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7. "나 잘하지?"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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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녕하세요, 책 읽고 글 쓰는 Bree입니다.
저는 @tata1 님의 붓툰 시리즈를 영어로 번역하고 있는데요. 번역하는 도중에 나오는 재미있는 표현들, 조심해야 할 표현들을 알려드리고, 또 어떻게 번역할까 고민하는 과정이나 뒷얘기들을 함께 나누려고 합니다. 재미있게 읽어주세요. ^^

Hello, this is Bree. I'm translating @tata1's Bootoon series. I think my postings can be helpful to those who study English and want to translate Korean into English. So I'd like to share translation tips, do's and don'ts, etc.

"Good" is very easy word, I'm sure you can't find a single Korean who doesn't know that word. And yet it has so many meanings in it, sometimes it's hard to catch all the meaning. If you ask Koreans to translate "잘하다" into English, they probably say "do (something) well". In this episode, I explained that they can also use "good" in the same context.


오늘 공부할 @tata1 님의 붓툰을 먼저 볼까요? 마니님의 귀여운 활약상을 볼 수 있습니다. ^^

[붓툰bootoon 육아일기-근거없는 자신감]

여기에서 같이 공부하고 싶은 몇몇 표현들이 눈에 띕니다. 바로 "근자감"이라는 표현과, 마니님의 명대사 "아빠, 나 잘하죠?"입니다.

근자감


문제집의 답을 보고 풀면서도 아빠한테 "최고로 똑똑한 마니"라고 당차게 얘기했던 우리의 마니님! 어릴 때부터 근자감이 남달랐는데요. 이 근자감은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영어로 번역하려면 우리말부터 차근차근 따져봐야 한다는 걸 이젠 잘 아시죠? "근자감"은 무슨 뜻일까요? 근자감은 "근거 없는 자신감"을 줄여서 부르는 말입니다. 실력도 별볼일 없고, 가진 것도 하나 없는데도 자신감만은 하늘을 찌를 때 쓰는 말이지요. 그렇다면 이런 말은 영어로 어떻게 표현할까요?

strange sense of confidence

일단 자신감은 'confidence'라고 합니다. 경우에 따라서는 self confidence, self-assurance 등으로 대체할 수도 있고요. 남들 같으면 자신감을 가질 상황이 아닌데 자신감이 넘치다니, '자신감'에 대한 '정의'나 '센스'가 남다르다는 걸 알 수 있습니다. 그래서 "자신감에 대해서 정말 희한한 센스를 가졌다"는 걸 나타내기 위해서 strange sense of confidence라고 표현해봤습니다. (strange 대신 '희한한'이라는 뜻을 가진 weird를 써도 됩니다.)

하지만, 제가 막상 번역본에 쓴 표현은 다른 거였는데요. 바로 이겁니다.

groundless confidence

ground'땅'이라는 뜻도 있지만 '(어떤 일의) 근거, 기반, 이유'라는 뜻도 가지고 있답니다. 거기에 '~가 없는'이라는 뜻의 less가 붙어서 groundless가 되면 '근거 없는, 사실 무근의'라는 뜻이 됩니다. 저는 근자감을 있는 그대로 번역해서 groundless confidence라고 썼지요.

지금까지 제 글을 보신 분이라면 아시겠지만, "영어로 XX는 우리말로 OO다"라고 단언할 수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상황과 문맥에 따라 다르게 사용해야 하니까요. 그러니 "근자감이 groundless confidence래."라고 외우지 마시고, 아래 표현을 다양하게 쓰시면 좋을 것 같습니다.

He has strange sense of confidence. 걔는 자신감에 대한 센스가 남달라.
I had groundless confidence back then, just as now*. 그때에도 (지금처럼) 근자감이 쩔었어요.

(just as now: 지금처럼, 지금도 그렇듯이)


I had groundless confidence back then, just as now. 그때에도 (지금처럼) 근자감이 쩔었어요.


