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독일 여행前記] 중세 시대 여성 자연 철학자의 정신을 찾아서/힐데가르트 폰 빙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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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ENEDIKTINERINNENABTEI ST. HILDEGARD

유럽의 수도원 여행을 계획하면서 관심 인물들의 저서들을 살펴보게 되었다. 그런데 당시 살아갔던 사람들의 모습들이 지금 살아가는 우리의 모습들과 별반 다르지 않다. 암울하다고 생각하던 중세에도 지금 시대를 살아가는 사람들의 모습들이 똑같이 발견된다. 그렇다면 지금 시대가 암울한 것인가?

아마도 암울하게 보고 있는 바로 그 마음이 암울하기 때문일 것이다.


영적 전통과 고대 의학에 관심이 많다보니 여행의 주제도 여기에 초점을 맞추어 관련 서적을 읽던 중 힐데가르트 폰 빙엔이라는 분을 알게 되었다.

12세기 독일의 한 여성, 더 정확하게는 한 수녀를 한두 단어로 정의할 수 없다. 예언자, 신비가, 수녀원 두 곳을 동시에 이끈 수녀원장으로 충분하지가 않다. 식물·동물·보석·금속 등 자연에 대한 세심한 관찰과 창조계에 대한 사랑이 담긴 『자연학』을 쓴 독일 최초의 여성 자연과학자, 자연에서 얻은 약초의 효능과 자연 치료법을 정리 기술한 『원인과 치료』를 쓴 최초의 여의사다. 뿐만아니라 노래극 「덕들의 원무」를 짓고, 전례곡과 성가를 지은 음악가이자 시인이었다. 그녀가 행하고 저술한 내용 중 많은 부분은 전대미문의 것이며, 교황, 영주, 주교, 영국 국왕 부부와 고통 중에 있는 많은 사람과 주고받은 편지는 실로 방대한 규모다. 또한 쾰른 대주교를 ‘탐욕스러운 매’라고 불렀고, 광장에 모인 군중 앞에서 열광적으로 설교했으며, 여든 살이 되어서도 교권제도에 저항한 담대한 여성이었다. 이는 중세의 여성으로서는 꿈도 꿀 수 없는 일이었다. 빙엔의 힐데가르트

저서들도 참 많고 수녀님이라는 직함이 어울리지 않을 정도로 전공분야가 다양하다. 거기다가 여성이다. 남성 중심의 문화에서 그당시 지성인 혹은 정치/종교 권력자들에게 거침없이 꾸짖기까지 하는 대담하신 분이다. 그녀의 편지글들 읽으면 중세가 맞나?하고 착각할 정도이다. 특히 나는 이분의 심신상관의학에 관련된 저서들에 관심이 많다. 국내에서는 ‘자연학(physica)’을 부분 발췌해서 응용한 ‘힐데가르트의 20가지 보석치료’ 번역서가 출판되었다. 그리고 중세의 정신분석학이라고 불릴 수 있는 3부작을 저술하였는데 기회가 되면 꼭 읽어보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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찾아가보려는 이곳은 1,900년대 수녀님들이 힐데가르트의 정신을 쫓아서 세워졌다고 한다. 그 시대의 유물을 온전히 보존하고 있지 못하지만 끊어졌던 힐데가르트 정신이 부활하여 계속 재현된다고 한다. 그래서 특히 방문하고 싶다. 수도원의 게스트하우스에 메일을 보냈는데 아직까지 회신이 없다. 안되는 콩그리시 영어로 전화걸기에 아직 때가 아니다. 우선 스페인에 가서 다시 연락해보고자 한다.

그녀의 글 중에 마음 안에서 일어나는 부정적인 심리작용들을 악덕(Vitia)이라고 표현하고 의인화한 내용이 있다. 이를 주제로 덕행별곡(Ordo Virtutum)이라는 그레고리오 성가도 있다.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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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처

뤼데스하임(힐데가르트 폰 빙엔의 정신을 찾아서)에 삽입된 글 중 일부를 남겨둡니다.


