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동화의 재해석] 신데렐라 외전; 유리공 존 그라스 (4th~5th, F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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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자정이 다 되어갈 때까지 전 어둠 속에 숨어서 왕궁을 응시하고 있었습니다. 자정이 되자, 다섯 번째 후문에서 어떤 움직임이 보였습니다. 누군가가 와서 호위병에게 뭔가를 얘기하니, 호위병이 어디론가 가버렸습니다. 문을 지키는 사람이 없게 되었습니다. 뭔가 일이 일어나고 있었습니다. 호위병이 자리를 뜬지 얼마 지나지 않아, 한 남자와 한 여자가 어둠 속에서 모습을 드러냈습니다. 그 여자는 루시였습니다.

 그들은 조심스럽게 움직였습니다. 남자가 루시를 문으로 이끄는 것 같았습니다. 남자가 루시의 등에 손을 대고 문 밖으로 데리고 나왔습니다. 이윽고 그들은 왕궁 문 밖으로 나왔습니다. 남자가 주변을 잠시 경계하더니, 루시에게 뭔가를 이야기했습니다. 그때 전 제가 숨어 있는 곳 3시 방향 앞쪽에서 인기척을 느꼈습니다. 풀숲에 저 말고 누군가가 더 있는 것 같았습니다. 살짝 자세를 높여, 그 쪽을 살펴보았습니다. 달빛 아래서 희미하게 뭔가가 빛나고 있었습니다. 깜깜해도 전 그게 무엇인지 정확히 알 수 있었습니다. 제가 자주 만들던 거였거든요. 바로 조준경이었습니다. 요즘은 왕국의 무사들 사이에서 석궁에 조준경을 다는 것이 유행처럼 되어서 우리 공예방에도 여러 건 의뢰가 들어오기도 했었습니다. 조준경 아래엔 분명 석궁이 있을 테고, 그 석궁의 과녁은 말하지 않아도 알 수 있었습니다. 전 지체할 시간이 없다는 걸 깨닫고는 즉시 소리쳤습니다. 피해! 내가 말하는 순간, 왕자와 루시는 숲 쪽으로 돌아보면서 몸을 움직였고, 동시에 발사된 석궁의 활은 둔탁한 소리를 내며 왕자의 몸에 박혀버렸습니다. 왕자의 외마디 비명과 함께, 석궁을 쏜 자는 목표물에 활이 박혔다는 걸 확인하고는 재빨리 반대편 숲으로 달아나기 시작했습니다. 전 벌떡 일어나 루시와 왕자에게 달려갔습니다.

 루시는 부들부들 떨며, 왕자님,을 외쳤습니다. 노바 왕자가 정신을 잃기 전에 한 마디 하였습니다. 아직 위험하다. 다른 곳으로. 전 왕자를 들쳐 업고 루시와 함께 공예방으로 내달렸습니다. 산길을 한 시간쯤 달렸더니, 저 역시도 곤죽이 될 지경이었습니다. 공예방에 도착해서 왕자의 상태를 보았습니다. 화살은 오른쪽 어깨에 깊이 박혀 있었습니다. 어머니에게 조용히 도움을 요청하였습니다. 어머니는 능숙한 솜씨로 화살을 뽑아내고 상처 부위를 꿰매었습니다. 옛 전쟁 때 어머니는 아버지와 함께 참전하여 의무대에서 복무하였습니다. 매일 부상 환자를 수십 명씩 처치한 경험이 있어, 상처를 다루는 것쯤이야 식은 죽 먹기였습니다. 어머니는 사태의 심각성을 느끼고서도, 아무 것도 제게 묻지 않았습니다. 대신 우리와 환자를 위한 야채 죽을 준비해 주셨습니다. 왕자는 생명엔 지장이 없었습니다. 다만 의식을 회복하려면 조금 시간이 필요해보였습니다. 어머니가 집으로 돌아가시고, 루시와 나는 부엌 식탁에 앉았습니다. 집사와 마부가 앉아 라수스 남작의 음모를 말하던 그 식탁 말입니다.

 난 루시에게 괜찮냐고 물었습니다. 제 관심사는 그것뿐이었습니다. 제가 아무짝에도 쓸모없을 것 같았지만, 그래도 루시를 지금 이곳에 데려다놓은 것이 벅찼습니다. 루시는 헝클어진 머리칼을 손으로 두어 번 쓸어 올리곤 말했습니다.

“네 덕이야. 나와 왕자님이 살 수 있었던 것. 고마워.”
“아니야. 난 할 수 있는 게 없었어. 그 상황에서도…”
“아니, 넌 이미 많은 걸 했어. 날 위해서. 네가 날 지키겠다고 말 한 거 기억해?”
“그랬었지. 하지만.”
“넌 날 지켰어. 넌 모르겠지만, 가장 확실한 방법으로 날 지킨 거야. 네가 아니었다면, 난 지금 여기 없었을 거야.”

