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른살 여행기#5 가장 가까운 낯섦 - 블라디보스토크: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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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4]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의 밤

러시아 비행기를 타고 블라디보스토크로 출발했습니다. 러시아 비행기는 북한 영공을 통과할 수 있어서 우리나라 비행기보다 빠르게 도착합니다. 새벽 비행기가 빨리 도착한다고 별다른 게 기다리고 있지는 않지요. 유리를 많이 사용했는데 난방도 빵빵하게 틀지 않아서 으슬으슬한 블라디보스토크 공항 건물을 원망할 시간만 늘 뿐입니다.

공항에 도착하니 곤봉을 뱅뱅 돌리며 건들거리는 경찰들이 보였습니다. 입국 심사대는 바닥부터 천장까지 꽈 막혀 있고 문이 달려 있어서 건너편이 보이지 않습니다. 은행 창구보다 약간 높은 심사대에 유리문을 달거나 심지어 문이 없는 공항과 비교하면 고압적으로 다가옵니다. 직원의 안내도 살갑지 않습니다. 심사대 위에 등이 켜지면 그걸 보고 심사관에게 다가가는 방식이지요. 심사관 역시 냉랭하고 뻣뻣합니다.

면세구역의 문이 열리니 옹기종기 모여 보드카 병나발을 불던 아재 너덧 명이 보였습니다. 보드카 병나발이라니. 러시아에 온 겁니다! 다른 쪽으로 눈을 돌리니 택시 예약 창구가 보입니다. 뻔히 택시를 예약할 수 있는 곳이 있는데 삐끼가 붙어오는 걸 보니 역시 사람 사는 곳은 다 똑같다는 생각이 들어서 낯선 곳에 있다는 불안함이 가셨습니다.

좀 다른 점이라면 화장실입니다. 문이 다른 공간의 문과 똑같아서 처음에는 화장실인 걸 알지 못했습니다. 화장실 문을 열고 들어가면 일단 세면대가 나옵니다. 그리고 또 한 번 문을 열고 들어가야 변기가 보입니다. 화장실이 손 씻는 곳과 용변 보는 두 공간으로 분리되어 있어서 밖에서 남자 화장실의 소변기가 보일 일이 없습니다.

이번 여행은 오로라를 보고 싶다는 헛바람이 들어서 시작했지요? 오로라를 보는 일 말고는 보너스 여정이라 생각해서 특별히 욕심이 없었습니다. 꼭 가고 싶은 곳이 있던 것도 아닙니다. 푹 쉬고 아침부터 빠릿빠릿하게 돌아다닐 생각도 없었기에 공항에서 날이 뜨기를 기다렸습니다.

러시아는 땅이 커서 그런지 공간 인심이 좋습니다. 화장실도 그렇지만 의자 좌판도 다른 나라보다 좀 크고 공항 안도 복잡하지 않지요. 공항 의자에 팔걸이만 없었다면 하룻밤 보내는 데 더 좋았을 겁니다.

대충 자리를 잡으니 여러 사람이 여기저기 모여 이야기하는 소리가 나긋나긋하게 들렸습니다. 외할머니댁에 가서 어머니 무릎에 기대 졸면 어른들의 목소리가 기분 좋게 들리곤 했는데 여기서도 그랬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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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림 5] 블라디보스토크 공항의 아침

날이 밝으니 공항이 분주해졌습니다. 수화물에 랩을 씌우는 소리가 자주 들렸어요. "찌찌직"하는 소리가 끊이지 않았는데 승객들이 공항 수화물 처리를 썩 믿지 않나 봅니다. 조금 시간이 지나다 보니 붉은빛 도는 브로치를 가슴에 꽂고 어색한 우리말을 쓰는 무리도 래핑을 했습니다. 이들을 보았을 때 북한 영공이 별 느낌 안 들었던 거처럼 무덤덤했는데 할매 할배들에게는 좀 다른 느낌이겠지요.

아직 통신사 창구가 문을 열 때가 아니라 공항에 좀 더 머물렀습니다. 해가 떠서 공항 밖이 보였어요. 도착했을 때는 단열에 좋지 않은 유리를 불평했는데 바람이라도 막아주는 저 한 장의 유리가 엄청 고마웠지요. 밖은 너무 매서운데 안은 햇살에 평온했기 때문입니다.

통신사 창구가 문을 열어서 유심을 사고 공항 철도역으로 향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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