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ee's 번역 이야기] #20. "나 임자 있는 몸이야."는 뭐라고 번역하지? - 임자 시리즈 1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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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이놈의 인기. 사람들이 날 가만 두질 않네? 이미 임자가 있다는 것도 모르고 말이야. 그나저나 "나 임자 있는 몸이야."는 영어로 뭐라고 하지?

Today I'd like to translate "임자 있는 몸이야." into English. It literally means "I have an owner." or "Somebody owns me." But it doesn't have anything to do with employment or slavery. It means "I'm taken." Yes, that's right. It means "I have a girlfriend/boyfriend/fiance/fiancee/wife/husband, etc."



임자는 뉘시오?


우리말을 영어로 옮겨 보는 "Bree's 번역 이야기"! 이번에는 "나 임자 있는 몸이야."라는 말을 번역해보려고 한다. 말이 나온 김에 '임자'와 관련된 말들을 함께 공부해보면 어떨까 해서 소소하게 "임자 시리즈" 3편을 구상해봤다. 그 첫 번째 시간! 바로 시작해보자! :D


"나 임자 있는 몸이야."는 영어로 뭐라고 할까? 흠, 늘 그랬듯이 이번에도 단어부터 살펴 볼까?

나는 ~이다: I am
임자: owner (여기서는 상대방을 부르는 호칭이 아니라 '주인'이라는 뜻이다.)
(가지고) 있는: have (여기서는 '있다'가 '가지고 있다'를 뜻하니까)
몸: body

어디 보자, 이걸 잘 섞어 놓으면...

I have owner body????
I am body owner????


이게 말이야, 방귀야???

자, 자, 진정하시고. 에헴~! 이래서 우리말을 영어로 옮길 때는 단어를 하나하나 일대일로 대입하면 안 된다는 거다. 그 예를 보여주기 위해서 내가 이렇게 친절하게 글을...


친절한 브리님~!! 0

됐고! 그럼 "나 임자 있는 몸이야!"는 영어로 뭐라고 하는 걸까?


나 사귀는 사람 있어. 나 결혼했어. I have a boyfriend/girlfriend. // I'm married.


단어를 하나하나 영어로 번역하는 방법이 맞지 않는다면, 우리말 문장의 뜻을 먼저 파악한 다음 그 뜻을 가지고 있는 영어 문장을 써주면 된다. 그렇다면 "나 임자 있는 몸이야."는 무슨 뜻일까? '임자'가 '주인'이라는 뜻이니까, 주인이 있는 노예라는 건가?

아니다. "나 임자 있는 몸이야."는 이런 뜻이다.

나 이미 사귀는 사람 있어. 나 결혼했어. 난 이미 영혼의 단짝이자 인생의 반려자를 찾았어. 그러니까 더 이상 치근덕대지 말고 꺼져!!

뜻을 알고 나면 번역은 의외로 간단하다. 자신에게 남자 친구(boyfriend), 여자 친구(girlfriend), 남편(husband), 부인(wife), 약혼자(fiance), 약혼녀(fiancee)가 있다는 사실만 밝히면 된다.

I have a boyfriend. 나 남친 있어.
I have a girlfriend. 나 여친 있어.
I'm married. 나 결혼했어.



하지만 뭔가 좀 아쉽고 개운하지 못한 기분이 든다. 등 한가운데가 가려운데 긁지 못하는 느낌이랄까? 나한테 남친이나 여친이 있다고 구구절절 설명할 수도 있지만 "나 임자 있는 몸이야."처럼 딱 한 문장으로 임팩트 있게 뙇! 표현할 방법은 없을까?


나 임자 있는 몸이야. I'm taken.


딱 한 문장으로 자신이 이미 사귀는 사람이 있다는 걸 (혹은 결혼했다는 걸) 밝히고 싶다면 이 문장이 제격이다.

I'm taken.



잠깐! '테이큰(Taken)'이라고 하니까 왠지 전화벨이 울릴 거 같지 않은가?


(영화 '테이큰(Taken)' 사진을 그냥 갖다 써도 되나 몰라서 저작권 상관없는 전화받는 남자 사진 아무거나 퍼옴. 소심한 브리.. >.<)

If you let my daughter go now, that'll be the end of it. I will not look for you, I will not pursue you. But if you don't, I will look for you, I will find you, and I will kill you.

