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의 단편 - 어젯밤 꿈이 나에게 말해준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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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생각한다고 말하는 것은 잘못입니다. 누군가 나를 생각한다고 말해야 할 것입니다. 말의 유희를 용서하세요. 나는 타자입니다.
-랭보


  잠에서 깨어난 순간 새벽에 꾼 꿈을 기억하는 것이 습관이 되었다. 나에게 꿈은 생각과 욕망이 녹아 있는 거대한 크로와상이다. 이것을 먹고 소화하고 싶다. 그러기 위해서는 꿈 속에서 일어난 사건을 기억해내고 꿈 속에서 만났던 존재들-사람이 아닌 경우도 있다-의 특징이나 말투를 꿈노트에 묘사해보아야 한다. 그러면 현실에서 쳐다보지도 않았던 가능성의 조각이나 미래에 벌어질 일에 대한 단서, 혹은 한참 고민하고 있는 문제에 대한 해결책이 나타난다.

 어젯밤은 꿈 속에서 사흘을 보냈다. 보통 꿈속에서는 시간과 장소가 뒤죽박죽인데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고 등장인물의 정체를 밝히는데 성공했기에 스팀잇에 봉인해 두고자 한다.

<꿈 속에 등장한 사람>

미쉘양
까페사장 D
감시자


꿈 속의 이야기




첫 번째 날

나와 미쉘양은 기숙사가 딸려있는 대학교에 다니고 있다. D가 밤늦게 학교 기숙사로 찾아온다. D는 근처에 좋은 자리가 매물로 나왔는데 그 가게를 인수해서 카페 4호점을 하고 싶다고속마음을 털어놓는다. (그는 실제로 3년 사이에 카페 1호점, 2호점을 성공시켰고, 해운대에 3호점을 오픈한 상태다.) D는 우리가 같이 가서 그 건물의 위치와 구조를 봐줬으면 좋겠다고 부탁한다.

기숙사에는 감시자가 있다. 감시자는 형체가 시시각각 변하는 검은색 덩어리인데, 우리가 과제를 하지 않고 영화를 보고 온다거나 늦게까지 수다를 떨 때 벌을 주는 존재다. D는 자정이 넘는 시간에 찾아왔기 때문에 감시자는 우리의 외출을 허락하지 않는다. 우리는 D에게 미안하다고 말하고 내일 같이 가기로 약속한다.

두 번째 날

그 다음날 오후에 D가 학교로 찾아온다. 나와 미쉘양은 D와 함께 그 장소에 간다. 그 곳은 벽과 창문이 없는 공간에 테이블이 줄지어 있고 사람들로 북적거리는 횟집이다. 그가 오픈했던 까페들은 하나같이 15평 정도의 아담한 공간이었는데 그곳을 본 순간 평소의 그답지 않다는 생각이 든다. 나는 "위치는 좋은데, 평수가 넓어지면 인테리어 비용이 늘어나요." 라고 말한다. D는 납득할 수 없다는 표정을 짓는다.

세번째 날

놀랍게도 그 다음날 밤에 또 D가 기숙사로 찾아온다. 아무리 생각해도 그 공간이 너무 좋아서 인수를 해야겠다고 말한다. 미쉘양은 과제가 있어서 기숙사에 남고 D와 나만 그 장소로 가기로 했다.

기숙사 정문 앞에는 감시자가 서 있다. 나는 감시자를 본 순간 마음이 위축되는 것을 느낀다. 그러는 한편 과연 그 감시자를 무서워할 이유가 있는지 의문이 든다. 그 순간 나와 D는 그 장소로 순간이동을 한다.

어느새 큰 횟집은 사라지고 그 자리에는 작고 예쁜 옷가게가 있다. D는 여길 인수해서 카페로 바꾸면 정말 재미있는 공간이 될 거라고 말한다. D의 눈빛과 목소리에서 에너지가 넘친다. 나는 옷가게 안을 여기저기 둘러보면서 이 가게가 대박날 것이라는 생각을 하면서 꿈에서 깨어난다.



꿈 속에 녹아있는 것




대학교 기숙사

왜 기숙사 생활인가. 중학교 때 나는 [기숙사 대소동]이라는 청소년 소설을 수십 번도 넘게 읽었다. 세월이 흘렀으나 기숙사생활에 대한 로망은 잠재의식에서 흘러나와 꿈속에 다시 세팅되었다.

D라는 인물

D는 까페 4호점에 대한 투자가 '안전'하다는 것을 타인에게 확인받고 싶어한다. 이 시점에서 나는 모 까페 사장 D역시 나 자신의 무의식이라는 것을 밝혀야겠다. 현실의 나는 투자하고 있는 섹터에 대해서 확인을 받고 싶어서 '낙관적인' 기사를 끌어모으고 싶은 걸 참고 있는 중이다. 그런 나의 잠재의식이 꿈속에서 D라는 인물을 구현했는데, 실제로 D가 도움을 구하는 타인은 바로 나이다. 이제 꿈은 이제 이렇게 요약될 수 있다. 나는 꿈 속에서 사흘에 걸쳐 나에게 자문을 구했다.

감시자

감시자에 대한 두려움은 어디에서 나왔을까. 감시자가 허락을 해 주어야 기숙사를 나갈 수 있다는 것은 내가 꿈속에서 정한 룰이다. 나는 누군가의 눈치를 보고 감시를 받고 싶었기 때문에 감시자라는 캐릭터를 만들었던 것이다. 그러나 감시자를 무서워할 이유가 없다는 것을 깨달은 순간 감시자는 사라진다. 감시자는 바로 자유로운 시도와 선택을 막는 나 자신의 닫힌 마음이다.



  최근 투자과정에서 내 무의식으로 밀어넣은 것들이 꿈 속에서 사흘간 고민하는 스토리로 나타났다. 결과는 정말 좋을 것이라는 결론을 꿈에서 내렸다. 실제 결과가 어떨 지는 그 때가 되면 알겠지만 어젯밤 꿈을 정리하고 나니 마음이 조금 가벼워진다.





생각의 단편들


누군가의 기억 속에 저장되는 것
꽃이 기다린다
파란 우연
산책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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