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문 그린 사람 @mipha
@forhappywomen 님이 쓰신 글을 보고 글을 보고 스티잇이 나에게 가져온 긍정적인 변화에 대해서 써보는 시간을 가져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마침 가입한지 1년이 넘어가던 차에 안그래도 이 주제로 글을 쓰고 싶기도 했었거든요. 스팀잇이 좋은 이유는 이미 다른 분들도 많이 써주셨기에, 저는 저라는 잉여인간에게 지난 1년동안 생긴 변화에 촛점을 맞춰보려고 합니다.
혹시 시간이 되신다면, 아래 글들도 함께 읽어보시기를 바랍니다.
@forhappywomen STEEMIT LOVE challenge 스팀잇이 다른 SNS보다 좋다고 생각하는 이유
@bree1042 [반말 주의] 스팀잇을 좋아하는 이유
@kyunga 지금 여기 우리에게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
@bramd 왜 스팀잇인가?
@madamf 장미보다 아름다운 애미언님들이 존재하기 때문입니다.
@wonsama 네드는 놀지 않는다 ?! 스팀잇 HF20 진행상황 알림
@seunglindaddy 내가 스팀잇을 1년 넘게 하는 이유
@peterpark 피터박의 스팀잇이 좋은 이야기
@eunsik 나는 스팀잇을 사랑한다
@kbaek81 나는 스팀잇이 좋다
저는 원래 내일이 없는 진성 게임폐인이었습니다. 요즘은 게임을 하지 않은게 몇년은 된거 같네요. 예전에는 하나의 온라인 게임에 꽂히면 현실을 버리고 빠져버리곤 했습니다. 밤샘이야 일상이었고 예전에는 게임 때문에 학교를 빠지는 일도 많았습니다. 일상 생활이 힘들었을 정도였죠; 스팀잇에는 성실한 분들이 많으셔서, 아마도 이런 행동이 이해가 안 되는 분들도 많을겁니다.
저는 끈기도 부족하고 노력하는 것도 싫어합니다. 전 모든 사람이 다 저같은줄 알았는데, 아니더라구요........ 난 왜 이럴까? 뭐가 문제일까? 생각해봐도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더군요. 어렸을때부터 장기적인 계획보다는 빠른 보상에 길들여진 환경 때문일수도 있고, 친구들의 영향일수도 있고 아니면 그냥 뭐 원래 끈기없는 인간으로 태어났기 때문일지도 모릅니다.
하지만 재밌는 사실은 전, 한가지 게임을 하면 하루에 6시간 이상, 거의 매일, 그걸 최소 5년 이상 합니다. 게임에서 제공하는 다양한 컨텐츠를 디테일하게 파고들며 세계관에 대해서도 공부합니다. 이게 끈기가 없는걸까요? 게임 한개를 붙잡고 이런다는건 오히려 굉장한 노력을 요하는거 아닐까. 그런데 왜 난 게임은 그렇게 하면서 현실에서의 공부나 그림은 끈질기게 하지 않을까요. 뭐가 다르길래 그런걸까요?
생각해보니 보상체계에서 답이 나오더군요. 현실과 다르게 온라인 게임은 성취와 그에 따른 보상이 굉장히 빠릅니다. 몬스터를 잡거나 퀘스트를 끝내면 곧바로 경험치와 골드가 들어옵니다. 하지만 빠르게 얻은만큼, 그리고 게임에서의 성취는 현실의 저와는 전혀 상관이 없다보니 성취감이 그만큼 쉽게 사라집니다. 현실은 어떨까요? 뭐든 꾸준해야 성과가 나옵니다. 최소 몇달, 몇년.. 길게는 인생을 바쳐야 하는 분야도 있습니다. 하지만 그 "꾸준하게"는 가시적인 성과가 없다면 정말 정신적으로 힘들고 어렵습니다. (가시적인 성과가 없어도 뭔가 계속 꾸준히 하시는 분은.. 축하합니다. 인생의 절반은 이미 성공하셨습니다.)
