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 이야기] IMF, 통화 파괴의 마지막 수문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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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제 JTBC의 토론회는 그나마 최근 있었던 암호화폐 관련 토론중에서는 가장 퀄리티가 높았던 것 같습니다. 암호화폐 반대측 패널들의 꼼수와 찬성 패널들의 정수 대결이 눈에 띄었는데요. 반대측에서는 '51%', 'Honest Node', 'Double-Spending'이라는 잘 알려지지 않은 개념들을 사람들의 귀에 들어가게 하는 공격을 하면서, 'Lightning Network', 'Smart Contract'등의 개념은 (알고 있으면서) 의도적으로 회피하거나 막으려는 토론의 스킬에 의존했죠.

BTC가 중국 채굴자들 - 특히 우 지한 - 의 Antminer S9, A3 등 강력한 해시함수 채굴기에 의해 본래 BitCoin Core 팀이 의도한 100%의 기능을 하지 못하고 있는 것은 사실입니다. 결국 POWProof-Of-Work 암호화폐가 갖는 본질적인 약점은 해시 파워가 집중되면 발생할 수 있는 반-탈중앙화Anti-Decentralize라 칭하겠습니다.적인 요소니까요.


순식간에 동이 나버렸죠. 결함이 나와서 막은건지 팔린건진 모르지만...

하지만 저는 이런 것은 단순히 자유 시장 내에서 다양한 기술이 경쟁하는 것으로 얼마 지나지 않아 해결되리라 봅니다. 초반부터 준비하고 연구해서 시장에 진입한 Bitmain측 채굴 세력이 헤게모니를 쥐는 것은 뭐, BTC를 비롯해 대부분의 시장에서 흔히 발생하는 일이니까요.

51% 이야기나 선한 노드, 이중 지불 관련은 의도적으로 BTC 백서를 오독한 내용이니까 딱히 논할 가치를 느낄 수 없습니다. 경희대 컴공과 대폭발이 기대됩니다 'BTC로 실제 물건을 거래한 적 있느냐', '거래 시간과 수수료가 비싸지 않느냐'하는 질문 역시 라이트닝 네트워크나 세그윗을 끄집어 내서 중국 채굴 풀이 장악하고 있는 약점을 치려는 포석이었습니다.

그걸 잘 피해간 김진화 대표 역시 대단하지만, 토론에서 꼼수를 쓰려는 것 자체가 전 딱히 마음에 들지 않더군요. 실제 라이트코인으로 차량을 구매한 사례가 있고, 거래 자체는 세그윗을 도입하면 해결 되는 문제거든요. 근데 여기서 해시 파워나 중국 채굴풀 이야기로 넘어가면 찬성측이 말리게 되는거니까요. 여전히 BTC엔 정치적 문제가 있긴 하거든요.

그런데 이런 꼼수를 꼼꼼한 그 분이나 쓰게 하지 괜히 유시민 작가나 한호현 교수에게 쓰게 하는 것은, 저는 JTBC가 이슈와 이미지를 팔아서 시청률을 좀 먹어보겠다는 수작으로밖에 보이지 않습니다.

저런 걸 하려면 먼저 대중이 공포스러운 발언에 휘말리지 않도록 SBS 스페셜같은 다큐멘터리 등으로 정확한 정보를 전달하는게 우선시되어야 하거든요. 그냥 SNS 논쟁을 가지고 시청률 장사를 한거죠. 언론이 해야 할 정도正道가 아닌 사도邪道의 끝을 보여줬습니다. 뭐 JTBC가 JTBC한거고 언론이 언론한거라 하면 더 할말은 없습니다만(...)

뭐, 한편으로는 이해가 가지 않는 것도 아닙니다. 독일에서 경제학을 제대로(그 이전에는 학생운동 하느라 공부를 안했습니다... 철저히 독일 스타일의 경제학이 머리에 박혔죠.) 공부하고 돌아오려고 할 쯔음 1997년 금융위기를 직격으로 맞으며 정계에 입성한 유시민씨 입장에서는, 소로스 펀드로 대표되는 통제불가능한 글로벌 헷지 펀드들과 바트화로부터 시작된 금융위기에 대해서 본능적인 공포를 가질 수 밖에 없어요.