 루시의 얘기는 새벽까지 이어졌습니다. 루시는 우리가 만나지 못했던 시점부터 오늘까지의 일을 소상히 말해주었습니다. 제가 루시를 구했다고 말한 부분에 대해서 루시가 이야기할 때, 전 여러 번 놀라서 몸에 힘이 풀려버렸습니다.

“난 연회장에서 중년 남자를 따라서 왕자의 근처에까지 갔어. 사람들에게 둘러싸인 왕자의 환심을 사기 위해 기회를 엿보고 있었어. 그때 문득, 네 생각이 났어. 우리가 숲의 바위에 앉아서 대화를 나누었던 것, 13살 때 구두 가게에서 처음 만났던 일들이 떠올랐던 거야. 왜 그랬는지는 모르겠어. 난 그 생각들을 떨쳐버리려고 했지만, 쉽게 떨쳐지지 않았어. 그냥, 네가 떠올랐어. 네가 당장 내 눈 앞에 있으면 좋겠다는 생각만 난 거야. 그때 내 마음은 몹시 추웠고, 떨렸어. 나의 마음을 진정시켜 줄 사람은 바로 너 밖에 없었어.
그런 생각으로 혼란스러울 때, 난 순간적으로 뭔가를 발견하게 된 거야. 왕자가 주변 여자들의 발을 유심히 보고 있다는 생각이 들었어. 내가 주어진 임무와 목적에만 충실했다면 절대 알 수 없는 일이었지. 왕자는 이미 남작의 계획을 알고 있다는 확신이 들었어. 어떻게 알게 되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왕자도 나름의 정보책이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어. 난 나의 계획을 전면 수정했어. 사실, 그곳에 가기 전에 난 이미 내 계획을 수정한 상태였어. 이유가 뭐냐고? 바로 너 때문이야. 내게 아버지의 복수가 중요하지만, 그걸 위해서 너를 잃는다고 생각하면 가슴이 터질 것만 같았어. 난 왕자와 결혼하지 않고도 다른 방법이 있을 거라고 생각했어. 그게 뭔지는 몰랐지만, 왕자가 남작의 음모를 알아차렸다는 걸 알게 된 그 순간 그게 떠올랐던 거야. 난 왕자에게 모든 걸 털어놓겠다고 결심했어. 물론 위험 부담은 있었지. 나도 그 계획의 가담자였으니, 왕자가 날 어떻게 할진 알 수 없었어. 일종의 도박이었던 셈이지.”

 루시가 이 말을 하고 있을 때, 난 지금 대체 무슨 얘길 듣고 있는 거지? 하는 생각을 했습니다. 루시가 날 떠올렸다고? 내가 루시의 계획을 멈추게 했다고? 내가 루시에게 뭐길래. 대체. 루시는 무슨 말을 하고 있는 거야? 난 루시의 말을 끊고, 루시를 바라보았습니다. 루시의 뺨은 상기되어 있었습니다. 루시는 갑자기 제 얼굴을 두 손으로 감쌌습니다. 그리고 말했죠.

“내가 무슨 말을 하는지 아직도 모르겠어? 그 위기의 순간에 네가 떠올랐다고! 내 마음에 넌 이미 너무 깊이 박혀 있어서 널 떼어낼 수가 없다고.”

 전 심장이 터질 것 같았습니다. 루시도 내 마음과 같았습니다. 루시도 나를 사랑하고 있었습니다. 루시가 입술을 내 입술로 갖다 대며 말했습니다.

“널 떼어내려 하다간 내가 죽을지도 모른다는 거야. 존 그라스, 사랑해. 네가 나를 살린 거야.”

 난 말을 잇지 못했습니다. 무슨 말이든 해야 했는데, 아무 말도 나오지 않았습니다. 우리의 입술이 떨어졌을 때 한 마디만 연거푸 반복했습니다. 고마워. 고마워. 고마워.

 루시는 아까 하던 말을 이어갔습니다. 난 황홀한 마음으로 입까지 반쯤 벌린 채로 루시의 얘기를 들었습니다.

“왕자가 내게 다가왔을 때, 난 알고 있었어. 왕자는 유리 구두를 신은 여자들을 오히려 찾아다니고 있었다는 걸 말이야. 그 여자들을 관찰하고, 어떤 정보를 확인하려 한다는 걸 알았지. 난 왕자의 예상을 뛰어넘어야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어. 날 음모의 꼭두각시 정도로 생각하는 이상, 내겐 승산도, 기회도 없을 테니까. 왕자가 말했어. 당신은 거짓말을 못하게 생겼다고. 난 대꾸했지. 왕자님의 판단을 믿어보겠냐고. 진실을 들어보겠냐고 말이야. 왕자는 잠시 놀라는 눈치였지만, 난 곧장 왕자에게 모든 걸 털어놓았어. 이 계획에 기꺼이 가담하게 된 의도까지도 말했지. 왕자는 물었어. 왜 이런 얘길 내게 하느냐고. 난 대답했어. 그저 살고 싶어서. 사랑하는 사람이 있어서라고 말이야. 왕자는 내 눈을 잠시 응시하곤 말했어. 내가 사람을 참 잘 봐. 거봐, 내 말이 맞지? 라고.”