어쨌든 그렇기 때문에 게임속의 캐릭터가 강해질수록 현실은 시궁창이 되어갑니다; 제가 그런 상황이었습니다. 별로 할줄 아는거 없는 제가 그나마 유일하게 잘 하는게 그림 그리는건데도 불구하고, 게임에 한번 빠지면 가볍게 1년 정도는 그림에 손도 안대는 경우도 있었습니다. 아무리 그려도 몇개의 댓글이나 좋아요, 그 이상의 성과를 보지 못했기 때문이죠. 블로그나 SNS도 처음에는 열심히 해도 결국은 귀찮아서 방치하다보면 나는 이런 SNS같은 간단한 것도 꾸준히 못하는구나.. 라는 자괴감이 들기도 했어요.
괜찮아요. 괜찮습니다.
그랬던 제가 스팀잇을 1년을 하면서 저의 그림을 가끔은 매일, 거의 매주 블로그에 업데이트 하다보니 눈에 직접적으로 보이는 보상이 쌓입니다. 누군가에게 1년 동안 소설을 노트에 써서 완성하라고 하면 아마 대부분 금새 포기할겁니다. 하지만 한 페이지씩 스팀잇에 매주 쓰라고 한다면... 그리고 가끔은 누군가 응원의 댓글과 보팅을 남겨준다면... 아마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포기할때는 하더라도, 그래도 최소 한달 정도는 시도 해볼수 있지 않을까요.
그런 마음으로 그림을 포스팅하다보니 게으르고 딱히 뭔가를 성취해 본적도, 업적도 없는 저도 최소 일주일에 3번 이상은 포스팅을 하게 됐고, 그렇게 1년간 모여서 꾸준함이라는 장점이 생겼습니다. 어느날 제 블로그를 다시 보니까 하나의 포트폴리오가 완성이 되어있었습니다. 그러다보니 다른 스티미언분들에게서 그림을 그려달라거나 디자인을 해달라며 연락이 오기 시작했습니다. 그렇게 한두가지씩 하다보니까 SNDBOX 라는것에 대해 알게 됐고, 샌드박스의 인큐베이터 프로그램을 통해 꾸준히 그림을 업로드하다가 같은 시기에 마침 @easysteemit과 @keepit 블록체인 상식사전의 표지 디자인과 삽화를 맡았습니다. 그리고 몇달 전에는 @twinbraid님과 협업으로 두개의 블록체인 관련 만화를 그리기도 했고 @soyo님의 도움으로 좀비고양이의 습격 1권을 한국어로 제작, 판매했습니다.
그리고 최근, 샌드박스에서 새롭게 시작한 프로젝트인 @creativecrypto의 에디토리얼 일러스트레이터로 참여하게 됐습니다. 전부 최근 6개월 이내에 생긴 일들입니다.
저는 제가 이렇게 부지런해질수 있다는 사실을 스팀잇 하고 처음 알았습니다. 여러가지 프로젝트를 동시에 진행하는 요령에 대해서도 배우게 됐죠. 그리고 협업이라는게 그렇게 귀찮고 힘든 일만은 아니라는것도 알게 됐어요. 저는 지금까지 협업이라는 것은 조별과제와 같은것이라는 편견이 있었습니다; 솔플이 속편하다... 웬만하면 다른 사람들과 엮이지 말자... 사람..싫다....귀찮다... 어차피 난 제대로 못해... 이런 생각을 늘 가지고 있었죠. 그런데 스팀잇을 통해서 협업을 해보니까 이건 내가 가진 단점을 다른 사람이 보완해주고, 다른 사람의 약한 점을 내가 메꿔줄수 있는 멋진 것이라는걸 직접 부딪히며 체험하고 깨닫게 된것입니다. 긍정적인 피드백이 계속 쌓이고 쌓이다보니 자신감도 더 생기고 더 열정이 생긴다는 좋은 순환의 고리가 생긴것이죠.
저는 이렇게 다시 태어난 것입니다.
요즘도 아주 가끔 게임을 할때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제 저에게 있어서 게임이란 예전처럼 현실도피를 위함이 아니라 열심히 일한 저에게 주는 보상, 즐겁게 휴일을 보낼수 있는 방법입니다. 저에게 필요했던건 인생 한방의 성공이 아니라, 매일 매일 조금씩 경험치나 골드처럼 쌓이는 작은 보상이었던 거죠. 스팀잇은 창작자에게 바로 그걸 제공해줍니다.
이상 게임폐인이던 유통기한 지난 당근케이크가
스팀잇이라는 이세계로 갔더니 싱싱한 유기농 당근 케이크가 되었다는
그런 훈훈한 이야기였습니다.
긴 글을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