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6] 모스크바행 열차 안내
우리 동네는 전철이 생긴 지 얼마 되지 않았습니다. 사실 시골이니까 우리 동네라고 하는 겁니다. 차로 20분 걸리는 장소를 서울에서는 우리 동네라고 하진 않지요? 하여튼 일제 때 수원에서 여주까지 이어지는 협궤가 있었지만 영동고속도로가 개통되고 얼마 있지 않아 없어졌고 작년부터 표준궤 전철이 다니기 시작했습니다.
여행에서 돌아오고 몇 주가 지난 뒤 동네에서 전철을 기다리는데 인천으로 간다는 사람에게 길을 알려주는 한 무리의 중년을 보았습니다. 결국 길을 물어본 사람은 전철은 복잡하다는 이유를 대면서 시외버스 터미널로 갔어요. 시간을 잘 맞춰 도착하고 어디든 같은 디자인을 지닌 안내 표지와 심지어 4개 언어로 방송까지 하는 수도권 전철이 타기 불편하다는 소리는 잘 납득이 가지 않습니다. 간혹 정류장도 지나치고 안내 방송도 쌈 싸 먹는 버스와 정해진 대로 잘 돌아가는 전철은 초행길에서 헤맬 확률에서 비교할 수 없지요.
블라디보스토크 버스는 우리나라 버스보다 더 혼탁합니다. 서울 버스가 노선 번호도 바꾸지 않고 그대로 운행하기도 하고 그레이스나 봉고 같은 승합차가 버스 역할을 하기도 하지요. 공항버스 정류장에 서는 버스도 21인승 리무진 이런 게 아니라 승합차이고 짐을 실으면 돈을 더 내는 구조입니다. 환율이 반 토막이 난 러시아에서 혼란스러운 버스보다 비싸지만 편안한 공항 철도를 타는 게 무슨 큰 사치로 보이지는 않았습니다.
러시아 열차는 우리나라가 쓰는 표준궤 보다 약간 넓은 광궤입니다. 그래서인지 객차 내부가 좀 넓어요. 제가 객실에 앉은 뒤 한 무리의 사람이 제 옆에 앉았습니다. 그런데 뭔가 잘못된 것마냥 자리를 훌 떠났습니다. 그리고 저는 종착역까지 주욱 혼자 앉아갔어요. 파란 눈이 많은 이곳에서 눈 색이 다른 저는 낯선 사람이 된 겁니다. 외국에 온 거지요.
[그림 7] 객실 내부 - 창밖으로 바다가 얼어있는 것이 보입니다.
반나절 돌아본 블라디보스토크에 대해 뭔 할 말이 있겠냐만 언 바다에 차를 세워 놓고 낚시하던 많은 사람과 우측통행인데 우핸들인 자동차들 그리고 기골이 장대한 동상들이 많다는 점과 그 앞에는 꼭 꽃이 놓여 있다는 점이 기억에 남습니다. 독수리 전망대에 오르면 금문교처럼 생긴 긴 다리와 정박해 놓은 옛 전함이 보입니다. 전망대 난간에는 어디나 그렇듯 사랑의 징표로 걸어 놓은 자물쇠가 많은데 누군가는 엄청 큰 자물쇠로는 모자랐는지 엔진 피스톤도 걸어 놓았습니다. 공항에서 본 보드카 병나발 불던 모습도 그렇지만 엄청 큰 피스톤을 걸어 놓은 것을 보니 역시 러시아는 뭔가 강력한 느낌입니다. 아르세니예프 박물관도 들렸어요. 중고등학교 국사 시간에 우리 민족으로 배운 세력의 유물도 전시되어 있더군요.
[그림 8] 독수리 전망대 난간에 걸린 자물쇠들과 피스톤
[그림 9] 기념물 주위에 놓여있는 꽃
러시아 열차는 모스크바 시간을 기준으로 합니다. 12시에 출발하는 기차라면 7시간 시차를 더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19시에 출발하는 꼴이에요. 숙소에 누워 있다 뭔가 이상한 느낌이 들었습니다. 예컨대 모스크바 시간으로 저녁 6시에 출발하는 기차라면 7시간을 더해서 블라디보스토크에서는 다음날 새벽 1시가 출발시각인데 저는 12진법이 아니라 10진법으로 시간을 계산했습니다. 그러니까 블라디보스토크 시간으로 3시에 출발한다고 생각했는데 사실 1시에 출발하는 열차였지요. 급히 숙소를 나왔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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