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기 - 그가 순례를 떠난 해 - 사람 또 사람

안녕하세요. Terry입니다. 순례길 여행기를 계속 연재중에 있습니다. 현재까지 올린 여행기는 아래 링크에서 보실수 있어요.

수비리에서 팜플로냐까지 | 23km


어제 같이 술과 닭도리탕을 먹으며 많은 이야기를 하고난뒤 우린 부쩍 친해졌다. 그리고 오늘은 모두가 아침을 다먹기를 기다리고 같이 출발. L형님은 항상 부지런하셔서 먼저 가셨고 A누나, Y누나, 그리고 J군까지 셋이 같이 출발했다.

첫 언덕을 넘는데 양들이 보인다. 메에에 하고 대화를 시도해보지만 될리가 있나. 알록달록 색칠한 염소가 너무 귀여웠는데 걸어가면서 많은 동물친구들을 만나게 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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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무슨 동물특집인가? 있는 동물 없는 동물 빼고 다 만났다. 닭, 오리, 거위, 말, 양에다가 심지어 공작마저 보았다. 순례길을 걸으면 자연과 더불어 사는 느낌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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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디 한글번역이 잘못되어있는것 같지만. 나는 지금 바스크 지방을 지나고 있다. 스페인이 원래 한나라가 아니었기때문에 지금 많은 독립운동을 하고 독립시도를 하고 있다.

내가 바르셀로나에 있을때도 카탈루냐의 독립운동으로 인해 시내가 어수선했으니 이사람들의 독립운동이 어떤지는 대충알지만, 정확한 느낌은 잘 모르겠다. 아무래도 나라가 다른탓인지 크게 공감이 되지 않는다. 이들에겐 어쩌면 간절할수도 있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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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례길을 걷다보면 각종 온갖 방법으로 가는 길을 표시해 놓은 표식을 볼수 있다. 어떠한 방식으로든 표시를 해놨기에 우리는 길을 잃지 않을수 있는거지. 어떻게든 표시를 해놓긴 했거든. 조금 헷갈리긴 하더라도. 선지순례자들의 은총이나 다름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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선지 순례자들의 은총을 뒤로하고 첫번째로 쉬려고 자리에 앉은 마을 후리아인(Zuriain). 2유로짜리 콜라한잔의 여유를 부린다. 다리가, 허벅지가 슬슬 아파온다. 오늘은 20km만 걸으니까 조금만더 힘내야하는데 쉽게 맘처럼 안된다. 내앞에서 졸고있는 고양이는 자느라 여념이 없다. 나도 너처럼 자고싶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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다시 힘을내 걷기 시작. 한 언덕을 오르다가 선지 순례자들의 비석을 보았다. 스페인어로 비문이 쓰여있어 무슨말인지 알리 없지만. 그옆에 세월호 사건의 상징 노란리본이 달려있었다. 이따금씩 걸려있는 까미노 위 추모의 물결.

나는 아직도 기억한다. 회사에서 밥먹을때 보던 “전원 구조” 뉴스와, 밥먹고 자리에 앉아서 인터넷창을 켰을때 “오보”라는 소식을. 나와 한살 혹은 두살밖에 차이나지 않는 친구들의 비극적인 죽음은 전혀 남일이 아니었기 때문에... 도저히 잊을수가 없는 사건이라서 두고두고 생각이 날것같다. 어떻게 그들을 위로 할수 있을까? 하다가 역시나 든 생각은 계속 잊지않고 재발을 방지하는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아직도 난 기억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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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런저런 여러가지 생각을 하면서 도착한 팜플로냐의 근교도시 빌야바(Villava), 팜플로냐까지 4km정도 남았을 즈음 하늘이 너무도 맑다는 것을 느껴 찰칵. 구도도 잘 잡은것 같아서 셀프 칭찬을 해주고 싶다. 하늘이 너무 맑아서 걷는데 기분이 너무 좋아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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Villava 마을은 드디어 제대로된 스페인의 마을을 보는것 같아서 흥미로웠다. 그동안 질리고 질려왔던 유럽 고딕양식들의 집보다는 스페인만의 양식인것 같기도 했다. 약간 가보지는 않았지만 내가 생각한 모로코나 남부 이탈리아의 모습과 흡사했다. 인도여행중에 만났던 스페인 아저씨가 유럽중에선 스페인이 제일 좋을거라고 자신있게 주장하더니, 진짜 인정합니다 인정.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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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이고, 사진이 왜 이따군가 싶다. 지나가다 사먹은 오레오 아이스크림. 유럽아이스크림중에 비싸지만 최고 맛있는것 같다. 한국 쿠앤크나 옥동자 먹는느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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확실히 대도시다보니 중심부까지 시간이 좀 걸린다. 그래도 팜플로냐의 공립 무니시팔 Jesus y Maria 숙소에 오후 1시 30분쯤 도착했다. 1박에 8유로이고 아침포함하면 3.5유로가 추가되던데 나는 아침에 빵을 먹기싫어서 추가하지는 않았다.

그리고 우리는 배가 고프기도 하고, 익히 듣던 순례자 메뉴를 먹으러 향했다. 딱히 아는곳도 없기 때문에 알베르게에서 추천해준 곳으로 향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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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깨와 허벅지가 땡기고 아파죽을것 같아도 먹기위해 안되는 스페인어를 억지로 써서 첫 주문! 우노! 도스! 뜨레! 꽈뜨로! 이게 전부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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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에서부터 차례대로 시금치 스크램블에그, 소고기사골국(?), 송아지스테이크(라기엔 약간 슈니첼 같았다), 그리고 마지막 디저트 커스타드 푸딩.

그렇게까지 우와 맛있다 수준은 아니었지만 괜찮은 가격에 괜찮게 먹었으며, 순례길에서는 와인인심이 푸짐하다. 와인을 무제한으로 준 덕분에 결국 우리는 취해서 식당을 나가고 말았다. 순례길인지 술례길인지, 술을 평소보다 많이 먹는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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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사를 끝내고 잠깐 백화점에 들렸다가 기념품샵에 가는길. 좋은 사람들이랑 길위에서 만나 와인먹고 헤벌레샷

까미노 길 위에서 좋은사람들을 만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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길을 지나가는데 군밤을 팔았다. 어쩐지 걸어오는 산길에 밤나무가 보이더라니, 여기도 밤이 나오나보다. A누나가 사줘서 먹었는데 완전 꿀맛이었다. 공짜라 그런가? ㅎㅎㅎ. A누나덕분에 잘먹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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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시구경을 계속 하는데 도시가 작으면서도 있을것 다 있고 볼거리도 많고 좋았다. 한국의 전주같은 느낌이랄까. 좋은사람들과 좋은 음식과 함께, 좋은 도시를 구경하다니.

행복했던 하루였다. 기억에 계속 남을 팜플로냐. 하루 더 머물까 싶었지만, 가는 길이 더 보고싶어 내일 걷기로 했다.

역시 사람이 여행의 전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니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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