 그 다음의 얘기는 왕자가 깨어나서 해준 말을 토대로 말할 수밖에 없겠네요. 왕자는 파티가 끝난 직후, 남작과 그 심복들을 잡아들일 계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하지만 남작의 저항은 만만치 않을 것이었습니다. 왕자는 남작의 계획을 폭로하고 그의 죄를 묻기 위해서 유리 구두를 신은 여자들을 확보해야 했습니다. 왕자는 잔인한 방법을 써서라도, 그 여자들에게 모든 걸 알아낼 생각이었습니다. 왕자가 루시를 만나고, 루시의 이야기를 듣고 나서 생각이 좀 달라졌습니다. 루시만은 그 혼란의 소용돌이에서 벗어나게 해주고 싶었던 것입니다. 그래서 루시를 다섯 번째 후문으로 은밀히 안내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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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왕자는 다섯 시간 만에 깨어났습니다. 동이 트고 있었습니다. 다행히 화살 맞은 상처 말고 다른 후유증은 없어 보였습니다. 저와 루시는 왕자가 누운 침상 앞에 무릎을 꿇었습니다. 왕자가 의자에 앉으라고 해서 우린 의자에 앉았습니다. 왕자는 날 보며 말했습니다. 당신인가. 저 여인의 사랑이? 난 우물거리며 대답했습니다. 그런 것 같습니다. 왕자는 루시에게 말했습니다. 저 남자인가 당신의 사랑이? 루시는 즉시 말했습니다. 네 확실히요.

“네 덕에 내 목숨을 구할 수 있었다. 네가 그때 소리치지 않았다면, 그 화살은 내 심장에 박혔겠지. 네가 왜 왕궁 밖에 숨어 있었는지는 따로 묻지 않겠다. 내가 회복하여 궁으로 돌아간다면 포상하겠다. 하지만, 이 여인은 사정이 다르다. 난 이 여인에게 관대함을 베풀려고 했지만, 일이 이렇게 된 이상, 이 여인은 노출되었고, 내 아버진 법에 따라 처리할 수밖에 없게 되었다. 공명정대하지 않는다면 백성은 진심으로 왕을 따르지 않는다. 이미 왕궁에선 조사가 시작되었을 것이다. 나와 이 여인을 찾고 있겠지.”

 사건 현장엔 왕자의 피와, 루시가 벗어 놓고 온 한 짝의 유리 구두가 있었습니다. 왕의 친위대 소속 정예 군인들은 집집마다 유리 구두를 들고 찾아다니며 구두 주인을 찾았습니다. 물론 왕궁에 들어갈 행운의 주인공을 찾는다는 거짓 홍보를 하며 말입니다. 한편, 한간에는 왕자가 죽었다는 소문이 파다했습니다.

“나의 생사가 확실해지지 않는 이상, 라수스 남작은 날 쫓을 것이다. 연회장에 풀어 놓은 그의 개들 중 하나가, 내가 계획을 눈치 챘다는 걸 알았겠지. 어쩌면 내게 남작의 음모를 발설한 자를 찾아냈을 수도 있다. 라수스는 플랜 B를 가동했을 것이다. 날 제거하는 것 말이다. 내가 어떻게 알 수 있냐고? 나라도 그렇게 했을 거거든. 내가 연회장에 그대로 있었다면, 난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닐 것이다. 독침을 쏘거나, 음료수에 독을 탔겠지. 다섯 번째 후문은 살수를 가장 적게 배치한 곳일 테지. 연회장에 모든 화력을 집중시켜 놓았을 테니 말이야.”

 왕자의 말이 끝나기 무섭게 전 왕자에게 물었습니다.
“외람된 말씀이오나, 폐하 그럼 이제 어떻게 하죠?”
“일단 왕자님의 상태가 호전되고 거동이 가능해지면 안전하게 궁까지 모셔야지.”

 왕자 대신 루시가 답했습니다. 왕자는 고개를 끄덕였습니다. 그리곤 덧붙였습니다.

“하지만 이대로 오래 있는 건 위험한 일이다. 나의 사람에게 알려서 왕의 친위대를 속히 이곳으로 불러들이는 게 가장 좋은 방법이다. 왕궁 주변엔 그들의 개가 두 겹 세 겹 싸고 있을 것이다. 그것을 뚫고 간다고 해도 왕궁에서 너희 말을 믿고 들어줄 리가 만무하다. 현재로선 내 사람들을 직접 접촉할 방법이 딱히 없으니 낭패로다.”
“폐하, 그건 제가 방법을 알 수 있을 듯합니다. 접촉해야 하는 사람이 누구인지만 알려주십시오.”

