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리(大麥)] 스티미언 자연사(自然史) 박물관


보리밭 사이로 Between the barley fields by @jaybirds


내가 처음 텃밭농사를 배우기 시작한 것이 2011년 가을부터였다.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기 위하여 Permaculture라는 공부모임을 시작했는데 그때 모임 회원분들이 대부분 직간접적으로 생태농업에 발을 담고 있는 분들이었다. 그런데 그분들이 나에게 하는 말이 생태적인 삶을 실천하려는 사람이 농사도 지어보지 못하고 무슨 생태적인 삶이냐고 쿠사리를 주었다. 하긴 나는 머리굴리기는 잘하지만 몸굴리기에는 참 서툴다. 이렇게 나와 농사와의 인연은 시작되었다. (나는 현재 대충 대충 설렁 설렁 그리고 하늘에 맡기는 게으른 도시 농부인척 하는 사람일뿐이다. 특히 가을 김장농사전문이다. 왜냐하면, 물 안주어도 되고 잡초님들하고 싸울 필요가 없다.) 가을 김장농사를 처음으로 수확하고 내친김에 밀/보리/양파도 심었다. 양파는 닭놈님들께서 마구 밟아버려 망쳤지만 보리는 싹을 틔웠다. 이렇게 추운 겨울을 지내고 이듬해 보리가 풍성하게 열렸다. 나같은 방치형 인간의 손타지않고 고맙게도 잘 자라주는 보리는 무관심 속에서도 억센 삶을 견디고 이어나가 마지막에 고개를 떨구고 열매를 맺으시는 존경스런 곡물이시다. 옛날에 한겨울지내고 비축했던 식량이 떨어지면 보리가 빨리 자라길 기다렸다는 보릿고개, 그리고 참기름과 열무김치에 비벼먹는 꽁보리밥, 그리고 방귀 뽕~!, 아마도 우리내 삶의 잊혀져간 낭만일 것이다. 요즈음은 바지락 칼국수집에서 쓰끼다시로 꽁보리밥을 준다. 이게 2000년대의 우리 음식문화인데 나름 낭만적이다. 후식으로 벽다방커피 혹은 아이스크림 주는 곳도 있다. 물론 셀프지만,


인도의 북부 라다크의 겨울은 보통 8개월 정도이며 라다크로 들어오는 육로가 차단될 정도로 많은 눈이 내린다고 한다. 저녁에는 기온이 영하 25도 가까이 내려갈 정도로 무척 춥기 때문에 라다크 사람들도 겨울에는 보통 집 안에서만 생활한다. 그래서 라다크 사람들은 4개월 정도의 짧은 여름 동안 보리와 밀을 파종한다. 겨울의 라다크는 할 일도 없고, 먹을 것도 많지 않기 때문에 혹독한 8개월을 버틸 보릿가루와 말린 채소들을 겨울이 오기전에 준비하는 것이다.


라다크 보리밭.jpg
인도: 탕그랑라 고개에서 레까지


보리 약성(藥性)


性溫(一云微寒), 味鹹, 無毒. 益氣調中, 止泄補虛, 實五藏. 久食令人肥健滑澤. 《本草》
성질이 따뜻하고약간 차다고도 한다 맛은 짜며 독이 없다. 기를 보하여 중기를 고르게 하고, 설사를 멎게 하여 허한 것을 보하며, 오장을 실하게 한다. 오래 먹으면 살지고 튼튼해지며 윤기가 흐르게 된다. 《본초》



맥주는 차다고 하지만 실재로 보리때문에 성질이 찬 것은 아닌 것 같다. 하기야 옛날사람들도 보리에 대해 성질이 차다/따뜻하다로 의견이 분분했던거 같다. 아마도 찬 겨울을 지내야 하기때문에 겉은 차고 속은 따뜻할 것이다. 어디서 본 것 같은데 그래서 껍질을 벗기지 않은 보리는 성질이 서늘해서 보리차와 맥주는 서늘하다고한 기억이 난다. 개인적인 생각은 늦가을에 보리씨앗을 파종하여 싹이 올라온 후에 추운 겨울을 견디고 이듬해 다시 그 싹들이 자라나는 것으로봐서는 보리 유전자 안에는 혹독한 겨울을 견디어 낼수 있는 따뜻한 성질을 반드시 품고 있었을 것이다. 그리고 겨울이 지나고 해동이 되면서 서서히 땅이 풀리기 시작할때 뚫고 나오는 힘은 바로 인체 내부의 뭉친것을 풀어내는 역할을 한다. 그래서 식체에 유용하게 쓰인다고 한다. 특히 임산부의 경우 젖이 잘 나오지 않을 경우에 보리길금(엿기름)얼(蘖)을 물에 고아서 먹이면 젖이 나온다고 한다. 이렇게 하찮다고 생각하는 보리의 생명력은 우리에게 에너지를 제공하는 양식과 또한 식생활습관에서 온 병들을 치료할수 있는 이론적 근거이다. 우스개 소리이지만 그래서 대승불교에서는 발보리심(發菩提心)이라고 하나보다. 산티데바 입보리행론


싹의 뚫는 힘은 인체 내에서 체한 것을 뚫어서 소화가 잘 되도록 해준다. 그래서 가슴이 답답하고 막힌것, 젖가슴이 막혀서 부은 것, 옆구리나 아랫배가 뭉친 것, 음식에 체한 것을 풀어준다. 혈관이 막힌 것과 종양도 뚫어준다. -동의보감 약선1 최철환 저


20011년 보리를 심고 보리를 수확하지는 못했다. 왜냐하면 그때 텃밭보급소의 교육용으로 심었던 것이었고 수확할 때즈음 다른 일이 있어서 참석을 못하였다. 한가지 아쉬운 것은 전라도 토속음식중에 보리된장국이란 것이 있는데, 초봄에 보리순을 가지고 만드는 별미라고 하는데 한번도 먹어보지 못했다. 기왕이면 내가 심은 보리싹으로 된장국을 끓인다면 맛이 기가막힐 것 같다. 이번에는 기필고 보리를 심어서 내년에 보리된장국을 끓여먹어야겠다. 보리된장국 만드는 법

그리고 라다크의 전통 막걸리 창chang, 과자(이것도 보리나 밀로 만들지 않았을까?), 그리고 밀크티, 요렇게 3가지는 꼭 먹어보고 싶다.


세계 술 기행) 여행이 술이고, 술이 여행이다


[색인] 업데이트/경관생태학과 풍수지리에 대한 단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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