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함브라가 전세계적으로 유명한 관광지가 된 이유는 서유럽 한복판에서 이슬람 예술의 정수를 느낄 수 있기 때문일 것입니다. 레콘키스타 전까지 그라나다Granada는 아라비아 술탄들이 지배하는 이슬람 문화권이었습니다. 레콘키스타는 특히 스페인과 포르투갈 남부에서 치열하게 벌어졌는데, 그로 인해 두 나라 모두 유럽 문화권에서는 보기 드문 묘한 건축물들로 유명한 관광지가 되었지요.
알함브라는 나자레스 궁전(궁전과 정원 등등이 모여있습니다), 알카사바 요새, 카를로스 5세의 궁전, 파르탈, 헤네랄리페 별궁(정원)이 모여있는 큰 복합단지 입니다. 그 중에서 오늘은 기묘하고 이상하고 이 아름다운 곳에 어울리지 않는 쌩뚱맞은 건물 이야기 입니다. 레콘키스타에서 기독교가 승리한 후, 기독교 수호국인 스페인의 왕정은 여기에 서구식 건물을 짓기로 합니다. 그런데 어쩐지, 고딕 양식, 아라빅 양식에 로마풍까지 끼얹은 희한한게 나왔습니다.
아기자기하고 극도로 섬세한 알함브라에서 가장 크고, 위풍당당하고, 무식하게 생긴 네모낳고 커다란 건물입니다. 1, 2층이 마치, 두개의 다른 빌딩이 길을 잃고 방황하다 스페인에서 만난 것 같습니다. 레고 2 모델 조립해서 1, 2층 실수로 조립한듯 하기도 하고요...
1층은 소방서, 2층은 꽃가게... 하지만 이 건물에서 가장 허접한 부분은 아직입니다. 좀 더 가까이 봐보세요.
미안하지만, 대충 찍은듯한 점들은 마치 애들 장난 같습니다. 바로 옆의 나자레스 궁전에 비하면 정말 유치하고 멍청해 보입니다. 그런데 저런게 이 건물 외부의 절반을 두르고 있어요! ㅠㅠㅋ 우아하고 섬세하며 극도로 계산적인, 영혼을 갈아넣어 만든 것 같은 곳에 있다가 갑자기 무식하고 폭력적인 네모 반듯 대충대충 느낌의 정체 불명의 궁전이라니... 저는 나자레스 궁전 관람을 마치고 갔던터라, 격하게 한심한 리액션을 할 수 밖에 없어요. 안그럴 수 있는 사람은 카를로스 5세 정도 뿐일겁니다.
그런데, 안에 들어가보면 엄청난 반전이 있어요.
이건 마치 돈많고 센스없는 어떤 부자가 스타일 믹싱의 거대한 실험을 한 것 같아요. ㅋㅋ 누가 이 르네상스 + 아라빅 건물 안에 고대 로마의 콜로세움이 있을 줄 알았겠어요! 규모가 워낙 크다보니, 안에 들어갔을때 정말 깜짝 놀라긴 했습니다. 여기서 오페라나 뮤지컬 같은 공연하면 멋질것 같기도 하고요. 아니면 콜로세움에 스페인답게 투우라던가...
카를로스 5세의 궁전 안에는 박물관이 있습니다. 박물관 안에서는 바로 옆의 나자레스 궁전의 분수가 보입니다. 정말 이해할 수 없던 것은, 왜 이 건물을 이렇게 나자레스 바짝 옆에 지은걸까요? 레콘키스타의 승리를 기념하고 싶어서였나요? 이스탄불이 비잔틴 건축인 아야 소피아는 그리스도교 대성당에서 이슬람 사원으로 목적이 바뀌었고 현재는 이슬람 스타일로 아름답게 꾸며진 내부를 볼 수 있습니다. 이렇게 센스없게 옆에다가 대놓고 들이민게 아니라는 거지요. 저는 이런 무식한 저돌성이, 유럽이 세계를 재패한 이유라고 여기지만, 그래도 예술 작품만 놓고 생각해보면 좀 아쉽긴 합니다.
"미래지향적인 건물이다"라고 얘기할 수도 있겠습니다. ㅎㅎ 그냥 제 스타일이 아니었을 뿐, 멋있는 건축물인 것은
틀림없습니다. 뭐, 누군가에게는 가장 마음에 드는 장소일수도... (설마) 박물관은 공짜이고, 옛날에 찍은 알함브라를 담은 흑백사진과 스케치가 전시되어 있습니다. 날씨가 덥다면 에어컨 빵빵한 박물관만한데가 없죠 ㅎㅎ
항상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
알함브라 몇편에 나자레스 궁전이 나올지... ㅎㅎ
그럼 다음에 또 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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