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6. "차를 (손으로) 끌고 가면 힘들어요."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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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고 글 쓰는 Bree입니다.
저는 @tata1 님의 붓툰 시리즈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는 도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들, 조심해야 할 표현들을 알려드리고, 또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는 과정이나 뒷얘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Hello, this is Bree. I'm translating @tata1's Bootoon series. I think my postings can be helpful to those who study English and want to translate Korean into English. So I'd like to share translation tips, do's and don'ts, etc.

Korean 차를 끌고 가다 means I drive to a place but it literally means I drag the car to a place. In this episode there are puns using this sentence. How can I translate not only the meaning, but also the puns in English? I tried my best. ;-)


오늘은 @tata1 님의 육아일기를 가지고 왔습니다. 육아일기 제목 그림이 더 귀엽게 바뀌었더라고요. 물론 내용도 무척 귀엽지요. 어떤 내용인지 먼저 보고 가실게요. ^^

[붓툰bootoon 육아일기]-만일 아빠였다면-


차 끌고 갈게

엄마가 전화를 받으며 "차 끌고 갈게."라고 하자, 옆에서 듣고 있던 어린 마니가 "타고 가세요. 끌고 가는 건 너무 힘들어요."하고 말합니다. 아, 귀여운 마니님! ^^

그런데! 마니님이 귀엽기는 하나, 이걸 번역을 하려니 조금 막막했습니다. 단순히 말의 뜻만 번역하는 게 아니라 "끌고 가다"라는 말이 가진 두 가지 의미도 살려야 하고, 그림하고도 매치시켜야 했거든요.

1차 시도: I'll bring the car.


"내가 차 끌고 갈게."를 있는 그대로 번역하면 이렇게 됩니다.

내가 ~할게: I'll (I will)
가지고 가다: bring
차: the car

I'll bring the car.

그런데 문제가 있습니다. 이렇게 bring으로 표현을 하면 뒤에 나오는 마니의 대사 "타고 가요. 끌고 가면 힘들어요."를 표현할 길이 없습니다. ㅠ.ㅠ

Mom: Okay, honey! Stay put*. I'll bring the car.
Mani: Mom! No. Drive the car. Bringing the car is too hard????

엄마: 알았어, 여보! 거기 있어. 내가 차 가져 갈게.
마니: 엄마! 안돼. 타고 가요. 가져가는 건 너무 힘들어요????

(*Stay put: 거기에 가만히 있어. 그 자리에 있어.)


2차 시도: I'll pick you up


이번엔 작전을 바꿔서 말의 의미를 좀더 살펴보기로 했습니다. 여기에서 "내가 차를 끌고 간다"는 말은 "차로 널 데리러 갈게."라는 의미입니다. "(차로) 누군가를 데리러 가다. 데리고 오다."라고 할 때 pick up이라는 말을 씁니다. 그런데, pick up에는 또한 "(아이나 물건 등을)들어 올리다, 안아 올리다."라는 뜻도 있습니다. (pick up에는 엄청나게 다양한 뜻이 있습니다. 여기에서 다 설명 못 드려도 양해 바랍니다. ^^)

그라췌~!! 유레카~!! 바로 이거얏~!!

이 pick up을 이용하면 "끌고 가다"처럼 언어유희를 살릴 수 있을 것 같았습니다. 그러려면 내용을 좀 바꿔야 하지만, 원문을 살리는 것보다 내용을 바꾸더라도 언어유희를 살리기로 마음먹었죠.

Mom: Okay, honey! Stay put. I'll pick you up.
Mani: Mom! No. Tell him to walk. Picking up Daddy is too hard.

엄마: 알았어, 여보! 거기 있어. 내가 데리러 갈게.(내가 안아 올려줄게)
마니: 엄마! 안돼. 아빠보고 걸으라고 해요. 아빠를 안아 올리는 건 너무 힘들어요.

