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고비아 여행기] 바람이 실어주는 세고비아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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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고비아의 분위기는 톨레도와 다르다. 톨레도는 중세 마을 분위기를 그대로 간직하고 사방이 온통 돌로 된 집들이 다닥다닥 붙어있어 전체가 철옹성 군락을 이루었다. 톨레도를 닭장이라면 세고비아는 넓직한 공간의 축사라고 불러야 할까? 유럽의 전통 도시를 이렇게 동물에다 비유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겠지만 세고비아의 전통음식인 ‘코치니요 아사도(Cochinillo Asado)’2개월된 돼지를 잡아 만든 요리가 유명한 곳이니 이렇게라도 비꼬고 싶다.


조금 고급음식점이라면 모두 이 요리를 자랑한다. 나는 애써 외면하였다. 맛은 있을 것이라는 것을 알기에...

요즈음 내가 좀 거룩한? 생각에 잠겨있는 것인지 이렇게 잔인한 것을 보면 군침이 돌긴 하지만 차마 먹지는 못하겠다. 물론 나도 육식을 좋아한다. 그렇지만 이건 아닌 것 같다. 갓 태어난 새끼를 잡아먹는 민족이나 개는 패야 맛있다고 사정없이 몽둥이질해서 요리하는 민족이나 잔인한 것은 마찬가지, 세 치 혀의 입맛을 위하여 생명을 이렇게 도살하면서 분위기 내는 것이 좋지만은 않다. 20대에 나는 개고기를 엄청 좋아해서 용인의 첫 직장 회식 때 내가 주도하여 황구를 도살하여 보신탕을 먹은 적이 있다. 한 마리를 잡았으니 정확하지는 않으나 아마 30인분 이상은 족히 나오는 것으로 기억한다. 우리팀 인원이 고작 8명 정도였으니 많이 남아서 기숙사에서 남은 것을 챙겨서 두고두고 먹었던 기억이 있다. 그때 죽음을 기다리는 그 개의 체념어린 눈빛에 아무런 죄의식도 갖지 않고 도살업자에게 요리를 부탁한 사람이 나였다. 그래서 지금은 그 개를 위해서 매일 참회 기도를 드린다. 그러나 그래 봤자 육식을 끊지 않는 이상 악어의 눈물을 가진 나이지만,

스페인에서 사는 신부님께서 유럽은 고기가 싸고 초지에 방목하여 기르기 때문에 육질이 좋다고 실컷 먹고 가라고 하는데 고급스럽게 진열된 푸줏간에 들어갔더니 고기 냄새가 역하다. 어느새 내가 채식주의자가 되어버린 것인가? 한 끼 정도는 고급스럽게 레스토랑 가서 칼질하려고 했으나 막상 돌아다니다 보니 고급음식점 들어가기가 내키지도 않고 특히 사랑하는 그녀?와 함께하는 데이트 분위기도 아니기에 그냥 거지 같은 방랑 여행자가 되기로 했다. 젊었을 때는 소프트웨어나 하드웨어를 치장하여 맵시를 한껏 파워-업! 그래서 이성을 끌어들이기 위한 미끼를 만들 필요가 있겠으나그때는 세련되게 보이는 것이 최고라 생각하고 거기에다 자기만족을 추구하였다. 지금 생각해 보면 뜬 세상의 아름다움일 뿐인 것을... 남이 나를 보는 모습에서 행복을 찾았다. 이제는 오십 줄에 접어들고 있는 노총각이니 ‘그냥 될 대로 돼라’이다. 단지 외모나 분위기에 혐오감만 주지 않는 청결도만 유지하는 걸로, 그리고 총각 냄새가 나지 않도록 잘 씻는 것만 한다. 그래도 이모들은 나에게 수컷 냄새가 심하게 난다고 한다.


배낭영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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온라인 판매처

세고비아(수도교를 따라 걷다와 톨레도의 바람과 세고비아 바람)에 중복된 글을 피해서 남겨둡니다.


결론은 마트에 가서 대형 바게트 하나이틀은 먹을 수 있다, 슬라이스 치즈, 햄, 토마토, 타바스코 소스빵만 먹었더니 느끼가 쩐다, 그리고 포도주 한병, 이렇게 끼니를 때운다. 한국에서 가지고 온 누룽지와 볶은 김치 팩이 있으니 아끼고 아껴서 어쩌다 한 번씩 먹어주면 될 것도 같다. 이제 스페인에 온지 일주일이 되어간다. 여행하면서 글을 쓴다는 것이 만만치 않다. 여기저기 돌아다니고 나니 다리도 아프고 힘들어 숙소에 오면 뻗어버리니 자동 시차 적응이 되었다. 사진을 보이는 족족 찍어두고 글감을 만들어 놓았는데 체력이 바닥이라 그냥 지나갈 것 같다. 까먹기전에 메모라도 해야하는데 그것마저 귀찮으니...

그래서 목적이 있는 여행이 더더욱 필요한 것 같다. 언젠가 포스팅에서 언급한 말이지만 주유소 습격 사건에서 유오성이 한 말은 효율적인 인생 격언이다.

나는 한 놈만 팬다


사람들은 대부분 메인광장의 수도교만 둘러보고 돌아간다. 나는 수도교의 끝이 어디일까 궁금하여 계속 따라가보았다. 거대한 높이의 수도교가 점점 낮아지면서 결국에 끝나는 지점에 도달하게 된다.

