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녀_빗자루] 기적을 삶에 초대한 일주일 간의 보고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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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적을 삶에 초대한 일주일 간의 보고서


그러니까 그건 아주 우연하게 시작되었다.

봄비가 제법 거칠게 쏟아지는 늦은 오후, 후배를 데려다주는 차 안에서일어났다. 요즘 부쩍 우울해서 힘들다는 후배에게 나는 뜬금없이 이런 제안을 했다.

"평소에 잘 사용하지 않는 단어를10번만 사용해 보자. 음… ‘기적’이라는 말을 10번 하는 거야. 그냥 가볍게, ‘이건 기적이야!’ 하는 거지. 어때?"

갑자기 툭하고 튀어나온 말 “기적”, 거대하고어마어마한 이 말을 10번이나 사용하라니!

나의 황당한 제안을 거절할 법도 한데, 후배는 매우 순순히 그러겠다고 답했다. 그리고 우리의 기적 놀이는 시작되었다. 비 때문에 유난히 막히는 강변북로 위에서 우리는 ‘기적’에 대한 이야기를 했고, 잠시 후 ‘조금은 신기하다’ 싶게 목적지에 늦지 않은 시간에 도착했다.

그리고 후배로부터 첫번째 기적에 대한 카톡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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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카톡에 응답하기 위해 나 또한 몇 개의 기적을 적었다. 그냥 후배의 카톡에 응답하기 위해 반쯤은 장난으로 글을 적었는데, 기분이 이상했다. 황당한 나머지 웃기기도 하고, 이상하게 기쁘기도 하고, 정말 기적이 일어나는 듯한 착각이 들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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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때부터 였다. 무슨 생각으로 그랬는지, 늦은 한 밤중에 주변 사람들에게 <어머! 이건 기적이야!>놀이를 카톡으로 제안했다. 친한 후배들, 친구들도 있었지만, 그다지 친하지 않은 지인들도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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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정이 다 되어가는 시간이지만, 뜬금없는 나의 제안에 사람들은 이상하리만큼 열광하며 그 놀이에 참여했다. 그리고 하나같이 즐거워했다. 나는 되려 이 황당한 제안에 그들이 적극적으로 동참하는게 신기했다. ‘이상한 소리 그만하시고, 그냥 얼른 주무십쇼~’라고 할 법하지 않은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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처음엔 그냥 호기심 반, 재미 반으로 시작했던 사람들이 나처럼 어느순간 아주 묘한 기분이 들었던 모양이다. (이 묘한 기분을 알고 싶다면 ‘이건 기적이야!’를 10번 적어보시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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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다음 날, 사람들은 <어머! 이건 기적이야!> 놀이를 얼마나 많이 했고, 어떤 경험들을 했는지 보내오기 시작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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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중에는 우연이지만, 정말 기적이라고 믿고 싶은 일도 일어났다. 어느 단체 카톡방에서 있었던 일이다. 한 분이 운전을 하던 중 차에서 내려 스트레칭을하다가, 자신이 “만세교”앞에서 스트레칭한 것을 발견했다며, 사진을 찍어 보내셨다. “기적 같은 이야기”라는 말과함께. 그 우연함에 웃음이 터져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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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그의 기적(?)은 거기서 끝나지 않았다.

그 분은 그날 저녁 오랫동안 염원하셨던 일이 드디어 잘 마무리 되셨다면 글을 올리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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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론 이것과 기적 놀이와는 아무런 인과관계는 없다. 그렇지만, 내게는 기적처럼 기묘하게 느껴졌다. ‘하필, 오늘 이런 일이 있다니!’ 하는 기분이라고 할까.

그 이후로 오늘까지 나는 만나는 이들에게 이 ‘놀라운 기적 놀이’와 이것에 참여하는 사람들의 ‘반응’을 설명했다. 그러면 그들도 어김없이 기적놀이에 동참했다. 잠깐의 대화로만 끝날 줄 알았던 기적 놀이는 이후 단체 카톡방에서도, 개인카톡으로도 살아서 기적을 만들어냈다.

기적놀이 일주일째인 지금도 사람들은 자발적으로 나에게 자신들이 발견한 기적을 알려온다. 어떤 사람은 직장 동료들과 기적을 나눴고, 또 어떤 사람은 자녀들과 기적을 나눴다고 했다. 오늘 만난 또 다른 분은 친구들과 기적을나누면서 전혀 다른 인간관계가 맺어지고 있다고 이야기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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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가 사용하는 말은 우리의 정서를 지배한다.



우울한 후배의 기분이 조금 좋아졌으면 하는 아주 작은 마음에서 시작한 단어 “기적”

조금은 낯선 이 단어를 무심코 일상에 적용했을 뿐인데, 도처에서 기적에 대한 환호성이 일어나고 있다. 그 기적은 ‘죽은 사람을 살리는 것’이나, ‘로또에 당첨되는 것’이아니다. 그냥 소소한 일, 무심코 지나칠 수 있는 일이다. 그런데 ‘이건 기적이야’하는 순간 신기하게 이제까지 발견하지 못했던 기적을 알아차리게 해 준다.

흔히, 우리의 두뇌는 진짜와 가짜를 구분하지 못한다고 하지 않던가. 그래서 싱싱한 레몬을 상상만해도 진짜 눈 앞에 레몬이 있는 것처럼 입에 침이 고인다고.

기적을 말하는 것도 이와 유사할거 같다. ‘이건 기적이야!’하는 순간 우리두뇌는 그 기적에 감탄할 준비를 하고, 정말 기적이 일어났을 때 몸의 반응을 그대로 구현해내는 게 아닐까. 그리고 그 순간 세포 하나하나 존재의 기쁨을 맛보고 진짜 기적을 체험하게 되는 것인지도 모르겠다.

나는 지난 일주일 간 “이건 기적이야!”라고 말한 덕에 세상 속에 존재하는 수많은 기적을 발견하게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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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리고 알게 되었다. “삶은 기적이다”라는 말이 내게 더 이상 ‘액자 속의 말’이 아니라 살아있는 말이라는 것을. 적어도 이 순간만큼은 진실이다.



P.S 기적 놀이를 함께 했던 후배가 아래의 글을 전해 왔다. 동감이 되어 아래 글을 첨가해 본다.

매너리즘에 빠졌거나 감사의 진실한 의미에 흠뻑 심취하지 못하고 있다면 감사를 기적으로 바꿔서 일주일만이라도 써보자.

일상의 기쁨을 감사를 넘어선 기적으로 여기며 삶에서 벌어지는 소소한 일들을 기적으로 여겨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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