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키만과 효밥(@twohs)입니다.
부부 세계 여행 웹툰 <여보야, 배낭 단디 메라>를 읽어주신 많은 스티미언분들이
저희 부부가 어떻게 '세계 여행'하면서 '디지털 노마드'로 살아가는지 궁금해 하시는 것 같아서, 저희 이야기를 조금 풀어볼까 합니다.
어쩌다보니 디지털 노마드가 되었습니다.
보통 세계여행가를 생각하면, 오로라를 보고 세렝게티를 누비며 우유니 소금사막 앞에 서있는 것을 상상하겠지만, 애석하게도 나는 그런 평범한(?) 세계여행가의 팔자가 아니었다. 배낭을 메고 떠도는 모습은 그들과 같지만 슬프게도 노동을 하는 외국인 노동자에 가깝다. 내가 세계여행가에서 외노자, 혹은 디지털 노마드가 된 것은 지난겨울(2015년), 한 통의 메일에서부터 시작되었다.
브런치 출간 프로젝트 '대상' 수상
취미로 그려오던 엄마와의 여행기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가 브런치 출판 프로젝트 후보작에 올랐다는 메일이었다. 심장이 미친 듯이 뛰기 시작했다. 솔직히 세계여행 티켓을 지를 때보다 더 손에 땀이 났다. 나의 간절함이 전해졌는지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가 결국 사고를 치고 말았다. 대상! 늘 멀리서 출간을 꿈꿔왔던 내 인생에도 기적이 일어나는구나.
기쁘기만 했던 기적의 진짜 이름은 ‘자, 이제부터 폭풍 일을 시작해볼까?’였다. 이미 세계여행 날짜가 정해진 나는 시간이 얼마 없었기에 3개월 안에 모조리 끝내버리겠어! 라며 의지를 불태웠다. 모르면 무식하다고 했던가. 출간 작업으로 3개월은 터무니없는 기간이었다.
선 하나, 대사 한 줄, 말풍선 사이즈 등등 하나부터 열까지 수정 작업을 했는데, 사실 스토리 빼고는 아예 새롭게 그렸다고 해도 무방할 정도였다. 그렇게 차근차근 작업하니 3개월이 훌쩍 지나있었다. 아직 글 작업을 시작도 못한 상태에서 세계여행 출국일은 성큼 내 앞에 다가왔다. 세계여행을 며칠 앞둔 날, 합정의 카페에서 에디터님을 마지막으로 만났다. 에디터님은 무사히 다녀오라는 인사와 함께 피드백이 꼼꼼하게 적힌 원고 더미를 건네주셨다. 그 원고에는 나노 단위의 꼼꼼함의 수정 포인트가 빨간펜으로 가득 수놓아져 있었다. 아, 이게 말로만 듣던 수정의 굴레구나 싶었다.
▲ 11개월동안 세계 여행을 함께 한 수정 원고들. 저 무거운 a4용지들을 버릴 때의 쾌감... 잊지 못한다.ㅋㅋㅋㅋㅋㅋ 던져버렷!!
출간 작업을 1도 몰랐던 나는 이후 약 11개월 후, 무려 4배의 시간을 더 들인 후에야 호주 케언즈에서 출간하게 된다.
▲피 땀 눈물을 갈아서 만들 엄마야, 배낭 단디 메라 (전국 온라인 서점에서 구입 가능합니다)
세계 여행하면서 책 출간... 하지 마세요
세계 여행을 하면서 책 출간 작업이라니. 말만 들으면 정말 멋진 삶이다
하지만 어느 삶이든 고민과 걱정은 동반되었고, 나의 고민과 걱정은 두 가지였다. 첫 번째는 노트북과 타블렛을 올려놓고 작업할 수 있는 최고의 책상을 찾는 일. 두 번째 고민은 여행하는 삶과 일하는 삶의 균형이었다. 여행을 떠나기 전에는 아무 책상과 앉을 수 있는 의자만 있으면 상관없다고 생각했지만, 디지털 노마드에게 책상은 인터넷 연결만큼 중요했다. (타블렛을 이용해 그림을 그리는 나에겐 적어도 그랬다.)