5

 전 이런 엄청난 일에 제가 할 수 있는 일이 있다는 것이 놀라웠습니다. 왕자가 자신의 사람을 접촉해야 한다고 했을 때, 번쩍 떠오르는 것이 하나 있었습니다. 전 구두 가게의 오랜 단골 중에 살라미 백작이 있다는 걸 기억했습니다. 제가 그곳에 있는 동안, 백작은 아주 가끔 구두 가게에 직접 방문하기도 했습니다. 사이즈를 재거나, 백작이 머릿속에 생각한 시중에 없는 디자인을 주문하기 위해 오기도 했지요. 그는 미적 감각이 탁월해 왕국의 패션을 주도해간다는 평을 듣고 있었습니다. 운이 좋다면 오늘 그를 구두 가게에서 직접 만날 수도 있을 것이었습니다. 최소한 그의 가문에서 보낸 하인 정도는 만날 수 있겠지요. 심부름하는 하인이 바뀌지 않았다면 모두 저와 안면이 있는 사람들이라 제 얘기를 그냥 지나치지 않고 들어줄 거라 생각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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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수도 거리의 분위기는 삼엄했습니다. 곳곳에 왕궁의 병사들이 지키고 있었고, 오가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검문을 하기도 했습니다. 그 병사들 사이에는 남작의 사병들도 있었습니다. 그들은 라수스 가문의 문장이 그려진 투구를 쓰고 돌아다녔습니다. 왕궁에선 아직 남작의 음모를 모르니, 남작이 사병을 지원하여 왕자를 찾겠다고 했을 때 두 손들고 환영했겠지요. 전 윗옷 속에 품고 있던 포장된 유리 화병을 두 개를 꺼냈습니다. 그리곤 거리로 들어섰습니다. 저를 막아 세운 건 라수스 가문의 사병이었습니다.

“어디를 가는 길이냐?”
“전 유리공인데, 이 화병들을 납품하러 가는 길입니다.”
“유리공이라? 지금 온 나라가 유리 구두를 만든 자와 그걸 벗어 놓고 달아난 왕자 시해자를 찾고 있는 마당인데, 너도 의심할 만한 녀석이구나.”
“유리 구두를 벗어놓은 여인은 왕궁으로 초청될 여인이라고 들었습니다만.”
“아니다. 공개수사로 전환한지가 언젠데. 유리 구두의 주인은 왕자를 시해한 협의를 받고 있다. 대체 넌 어디서 왔길래, 그런 사정도 모르냐. 뭔가 수상하구나.”
“아, 아닙니다. 전 도시 외곽에서 유리 제품만 만들다 보니, 소문에 좀 어둡습니다. 제가 유리 구두를 만든 사람이라면, 이렇게 위험한 곳에 나타날 리 있겠습니까. 벌써 외국으로 달아났겠지요.”
“듣고 보니, 그건 그렇다만, 그래도 확실한 게 좋지. 우리도 실적도 좀 쌓고 말이야.”

 사병은 몇 발 떨어진 곳에 있던 다른 사병을 불렀습니다.

“이 녀석이 좀 수상해. 유리공인 것도 그렇고. 데려가서 조사해볼 필요가 있을 것 같은데.”
“선배, 이렇게 자기를 잡겠다고 거리 곳곳에 병사가 눈에 띄게 쫙 깔린 곳에 그 놈이 순순히 걸어들어 올까요? 가만, 이건 뭐야, 화병인가.”
“네 맞습니다. 화병입니다. 저희 공예점에서만 취급하는 특수한 유리 재질로 만든 화병입니다. 고관대작들만 살 수 있는 고가의 물건이지요.”
“고관대작들만? 이 녀석이 나의 심기를 건드리네. 그럼 우리 같은 사병들은 죽었다 깨도 이런 건 살 수 없겠구만.”
“아, 아닙니다. 오해십니다. 병사님들도 이런 화병 하나쯤은 소장할 가치 있는 일을 하시는 분들이지요. 두 분만 괜찮다면, 이 화병을 선물로 드리고 싶습니다. 요즘 얼마나 고생들을 하시는지.”

 전 두 개의 화병을 그들에게 각각 안겨주고 의심을 풀 수 있었습니다. 제 볼은 상기되고 심장 소리가 엄청 크게 들렸지만, 화병에 눈이 간 그들은 알아채지 못했습니다. 그들은 주변의 눈치를 보며 화병을 받아들고 오히려 저를 호위해서 구두 가게까지 데려다 주었습니다. 그리곤 검문을 완료했다는 작은 증서를 써주기도 했습니다. 이거면 나중에 이 거리를 나가는 데는 문제가 없을 거야. 유리공, 운 좋은 줄 알아. 가서 조사 받으면 얼마나 성가신 줄 알아? 그렇게 되면 하루 일은 공치는 거야. 이 화병 정도면 싸게 먹힌 거지. 우리 같은 좋은 사람들 만난 걸 행운으로 알라고. 암요, 암요.