계속 쫓아서 따라가면 물 수송의 근원이 되는 남쪽의 과달라마 산맥 방향으로 향하게 된다. 수도교가 놓인 자리는 계곡이었기에 과달라마 산맥의 호수에서부터 16km정도 이동하여 끌어들이는 물길이 1% 경사를 유지하면서 자연스럽게 흐르도록 만들어져야 했다. 이런거 보면 옛날 사람들의 기술력은 지금 우리시대의 기술력보다 구리다고 볼수 없다.

결국에는 저장 탱크 혹은 정화조로 보이는 건물을 만나게 되는데 2012년에 복원되었다고 한다. 그리고 더 따라 들어가면 물길이 보이는 조그만 수로를 만나게 되는데 여기가 끝이다. 숨겨졌던 수로를 2001년에 세고비아 봉사자에 의해 복원시켰다고 한다. 구글번역이므로 정확한 해석인지 모르겠다. 그리고 여기서부터 신시가지인 것 같은데 중세가 아닌 지금의 평범한 도시 건물들이 밀집되어 있다.

수도교의 끝까지 다다랐다. 지금은 물도 흐리지 않고 역사의 흔적만 남아 외롭게 서있다.


여기서 물이 흘렀을 것을 마음으로 상상해본다. 16km를 이동해온 수로가 다시 북쪽 알카사르 궁전까지 물을 대기 위하여 계속 흘러갔을 것이다.


물의 근원이 되는 과달라마 산맥이 보인다. 수도교의 끝을 따라가보면 위 사진의 지점과 만나게 되고 세고비아의 신시가지가 형성되어 있다.


회전목마와 함께 있는 수도교, 북쪽 방향의 수도교를 찍은 것이다.

톨레도의 밤은 이렇지 않다. 관광 명소가 대부분 문을 닫아서 오후 5시를 전후하여 죽은 도시같이 조용하다. 밤만 되면 휘황찬란한 한국 도시와는 딴판이다. 그러나 세고비아 수도교 주변은 경찰차도 몇 대씩 배치되어 있다. 인구가 톨레도보다는 훨씬 많은 것 같다. 음식점에서도 쪽쪽이, 길거리에서도 쪽쪽이들이 쉽게 발견된다. 스페인 수컷들은 길거리에서 암컷들 궁둥이를 대놓고 쓰담 쓰담 하는게 너무나 많다. 제길, 내 안테나가 그쪽으로만 쏠리는 것은 왜일까?

세고비아는 당일치기보다 일주일 정도 시간을 두고 곳곳을 누비기에 아주 좋은 곳이다. 톨레도와 마찬가지로 둘레길이 있는데 특히 에레스마강(Eresma River) 주변의 둘레길이 절경이다. 서쪽으로 펼쳐지는 대평원과 강 주변에 형성된 다양하고 웅장한 생태 군락 그리고 고지대의 알카사르 백설 공주의 성을 보고 있자면 탄성이 절로 난다. 다음에 오게 된다면? 세고비아의 서쪽 외곽 밖에 숙소를 잡고 에레스마강 둘레길을 차분하게 걸어보고 싶다. 그리고 서쪽을 향하면 대평원이 펼쳐진다.

세고비아 북서쪽 외곽의 둘레길에서, 백설공주의 성 알카사르가 보인다. 가운데 배낭 매고 다리를 걸친 아재는 지금 낙시하고 있다.

북서쪽 외곽에서 성밖을 바라보다. 중앙에 알카사르 성이 보인다.

톨레도 대성당의 성모님, 폐쇄되어 들어가서 볼수 없다. 성모님이 우리에 갇히셨다.

세고비아 대성당 안은 곳곳이 개방되어져 있다.

티베트의 룽따라는 표현이 있지 않은가? 톨레도와 세고비아에 전해주는 바람의 말, 룽따는 나에게 이렇게 이야기해주고 있다.

by @stimcity-lits

티베트에는 '바람의 말(風馬)'이 달린다.
 
'룽따'라고 불리는 이 상상의 동물은 오색 깃발의 형상을 하고 있는데, 깃발마다 말 그림과 함께 불경이 빼곡하게 적혀 있다. 바람의 말이라는 이름에 걸맞게 건물의 옥상이나 산 봉우리마다 펄럭이고, 바람처럼 빠르고 말처럼 힘차게 부처의 말씀을 온 세상에 전해 모든 이가 행복해지길 바라는 아주 기특한 동물이다. 그리고 티베트인들은 룽따가 보일 때마다 기도를 올리며 바람의 말에 자신들의 소망을 실어 보낸다. 풍년이 들기를, 가축들이 잘 자라기를, 가족들이 건강하기를. [어느 인류학자의 초록색 일기장] 바람의 말이 달리는 곳 - 티베트에서 다람살라까지





-계속-





스페인 여행기


[톨레도 여행기] 톨레도 위치에 대한 야매 풍수지리학적 고찰


스페인 여행前記


프롤로그
수도원 문화의 성격
Fabada Asturiana 스페인의 순대국?
500년 이상된 스페인 수행자의 밥그릇
절벽위에 세워진 수행자들의 공동터전
동굴이 왜 수행자들의 공부방이 되는가? 자발적 고립은 양날의 칼
돈키호테에게 보여진 풍차: 일수사견(一水四見)
성모님의 염화미소?
영혼의 성(서양 수행자들의 신체관)/아빌라


이태리 여행 前記


1,000년 전통의 수도원 약국
베네딕토 영성을 찾아서


독일 여행前記


중세 시대 여성 자연 철학자의 정신을 찾아서/힐데가르트 폰 빙엔





[세고비아 여행기] 바람이 실어주는 세고비아의 특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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