 뉴비들은 시절 좋은줄 모르고 노~오력도 할 줄 모른다.' 라고 누구도 비난할 수 없습니다. 포기를 모르는 정대만 같은 뉴비들이 대단한겁니다.
'딱 봐도 정말 성의 없는 글'을 올리는건 자유이며, 오히려 이조차도 SNS의 다양성에 정말 필요한 '좋은 글'이라 생각합니다. 그런 글 자체는 누구도 비난하면 안된다는 입장입니다. 전업작가도 아닌데 매일같이 모든글에 정성을 들여야 한다면 어떤 보상을 준다해도 끝날까지 견뎌낼 사람은 없다고 생각합니다.
하지만, 그래도 글의 보상 만큼은 '정성+품질+(인기)'의 조합에 적절히 비례해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현실적으로 완벽하게 정비례 할 순 없지만 183,760배의 차이가 아닌 18배 정도 차이로는 좁혀지길 바랍니다. 이상적으로는 10배 이내입니다. 물론 (인기)를 제외하고 글 자체로만 볼 때 동일한 '정성+품질'을 가진 경우의 비교 상황을 말합니다.
(인기) = 명성+스팀파워+지갑+팔로워+소통
'10배 이내 차이는 또 왠말이냐, 완전 공평해야지!' 라고 생각하신다면 다음 고래 입장 해명을 먼저 읽고 판단해주시기 바랍니다.
고래 입장 해명
스팀가격 차트부터 보시겠습니다.
가장 높았던 약 1년전: $4.34
현재시점: $1.08
극단적인 경우지만 약 1년전 최고점에서 투자하신 분의 경우 4배가량 손해를 보고 있습니다. 반면에 타이밍을 잘 잡고 들어가 몇 배의 이득을 보신 분도 물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고래라고 하는 경우 엄청난 액수의 투자를 감행하신 경우가 많습니다. 글 보상만으로 $100,000 이상을 지갑에 가지고 있기는 불가능하기 때문입니다. 주로 1년전에 시작한 경우가 많으며 극단적으로는 최대 4배까지 여전히 손실을 보고 계십니다. 아마도 가격이 상당히 내려갔을때 지속적인 추가 매수를 통해 적당한 선으로는 회복하신 걸로도 이해하고 있습니다.
그건 그분들 사정이라고만 치부한다면 뉴비가 보상적다고 징징대는 상황도 그냥 우리 사정으로 치부되도 할 말 없습니다. 정작 대부분의 고래들은 여러 방면으로 최대한 뉴비들이 잘 정착할 수 있게 돕고 있습니다.
문제는 고래들의 수적&시간적 제약으로 모든 분을 도와드리지(보팅하지) 못해 그 혜택을 받지 못하는 분에게서 나오는 불만입니다. 고래가 뉴비를 지원하려 애쓰는건 감사할 일이지 당연한 일은 아니라고 봅니다. 긍극적으로 볼때 자신들의 미래 이득을 계산한 똑똑한 결정이라 하더라도 마찬가지입니다. 당장 자신의 이득에만 관심있는 수많은 고래들이 있습니다.
지금의 KR 커뮤니티가 생각보다 얼마나 관대하고 비교적 부각되기 쉬운지는 해외 커뮤니티에 글을 올려보면 즉각 알 수 있습니다. KR 에서 $10 정도의 보상을 받은글을 '잘' 영문 번역해서 올렸을 때 $1 정도 받으면 진짜 선방한겁니다. 대왕고래들이 많아 운이 정말 좋으면 수배의 보상도 가능하나 막상 부각되는건 훨씬 어렵습니다.
@oldstone님의 다음 글도 꼭 읽어보시기 바랍니다. 저는 몇몇 댓글까지 꼼꼼히 읽었는데 역지사지로 많은걸 이해할 수 있는 시간이었습니다.
@jack8831님의 다음 댓글도 확인 부탁드립니다. (댓글링크)
@jack8831님의 댓글과 지갑 몰래보기로 추측건대 1년전 천만원 가량 투자하셨고 그에 상응하는 보팅파워는 $0.03이었습니다. 그리고, 땡전한푼 투자하지 않은 지금 저의 보팅파워는 그와 같은 $0.03입니다.
솔직히 고래들이 과거를 회상할 때 오히려 현재 뉴비들을 보며 배아파해도 이상하지 않은 상황입니다. 정말 그렇다는 의미는 아니나, 상대적으로 가진게 많다고 모든면에서 걱정이나 시기하는 마음이 없다는 생각은 경기도 오산이라 생각합니다.