그 뿐이 아닙니다. 지난 2기의 민주정부 - 국민의 정부와 참여정부 - 는 사실 (기업 차입으로 인한 IMF) 버블로 시작해서 (닷컴) 버블로 끝났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 정부에요. 정부가 잘못해서 터진건 아니지만, 아무튼 그 피해를 가장 직격탄으로 맞은게 민주정부입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본인이 있어요.

자유인으로서의 본인과, 보건복지부 장관으로서의 본인과, 어용 지식인으로서의 본인을 구분하지 못한 유시민씨가 통화정책을 국가가 완전히 통제해야 한다는 아집이라고도 보일 정도의 강한 신념을 강고하게 내비치는 것은 그 본인의 정치적 배경에서 온 것이 아닐까 하고 생각도 해 봅니다.


좋든 싫든, IMF 구제금융은 한국 국민들에게 엄청난 트라우마로 남아있습니다.

그렇게 생각하면, 탈중앙화로 대표되고 완벽히 시장 컨센서스에 의해서만 작동하는 BTC를 위시한 암호화폐는 그 본인에게는 피해야 할 것으로 받아들여 질 수 밖에 없는거죠. 전 개인적으로 유시민이라는 자연인이 악하다고는 생각하지 않습니다.

오히려 국민들을 어떠한 방법으로 더 안정적으로 먹고 살게 하고, 어떻게 하면 국익에 기여하는 방향이 될까를 계속 찾아 나가는 사람이라고 생각합니다.

탄핵사건으로 민자당계 정당 2기를 마무리하면서 새로이 민주계 정부가 출범하면서, 당적은 다르지만 그가 '어용 지식인'이 되겠다 한 것도 저는 같은 맥락으로 보고 있습니다. 민주계 정부가 국민에게 도움이 될 것으로 보기 때문에 지지한다라는 스탠스인거죠.

요는 방법론의 차이입니다. 그리고 현실을 보는 시각의 차이고요. 초반부의 대 반칙발암대전을 지나고, 진짜 본질적인 이야기는 후반 20분에 나왔습니다. 토론 후반부에서 나온 이야기는 잡다한 가지 다 쳐내면 결국 하나로 귀결됩니다. "국가가 통제하는 통화 발행" vs "시장 컨센서스가 제공한 신뢰에 기반한 통화" 중 어느 것을 선택해야 하는가에 대한 것입니다.

오늘 이야기는 여기서 시작합니다. 바로 BTC가 아닌 방법으로 통제되는 화폐인 SDR에 대한 이야기입니다.

SDR은 특별인출권, Special Drawing Rights입니다. IMF에서 발급하는 유가증권으로, "담보 없이 필요한 만큼의 외화를 인출해 갈 수 있는 권리"입니다. 쉽게 말하면, 그냥 저거 주면 주요 외환(USD, EUR, GBP, JPY, CNY)으로 알아서 스왑해준다는겁니다. 더 쉽게 말하면, IMF가 발행하여 각 국에 주는 특수한 돈, 아니 통화Currency, 通貨입니다.

그렇다면 그 이전에 IMF, 국제 통화기금International Monetary Fund의 역사에 대해 잠깐 짚고 넘어가보도록 하죠. IMF는 1950~1960년대에는 금 본위제의 관리자였다가, 1970년대에는 금 판매상이 되었다가, 1980~1990년대엔 또 국가 경제의 의사 노릇도 했다가, 2000대 들어서는 각 국가의 금융위기에 대처하는 의사조율 기관이기도 했으며, 지금은 세계의 대출은행이 되고자 하는 복잡한 정치기구죠.

지난 수십 년간 금융기관은 예측 가능했습니다. 그리고 개별 경제주체로서 참가자들은 정책 전달에 수동적이었죠. 그러나 오늘날 금융 중재는 훨씬 적극적이며, 정책입안자들의 바람은 다양한 방법으로 구체화되고, 경제에 미치는 영향도 커집니다.

시중은행은 금융증권화securitization, 주식이나 채권 등의 유가증권을 이용한 자금조달, 파생상품, 정책적인 양적 완화 효과를 극대화 할 수 있는 다른 형태의 레버리지등을 활용할 수 있습니다. 또한, 대출 기준을 강화하거나 충격 완화를 위해 미국 국채와 같은 자산으로 갈아탈 수 있습니다.

