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헉! 그렇게 존버를 하자고 외쳤건만, 지금 내 손꾸락이 무슨 짓을 한 거지? 설마, 누.. 눌러 버린 거야?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가만. 이 말은 영어로 뭐라고 할까?
We all regret one or two things we've done. Sometimes it takes a long time to realize that we made a mistake, but sometimes it hits us right after we did something wrong. Today's expression is What have I done? Grammatically, there's no present perfect tense in Korean, and that makes it all the more difficult for Koreans to learn English. I'd like to explain this particular tense using rather simple sentence What have I done?
살면서 후회되는 일 한두 가지쯤 없는 사람이 어디 있겠냐만, 특히나 암호화폐 세계에 발을 담그고 있는 사람들은 땅을 치고 후회하는 일이 종종 있다. 급락하는 그래프를 보면서 존버를 하자던 처음의 다짐은 쿠크다스 부서지듯 바스러지고, 흔들리는 멘탈을 부여잡고 손절을 하고 나면 언제 그랬냐는 듯이 다시 폭등을 해버린다. 그때 목구멍을 타고 솟구쳐 오르는 외침.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
우워~! 우워~! 파니까 오른다~!!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이 말은 영어로 어떻게 할까? 늘 그렇듯이 일단 단어부터 살펴보자.
내가: I
무슨 짓을: what ('무슨 짓'이 영어로 뭔지 모르겠다고? 걱정 마시라. 그냥 '무엇(what)'이라고만 해도 된다.)
한(하다): do
~거야?(의문문 만들기): 조동사 do 넣기
의문사가 들어간 의문문은 "의문사 + 동사(조동사 혹은 be 동사) + 주어"의 순서로 만든다. 위에 나온 단어들을 이 순서대로 조물딱 조물딱 만져주면 이렇게 된다.
What do I do?
하지만 이 문장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가 아니다. 왜냐고?
What do I do? 내 직업이 뭐냐고? // 나 어떻게 하지?
영어에서 do가 무슨 뜻을 가지고 있는지 다 설명하긴 어렵다. 절대 내가 몰라서가 아니다. 뜻이 굉장히 많고, 쓰임새가 다양하기 때문이다. 여기에 나온 이 문장은 크게 두 가지로 해석할 수 있다.
1. 내 직업이 뭐냐고?
혹시 회화 책에서 보셨는지 모르겠다.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라는 질문을 할 때 What do you do for a living?이라고 한다. 그런데 여기에서 for a living을 빼고 그냥 What do you do?라고만 해도 "당신의 직업은 무엇입니까?"가 된다.
왜 이렇게 해석되는지 이상해할 것 없다. 우리말에서도 "무슨 일 하세요?"라는 질문이 "직업이 뭐예요?"라는 뜻을 가지니까. "무슨 일 하세요?"나 What do you do?나 마찬가지다. What do I do (for a living)?는 뒤에 for a living이 생략된 형태로 이해를 해서 "내 직업이 뭐냐고?"라고 묻는 말이 될 수 있다.
A: What do you do?
B: What do I do? I'm a Steemian!A: 무슨 일 하세요?
B: 내 직업이 뭐냐고? 나 스티미언인데!
2. 나 어떻게 하지?
이 문장은 "나 어떻게 하지?"라는 뜻으로도 자주 쓰인다. 우리말에서는 '어떻게'이지만 영어로는 how가 아니라 what인 경우가 종종 있다. 우리는 '어떻게'를 고민하는데, 그들은 '무엇을'을 고민한다고나 할까.
(회화체에서는 What do I do?를 곧잘 쓰곤 하는데, 원래의 의미를 살리기 위해서는 What should I do?를 쓰는 게 더 맞다.)
What do I do? The test is tomorrow and I haven't studied at all!
어떡하지? 시험이 내일인데 공부를 1도 안 했어!
(이래 놓고도 공부를 안 할 거라는 건 안 비밀)
알겠고! 그래서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는 영어로 뭐라고 하는 거냐고?
힌트를 드리자면, 지금 후회를 쏟아내고 있는 "자신이 한 짓"은 과거에 한 일이기 때문에 현재형을 쓰면 안 된다.
아하! 그렇다면 do의 과거인 did를 쓰면 되는 거로군!!
What did I do?
이번엔 답이 맞겠지?
아쉽지만 2% 정도 모자라다. 물론 What did I do?가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내가 뭘 했지?"라는 뜻이긴 하지만,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의 느낌표 부분이 빠진 번역이랄까.
그럼 대체 답은 뭐란 말이냐?
What have I done?!!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영어 시간에 꾸벅꾸벅 졸기만 하셨던 분이라도 "현재 완료"라는 시제는 들어보셨을 것이다. 과거에 경험한 일, 혹은 과거에 일어난 일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거나 그 결과가 나타나는 일에 대해서 말할 때 주로 사용하며, 'have + 과거분사' 형태로 쓴다.
이 용법을 설명할 때 가장 자주 등장하는 예문은 I have lost my wallet이다. 과거에 지갑을 잃어버린 사건이 현재에 어떻게 영향을 미치는지를 보여주기 때문이다.
I have lost my wallet은 이런 뜻이다.
지갑을 (과거에)
칠칠맞게잃어버렸다. 따라서 (현재) 돈이 없다. 고로 밥 값은 니가 내라.
자, 그럼 잠시 멘탈이 흔들려서 손절을 해버린 사건을 떠올려보자.
그때 버튼만 안 눌렀더라도 지금쯤 엄청난 이익을 볼 텐데. 너무 일찍 팔아버린 (과거의) 행동 때문에 지금 실성한 사람처럼 우헿헿헿거리며 눈물 콧물 찍어 바르고 있다면, 이거야 말로 과거에 일어난 일이 지금까지도 영향을 미치는 극명한 사례가 아니겠는가!
그래서 이런 경우에는 현재 완료를 써준다. 현재 완료가 들어가는 의문문은 "의문사 + have + 주어 + 과거분사"의 형태로 만든다.
What have I done?!!!! 끄어~!! 내가 무슨 짓을 한 거야!!!!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유용하긴 하지만, 부디 쓸 일이 없길 바라는 문장입니다. 모두들 존버하세요. .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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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s 번역 이야기] #14. "이해가 안 가?"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15. "모르니? 모르겠니? 몰랐니?"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16. "다 털어놔 봐."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17. "배둘레햄, 뱃살, 배불뚝이"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18. "볼 게 뭐가 있다고 그래?"는 뭐라고 번역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