 제가 구두 가게로 들어섰을 때, 열다섯 살 될까한 소년이 가죽을 꿰매다가 저를 맞이해 주었습니다. 주인 영감은 없는 모양이었습니다. 전 소년을 보며 그 옛날 일이 떠올랐습니다. 제가 저 자리에 앉아 하루 종일 끝날 기미가 없는 일을 하곤 했었죠. 소년은 어떻게 오셨냐고 물었습니다. 전 살라미 백작의 물건을 찾으러 왔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다들 바빠서 내가 오게 되었다고 거짓말을 했죠. 해맑은 소년은 제 말을 그대로 믿는 눈치였습니다. 오늘 2시에 찾으러 오기로 했는데, 조금 일찍 오셨네요, 라고 말하며 소년은 물건을 찾으러 완성된 구두 진열장으로 들어갔습니다. 구두를 찾으러 오기로 한 거라면, 백작이 직접 오지는 않을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전 백작의 물건을 받아 들고, 백작의 하인이 오는 진입로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하인을 만나 얘기를 전할 생각이었습니다. 소년이 살라미 백작의 새 구두를 포장해서 저에게 넘겨주었습니다. 제가 문을 나서기 직전에, 돌아서서 소년에게 이름을 물었습니다. 폴 에이다입니다. 여기서 일한지는 얼마쯤 되었지? 시골에서 상경한지 꼭 일년 째가 되었네요. 일은 할 만하니? 배운다는 생각으로 그럭저럭 버티고 있습니다. 전 메모지를 한 장 가져오게 한 다음, 우리 공예방의 위치와 내 이름을 적어주었습니다. 무슨 일이 생기면, 이곳으로 오렴. 이 종이는 절대 다른 사람에게 보여줘선 안 된다. 알았니? 소년이 영문을 모른 채 종이를 받아들고는 작은 소리로 대답했습니다. 전 문을 박차고 나갔습니다. 그리곤 거리를 벗어나 살라미 백작의 하인이 오는 길목의 떡갈나무 밑에서 그를 기다렸습니다.

 살라미 백작의 하인 네오는 예나 지금이나 시간 하나는 칼 같이 지켰습니다. 나무 밑에서 그를 부르니, 그는 잠시 저를 살펴보고는 이내 절 알아보고 다가왔습니다.

“이게 누구야? 구두방의 리틀 존?”
“네 아저씨. 절 기억하시네요.”
“그럼 5년이나 봤는데 기억 못하면 맛이 간 거지. 왜 사라졌던 거야? 구두방 영감 말로는 네가 돈을 훔쳐 달아났다던데.”
“아 그 망할 영감탱이. 아, 그것보다 중요한 얘기가 있어요.”

 전 네오 아저씨에게 살라미 백작을 만나야 한다고 말했습니다. 왕자와 관련된 일이라구요. 네오 아저씨의 안색이 변했습니다. 너, 그런 문제로 거짓을 말하면 어떻게 되는 줄 아니? 물론이죠. 제가 갑자기 나타나서 헛소리 하는 걸로 보이세요? 네오 아저씨는 저의 눈을 뚫어져라 쳐다보았습니다. 그러곤 말했습니다. 이상하지만 지금은 왠지 널 믿어야 할 것 같구나. 백작 앞에서 뻘소리를 지꺼리면 너 뿐만 아니라 나도 사단이 난다는 걸 명심해. 아저씨, 어쩌면 제 덕에 앞으로 상종가를 치게 될 거예요. 믿어 보세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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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살라미 백작의 저택은 과연 듣던 대로였습니다. 미적인 감각을 추구하는 백작답게 저택의 모든 곳에는 이국적인 모양의 타일과 진귀한 장식품으로 꾸며져 있었습니다. 왕궁을 직접 보진 못했지만, 왕궁보다 더 화려한 저택일 것 같았습니다. 응접실에서 앉지도 못하고 서 있는 동안, 네오 아저씨는 살라미 백작의 집사에게 말을 전하러 갔습니다. 얼마 지나지 않아 응접실로 서너 명의 귀족이 들어왔습니다. 왕자의 일을 상의하기 위해 마침 이곳에 모인 귀족들인 것 같았습니다. 그들은 응접실에 놓인 소파에 차례로 앉았습니다. 전 소파의 끝자락에 어정쩡하게 서 있었습니다. 그 중 색깔 조개가 장식된 코트를 입은, 가장 화려한 옷차림의 귀족이 제게 앉으라고 말한 뒤, 입을 열었습니다. 그가 바로 살라미 백작이었습니다.

“가만 보자. 내 기억이 맞다면, 넌 구두방 도제구나. 한 십년 전쯤인가.”
“네 맞습니다. 백작님.”
“그래, 가죽 바느질 솜씨가 그 영감 것이 아니고, 네 것이었어. 네가 없어지고 난 뒤부터 구두 바느질이 마음에 안 들었거든. 그런데 무슨 일이냐. 집사가 급박한 일이라고 전하던데. 왕자님과 닮은 사람을 보기라고 했다는 것이냐.”
“아닙니다. 백작님. 그게 아니라, 제가 왕자님을 모시고 있습니다.”

