산티아고 순례길의 끝,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대성당
산티아고 데 곰포스텔라 교회1 입구의 대리석 기둥에는 헤아릴 수 없이 많은 순례자의 손자국이 있다. 내 손길까지 보태어 깊이 패인 손가락 자국을 보면 가슴이 찡하다. 그런데 “내 손길까지 보태어”라는 말에는 어패가 있다. 교회를 보려고 1년이 넘게 순례의 길을 걸어온 끝에 마침내 그 기둥을 부여잡으며 느꼈을 감격이 내게는 전혀 없었으니까. 나는 중세인도 아니고 신앙인도 아니다. 고행은커녕 자동차로 편하게 갔다. 대리석 기둥 위에 잠시 내 손이 얹히지 않았더라도, 나까지 굳이 거기에 가지 않았더라도, 지금은 세상을 뜬 수많은 순례자의 손길에 조금씩 닳아서 단단한 돌에도 깊이 패인 손자국이 틀림없이 남았을 것이다. 그래도 움푹 파인 자리에 내 손을 슬며시 갖다 대었으니 나는 집단 예술 작업에 합류한 셈이다. 물질로 탈바꿈하는 관념은 언제 보아도 경이롭다. 눈에 보이지 않는 관념의 힘에 이끌려 왕과 농부와 수사는 정확히 그 기둥 그 자리에 손을 갖다 대었다. 끊임없는 손길이 같은 자리를 거치니 눈에 보이지 않을 만큼 아주 조금씩 대리석 기둥의 미세한 알갱이가 하나둘 떨어져 나가면서 정확히 그 자리에 손자국이 음화처럼 드러났다. 산티아고 가는 길/세스 노터봄저
- 스페인 갈라시아 지방에 있는 대성당. 예수의 제자였던 산티아고(성 야고보)가 순교한 뒤 하늘에 별빛이 나타나 산티아고의 무덤을 가리켜 주었다고 해서 ‘별의 들판’이란 뜻으로 ‘캄푸스텔라’라는 이름이 붙여졌고, 나중에 산티아고의 무덤 위에 대성당을 지었다. 예루살렘, 로마와 함께 유럽의 3대 순례 성지가 되었다.
배낭영성
여행전기(21세기는 영성의 시대)에 삽입된 글 중 일부를 남겨둡니다.
낯선 곳의 여행이 나에게는 빈번한 일도 아니고 애써서 즐겨 찾는 삶도 아니다. 그런데 내년 유럽에 한 달정도? 여행할 인연이 생길지도 모르겠다. 애써서 유명한 곳을 찾아가는 그러한 수고로움보다는 몇 군데 정해놓고 이렇게 시대 구성원들 삶의 흔적을 그대로 농축하고 있으나 박제되어 있지 않고 진행 중인 문화 공간을 찾아가볼 생각이다.
원통전이 서 있는 기초도 여타 전각들과 달랐다. 건물 주변을 빙 둘러 싸고 있는 석조물들은 내가 이 절에서 가장 오래된 존재라고 웅변하는 듯 했다. 이절을 처음 만든 것이 통일신라시대라고 하는데 아마도 원통전은 그 당시의 형식을 그대로 유지하고 있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다. by @oldstone
스페인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 교회 입구 대리석 기둥의 손자국 음화나 화엄사 원통전에 올라가는 돌계단에 새겨지고 있는 시대 구성원들의 자취에는 공통점이 있다. 마음을 가지고 살아가는 생명체들의 손놀림과 발놀림이 차곡차곡 쌓아져서 만들어진 생명의 결들이다.
ps. 내년 유럽 여행의 목적지로 삼은 곳은 수도원이다. 그리고 나라는 스페인으로 한정하였다. 스페인은 유럽과 동방(이슬람)문화가 조화롭게 녹아있는 나라라고 한다. 위에 인용된 세스 노터봄의 저서를 읽으면서 미리 미리 정신적 체험을 하려고 한다. 유홍준 님께서 인용하신 멋진 말이 있지 않은가?
사랑하면 알게되고 알면 보이니 그때 그 봄은 예전과 같지 않다
다른 인연이 생겨서 옮겨갈지도 아니면 여행 자체가 무산될지도 모른다. 앞일은 모르니까,
그렇지만 우선 trips.tim에 가고자하는 곳의 관련 도서들을 읽으면서 틈틈이 준비과정을 기록해두려고 한다. 그래서 나도 스토리가 있는 하나의 여행 콘텐츠를 만들어보련다. 그곳에 가기 전까지는 내가 찍은 사진은 없고 남의 것들을 정당?하게 훔쳐서 쓸수밖에 없다.
여행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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