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의 술] 37편_문경바람

[오늘의 술] 37편_문경바람


소형 분산거래소의 해킹 사건 등으로 인하여 암호화폐 가격이 크게 하락하고 있다. 이런 우울한 날에는 가급적이면 술을 절대 마시지 않는다는게 내 나름의 철칙인데, 이상하게 계속해서 생각나는 술이 있다. 정말 딱 한 잔만 마시고 위로 받고 싶다는 생각이 든다.

문경바람

나는 전통주를 별로 좋아하지 않았다. 무엇보다 전통이라는 단어에서 오는 Old한 느낌이 나에게는 상당히 거부감이 왔다.(사실 생각해보면 위스키도 영국의 전통주인데) 나는 그저 한국의 것보다 외국의 것이 더 새롭고, 세련되었다는 고정관념에 사로잡혔던 것이다. 그런데 이런 고정관념을 깨준 술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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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처 : 오미나라 https://www.omynara.com/)

어느 날, 나는 충주에 있는 리쿼리움이라는 주류박물관을 찾아갔다. 리쿼리움은 와인, 위스키, 브랜드, 전통주를 비롯한 동양의 술까지 모두 전시해주는 규모있는 박물관이었다. 관람을 다 하고 마지막으로 시음 코스가 남아있었는데, 그 때 마신게 바로 문경바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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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 증류주라 하면 맑고 투명한 색이 대부분이다. 전통 소주도 그렇고 보드카처럼 투명하다. 그런데 문경바람을 처음봤을 때 색상은 위스키의 느낌이 났다. 색을 느끼고 한 모금 마셨는데 부드러운 목넘김과 함께 향긋한 느낌을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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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통주임은 분명한데, 향긋한 위스키의 느낌이 나길래 안내해주시는 분에게 원재료가 무엇인지를 여쭤보게 됐다. 문경바람은 사과로 만들었다는 답변을 듣게 됐다. 그리고 색이 위스키와 비슷한 이유는 오크통 숙성을 했기 때문이란다. 그제서야 의문이 풀린거다. 이건 사과증류주. 즉 브랜디의 일종이었던 것이다. 한국 문경의 사과를 가지고 와인의 형태로 발효시킨 후 증류시킨거였다.

위 사진에서 보면 왼쪽은 오크통에 숙성시킨 문경바람이고, 오른쪽은 백자에 숙성시킨 문경바람이다.


마시고 싶지만 집엔 없는...

앞서 말머리에 썼듯, 딱 한 잔만 마시고 위안을 삼고 싶지만 현재 내 집에는 문경바람이 없다. 오늘은 다른 술을 찾아서 한 잔해야겠다.

추가 설명

칼바도스라는 술이 있다. 꼬냑, 아르마냑처럼 지명을 의미하면서 술이름이기도 하다. 그리고 꼬냑, 아르마냑처럼 과실주 증류주이다. 꼬냑과 아르마냑은 포도와인을 증류한 것이고, 칼바도스는 사과와인을 증류한 것이다. 문경바람도 사과와인을 증류했다는 점에서 칼바도스와 주종은 동일하다. 그래서 한 때 주류커뮤니티에서는 문경도스라는 이름으로 유행을 했던 때가 있다. 그만큼 칼바도스와 비교해서 손색없을정도로 훌륭하다는게 아닌가 싶다.

  • 주의사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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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것은 모든 과실주 증류주에 해당하는 내용이다. 물론 무조건적인 법칙이 술의 세상에 있는것은 아니지만 가급적이면 따라줬으면 하는게 있다. 위스키는 온더락으로 하여 얼음으로 차게 먹곤 하지만, 과실증류주는 그렇게 먹지 않는다. 브랜디 계열에 속하는 주류는 오히려 따뜻하게 마시는 것이 더 맛과 향에 좋다. 그러니 문경바람 뿐만 아니라 브랜디 계열의 술은 차게 먹지 말길. 잔에 술을 따르고 손의 온기로 천천히 여유를 느끼며 향미를 끌어올리면 더 좋은 맛을 느낄 수 있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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