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녕하세요, 책 읽고 글 쓰는 Bree입니다.
저는 @tata1 님의 붓툰 시리즈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는 도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들, 조심해야 할 표현들을 알려드리고, 또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는 과정이나 뒷얘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Hello, this is Bree.
I'm translating @tata1's Bootoon series. I think my postings can be helpful to those who study English and want to translate Korean into English. So I'd like to share translation tips, do's and don'ts, etc.
In this episode I translated 농익은 to Well-seasoned. The word can be literally translated to overripe, but I wanted to add the meaning of 'experienced' as in the Korean word. Hence, well-seasoned.
오늘 번역한 @tata1 님의 붓툰을 먼저 보여드릴게요. 심령 상담사로 활약 중인 마니어 이야기입니다.
덜 익은 마녀라는 뜻이야
이번 글은 처음 딱 보자마자 눈에 띄는 단어가 있었습니다. 바로 '덜 익은'과 '농익은'이라는 표현입니다. 이번에 번역하면서 가장 심혈을 기울인, 가장 고심한 단어들이기도 하지요. 고심한 만큼 만족할만한 단어를 찾아내서 참 기뻤답니다. 비장의 무기라고나 할까요? ^^ 어떻게 번역했는지 알려드릴게요. 후훗~!
붓툰을 읽어보니 '덜 익은'이라는 단어가 단순히 '과일이 채 익지 않은'이라는 뜻 말고도 '미숙한, 경험이 부족한, 풋풋한' 등의 뜻으로 중의적으로 사용된 것 같았습니다. 이건 영어도 마찬가지인데요. 영어 단어도 중의적으로 쓰이고 있거든요.
'덜 익었다'는 말을 있는 그대로 번역하자면 unripe이 됩니다. ripe이 '잘 익은'이라는 뜻이니, not yet ripe이라거나, unripe이라고 하면 되는 거지요. 그 외에도 immature, unready, green 등의 단어를 사용하면 '덜 익은, 미숙한, 경험이 부족한, 풋풋한' 등의 뜻을 가진답니다.
그럼 이 단어들 중에 '덜 익은'이라는 뜻으로 어떤 걸 골랐느냐고요? 저는 아주 정직하게 unripe을 골랐습니다. 그건 위에서 말씀드린 비장의 무기 때문인데요, 자세한 설명은 아래 문장에서 해드릴게요.
마니어: 덜 익은 마녀라는 뜻이야.
Manyer: An unripe witch.
농익었네
이 붓툰을 죽 읽어 내려가다 보면 아래에 '농익다'라는 말이 또 나옵니다. 위에 나온 '덜 익다'와 반대되는 말이지요. 그냥 익은 것도 아닌, '농익다'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overripe, fully mature 등의 단어로 표현할 수 있겠네요. 그런데 도대체 '농익다'라는 단어가 왜 튀어나온 걸까요? 일단 붓툰을 살펴보시죠.
천샤가 무슨 뜻이냐고 묻는 질문에 천샤는 '덜 익은 천사'라고 대답해줍니다. 마니어도 자신이 '덜 익은 마녀'라고 대답하고요. 그런데 여기에서 마니어가 요상한(?) 행동을 합니다. '덜 익었다'고 한 천샤의 볼을, 진짜로 덜 익었나 잘 익었나 손가락으로 찍어본(?) 것이지요.
수박이었으면 통통! 두드렸을 텐데, 그냥 볼을 살포~시 눌러보는 걸로 끝나는 군요. 자기만 당할 수는 없다고 생각했을까요? 천샤도 덜 익었다는 마니어를 눌러보고(?) 싶어 합니다. 과연 마니어가 가만히 있을까요?
아이쿠야~!! 역시 마니어는 한 수 위였습니다. 가만히 볼을 찔러보게 놔뒀을 리가 없지요. ^^ 마니어를 만만히 봤던 천샤가 당황해하는 모습이란! ㅎㅎㅎ
아, 우리 영어 공부하고 있었지요? 다시 본론으로 돌아가서...
이런 마니어에게 천샤가 "뭐가 덜 익었다는 거야! 넌 농익었잖아!"라고 항변합니다. 이 부분을 읽으면서 '농익다'라는 말을 그냥 직역하는 건 뭔가 어울리지 않는다고 생각했습니다. 마니어의 저런 행동을 더 잘 묘사해줄 단어가 필요하다고 느꼈거든요.
제가 느낀 마니어는 "천샤보다 한 수 위다. 경험이 풍부하다. 함부로 볼 수 없다. 산전수전 다 겪은 베테랑이다"라는 거였어요. 그래서 고심고심 끝에 거기에 걸맞는 단어를 찾아냈습니다. 바로 제가 위에서 말한 비장의 무기, 이것이지요.
Well-seasoned
Season이 '계절'이라는 뜻이라는 건 다들 아시죠? (아신다고 해줘요. ^^;;) 그런데 이게 동사로는 '~를 성숙시키다, 익숙하게 하다'라는 뜻이 있어요. 그래서 seasoned가 되면 "숙련된, 경험을 쌓은" 이란 뜻이 되지요. 저는 거기에 well까지 더 붙여줬답니다.
하지만 단순히 '숙련된'이라는 뜻을 가지고 있어서 seasoned를 쓴 건 아니랍니다. 그것만 가지고는 비장의 무기라 할 수 없지요.
seasoned에는 '양념이 된, (소금, 후추, 허브 등으로) 조미가 된'이라는 뜻도 있답니다. 그러니 well-seasoned라고 하면 '맛있게 양념이 된'이라는 뜻이 되는 거지요.
익었나 안 익었나 손가락을 찔러보던 천샤가 마니어의 행동에 당황해서 "너 미숙하다더니 완전 베테랑이잖아!"라고 말하는 것과 "뭐야! 덜 익었다더니, 넌 익은 걸 넘어서 완전 양념까지 돼있었잖아!"라는 의미로 중의적으로 말하는 겁니다.
음... 써놓고 보니 그리 비장의 무기가 아닌 것도 같네요. -_-;;
하지만, 제 딴에는 중의적인 의미로 해석이 가능한 단어를 찾았다고 방방뛰며 기뻐했답니다. ^^;;
(그래서 '덜 익은'도 green이나 immature 대신 좀더 직접적인 unripe을 사용한 거였답니다.)
제가 한 번역 어떠신가요? ^^
천샤: 농익었네 뭐.
Chunsha: You're well-seasoned!
본문에 쓰인 @tata1 님의 그림은 저자의 허락을 맡고 사용했습니다. ^^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번역했던 @tata1님의 글 링크를 남깁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짧아서 영어로 읽기에도 좋아요. 한글판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영어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hift 키를 누른 채 누르시면 새창으로 뜹니다.)
Please check out @tata1's Bootoon series in English below before you go. Press shift key and click, then a new window will pop open.
Korean version: [붓툰bootoon 마니어 스토리]-농익은 마니어
English version: [Bootoon - Manyer Story] Well-Seasoned Manyer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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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s 번역 이야기] #1. "덜 큰 마녀"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2.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3. "누가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