케인즈의 일반 이론에서는 재정이나 통화 정책이 시행되면 개인이나 기업으로 바로 전파되어야 하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금융기관(은행)의 중재라는 절차를 겪게 되면서 파급효과가 변경되었는데요. IMF는 이에 주목하여 대출과 융자 조건에 대한 정책을 규정하여 정권을 유지 시키거나, 규탄할 수도 있는 강력한 기관으로 변모하고 있습니다.


하나의 정부, 하나의 은행이라는 미래가 그려지지 않나요?

간단히 말해, IMF는 전 세계를 대상으로 금융을 관리하고 리스크를 관리하는 세계 은행으로 변모하려고 하는 것입니다. IMF 이사회의 면면을 한번 볼까요? 크리스틴 라가르드Christine Madeleine Odette Lagarde 총재는 유럽의 이익을 대변합니다. 주민朱民 부총재는 중국을 대변하고, 데이비드 립튼David Lipton이사는 미국의 이익을, 이집트 출신 네마트 샤피크Nemat Shafik이사는 나머지 개도국을 대변합니다.

여기서 눈여겨 봐야 할 것은 데이비드 립튼입니다. 이 사람은 미국의 이익을 대변한다고는 하지만, 한편으로는 투자은행(IB, Investment Bank)을 대변하기도 합니다. 로버트 루빈Robert Rubin의 제자로, 소위 말하는 루빈파입니다. 문제는 이 루빈파의 행동입니다.

루빈파가 지금까지 저질러온 참사들을 적자면 한둘이 아닌데요. 글래스-스티걸 법Glass-Steagall Act(은행이 헷지펀드를 판매하는 것을 금지한 법안)을 폐지하고, 파생상품 규제를 폐지하여 은행에서 비밀리에 대규모 레버리지를 할 수 있게 하는 등 2008년 서브프라임 모기지 사건을 대규모 금융위기로 만드는데 직접적인 기여를 했죠.

물론 이들이 사악한 의도에서 이런 제도를 만든 것은 아닙니다만, 뒤에서 이들이 풀어놓은 규제로 금융위기가 발생하자 데이비드 립튼을 비롯한 미국 이사진은 오히려 '국제 통화 시스템에 큰 결함이 있다'며 적반하장식으로 IMF의 개입을 요구하기 시작합니다.


이것이 $DR입니다. 우리가 쉽게 볼 일은 없는 돈이죠.

또 다른 새로운 위기가 발생하면 단순히 금융기관이나 국가의 몰락이 아니라, 미국 달러 자체의 신용도에 문제가 발생할 수 있고, 달러가 손실되며, 미국의 경제가 위험에 처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처음 이런 문제가 발생한 것은 1978년 10월, 2차 오일쇼크로 인해 급작스럽게 불어난 달러를 회수하는 과정에서 달러가 붕괴할 위기에 처하게 되었을 때 입니다.

이런 위험성을 인지한 IMF 이사진은 1979년부터 1980년까지 SDR(혹은 $DR)을 대량 발행하여 상황을 역전시킵니다. 그 이후 주민과 라가르드, 그리고 립튼은 IMF를 세계의 중앙은행으로 변모시키게 됩니다.

중앙은행에는 크게 3가지의 기능이 있습니다.

  1. 레버리지를 사용하고
  2. 대출을 해주며
  3. 돈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이런 기능을 수행할 수 있기에 위기 발생 시 최종 대부자가 될 수 있고, IMF는 실제로 2008년 이후 급속도로 이런 역할의 비중을 키워가는 중입니다. 물론 IMF는 대출을 해주면서 노동시장 개혁, 재정정책 변경 등을 요구하는 추가적 역할도 하지만요.

중요한 것은 대출 그 자체가 아니라 이들도 레버리지(부채)를 운용한다는 것입니다. 아니, 정확히 말해서는 없던 레버리지가 생겨났습니다. 2008년 이후 기업과 개인은 부채를 축소(디레버리징)해 온 한편, 국가와 각 국가의 중앙은행, IMF는 레버리지를 사용해 국제통화 시스템에 아편성 진통제를 놔버렸죠. 결과적으로 공적 부채가 사적 부채를 대신하게 된 셈입니다. 금융 위기에서 촉발된 엄청난 부채는 사라지지 않았습니다. 단지 이동되었을 뿐입니다.