 그 뒤로 일은 일사천리로 진행되었습니다. 왕자 측 귀족들은 사병을 꾸리고, 왕궁의 친위대와 합세하여 저의 공예방으로 왔습니다. 왕자님이 누워 계신 저의 공예방을 겹겹이 에워싸고 왕자님을 왕궁으로 옮길 대형 가마를 준비해왔습니다. 왕자는 가마에 오르기 전에, 저를 불렀습니다.

“네가 큰일을 했구나. 나를 두 번 살렸다. 내가 들어줄 수 있는 거라면, 네 소원을 하나 들어주고 싶구나.”
전 망설임 없이 대답했습니다. “루시를 무사하게 돌려주십시오. 제가 바라는 것은 그 뿐입니다.”
“음, 미안하지만 그건 내가 장담할 수 없다. 남작 일당을 붙잡고 심문이 시작되면, 루시도 합당한 벌을 받아야 할지 모른다. 다행인 것은, 루시가 남작의 손에 들어갔다면 이미 이 세상 사람이 아니겠지. 왕궁에 들어간다면 목숨은 부지할 수 있을 것이다. 죄인으로 먼 수용소로 보내질 수도 있겠지만 말이다. 앞으로의 법적 절차는 내 손을 떠나 왕궁의 형법 부서에서 관할하게 될 것이다. 내 아버진 내가 그 일에 개입하는 걸 막으실 거다. 지금까지도 그래왔고.”
“정말 방법이 없는 것입니까.”
“그렇다. 대신 다른 방법으로 내 목숨 값을 치르도록 하지.”

 전 친위대에 호송되어 가는 루시를 그저 바라볼 수밖에 없었습니다. 왕자의 배려로 호송되기 직전에 루시와 잠시 대면할 수 있었습니다. 루시는 제 앞에서 한껏 밝은 표정을 보였습니다. 전 루시의 미소 띤 얼굴 아래에 있는 고통을 훤히 볼 수 있었습니다.

“미안해. 결국 내 약속은 지키지 못하게 되었어. 널 지키겠다는 약속 말이야. 내가 어떻게 살아갈 수 있을까. 네가 이렇게 가버리면.”
“존 그라스, 고개를 들어. 넌 이미 날 지킨 거야. 내가 잘못된 선택을 하는 걸 막았고, 내 목숨을 구해주었지. 자책하지 마. 난 살아 있을 거야. 그리고 어디에 있든 네 소식을 늘 들을 거야. 넌 평범하게 살아가야해. 결혼도 하고, 아이도 낳고 말이야. 내가 어디에선가 네 소식을 들을 때, 나쁜 얘기가 들려온다면 난 그 자리에서 널 내 마음에서 파버리고 죽어 버릴 거야.”
“루시, 무슨 그런…”
“내가 네게 해줄 수 있는 건 이것 밖에 없어. 네가 그랬듯이, 나도 지금 네게 한 약속을 반드시 지킬 거야. 그저 하는 말이 아니야. 사랑해, 존 그라스. 이젠 평범하게 살아. 행복하게 말이야.”

 제 눈엔 하염없이 눈물이 흘렀습니다. 루시도 울음을 참고 있다가 나와 함께 부둥켜안고 울었습니다. 울음은 멈추지 않았습니다. 친위대가 와서 시간이 다 되었다고 루시의 팔을 잡아끌 때까지 우린 그 자리에서 눈물을 쏟아냈습니다. 그것이 마지막이었습니다. 루시는 그 날로 사라졌습니다. 루시가 애초에 이 세상에서 존재하지 않았던 것처럼 증발해버린 것입니다. 전 슬픔에 빠져 살 수 없었습니다. 루시가 어디에선가 살아, 날 지켜보고 있을 것이기 때문입니다. 전 계속 유리 제품을 만들면서 평범한 일상을 보내야 했습니다. 한동안 나라를 발칵 뒤집어 놓았던 유리 구두가 귀족들 사이에서 뜨거운 아이템이 되면서 전 밀려드는 주문에 눈코 뜰 수 없는 지경이 되었습니다. 오히려 그 편이 나았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새벽부터 늦은 밤까지 쉴 새 없이 일을 했습니다. 루시에 대한 생각을 아예 하지 않는 편이 제가 살 길이었습니다. 루시를 떠올리기만 하면 너무도 고통스러워서 제 삶을 버리고 싶을 정도가 되었기 때문입니다.

 일 년 정도 지나서, 라수스 남작의 가문에 대한 수사와 징계가 마무리된 후에 전 왕궁으로 초청을 받았습니다. 전 많은 귀족이 보는 앞에서 왕에게 작위를 받았습니다. 남작에 해당하는 작위였습니다.