뉴비의 정성 글, 냉정하게 좋은 글 맞나?
방금 전 샤워 후 화장실 거울에 비친 제 모습을 보고 깜짝 놀랬습니다. 너무 잘생겼습니다.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계신 분들 조차 매번 좋은 글을 생산하는건 불가능하다고 감히 생각합니다. 본인의 글이 진짜 정성을 다한 글이 맞는지, 그렇다면 진짜로 내가 아닌 남이 봤을때도 보팅하지 않고는 못버틸 좋은 글이 맞는지 다시 한번 생각할 필요가 있습니다. 내 얼굴이 정말 정성을 다한 얼굴인지 생각해 볼 필요가 있는것처럼 말입니다.
냉정히 생각해도 진짜로 좋은 글을 쓰시는게 맞다면 당장 보상이 작아도 인내심을 가지고 계속 하시라고 말씀드리고 싶습니다. 기다림의 끝에 상상 이상의 결과가 기다리고 있을거라 확신합니다. 제가 쓴 글 중 하나는 준비기간만 3주가 걸린게 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정성과 보상은 정비례하지 않았습니다. 그냥 툭툭털고 다음글을 준비하면 그만입니다.
글쓰기에 자신이 없다고 해도 마찬가지 입니다. 그렇다면 일단 본인글에 보상이 매우 적은걸 인정하고 시작해야 합니다. 스팀잇은 '글을 쓰기만 하면 돈을 많이 주는 곳'이 아닌 '잘 쓴 글에 돈을 더 주는 곳'이기 때문입니다. 물론 (인기)가 엄청나게 중요한 건 맞지만, 잘써야 더 많은 보상을 받는 것도 여전히 맞습니다. 글은 운동과도 같아서 쓰면서 무조건 누적되며 늘 수밖에 없습니다. 스팀잇에서는 한 술 더 떠서 보상을 생각하고 쓸 수 밖에 없기 때문에 훨씬 빨리 늘게됩니다. '글쓰기' 자체만 해도 보상과 상관없이 평생 도움을 줄 '좋은 기술'이라 확신합니다.
그리고 역으로 자신은 뉴비와 고래의 글을 동시에 봤을 때 완벽하게 같은 반응을 하는지 생각해봐야 합니다. 저는 노력은 하지만 완벽하게 같은 반응을 하진 못한다고 자신있게 말씀드릴 수 있습니다. 그리고 아마 앞으로도 그건 불가능하다는 생각입니다.
내 글에 댓글을 받을 때도 마찬가지입니다. 운좋게 뉴비와 고래의 댓글을 한 글에서 받았다고 가정하겠습니다.
사람이 맞다면 이런 역차별에 온전히 자유로울 수 없습니다. 위의 모든 상황에 '나는 아니다' 하실 수 있는 분이 있다면 저는 당연히 속으로 그 분을 거짓말쟁이로 임명한 후 상대하지 않을거 같습니다. 만약에 그 사실이 사실이라면 사람이 아닌 기계가 분명할테니 제가 상대할 이유는 더욱 없어집니다.
대체 어쩌자는 거냐, 넌 누구편이냐?
눈을 감고 제 지갑을 열어주시기 바랍니다. 그리고 이제 눈을 떠주세요!
그게 바로 제가 한달 반 동안 겁나게 글을 올리고 받은 보상의 전부입니다. 저는 아직 '플랑크톤 뉴비'에 무척 가깝습니다.
'고래 입장 해명'을 신나게 했으니 다시 돌아와 보상이 큰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의 해결방안을 논하겠습니다.
불공평을 대하는 우리의 자세
안타깝지만 이를 공론화해서 해결할 방법은 다음과 같은 이유로 존재하지 않습니다.
-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 자체는 정말 '좋은 글' 입니다.
- 표절이나 명백한 악의를 지닌 글과는 철저히 분리해서 생각해야 합니다. 이건 멋진 글입니다. SNS에 이런 글이 없다면 삭막해서 어찌 살겠습니까. 뭔가 성의없는 글이 자주 있어줘야 우리도 중간중간 편하게 글을 올릴 수 있습니다. 보상의 차이가 있고 없고는 다음 문제입니다. 안타깝지만 인생은 원래 불공평하며 익숙해져야 합니다.
- 각자가 판단하는 '성의없는 글'의 기준이 천차만별 입니다.
