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림 11] 시베리아 횡단 열차 객실 내부 - 3개의 이층 침대가 1개 조로 이루어진 것이 보입니다.
저는 모스크바행 99번 열차를 탔습니다. 99번 열차는 모스크바에서 블라디보스토크행이 되면 100번이 됩니다. 러시아의 철도 시스템에서는 번호가 작을수록 좋은 열차라고 해요. 한 자리 대 열차번호를 갖는 모스크바행 열차는 99번 열차보다 빠르고 시설도 좋습니다. 그러나 저는 너무 급하게 출발하느라 남아있는 표는 99번 열차뿐 이었습니다.
99번 열차 삼등 칸에는 두 명의 차장이 교대로 근무합니다. 상냥하지는 않지만 꼭 필요할 때 무심하지는 않지요. 차장은 내려야 할 곳이 다가오면 미리 알려주거나 검표하는 것뿐만 아니라 청소도 하고 특별한 일이 없을 때 매점을 보면서 주석 손잡이가 달린 유리컵을 빌려주거나 목적지가 다가온 승객들에게 침구를 싼 천과 베갯잇을 되돌려 받습니다. 또 차장은 정차할 때 차량을 살피고 객차 외부에 생긴 얼음을 제거하기도 하지요.
두 명의 차장이 담당하는 한 칸은 앞뒤로 화장실이 있습니다. 앞 화장실은 뜨거운 물이 나올 때도 있는데 뒤쪽은 온수 밸브가 있기는 한데 제가 사용했을 땐 온수가 나오지 않았습니다. 화장실에 있는 수도꼭지는 돌려서 여는 방식으로 온수 손잡이와 냉수 손잡이가 각각 있습니다. 수도꼭지를 돌린다고 물이 바로 나오지 않고 물구멍에 있는 막대를 위로 밀어 올리면 물이 졸졸 흘러나옵니다. 처음에는 손도 씻기 어려웠는데 나중에 가니까 샤워도 할 수 있을 거 같았지요. 변기는 좌변기인데 물을 내리면 철로가 보입니다. 정말 추울 때는 그 잠깐 사이에 한기가 느껴지기도 합니다. 철로에 오물을 바로 뿌리는 구조이기에 역이나 큰 도시 주변에서는 차장이 화장실을 잠금니다.
[그림 12] 변기 - 물을 내리면 선로가 보입니다.
[그림 13] 화장실 안에 있는 수도꼭지
러시아도 사람 사는 곳인지라 스마트폰도 꽤 보입니다. 그런데 객실 안에 콘센트는 네 개뿐이지요. 사실상 두 개는 화장실 안에 있어서 휴대폰을 충전하는 데 사용하지 못하고 뒤 화장실 밖에 있는 콘센트와 앞 화장실 밖 온수기 옆에 있는 두 개의 콘센트가 전부입니다. 이 두 개도 늘 작동하는 게 아니고 되었다 안 되었다 해요. 또 꼽아 놓는다고 해도 지켜보지 않으면 누군가 제 것을 뽑고 자기 걸 충전하기도 합니다. 모스크바 가는 동안 콘센트 때문에 사람들 사이에 큰 소리가 오가기도 했지요.
삼등석 열차 안은 침대 여섯 개를 한 조로 해서 아홉 조가 채워져 있습니다. 승객이 꽉 차면 오십 사명이 한 칸에 타게 되지요. 두 개의 이층 침대는 열차 진행 방향에 직각으로 서로 평행하게 놓여 있고 그 가운데에는 창문과 작은 탁자가 있습니다. 서로 평행한 두 침대에 있는 일층 침대는 각각 침상이 들려서 그 아래에 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이층 침대 위는 이불이 놓여 있는 선반이 있습니다. 나머지 이층 침대 하나는 평행한 두 이층 침대와 복도를 두고 열차 진행 방향으로 놓여 있습니다. 이 침대 일층은 세 부분으로 분리되는데 가운데 부분을 들어 올린 뒤 돌려서 고정하면 탁자가 됩니다. 그럼 움직이지 않은 양쪽은 자연스레 의자가 되는 형태지요. 의자가 되는 침상 아래는 비어 있어서 짐을 넣을 수 있습니다. 저는 표가 없어서 진행 방향으로 놓인 일층 침대를 잡았는데 낮에는 위 칸 사람이 아래 앉아 있기 때문에 침구를 정리하고 탁자를 만드는 게 여간 불편한 일이 아니었습니다.
[그림 14] 진행 방향에 평행한 일층 침대 아래 공간
[그림 15] 잡아 돌려 만드는 탁자의 세부사항
진행 방향 앞쪽 화장실과 뒤쪽 화장실은 객실과 문으로 분리되어 있습니다. 화장실이 있는 공간에서 문을 하나 더 열고 나가면 문이 세 개가 나오는데요. 열차 진행 방향 쪽으로 있는 문은 다음 칸으로 넘어가는 문이고 양옆으로 있는 문은 열차를 타고 내릴 때 쓰는 문이지요. 여기서 사람들은 열차 안을 순찰하는 경찰을 피해서 몰래 담배를 피우기도 합니다.
[그림 16] 앞쪽 화장실이 있는 공간 - 오른쪽에 온수기가 보입니다. 왼쪽에 반쯤 잘려있는 문부터 반시계방향으로 설명하면, 매점 문과 화장실 문 그리고 다음 칸이나 밖으로 나가는 문입니다.
열차에서 생활하다 보니 쓰레기가 쌓였습니다. 어떻게 버리나 고민하고 있었는데 쓰레기를 든 사람들이 뒤쪽 문을 열고 나갔다 돌아오면 빈손이 되는 걸 보았습니다. 저도 쓰레기를 가지고 나갔는데 쓰레기통이 없었습니다. 그래서 화장실처럼 창밖으로 쓰레기를 버리는 게 “로씨아”의 방법이라고 생각했지요. 저는 차마 창밖으로 버리지는 못하고 휴대전화 신호가 잡힐 때 쓰레기 버리는 법을 검색해 보았습니다. 객실에서 뒤쪽 화장실로 넘어가는 문을 열면 창가 아래 의자처럼 보이는 게 있는데 상판을 위로 들어 올려보면 쓰레기를 어디에 버려야 하는지 바로 알 수 있습니다. 저는 쓰레기통 기호도 없고 붉은 글씨로 뭐라 쓰여 있길래 비상용품을 보관해 놓은 함인 줄 알았지요.
[그림 17] 진행 방향 뒤쪽 화장실 앞에 있는 쓰레기통
열차 내부에 설명할 건 이 정도입니다. 굳이 더 적는다면 창과 문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열차 유리창은 아주 두껍습니다. 그냥 두꺼운 게 아니라 두 겹으로 만들고 그 사이에 열을 잘 전달하지 못하는 물질을 채워 봉인한 창이지요. 그리고 문은 무게감 있고 문틀과 꽉 맞물립니다. 평소대로 가볍게 문을 열면 꼭 잠긴 거 같은데 포기하지 말고 힘을 더 줘서 밀어야 합니다.
[그림 18] 객실로 들어가는 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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