기쁨 없는’ 안개 속에 유령 같은 형상들이 보이는데, 이것들은 노골적인 말로 자신의 냉소적인 삶의 철학을 선전하는, 상정할 수 있는 온갖 악덕의 공상적 의인화이다. (중략) 육욕(luxuria)은 하늘에 정의가 있음을 넉넉히 시인하지만, 땅의 전혀 다른 법칙들을 집요하게 주장한다. 그의 치밀한 논증은 이렇다. “만일 육욕의 본성이 참으로 하느님께 불쾌했다면, 그분은 육욕이 그렇게 쉽게 충족되지 않도록 이미 조처했을 것이다.” 그리고 거짓말(Fallacitas)은 자기 의도를 달성하기만 하면, 자신의 ‘허황된 말’에서 진리 따위는 중시하지 않는다. 거짓말은 진리 사랑에 끔찍이도 ‘요지부동’인 게다가 남들의 행복도 염두에 두는 성실한 사람들을 ‘가련하고 멍청하다’고 여긴다. 이것만이 아니다! “요컨대 내가 정말로 동료 인간들의 행복을 기원한다면, 그로써 나 자신에게 손해를 끼칠수 밖에 없을 것이다. 남을 억누르는 것, 그것이 나의 일이다!” 또한 시기(invidia)가 원칙으로 삼은 것은 무엇인가? 바로 이것이다. “내가 아름답고 빛나는 것을 스스로 소유할 수 없다면, 최소한 그것을 비방하겠다.” 조롱(scurrilitas)은 다음과 같은 구호를 내세우며 등장한다. “나는 나 자신의 규칙을 가지고 있으며, 모든 것을 평가한다. 사건 하나 발생할 때마다 나는 현장으로 달려가서 말참견한다. 그렇게 하지 않는다면, 나는 바보일 것이다. 그 때문에 누가 나를 비난하고자 할 것인가? 만일 내가 우직하고 어리석은 사람들을 그래도 칭찬해야 한다면, 나는 거짓말을 할 것이다. 내 말로 그물을 펼칠 것이다.” 책임 있는 인간Liber divinorum operum




Scivias I.6: Humanity and Life

서유기도 인간의 심리작용을 재미있게 묘사하고 있다. 손오공, 저팔계, 사오정의 이름도 수행자의 관점에서 작명되었다. [21세기 時景] 날아라 슈퍼보드 아이들에게 주문을 가르치다(치키치키차캬차캬초코초코쵸)/주문을 훈민정음 제자원리로 해석하다

손오공이 서역으로 출발하자마자 여섯 도둑을 만납니다. 도둑들 이름이 ‘안간희(眼看喜)’ ‘이청로(耳聽怒)’ ‘이후애(鼻嗅愛)’ ‘설상사(舌嘗思)’ ‘신본우(身本憂)’ ‘의견욕(意見欲)’입니다. 여섯 도둑들 성이 안이비설신의 즉, 감각기관입니다. 그리고 이름에 해당하는 부분이 ‘본다, 기뻐한다’ ‘듣다, 성내다’ ‘냄새 맡다, 사랑하다’ ‘맛보다, 생각하다’ 등 감각작용과 감정을 이름으로 합니다. 손오공은 단숨에 도둑들을 물리치고 출발합니다. 이 대목은 아주 의미심장합니다. 이전의 손오공 행적은 정도를 걷지 못했습니다. 힘은 있는데 잔재주라고 할까요? 손오공은 힘은 있지만 올바른 지향을 갖지 못한 인간의 행태를 상징합니다. 그러다가 석가모니에게 당해서 한계에 부딪혀서 인고의 세월을 겪고 새롭게 경을 가지러 출발하는 대목입니다. 정도로 향하는 첫 걸음이거든요. 그래서 해당 챕터 이름이 바로 ‘심원귀정 육적무종(心猿歸正 六賊無踪)’입니다. 심원은 마음 원숭이로, 손오공의 정체는 단순한 원숭이가 아닌 마음이라 불리는 원숭이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상징해요. 나중에는 인간 마음 가운데 특히 지적인 측면입니다. 지혜라고 할까요. 지혜가 나오기 전에는 어리석음이죠. 심원귀정 육적무종은 ‘마음 원숭이가 바른 길로 돌아서니 여섯 도둑의 자취가 없구나’란 뜻입니다. 인간의 마음을 훔쳐가는 여섯 감각기관을 육적으로 표현한 것입니다. 이는 인간이 정신 차리고 올바른 길을 걷는 데 첫 번째 장애가 바로 여섯 감각기관에 끌려다니는 것이란 뜻입니다. 인간이 감각기관의 유혹에 흔들리면 제정신 못 차리고 산다는 의미죠. 이처럼 〈서유기〉 각 챕터마다 달린 목차는 내용을 압축적으로 보여줍니다. 서유기에서 묘사하는 마음 수행길의 첫 번째 장애




이탁오평본서유기李卓吾評本西遊記


스페인 여행前記


프롤로그
수도원 문화의 성격
Fabada Asturiana 스페인의 순대국?
500년 이상된 스페인 수행자의 밥그릇
절벽위에 세워진 수행자들의 공동터전
동굴이 왜 수행자들의 공부방이 되는가?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돈키호테에게 보여진 풍차: 일수사견(一水四見)
성모님의 염화미소?
영혼의 성(서양 수행자들의 신체관)/아빌라


이태리 여행 前記


1,000년 전통의 수도원 약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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