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당에서는 수녀님들이 매일 아침, 점심, 저녁으로 그레고리안 성가를 부르는데 아침 미사에 참석하면 그들과 함께 짧은 시간이지만 수도원 내부를 관람할 수 있다. 그레고리안 성가를 듣고 있노라면 나도 모르게 차분해져서 다른 세상에 와있는 느낌이다. 천상의 노랫소리가 이러할까? 성당에 들어서면 두 팔을 벌려 방문자를 환영하는 예수 그리스도의 웅장한 벽화를 마주한다. 신자들이 앉은 성당의 천장은 평범한 지붕이고 예수 그리스도의 벽화가 그려진 제대가 있는 천장은 둥근 돔 형태이다. 지상과 천국의 접점을 의도한 것일까? 수녀님들이 성가를 부르는 제대는 애써 확인하지 않으면 보이지 않는다. 중앙의 미사 제대가 있긴 하지만 실제로 신부님이 집전하는 보조 제대는 수녀님의 좌대를 향하도록 배치되어 있다. 중앙 제대에서 신자를 바라보고 미사를 진행하는 어느 성당의 배치와 달리 신자들을 바라보지 않고 미사를 집전하게 되어 있는 이곳 제대의 배치가 독특하다.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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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은 어머니께서 돌아가신지 4년이 된 기일이다. 그래서 그런지 어제부터 오늘 하루종일 온몸이 찌뿌둥하고 컨디션이 좋지 못하였다. 저녁을 먹고 약을 먹고 잠이나 잘까 하다가 그래도 매일 글을 쓰기로 했으니 오늘은 어떤 주제로 써야할까 고민을 했다. 그런데 뤼데샤임의 힐데가르트 수도원 생각이 났다. 동영상을 찍어두었던 것이 기억나서 이렇게 올리게 되었다. 이상하게도 오르간 음악을 들으니 무거웠던 머리가 가벼워진 느낌이다. 어머니께서 쓰담쓰담해주신 것은 아닌지,
마음이 많이 아플때 꼭 하루만 살기로 했다 . 몸이 아플 때 한순간씩만 살기로 했다. 고마운 것만 기억하고 사랑한 일만 기억하며 어떠한 경우에도 남의 탓을 안하기로 했다. 내게 주어진 하루만이 전 생애라 생각하니 저 만치서 행복이 웃으며 찾아왔다. 어떤 결심
어머니께서 돌아가신 후 유품을 정리하다가 안내책자 뒷면에 볼펜으로 갈겨 쓴 글이 눈에 띄었다. 그때 몸소 쓰신 이 글을 보고 몹시 울었다. 지금도 이 글을 보면 가슴이 찡하고 눈물이 글썽이긴 하다. 그렇지만 시간이 모든 것을 해결해주니 돌아가신 어머님에 대한 생각이 이제는 무덤덤해졌다. 당신께서는 이해인 수녀님을 아주 많이 좋아하셔서 그분께서 주재하시는 피정을 이따금씩 참석하곤 하셨다. 이 글귀는 내게서 영원히 잊혀지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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뤼데샤임 힐데가르트 수도원 근처 숙소에서 5일을 체류하였다. 유럽 여행 일정 중 가장 오래 머무른 곳이기도 하다. 수도원의 게스트하우스에서 묵을 수 있었다면 좋았을 것을 예약이 이미 다 차서 그럴수 없었다. 꼭 다시 찾아오고 싶을 정도로 내 마음에 쏙드는 뤼데샤임 마을이고 수도원이다. 거의 닷새동안 이 수도원을 죽돌이처럼 왔다 갔다하니 수도원 직원들이 아는 척도 많이 했고 이제는 아주 뻔뻔해졌다. 처음에는 눈치 보면서 살금 살금 찍었는데 아무말 안해서 수녀님들 노래부르는 곳까지 다가가서 대놓고 찍어댔다. 진작 뻔뻔하게 찍어둘 것을 매우 아쉽다. 녹음 질이 좋지 못하지만 이상하게 이 멜로디를 들으니 오늘 아픈 몸이 가벼워진 느낌이다. 여기에 @stimcity 글쓰기유량단도 다녀갔는데 그들(@roundyround, @zenzen25, @mmerlin)은 모두 이 수녀님들 찬송가 들을때 차크라가 열리는 듯 온몸에 진동이 느껴졌다고 한다. 나는 뭐람? 아무 느낌도 없어서 나만 저질 영감spiritual sensation인가 보다 했는데 오늘 아플때 들으니 가벼워지는 느낌이 들어 신기하다. 그래서 타이레놀 안먹기로 했다. 나도 영빨지대로다.
도서출판 춘자 @choonza
배낭영상 동영상편
수비아코 마을의 물흐르는 소리
2019년 제노아 젊은이들의 데모
몬세라트 수도원 주변 숲길의 종소리
세고비아의 행복한 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