- 제가 볼 때는 형편없고 별로인 글이라도 '진심으로' 좋아하는 독자들이 있는걸 많이 목격했습니다. 그리고 당연히 제 글을 엄청 싫어하는 분도 계실거라 확신합니다.
- 시간을 두고 보면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을 쓰는 작가가 '진심으로' 인기있는 경우가 생각보다 많습니다.
- 제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분이 계셨습니다. 글도 제 스타일이 아녔습니다. 저 혼자만의 사투를 고백합니다.
- 별로임. 특히 '딱 봐도 정말 성의없는 글'로 엄청난 보상 가져가는게 못마땅함. 당연히 Follow도 안함.
- 가끔씩 글이 눈에 띔. 거들떠도 안봄.
- 어쩌다가 다른 글이 눈에 띄었는데 느낌이 나쁘지 않아 들어가봄. '정성 가득담긴 좋은 글'이었고 보팅+댓글 소통 시도.
- 친절하게 댓글도 달아주심.
- 여기저기 많은 도움을 주시는걸 우연히 발견.
- 계속 보다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분임을 깨달음.
- 존경 시작. 당연히 Follow.
- 제가 별로라고 생각했던 분이 계셨습니다. 글도 제 스타일이 아녔습니다. 저 혼자만의 사투를 고백합니다.
뭔소리냐, 이 글의 주제가 보상의 불공평함인데. 문제를 해결해달라.
여전히 보상이 큰 '나름 명백한' 무성의 글은 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그건 불공평한게 맞습니다.
일단 불공평함과는 무관하게 우리는 열심히 글을 써야 합니다. 그리고 각자가 생각하는 그런 글들을 '불매'해야 합니다.
앞에서 말했듯이, 사람인 이상 별로라고 생각하면서도 고래의 글에는 나도 모르게 '풀보팅+극찬'을 하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개개인이 그런짓을 그만둬야 합니다. 우리가 돈이 없지 가오가 없는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처: NEWS 24, 베테랑 스페셜)
'진짜 좋은 글'에 조금이나마 공평하게 보상을 줄 수 있는 유일한 방법입니다. 그래야 장기적인 선순환으로 인해 스팀잇이 건강해질수 있으며 결국 나의 이득과 직결됩니다.
암튼 됐고, 글 보상이 생각보다 너무 적다. 글 쓸맛 안난다.
암호화폐 관련 흑역사 중 과거에 1만 비트코인으로 피자 두판을 사먹은 사람이 있다는걸 들으셨을 겁니다. 이게 그냥 웃어 넘기기에는 시사하는 바가 꽤 큰데 이에 대한 설명을 마지막으로 글을 마치겠습니다.
2010년 5월 미국 플로리다 주에 살던 프로그래머 라스즐로 핸예츠가 비트코인을 전파하기 위한 방법의 일환으로 1만 비트코인(당시 41달러)을 피자 2판과 맞바꿔 줄 사람을 찾았습니다. 당시 일반 사양 컴퓨터로 일주일에 1만 비트코인을 채굴할 수 있었고, 그 가치를 우습게 봤던 라스즐로는 일주일에 피자 한판 정도 먹을 수 있다면 이득이라고 생각했습니다.
피자 주문을 4~5번 더 했고, 다 합쳐 약 4만 비트코인을 소진했습니다. 진짜 문제는 그 다음입니다.
피자 주문을 4~5번 하는 동안 '실거래'가 드디어 이루어진 비트코인의 가치를 사람들이 높게 평가해 가격이 미친듯이 올랐고, 채굴을 원하는 사람들도 급속도로 많아져 4만 비트코인을 이미 소진한 이후엔 일주일에 1~2개의 비트코인도 채굴하기가 힘들어졌습니다. 즉, 비트코인을 대중에 전파한 일등공신이 되었지만, 정작 본인은 이미 모든 비트코인을 소진한 이후였습니다.
현재 4만 비트코인의 가치는 약 1,850억입니다.
저는 스팀잇의 '현재' 글 보상이 얼마가 되었든 지금 중요한건 그게 아니라는 입장입니다. 그냥 수 년 후를 기대하며 열심히 꾸준히 할 생각입니다.
글 보상의 상대적 박탈감에 고민하고 떠나던지, 지속적인 불만을 토로하며 해결책을 요구하던지, 스팀잇의 미래 가치를 우습게 보던지, 합리적인 불만은 갖되 함께 풀어가며 암튼 계속 하던지는 각자에게 달렸습니다.
부족한 글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