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년이 흘렀습니다. 벌써 말이죠. 3년 전의 그 여름을 기억하는 우리에게 20세기가 찾아왔습니다. 여기는, 지금은, 21세기인데 말이죠. 20세기의 소년은 우리에게 자신과 함께 일하지 않겠냐고 손을 내밀었습니다. 그는 가진 게 아무것도 없었습니다. 있는 것마저 탈탈 털어 이 장충동의 텅 빈 카페 자리에 펍을 세우고 있었습니다. 자신의 꿈은 공동체라면서 말이죠.
미래가 암담한 누구라도 남은 것을 어떻게든 지키려 할 것입니다. 그러나 20세기소년은 마치 여기서 마지막을 맞겠다는 듯이 혼신을 다하고 있었습니다. 이미 다 써버려 얼마 남지 않은 그것을 말이죠. 게다가 그마저 바닥이 드러나고 곧 흔적조차 없어질 분위기였습니다. 우리가 방문하던 그때, 지금으로부터 한 달 전의 일입니다.
되는 일이 없을 때 사람들은 무기력에 빠집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으려 하고 그래서 악순환의 고리에 빠져듭니다. 누가 구원해 줄까요? 구원은 타인에게서 오는 것입니다. 그래서 타인, 공동체, 커뮤니티가 필요한 것입니다. 사람이 혼자 살 수 없는 이유입니다. 여기 그것들이 필요한 무언가가 또 하나 있습니다. 블록체인/암호화폐 말입니다.
혼자 쓰는 화폐가 있습니까? 통화의 본질은 무엇입니까? 교환되지 않는 화폐가 존재할 수 있습니까? 체인이 홀로 존재할 수 있습니까? 연결되지 않은 체인은 어따 쓸까요? 인류 역사에 새롭고 거대한 전환이 일어나고 있는 이 시기에 우리는 이것의 본질을 엉뚱한 것에서 찾고 있습니다. 화폐의 본질, 체인의 본질은 타인과의 연결, 그것으로부터 시작해야 합니다. 그래야 스팀만배도, 블록체인/암호화폐 세상도 현실이 될 수 있습니다.
20세기 소년이 내민 손을 차마 뿌리칠 수가 없었습니다. 잠깐만 더 머물다 가라고 우리를 붙들어 앉힌 그의 손에는 어느새 이 공간의 카드키가 들려 있었습니다. 나를 좀 깨워 달라고, 술로 지새우는 나의 우울한 아침에 함께 해 달라고. 잔뜩 술에 취한 그의 청에 거짓과 허세가 없어 보였습니다. 마법사는 인사치레로 이 카드키를 받은 것이 아닙니다. 손을 내민 건 언제나 마법사였는데, 열쇠를 쥔 건 언제나 마법사였는데, 지금 누군가 자신의 손을 붙들어 달라고 손을 내밀고 있으니 마법사로서는 피할 도리가 없는 것입니다. (도리란 이럴 때 쓰는 말입니다.) 카드키를 받아들고, 이생에 오기 전 그가 2021년 5월의 자신에게 전해달라며 맡겼던 마법사의 키와 맞춰보았습니다. 당연히 꼭 맞았습니다.
"아침 10시에 오겠습니다."
그렇게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지금 마법사의 손에 들린 카드키에는 검정색 싸인펜 글씨로 '멀린'이라고 적혀 있습니다. 분리되었던 열쇠와 열쇠가 만났으니 암호가 풀어진 것입니다. 패스워드는 pw : "20 century summer" 였습니다. 3년 전에는 pw : "mini street"이었죠. 마법사와 키를 맞춘 이들에게는 새로운 인생이 펼쳐졌고 암호를 해독하지 못한 이들은 떠나갔습니다. 그리고 [스팀시티]는 그들을 기다리며 가라앉았습니다.
그해 여름, "누가 [스팀시티]의 총수가 되어보지 않겠습니까?" 묻고 찾고, 우리는 함께 그 여름을 준비했습니다. 시간을 그때로 다시 돌린 듯 이번 일정 역시 그때와 꼭같이 흐르고 있습니다. 한 달간의 짧은 준비기간과 시작. 오늘입니다. 6월 30일, 3년 전 그때와 같은 날 우리는 <미니스트릿>의 두 번째 버전 Cafe & Pub <20세기의 여름>을 맞이하게 되었습니다.
첫 번째 여름은 이틀간이었는데 이번 여름은 두 달간 입니다. 3년 사이에 우리의 호흡이 그만큼 늘었습니다. 다시 3년 뒤에는 2년간의 여름을 맞이하게 될까요? 우주의 시간은 누구도 알 수 없으니 그것이 내일일지, 내년일지 예측할 수가 없습니다. 그러나 여전히 [스팀시티] 그리고 춘자는 걸어가고 있고 걸음을 멈출 생각이 없습니다. 게다가 올해는 위즈덤러너들 말고도 함께 걷는 누군가들이 더 늘었습니다.