나 잘하죠?


"잘한다"는 말은 영어로 뭐라고 할까요? 한국분들에게 "잘하다"를 영어로 번역해보라고 하면, 대개는 "do something well"이라고 합니다. 상황에 따라서는 맞는 번역일 수 있지만, 어떤 때는 이런 번역이 미국인의 눈에 영 낯설게 보일 때가 있답니다.

어린 마니가 아빠에게 물어봅니다. "아빠! 나 잘하죠?" 여기에서 "잘하다"는 "실력이 좋다"는 말입니다. 즉, 아빠한테 "내 실력 좋죠?"라고 물어보는 거지요.

Did I do well?이라고 하면 "나 잘했어요?"가 됩니다. 뭔가를 해놓고 "나 지금 잘했는지"를 묻는 말이죠. 이 말은 "나 잘하죠? 내 실력 좋죠?"가 될 수 없답니다. 헷갈리시나요? 이 문장을 평서문으로 바꿔 놓으면 더 이해가 잘 갈 겁니다. You did well이라고 하면 "너 잘해.(너 실력 좋아)"가 아니라 "(넌 이번에) 잘했어."라는 말이 되거든요.

A: Did I do well? (나 잘했어요?)
B: Yes, you did well. (그래, 너 잘했어.)

자, 그럼 "나 잘하죠?"는 영어로 뭘까요? 더 뜸들이지 않고 바로 알려드릴게요. 뚜둔~!!

Am I good or what?

놀라셨나요? good은 그저 '좋은'이라고만 알고 계신데요, "~를 잘하다"라는 의미로도 사용한답니다. 바로 뒤에 붙은 or what앞에 한 자신의 말을 강조하거나, 동의를 구하는 용도로 사용됩니다. 즉, 우리말로 자연스레 번역하자면 "어때? 나 진짜 잘하지? 잘하지 않냐?"라는 의미를 더해준다고 보면 되지요.

Am I good or what? 나 잘하지 않니?
Is this a good book or what? 이 책 좋지 않니? 그렇지?

번외로 한 가지 더 알려드릴게요. 만일 상대방에게 "너 쫌 하냐?"라고 묻고 싶다면 어떻게 하면 좋을까요? 상대방이 잘하는지, 실력을 묻는 거니까 위에서 말한 good을 사용하면 좋겠죠? 하지만 그냥 Are you good?이라고는 하지 않아요. 문법은 맞을지 몰라도 미국인들은 이렇게 쓰지 않는답니다. 대개 영어에서는 여기에 any를 넣어서 아래처럼 말합니다.

Are you any good? 너 쫌 하냐? 너 실력 좀 되냐? 너 좀 잘하냐?

아빠! 나 잘하죠?
Daddy! Am I good or what?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good은 쉽지만 여러가지로 해석이 될 수 있는 단어랍니다. '착하다, 좋다, 괜찮다, 잘하다' 등등. 앞으로는 '잘하다'라는 말에 good을 써보세요.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관심이 있으신 분들을 위해 제가 번역했던 @tata1님의 글 링크를 남깁니다. 그림이 있고, 글이 짧아서 영어로 읽기에도 좋아요. 한글판이 있으니 함께 보시면 영어 공부에도 더 도움이 될 거라고 생각합니다. (shift 키를 누른 채 누르시면 새창으로 뜹니다.)

Please check out @tata1's Bootoon series in English below before you go. Press shift key and click, then a new window will pop open.

Korean version: [붓툰bootoon 육아일기-근거없는 자신감]
English version: [BootToon] parenting Diary - Groundless Confidence

본문에 쓰인 @tata1 님의 그림은 저자의 허락을 맡고 사용했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bree1042를 팔로우하시면 더 많은 번역 이야기들을 재미있게 공부하실 수 있습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2.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3. "누가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4. "덜 익은, 농익은"은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5. "됐어."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6. "차를 (손으로) 끌고 가면 힘들어요."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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