그리고 시한폭탄은 떠넘겨졌습니다. 자세한 것은 오바마 행정부 당시 백악관과 의회의 IMF 자금 지원을 놓고 벌인 싸움을 보시면 되겠습니다만, 간략하게 요약하면 IMF가 레버리징을 통해 대출을 해 주는 과정에서 SDR의 안정성을 위해 각 회원국에서 돈을 끌어다 써야만 할 정도가 되었다는 것입니다.


라가르드 : 달러 내놔! 오바마 : 드.. 드리겠습니다

초기 USD의 부족과 과잉 모두 USD가 갖는 세계 기축통화로서의 지위를 위험하게 할 수 있다는 트리핀의 딜레마Triffin's Dilemma이후, SDR은 금과의 페깅, 통화 바스켓 연동, 추가 발행 등 다양한 방법을 통해 살아남아 왔습니다. 긴급 유동성 공급에 중요한 수단이 되어왔던 것입니다.

SDR은 나아가 국제 기축통화로서의 지위까지 고려하고 있습니다. 2011년 1월 발표된 IMF 보고서에는 SDR을 선도적인 국제 기축 통화로 만들기 위한 다각적이고 장기적인 계획이 담겨있는데요. "SDR 공급을 늘려 유동성을 높이고, 골드만 삭스나 시티 그룹과 같은 민간부문 참여자들에게 매력적일 수 있도록 해야 한다. 또한, SDR 채권 판매자가 자연스럽게 생겨날 것을 유도해야 한다."고 했습니다.

각국이 보유외환 다각화를 위해 SDR이라는 새로운 화폐를 구입, 보유하도록 하겠단 것이죠. 1997년과 2009년의 금융위기에서 발행한 SDR은 유동성 위기가 발생했을 때, SDR 발행 규모의 증가로 효과를 볼 수 있는지에 대한 대규모 금융 실험에 가깝습니다.


시간의 압박이 있지만, 한번쯤 보시는 것도 나쁘지 않을 듯 합니다.

모건 리포트에서는 $DR과 BTC 모두 '가상의 화폐'이며, $DR은 각국의 통화를 $DR 아래로 통제하려는 움직임이 있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반면 BTC는 통제가 없다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BTC가 $DR의 역할을 대신할 수 있다고도 하고 있습니다.

물론 정치적, 군사적 주체들이 쉽게 이런 변혁을 받아들이려 하지 않을 것입니다. 그동안 그들이 누리던 각종 자국통화 발행이든, 기축통화 발행이든 주조차익세뇨리지들이 있기에, 그리고 이를 통해 소위 말하는 공약 이행을 - 사회 기간망, 복지 시스템 등으로 대표되는 - 해 왔기 때문에, 더더욱 쉽지 않을 것입니다.

사회는 변혁의 길로 나아가고 있습니다. 그 변혁의 주체가 비트코인으로 대표되는 블록체인이 될 수도, 해시그래프가 될 수도, 혹은 IMF가 새로이 질서를 잡는 $DR이 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우리가 우리 각 개인의 경제적 자유를 원한다면, 우리를 둘러싼 이런 모든 움직임에 대해 눈을 부릅뜨고 있어야 할 것이라는 점입니다.

암호화폐 투자자들에게 앞으로 보름 정도는 꽤나 긴 어둠이 이어질 것입니다. 등락을 반복할 것이며, 최소 한번 정도는 저점을 향해 다시 곤두박질 칠 가능성이 존재합니다. 현금을 쥐고 계신분들은 그 때가 기회가 될 것이며, 코인을 가지신 분들은 멘탈을 다잡고 기다려야 할 시기입니다.

호랑이는 토끼를 사냥할 때에도 몸을 최대한 숨기고 최선을 다 합니다. 지금 우리가 해야 할 것이 호랑이처럼 발톱을 숨기고, 냄새를 감추고, 사냥감이 빈틈을 보일 때를 기다리는 것이 아닐까 합니다. 사냥의 때가 왔을 때, 모든 한국 투자자분들에게 필요한 때를 위한 작은 행운을, 그리고 공포에 지지 않을 용기를 기원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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