“그대에게 작위를 수여하노라. 그대를 유리공이라는 이름을 하사할 것이다. 고맙다. 내 아들을 살려주어서. 유리공 존 그라스, 그대의 가문은 이 세상에서 사라질 때까지 왕궁의 보호를 받게 될 것이다. 귀족들과 동등한 지위를 갖게 될 것이며……”

 하나도 기쁘지 않았습니다. 대저택을 짓고 수도로 거처를 옮기라는 주변 귀족들의 권고가 있었지만, 전 그 자리에서 움직이지 않았습니다. 제가 기다리는 사람이 많았기 때문입니다. 루시, 태미 영감, 모두 날 떠났지만 언젠가 다시 돌아올 거라고 생각했습니다. 그 희망을 놓는 순간 내 삶도 끝장나버릴 것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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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남작의 지위를 받고 며칠 후, 한 밤 중에 집 문을 두드리는 소리가 들려서 문을 열어보았습니다. 한 소년이 문 앞에 서 있었습니다. 폴 에이다. 그 구두 가게에서 봤던 소년이었습니다.

“아저씨, 이거 그때 주신 종이입니다. 무슨 일이 생겨 찾아왔습니다. 그 일은…….”
“아니다. 그 얘기는 천천히 듣고, 우선 몸부터 녹이고 배 먼저 채우도록 하자. 넌 오늘부터 내 도제다. 일주일동안은 그저 먹고 쉬면서 일하는 걸 보기만 하거라.”

 그렇게 새로운 일원을 맞아들이면서 전 안정을 찾아갔습니다. 전 소년에게 마음을 쏟았고 그는 나를 아버지처럼 따랐습니다. 살면서 이 세상에 견디지 못할 고통은 없다는 걸 배우면서 하루하루를 보냈습니다. 제가 할 수 있는 이야기는 여기까지입니다. 질문에 충분한 답이 되었는지 모르겠습니다.

에필로그

 왕실 기록관과 존 그라스의 긴 대화가 끝났다. 왕실에선 작위를 받은 가문의 일대기와 역사를 기록해서 사료로 만들었다. 존 그라스는 작위를 받고서도 15년 동안 기록관의 방문을 거절했다. 매년 왕실에선 기록관을 보냈지만, 존 그라스는 그 어떤 얘기도 꺼내지 않았다. 15년 만에 그가 승낙을 한 것은, 10년 동안 매년 찾아온 기록관 이더 때문이었다. 신입 기록관 시절부터 이더는 매년 찾아왔다. 그것을 계기로 이더와 존 그라스는 친분이 생겼다. 이제 10년차 베테랑 기록관이 된 이더는 존 그라스가 당연히 거절을 할 줄 알고, 아내로부터 요청받은 유리 화병 주문서 한 장만 달랑 들고 찾아왔던 것이다. 하지만, 존 그라스는 갑작스럽게 승낙을 했고, 이더는 유리공 존 그라스의 일대기를 들을 수 있었다.

“남작님, 이 얘기가 그대로 기록되지 않는 건 알고 있죠?”
“물론이지. 나도 그걸 바라네.”
“왕족과 관련된 얘기는 조금 각색될 겁니다. 설명되지 않는 부분은, 초자연적인 존재가 등장할 수도 있구요.”
“초자연적인 존재? 이를 테면, 요정 같은?”
“네 그렇습니다. 요정이나 마법, 뭐 그런 것들이죠.”

 이더와 존 그라스의 만남은 이제 수십 배로 확장된 그의 공예방에서 이루어지곤 했다. 존 그라스는 쉰 두 명의 도제를 양성하고 있었다. 그의 공예방 옆에는 도제들이 묵는 거대한 기숙 건물이 있었다. 도제관을 관리하는 인원만 스무 명은 넘었다. 그의 식솔들과 도제, 하인들을 합하면 백 명 이상의 삶을 존 그라스가 책임지고 있었다. 도제 중에는 귀족도 있었다. 이미 존 그라스는 유리 공예방을 운영하는 남작으로 명성이 드높았다. 존 그라스는 아들이나 다름없는 폴 에이다를 불렀다. 폴은 도제의 교육을 담당하는 교육관장의 역할을 수행하고 있었다.

“폴, 오늘은 이 분과 우리 집에 가서 저녁 식사를 하고 싶구나. 먼저 가서 준비하도록 전해주겠니?”
“네 아버지. 제가 미리 갈게요.”

공예방2.jpg

 공예방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 존의 저택이 있었다. 옛 공예방과 집터 옆에 새로운 집을 지은 것이다.

“전 옛날 집이 좋습니다. 하지만, 식구가 늘어나면서 집이 좁아 더 이상 거기 살 수 없게 되었죠. 지금도 전 옛날 집에 종종 들러 그 부엌 식탁에서 양유를 마시곤 합니다.”

 집에 도착한 기록관과 존 그라스를, 현관 입구에서 가족들이 맞아주었다. 여긴, 제 아내 신데렐라입니다. 기록관은 예를 갖추어 인사를 했다. 신데렐라 부인, 이름은 익히 들어 알고 있습니다. 백작 가문 출신의 고명딸이, 작위를 받은 지 얼마 안 되는 젊은 남작과 결혼한다고 했을 때 이 지역 사교계가 들썩였죠. 존 그라스는 다음으로 딸들을 소개했다. 여긴 제 딸들입니다. 루시, 이오스, 인사드리렴. 안녕하세요, 기록관님.

