몽상가적 P의 이야기 #04 _ 연탄재 하나를 툭



몽상가적 P의 네번째 제목은 '연탄재 하나를 툭'이라고 지어봤다. 몇년 째 지지부진했던 플랫폼에 대한 열망을 이 곳에서 풀어내기로 하면서 이 챕터에 모든 고민들을 쏟아내고 있다. 아마도 멀린님은 고민에 고민이 겹을 쌓아 더 이상 진전되지 못하는 나를 발견하신 모양이다. 일단 연탄재 하나를 눈밭에 굴려 하나씩 불려가보는게 어떻겠냐는 말씀. 깊이 공감하지만, 정말 나란 사람 그게 어려운 못난이의 시간을 꽤 오랫동안 보내왔다. 이제 연탄재 하나를 툭 내어놓지 않으면, 내 안에서 이미 부셔지는 가루가 되어버릴 것만 같은 기분이 든다.




몸에 글이 없는 선배와


나의 계획을 설명하려면 이 사람에 대한 설명이 필요하다. 이 선배는 나와 프리랜서 일을 같이 하고 있고, 얼마전 교토여행을 함께 다녀온 분이다. 우리는 같은 회사의 같은 팀에서 만났다. 처음엔 나의 상사였지만 사수는 따로 있는 묘한 관계에서 한 팀에 속해있었다. '라이프스타일 트렌드'팀에 소속되었을 때 모든 것들이 본격적인 것이 되었다. 나는 본격적으로 내 안의 열정을 주최적으로 일에 투영시키려고 노력했고, 그 선배는 본격적인 나의 사수이자 상사가 되었다. 상사라고하지만, 나의 의견이 무시되는 일이 없이 팀처럼 일하게 되었다.

합이 잘 맞았다. 의견을 나누고 절충하는 것들이 즐거웠다. 그 힘든 상황 속에서도.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척하면 알아듣는 것이 하나둘 늘어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암묵적인 동의'들이 늘어가기 시작했다. 암묵적인 동의는 동전의 양면과도 같았다. 같이 꿈꾸는 일을 해보자는 말을 직접적으로 언급하지 않아도 서로가 그렇게 할 줄을 알고 있었다. 하지만, 너무나도 소중한 암묵적 동의들은 미적거림에 약간의 빌미를 제공하기도 했다.

우리는 많은 시간을 돌아왔다. 모든 것을 내려놓으니 오히려 부담이 사라지고 더 이상 거리낄 것도 없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요즘이다. (제발 계속되어야 할텐데..) 그래도 우리에게 진전이 없었던 건 아니다. 단지 너무 느린 거북이 두 마리일 뿐이다. 우리가 이야기한 화두와 워크샵 주제, 아이디어만 해도 몇 백가지는 넘을 거다. 넘쳐나서 문제지 없어서 문제가 되진 않는다. 결코. 다만, 너무 잘하고 싶은 마음이 자꾸 머뭇거리게 만들고 현실에 대한 겁이 움츠러들게 만들었을 뿐이다.

스팀잇을 권했다. 처음엔 거절당했다. 스스로를 몸에 글이 없는 사람이라고 칭했다. 정리의 달인인데, 감정을 드러내는 것에는 달인이 아니긴 하다. 좋은 사람들과 다양한 소통을 나누고 협업도 활발하게 이루어지는 신기한 곳이라고 유혹했다. (유혹의 과정에서 @baejaka 님과 @kyunga 님의 이야기 좀 팔아먹었다.) 가입신청은 한 상태인데, 몸에 글이 없는 사람이 스팀잇에서 어떤 행보를 보일지는 나도 사실 잘 감이 오지 않는다. 지켜봐야 할 뿐 ㅋㅋ






그래서 연탄재는


그래서 연탄재 하나 툭 던지는게 세상 어려운 사람들이 함께 무엇을 도모하려고 하니 참 쉬운게 없다. 우리는 여러번 매거진을 제작하는 이야기도 했고, 홈페이지도 만들다가 말았고, 거기에 내가 썼던 글들은 모조리 스팀잇 내 공간에 옮겨졌다. '불특정소수들을 위한 살롱의 시대'도 그 중 하나.

집 앞에 자주가는 카페가 있다. 그렇게 감각적인 공간이 있을 법한 곳이 아닌데, 아주 감각적이다. 인테리어 디자인을 하던 주인이 작업실을 카페로 바꾼 탓이다. 내가 좋아하는 일본갬성이다. 많이 들어가봤자 10명에서 15명 정도 수용할 법한 공간인데, 여기서 워크샵을 꼭 하고 싶다는 생각을 했다.

그리고 정작 본론 뭐냐면..

우선 우리는 팟캐스트를 하기로 결정했다. 된 것도 없으면서 여기에 일단 쓰는 이유는 박제시키기 위함이다. 내가 나를 부추기지 않으면 안될 것 같다. (사실 제목도 정했는데, 그건 나중에 공개) 우리가 맨날 떠드는 내용들, 워크샵을 통해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피드백 받고 싶다. 그리고 그게 워크샵과 이어지길 바란다. 거창하게는 영감과 문화, 라이프스타일의 카테고리가 될 듯 한데, 들여다보면 요즘 관심있게 보고 있는 골목길, 카페, 전시, 영화, 책, 드라마, 사람들이 요즘은 이렇다더라 저렇다더라하는 시시콜콜함으로 채워지길 바래본다.




난 이제 하지 않으면 안된다.






몽상가적 P의 이야기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1 _ P의 의미에 대하여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2 _ 어떤 형태의 시간을 만들것인가
몽상가적 P의 이야기 #03 _ 영감과 일상, 그 중간 어디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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