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측을 벗어나는 일이 번번히 발생할 수 있다는 인도 아니랄까봐 레까지 오는 비행기를 타는 이 자리까지 우여곡절이 많았다. 하늘에서 안도하는 마음으로 옆자리의 인도 군인한테 히말라야 사진을 부탁하였다. 외국 사람을 처음 만났다는데 영어를 나보다 잘한다.
고산병 걱정하기 이전에 비맞은 생취처럼 몸과 정신이 녹초가 되게 해 놓으시고 타라 보살께서는 은총을 내려주셨다.
"요놈! 불교 공부 좀 제대로 해봐라! 여기까지 쉽게 와선 안되지!"
어쨌든 예정대로 레로 향하는 비행기를 탔다. 앞으로 귀족적 수행을 기대해서는 안된다. 이론과 실재는 언제나 다르다.
이 비행기를 타게 되기까지 라운디(@roundyround) 타라보살, 젠젠(@zenzen25) 타라 보살, 그리고 초모 타라보살의 절대적 도움이 계셨다. 타라보살께서 그녀들의 몸을 빌어 가학적 은총을 내려주신 것이다. 만만한 생김새에 삐끼들의 제물 되기 딱 좋은데, 언어적 장벽까지 겸비하고 저질 체력이면서 의외로 모험심만 강한, 손이 많이 가는 쫄보 피터는 이곳 라다크에서 퓨전 영성 순례를 시작한다. 과연 푹탈곰파 갈 수 있을까? 타라 보살님, 살살좀 부탁드립니다.
고산병 증세인지 걱정 때문이었는지 반쯤 혼이 나간 듯 약간 어지러웠지만 생각보다 덜 괴롭다. 3시간 정도 눈감고 누워 있으니 뒷목이 살살 뻣뻣해지려한다. 잘 못씻을 걸 대비해서 준비한 생분해성 물티슈는 3,500m 고지를 확인 시켜주듯 빵빵하여 약간 터질랑말랑한다. 나름 귀엽고 앙증맞다. 정신은 또릿또릿 돌아왔는데 갑자기 후두통이 밀려온다. 일단 요 정도만 쓰고 말아야지. 날씨가 넘나 춥다. 델리는 찜통이었고 여기는 룽타의 나라답게 칼바람이 살금살금 옷 사이로 스며들고 있다. 그리고 라다크 특유의 냄새가 약간 거북스럽지만 차차 적응되겠지. 지금 시각 오후 5시 48분, 이슬람 교도의 기도 시간인가 보다. 듣기 좋다. 예불 소리를 들으러 왔지만 주변에서 회교도의 노랫소리가 들리니 어디서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이국적 영성의 용광로다. 이런 느낌 처음이야,
라다크 여행 일지
쫄보의 지성 | 고산증 예습 | 고도의 향기(Scent of Altitude) | 별바라기 | 종자생현행(種子生現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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