그런데 또~!!!
문제가 생겼습니다. 아무래도 내용이 너무 많이 바뀌는 것 같아서 마음에 안 들었거든요. 게다가 결정적으로 타타님의 그림과도 전~혀 맞지가 않았습니다. 차를 끌고 가는 그림과 아빠를 안아 올린다는 글은 완전히 다르니까요. ㅠ.ㅠ


아빠를 안아 올린다며? 왜 차를 끌고 있는 거에요?


3차 시도: I'll pick up the car on my way there.


"끌고 가다"라는 말의 언어유희를 살리면서, 그림과도 딱 맞게, 그러면서도 원문의 내용과 아주 이질적이지는 않게... ㅠ.ㅠ

조금 더 고민하던 저는 살짜~쿵 원문을 바꾸고, 언어유희와 그림을 살리는 쪽을 택했습니다.

"내가 차 끌고 갈게."를 "내가 차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로 바꾼 겁니다.

내가 ~할게: I'll (I will)
차 가지고: pick up the car
그쪽으로 갈게(그쪽으로 가는 길에): on my way there

얼핏 별거 아닌 듯 보이지만, 조금 다릅니다. 엄밀히 해석하자면 제가 영어로 작성한 문장은 "차를 (어딘가에 들러서)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 거기 가는 길에 차를 (어딘가에 들러서) 가지고 갈게."라고 볼 수 있습니다.

차가 차고에 있는 게 아니라 정비를 위해 정비소에 맡겨뒀다거나, 누군가에게 빌려줬다거나, 다른 주차장에 세워놨다거나 해서 어딘가에 있는 차를 pick up해서 너를 데리러 가겠다고 하는 말이지요. 원문과 사리살짜쿵 달라졌지만 pick up을 이용하기 위해서 이렇게 했답니다.

왜냐하면 앞에서 설명드렸듯이 pick up에는 "들어 올리다"라는 뜻이 있거든요. pick up the car라고 하면 "차를 (어딘가에서) 가져오다"라는 뜻이지만, 문자 그대로 다르게 해석하면 "차를 들어 올리다"가 될 수도 있답니다. 물론 대부분의 미국 사람들은 이 말을 들으면 "차를 가져오다"로 이해할 거에요. 우리가 "차를 끌고 가다"라고 할 때 당연히 운전하는 걸 떠올리지, 진짜로 끄는 걸 떠올리지 않듯이 말이죠.

Mom: Okay, honey! Stay put. I'll pick up the car on my way there.
Mani: Mom! No. Drive the car. Picking up the car is too hard.

엄마: 알았어, 여보! 거기 있어. 내가 차 가지고 그쪽으로 갈게.
마니: 엄마! 안돼. 타고 가요. 차를 들어 올리는 건 너무 힘들어요.


이제야 번역이랑 그림이 좀 맞는 것 같네요.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원문을 그대로 살리면서 언어유희를 포기하느냐, 원문을 살짝 변형하면서 언어유희를 살리느냐의 기로였는데요. 그림까지 맞아야 하기 때문에 저는 후자를 선택했습니다. 그리고 다행히도, 타타님께서도 제 번역을 용인해주셨고요. 하지만,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저와 의견이 다른 분도 계실 수 있겠네요. 언어유희 부분은 항상 가장 고민이 되는 부분이랍니다. ^^;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번역했던 @tata1님의 글 링크를 남깁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짧아서 영어로 읽기에도 좋아요. 한글판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영어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hift 키를 누른 채 누르시면 새창으로 뜹니다.)

Please check out @tata1's Bootoon series in English below before you go. Press shift key and click, then a new window will pop open.

Korean version: [붓툰bootoon 육아일기]-만일 아빠였다면-
English version: [BootToon] Daddy & Daughters Diary - What Would Your Daddy Do?

본문에 쓰인 @tata1 님의 그림은 저자의 허락을 맡고 사용했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번역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1. "덜 큰 마녀"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2.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3. "누가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4. "덜 익은, 농익은"은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5. "됐어."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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