지금 딸을 놔준다면 그걸로 끝이다. 널 찾지도 않을 거고, 널 쫓지도 않을 거다. 하지만 딸을 놔주지 않으면 널 찾아갈 거다. 널 찾아내서 죽여버릴 거다.

  • 영화 "테이큰(Taken) 중에서

이 영화에서는 taken이 taken away 즉, "납치되다, 끌려가다"의 의미로 쓰였다. 하지만 위에서 얘기한 I'm taken은 내가 끌려갔다는 의미가 아니다.

이때의 taken은 "(누군가가) 이미 차지한"이라는 뜻이 된다. 즉, 우리말 "나 임자 있는 몸이야."와 같은 문장이 되는 것이다.

A: Would you like to go to the movies with me?
B: Sorry, I'm taken.

A: 저랑 같이 영화 보실래요?
B: 죄송하지만, 임자 있는 몸이에요.

"그 사람 임자 있어."라고 하려면 "He's taken. (He is taken.) She's taken."이라고 하면 된다.


여기 자리 있나요? Is this seat taken?


이왕 말이 나온 김에 taken의 또 다른 용도를 알아보자. 위에서 말했듯이 taken은 "(누군가가) 이미 차지한"이라는 뜻이다. 이 단어를 사람에게 쓰면 "임자 있는 몸이야. 이미 애인이 있어."라는 뜻이 되지만, 사물에 쓰면 "그 물건의 주인이 있다."라는 뜻이 된다. 이 표현은 여럿이 모이는 곳에서 자리를 잡고 앉을 때 요긴하게 쓸 수 있다.

A: Is this seat taken?
B: No, go ahead.

A: 여기 자리 있나요? (직역을 하자면 "이 자리 누가 차지했나요? 이 자리 주인 있나요?")
B: 아니요, 앉으세요.


오늘 번역은 어떠셨나요? "나 임자 있는 몸이야! I'm taken!" 정말 멋진 번역 아닙니까? 네? 뭐라고요? 아니... 털썩! 여러분은 쓸 일이 없는 문장이란 말입니까? ㅠ.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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엇, 누군가 나를 부르는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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헉! 엄청나게 큰 불면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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불면증보다도 더 큰 외로움!! ㅠ.ㅠ

당분간 쓸 일이 없는 문장을 가르쳐드려서 정말 죄송합니다. ㅠ.ㅠ
죄송합니다, @girina79 님! 아니, 내가 지금 무슨 망발을! 죄송합니다, @fur2002ks 님! 아, 더 많은 스티미언분들을 언급하기 전에 황급히 마무리해야겠습니다.

앞으로도 재미있는 번역 이야기 들고 오겠습니다. 지금까지 Bree였습니다! :)


뱀발 1)
여기 쓰인 어마어마한 크기의 외로움은 @bard-dante 님 작품입니다. 사용을 허락해주셔서 고맙습니다. ^^

뱀발 2)
얼떨결에 싱글 대표로 언급되신 기린아님과 독거노인님께 사죄드립니다. 싱글인데도 불구하고 제가 언급하지 않은 많은 스티미언분들께도 사죄드립니다. (읭?)

뱀발 3)
사랑 넘치시는 독거노인님 (일명 @fur2002ks 님), 아픈 거 훌훌 털어버리세요. 건강이 최곱니다!


덧붙이는 말씀: 번역가는 저마다 자신의 철학과 기준에 맞춰 고심 끝에 번역을 합니다. 글을 읽으시는 분들 중에는 제가 번역한 것이 틀리다고 생각하시는 분도 계실 수 있습니다. 하지만 명백한 오역이 아니라면, 틀린 게 아니라 '다른 번역'인 거라고 이해해주시면 고맙겠습니다. 물론 건전한 토론과 질문은 언제든지 환영합니다. :)

[Bree's 번역 이야기] 지난 글들 최근 5개 링크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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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s 번역 이야기] #15. "모르니? 모르겠니? 몰랐니?"는 뭐라고 번역하지?

[Bree's 번역 이야기] #16. "다 털어놔 봐."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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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ree's 번역 이야기] #19. "내가 지금 무슨 짓을 한 거야?"는 뭐라고 번역하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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