▲세계 여행가인가 도서관 죽순이인가. 나는 책 출간이 끝날 때까지 해외에 다양한 도서관을 누볐다. 이쯤되면 작업실 탐방 여행ㅋ
여행 초반 나는 보통 숙소에 비치된 공용공간을 이용하거나 커피숍에 갔다. 하루 잠깐 이용하기엔 괜찮았지만, 이대로 계속 이런 패턴으로 일하다간 디스크에 걸릴 것 같았다. 책 출간과 내 건강을 맞바꾸고 싶지 않았다. 완벽하지는 않아도 작업 능률을 해치지 않는 나만의 책상이 필요했다. 여행자가 나만의 책상을 어떻게 구한담? 그게 나의 첫 번째 고민이었다.
만약, 내가 디지털 노마드로 해외에 나왔다면 코워킹 스페이스같은 작업공간을 활용했을 것이다. 하지만 나는 '세계 여행하면서 출간하기'라는 이상한 포지션에 있어서, 작업 공간을 찾는 일이 굉장히 힘들었다. 그래서 우리는 숙소 대신 '작업할 수 있는책상 있는 집'을 찾기 시작했다.
▲가끔 이렇게 작업 능률 200% 책상을 두는 스타벅스를 만나면 출근 도장을 찍습니다.
그렇게 우리는 책상 혹은 도서관이 비치된 레지던스 혹은 공용 공간이 잘 마련되어있는 주택 그리고 에어비앤비를 통해 집을 구했다. 호주와 뉴질랜드에서는 공공 도서관이 아주 잘 되어 있어서 집 구하는데 큰 문제는 없었다. 돈이 문제였지...
그렇게 우리는 자연스럽게 한 곳에 오래 머물게 되었고, 키만과 효밥의 세계 여행은 남들과 다른 속도로 진행되었다. 태국 3개월 - 라오스 15일 - 베트남 15일 - 말레이시아 20일 - 인도네시아 1개월 - 호주 2개월 반 - 뉴질랜드 2개월 반- 그리고 지금 남인도 바르깔라에서 한 달 체류까지. ㅇ ㅏ...주...느ㄹ ㅣ...ㄱ ㅔ......천천...ㅎ ㅣ..... 허락된 비자 일수를 모두 클리어하고야 쫓기듯 움직이고 있다.
디지털 노마드+ 세계 여행자로 살아보니
즐겁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여행도 하니 정말 삶의 만족도가 높다. 하지만 때론 일하는 자아와 여행하는 자아가 서로 부딪혀 생각보다 마음 고생이 심하다. 여행하는 동안 일이 머릿 속을 떠나지 않아서 여행에 온전히 집중이 안 되기도 하고, 훌훌 털고 마음 편히 놀기만 하면 숙제를 미룬 학생처럼 마음 속이 무겁다. 내가 느낀 바로는 세계 여행자와 디지털 노마드는 함께 걸을 수 없는 길인 것 같다. 둘 다 해외에서 체류한다는 점에서 비슷해보이나 본질은 서로 달랐다.
10개월동안 디지털 노마드와 세계 여행자 사이에서 고통받으면서 느낀 점은, 나만의 새로운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어야 한다는 것이다. 나의 라이프 스타일은 3일 일하고 4일 여행하는 디지털 망나니다.ㅋ (놀 때는 확실하게 망나니처럼 놀겠다는 각오!)
일하는 3일의 시간이 지나면 나는 4일 동안 디지털 노마드 삶의 스위치를 꺼버린다. 여행이 끝나면 다시 스위치를 켠다. 말장난 같은 이 마인드 컨트롤은 내게 마음의 평화를 가져다주었다. 반짝반짝 빛나는 해변을 앞에 두고 일하는 내 삶에 대해서 불평하고 후회했던 지난 나과 달리 이 스위치 하나로 나는 즐거운 마음을 일에 몰두할 수 있게 되었다.
다른 디지털 노마드분들과 해외 체류하며 여행하는 분들은 삶의 밸런스를 어떻게 맞추시는 지 모르겠다. 하지만 나는 밸런스 맞추기에 실패했고, 새로운 나만의 워라밸을 만들었다. 그리고 지금은 스라밸로 업데이트 중이다. 혹시 나처럼 이도 저도 아닌 상황에서 힘드신 분들, 디지털 노마드로 살고 싶은데 기존에 만들어진 라이프를 못 따라갈 것 같아 미리 포기하신 분들, 해외 체류에 대해 막막하신 분들, 포기하지 마세요! 따라가기 버거우면 저처럼 그냥 내가 편한 라이프 스타일을 만들면 됩니다. 해외체류, 세계 여행, 디지털 노마드를 꿈꾸는 모든 분들 화이팅 :)!
<키만과 효밥의 웹툰 세계 여행 이야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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