 루시라는 이름을 듣고 기록관이 잠시 멈칫했다. 존 그라스는 웃으며 귓속말을 했다. 쉿, 아내는 그 이름을 별로 좋아하지 않아요. 여자 특유의 질투라고 할까요. 기록관과 존 그라스는 가족들과 함께 음식을 먹고, 밤이 늦도록 즐거운 대화를 나누었다.

 신데렐라 부인은 기록관에게 밤이 깊었으니 이곳에서 하룻밤 묵고 가라고 권했다. 기록관 이더는 집에서 아내가 기다리므로 밤이 늦었어도 오늘 집으로 돌아가겠다고 말했다. 부인은 마차를 준비해주겠다고 말한 뒤, 하인을 불렀다. 그리고 남편의 허리춤을 한 손으로 감싸 안으며 말했다. 여보, 이 분 참 거짓말 못하게 생겼네요. 참 진실해보여요. 그렇지 않아요? 존 그라스는 아내의 눈을 깊이 들여다보며 말했다. 그래, 그래서 내가 기록관을 좋아하는 거지.

 기록관은 문을 나서기 전에, 신데렐라 부인에게 물었다.

“부인, 실례가 안 된다면 처녀적 성함을 여쭤 봐도 될까요?”
“이제 그 이름은 이 세상에 존재하지 않아요.”
“제가 부인에게 더 들을 이야기가 있는 것 같군요.”

 신데렐라는 그 말에 그저 웃었다. 어둠 속에서도 신데렐라 부인의 아름다움은 빛나고 있었다. 눈은 깊었고, 입술은 붉었다. 온기 한 조각을 나눠주는 웃음이었다. 기록관에겐 신데렐라의 모호한 대답이, 그 어떤 말보다 명확한 의미로 들렸다.

 기록관이 집에 갈 마차에 올라타고 저택을 막 나섰을 때, 반대편의 어둠 속에서 걸어오는 한 사람과 마주 쳤다. 낡은 옷을 입은 노인이었다. 일흔은 되어 보이는, 백발이 성성한 노인은 경건한 순례자 같았다. 기록관은 잠시 마차를 세웠다.

“어르신, 어딜 가시는 길인가요? 이 밤에 위험하니 제가 목적지까지 태워드리겠습니다.”
“말씀 감사하나, 목적지는 이미 다 온 듯합니다.”
“아 네. 먼 길을 다녀 오셨나봅니다.”
“네, 길고 긴 여행이었지요.”

어둠숲.jpg

 지팡이를 짚고 천천히 걷는 백발의 노인은 기록관이 온 반대 방향으로 걸음을 옮겼다. 마차는 천천히 출발했다. 기록관은 창밖으로 보이는 숲의 풍경이 아침에 이곳으로 올 때와는 다르게 느껴진다고 생각했다. 그때 바람이 불어왔고, 기록관은 어둠 저 너머 어디에선가 소년과 소녀의 웃음소리를 들은 것 같았다.

-THE END-


작가의 말

 제가 생각해도 일이 엄청나게 커져버렸습니다. 한 개의 포스팅, A4 세장 정도의 분량으로 기획했던 이야기가 A4지 21장이 되었고, 원고지 200매에 달하는 방대한 글이 되어버렸습니다. 단편소설 두 편 분량의, 중편의 길이가 된 것입니다. 그것도 토요일부터 오늘까지 단 3일 동안 일어난 일입니다. 이런 경험은 저에게도 처음이고 특별합니다. 앞의 글에서도 말씀드렸지만, 매 편마다 반응해주시고, 다음 편을 기대해주시는 따뜻한 목소리가 없었더라면, 이 글은 이런 형태로 완성되지 못했을 겁니다.

 스티밋이 아니었다면 생각할 수 없는 일이 벌어진 것입니다. 값진 경험이고, 부족한 글을 읽어주시고 응원해주신 모든 이웃들께 감사의 말씀을 드립니다.

 이번 글이 마지막 편이라고 공언을 해놓은 상태였기 때문에, 4,5편과 에필로그까지 함께 실을 수밖에 없었습니다. 다른 편의 세 배 분량의 글이죠. 글을 쓰면서, 존 그라스가 마치 살아서 제 곁에 있는 인물처럼 느껴졌습니다. 그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적어나가니 이야기의 고리가 연결 되었습니다.

 개학을 앞두고 오전에 일을 하러 학교에 나왔다가, 오전과 지금까지의 시간을 통째로 이 이야기의 마무리에 바쳤습니다. 이제는 진짜 일을 해야 할 것 같습니다. 늦은 점심도 먹어야 하겠고요.

 오늘은 지금까지의 세계처럼 평범한 하루에 불과하겠지만, 제겐 지금까지와는 다른 날로, 새로운 느낌으로 다가옵니다. 이제 이야기에서 빠져나와 현실을 살아야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이웃 여러분.

-Soulmate writer by your side.


*신데렐라 외전 1편 - @kyslmate/49rqc7
*신데렐라 외전 2편 – @kyslmate/7ejexh
*신데렐라 외전 3편 - @kyslmate/3rd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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