안타깝게도 3년 전의 그 여름에 함께 했던 이들 대부분은 스팀의 시세처럼 날아갔는지 꺼져버렸는지 온데간데없이 사라져 버렸습니다. 물론 불러도 대답도 없습니다. 그래서 우리는 계속, '계속' 함께 할 사람인가 아닌가를 매우 중요하게 여길 수 밖에 없습니다. 기껏 마음을 주고 사랑을 나누었는데, 어느날 연기처럼 사라져 버리면 그것으로는 체인을 연결할 수 없을 테니까요. 그것으로는 공동체를, 커뮤니티를, 이룰 수 없으니까요. 나 혼자 무얼 교환합니까? 동전과 화폐가 하늘 높이 쌓인들 혼자뿐이라면 그것 가지고 뭘 할 수 있을까요? 너가 필요한 이유입니다. 내가 너에게 소중한 이유입니다.
그래서 이번에는 <20세기의 여름>을 찾으려고 합니다. 30세기로 나아가기 전에 우리는 잊고 있는 것이 없는 가, 놓치고 있는 것이 없는가 먼저 뒤돌아봐야 합니다. 게다가 20세기는 인류 역사의 가장 격렬했던 시대가 아닙니까? 그 진폭으로 우리는 역사상 가장 진화한 기술의 진보를 획득하게 되었습니다. 대신 너를 잃어버리고 나를 잃어버렸지만. 잘못된 것이 아닙니다. 두 가지를 동시에 얻을 수는 없으니까요. 한 번에 하나씩. 하나를 얻으려고 하나를 잃었으니, 이제 잃은 그 하나를 위해 얻은 하나를 조금 사용해야 합니다. 그런 기적을 여기서 찾아보려 합니다. 그 소중한 인연을 여기서 더 찾아보려 합니다.
우리는 그래서 만남의 장소를 열었습니다. 인연의 장을 열었습니다. 문을 활짝 열고 그대가 오길 기다립니다. 아침부터 기다립니다. 10시까지 오시면 마법사와 아침을 맞을 수 있습니다. 11시부터는 춘자와 고물의 카페가 운영됩니다. 커피와 '마메리카노'가 있습니다. 마법사가 직관을 따라 내리는 개드립 아메리카노 입니다. 해가 저물면 카페는 펍으로 변신합니다. 각종 수제맥주와 와인, 그리고 [스팀시티]의 1호 투자자이자 세상의 모든 술을 다 마셔보고픈 젠젠님의 위스키와 칵테일이 준비되어 있습니다. 물론 20세기 소년의 호탕한 웃음이 안주로 마련되어 있습니다. 게다가 각종 프로그램들도 가득가득합니다. 언제 뭘 이렇게 준비했나 싶게 꽉꽉 눌러 담았습니다. 춘자의 선물꾸러미는 언제나 그득그득하니까요.
시끌벅적할 겁니다. 세상에 이런 곳이 있었나 화들짝 놀랄 겁니다. 3년 전에도 그랬잖습니까? 아니라구요? 기억이 나지 않는다구요? 그렇다면 이번에 경험해 보면 되겠군요. 자, 동호로 24길 27-5 <20세기 소년>으로 내비를 찍는 겁니다. 아니다. 한잔하셔야 할 테니 차는 두고 오십쇼. 주차장도 없습니다. 자고로 위즈덤 레이스는 걸어야 제맛이니까요. 그리고 활짝 열린 20세기의 입구로 성큼성큼 걸어오십쇼. 냉큼 들어오십쇼. 활짝 웃는 얼굴로 그대를 맞을 겁니다.
어쩌면 이것이 누군가에게는 마지막 기회가 될지도 모릅니다. 우리는 미래로 나아가기 위해 모였지 과거에 갇히려고 서로를 붙들고 있는 게 아니기 때문입니다. '출발'을 선언하기에 앞서 아직 승선하지 못한 옛 인연이 있는지, 챙겨가야 할 새로운 인연이 있는지 확인하는 일을 하고자 하는 것이니까요. 그러니 열쇠를 쥔 채 암호를 풀지 못하고 있는 그대는 [스팀시티]의 총수 춘자의 명령에 응답하십시오.
"너는 내 친구가 돼라!"
일시 : 2021년 6월 30일 ~ 8월 31일
장소 : 서울 중구 동호로 24길 27-5 <20세기 소년>
내용 :
먹고 마실 것!
아침 10시 / 마법의 아침
아침 11시~오후 4시 / Cafe
오후 6시 ~ 밤 10시(또는 12시) / PUB보고 즐길 것!
20세기 소년의 <영화와 와인>
미치광희 'SHOW'
B급 이콘과 미치광희가 함께 하는 <무비&머니>
마법의 아침
코린이를 위한 <암호화폐 특강>
춘자의 <음감회音感會>
릴레이 북토크 <유토크온더북>
야매바텐더 젠젠의 <위험한 실험실>
젠젠의 <술술여행>
고물's <Summer Light 타로>
마법사의 MBTI주최 : 스팀시티
주관 : 20세기 소년+춘자
작가 : 20세기 소년(@twentycenturyboy), 춘자(@choonza), 고물(@fgomul), 젠젠(@zenzen25), 마법사 멀린(@mmerlin)
후원 : 빠박작가(@joshua-conan), 머프(@moneyprinter), 당근마켓의 저렴한 판매자들, 그리고 매상을 올려 줄 그대! 그대들!!
[20세기의 여름]
20세기의 여름을 찾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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