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연因緣의 물질적 발현發現> NFT 경매


인연因緣의 물질적 발현發現.jpg

by @joshua-conan



우리는 중요한 결정을 내릴 때마다 일렬로 앉아 한쪽 벽면을 바라보았다. ‘20세기 여름’이라는 프로젝트명을 정할 때도 ‘20세기 소년’이라는 공간의 본질과 정체성을 이야기할 때에도 운영 방침과 소통의 방식을 결정하는 순간에도, 우리는 늘 하나의 벽면을 바라보았다. 그럴 때마다 그 벽면 역시 우리를 바라보았다. 마치 우리가 오길 기다렸다는 듯이 새로 태어날 준비가 되었다는 듯이 자꾸만 우리를 응시하고 말을 걸었다.



우리는 그 벽면을 짙은 회색으로 칠하기로 했다. 그건 20세기 소년과 춘자가 만난 증표이다. 생각이 태어나고 인연의 날실이 엮어져 물성으로 구현되고 확인되는 작업이었다. 이제 결코 20세기 소년은 춘자를 만나기 전으로 돌아갈 수 없다. 소년은 알을 깨고 성장하게 될 것이고 그 벽은 새로 탄생했다.



벽은 흔히 사회에서 장애물이고 닫힘의 메타포로 비유되지만 20세기 여름의 벽은 도화지다. 밑그림을 그리는 춘자의 화풍이 마음에 든다면 저마다 붓 하나 사포 하나 롤러 하나 부여잡아 함께 색칠한다. 아무도 그린 적 없는 우리만의 그림을 전력으로 그려나가는 거대한 도화지다.



20세기 여름의 벽은 마법 세상으로 향하는 9와 3/4 승강장 같은 포탈이다. 생각지도 못했던 그러나 꿈에서만 그리던 만나야 할 인연들이 주저함 없이 교차하고, 잊어버릴 뻔했던 미래가 마구 쏟아지는 여름의 공간, 각박한 현실에 지치고 외롭고 단절되었던 사람들이 다시 낭만을 떠올리고 함께 손에 손잡고 소년 소녀의 마음으로 회귀하는 동심의 공간.



이미 벽은 우리에게 마법을 보여주며 이 프로젝트의 핵심이자 주인은 벽 그 자체라는 걸 증명했다. 갑자기 우연을 가장한 듯 나타난 김 작가님은 애를 먹고 있는 춘자들을 대신해 10분 만에 후다닥 벽을 칠해버렸다. 그는 우리를 순식간에 이해하고 프로젝트를 확장해버렸다.



이 벽은 20세기 여름의 시작이고 선언이고 상징이고 마법이다. 2021년의 여름, 춘자와 20세기 소년이 만나 포털이 열렸다. 수많은 사람을 만나고 낭만적인 이야기를 쉼 없이 써 내려가는 건 이미 예견된 미래라는 걸 그 벽은 이미 모두 알고 있었다.



by @fgomul






by @twentycenturyboy





Artist :
20세기 소년(@twentycenturyboy),
춘자(@choonza),
고물(@fgomul),
젠젠(@zenzen25),
마법사 멀린(@mmerlin),
빠박작가(@joshua-cona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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