드디어 스달출금을 해 보았습니다. 금알못이었던 마법사가 어찌어찌 스달을 업비트 계좌로 옮기고, 매도주문을 넣고, 나름 괜춘한 가격에 팔아 볼 수 있었습니다.
아.. 쉽구나
ㅋ 뭔가 막 어렵고 복잡할 것 같은데, 그냥 클릭 몇 번으로 되는 일이었습니다. 아마도 많은 금알못들이, 그냥 단지 새로운 시스템 적응하기가 좀.. 머 그래서 시작도 안 하고 있을 겁니다. 진짜 별거 아닌데..
뭐 어쩔 수 없습니다. 마법사가 연금술사가 되지 못한 이유도 거기 있는지 모르니까요. 우리가 막막해 하는 어떤 일들도.. 높은 담벼락처럼 여기는 어떤 일들도.. 막상 용어 몇 개와 개략적인 시스템을 익히고 나면, 별거 아닌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지들끼리만 아는 용어로 솰라솰라 해대서, 졸라 어려워 보이지만.. 막상 하나하나 들여다보고, 조금씩 익혀보면, 세탁기 사용법보다 간단한 것들이 많습니다. 하지만 마음의 진입장벽은, 그게 겁이 좀 많아서.. 어려운 것, 힘든 것, 복잡한 것으로 똭! 낙인을 찍어 버립니다. 모바일뱅킹, 그게 뭐 어렵다고 스마트폰을 마다 하는 어르신들처럼.. 금알못, 그게 뭐라고.. 마법사는 여적 손가락만 빨고 있었습니다.
스티밋을 시작한 지 3개월 여가 흘렀는데, 동전을 500개쯤 모은 것 같습니다. 1/3은 스팀파워에 고여있고, 1/3은 스달로 남아있고, 남은 1/3을.. 중년 남자에게 잔인한 달, 5월을 위해 의미있게 쓰려고, 가상의 세계에서 현실의 세계로 가져와 보았습니다. 숫자만 이동했을 뿐이긴 하지만요.
어제 매도 시점 시세로 3800원, 160개를 바꾸었으니 60여만원이 되더군요. 요상한 생각이 밀려옵니다.
아.. 저게 1500원인 적도 있었는데.. 지금은 3800원.. 그 때 천만원을 투자했으면 지금 얼마야? 1억이면.. 10억이면..
이렇게 시작하는 거 아니겠어요? 개미의 삶 말이죠. 그럴 거였으면 마법사 아니구 연금술사 됐겠죠. 이리저리 숫자를 옮기면 뒤에 0이 막 따라붙기도 하고, 막 지워지기도 하고.. 그런 세계가 연금술사들의 세계이겠죠.
그래도 마법사는, 연금술사는 할 생각이 없습니다. 그거 하면 사막에 처박혀서, 숲속 골짜기에 틀어박혀서, 돈 쓸 새도 없습니다. 피골이 상접하도록 숫자만 붙들고 늘어져야 합니다. 신나는 건 운 좋게 태어난 연금술사들의 자식들, 마누라, 장모님이라지 않습니까? 전 그냥 그대들의 마법사 할랍니다. ㅋㅋ
바꾼 동전으로, 스티미언들의 정언명령에 따라, 1닭을 시켜보았습니다. '호식이 두 마리 치킨'을 시키는 바람에 1글 2닭이 되어버렸습니다. 캬~ 맛이 죽입니다. 호시기 자시기 갑질에, 성추행은 용서할 수 없지만.. 두 마리 치킨이라 눈 감아 줍니다. 오늘은 일단 치킨에 집중합니다.
잘 먹고 있는데.. 연금술사 자시기 나타나 닭다리를 냉큼 집습니다. 이 자시기, 지 돈 주고 사 먹을 일이지. 가난한 마법사의 수고의 열매를 허락도 없이..
봐 주라, 두 마리 자나..
호시기 때문에 봐 줍니다. 치킨 배달도 안되는 사막에 갇혀 지내느라, 양념 맛 잊고 산 연금술사.. 뭐 하러 돈 버는지 모르겠습니다. 그 돈 벌어 뭐하는지 모르겠습니다.
넌 새끼야.. 돈 벌어 다 뭐 하냐?
자시가.. 넌 마법 다 어따 쓰냐?
둘 다 그냥 닥치고, 우두둑 닭 뼈를 씹어대며 TV나 봅니다.
나의 아저씨, 그대의 마법사
안 짤라!
이 나이 먹어서, 나 좋아한다고 했다고 자르는 것도 유치하고, 너 자르고 동네에서 우연히 만나면, 아는 척 안 하고 지나갈 거 생각하면, 벌써부터 소화 안돼.
너 말고도, 내 인생에 껄끄롭고 불편한 인간들 널렸어.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들어.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내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들어.
그리고 학교 때 아무 사이 아니었던 얘도, 어쩌다 걔네 부모님 만나서 인사하고 몇 마디 나누고 나면, 아무것도 아닌 사이 아니게 돼. 나는 그래.
나 니네 할머니 장례식에 갈 거고, 너 우리 엄마 장례식에 와.
그니까 털어. 골 부리지 말고 털어.
나도 너한테 앙금 하나 없이, 송과장 김대리한테 하는 것처럼 할 테니까. 너도 그렇게 해.
사람들한테 좀 친절하게 하구. 인간이 인간한테 친절한 거 기본 아니냐. 뭐 잘났다고 여러 사람한테 불편하게 퉁퉁거려. 여기 뭐 너한테 죽을 죄 지은 사람 있어?
직원들 너한테 따뜻하게 대하지 않은 거 사실이야. 앞으로 내가 그렇게 안 하게 할 테니까. 너두 잘해.
나 너 계약기간 다 채우고 나가는 거 볼 거고, 딴 데서도 일 잘한다는 소리 들을 거야. 그래서 십 년 후든, 이십 년 후든.. 길에서 너 우연히 만나면 반갑게 아는 척할 거야. 껄끄럽고 불편해서 피하는 게 아니구, 반갑게 아는 척할 거라구.
그렇게 하자.
부탁이다.
그렇게 하자.
나의 아저씨.. 74년생 박동훈의 말입니다.
마법사의 인생에도 껄끄롭고 불편한 인간들이 널렸습니다. 그딴 인간 더는 못 만듭니다. 마법사의 남은 생에.. 그런 인간들 견디며 사는 마법사가 불쌍해서, 더는 못 만듭니다. 그니까 너두 털고.. 나도 털고.. 친철하게 하고 말이지. 인간이 인간에게 친절해야죠. 예의를 지켜야죠. 존중을 잃지 말아야죠. 마법사가 따뜻하진 않지만.. 지켜는 봅니다. 열심히 지켜는 봅니다. 너가 어딜 가든.. 무엇을 하든.. 시야에서 사라지지 않는 이상, 열심히 지켜봅니다.
그리고..
행복해지는 걸 보고 말 겁니다. 결국 꿈을 이루는 걸 보고 말 겁니다. 이번 생에 안되면 다음 생에도, 그다음 생에도.. 끈질기게 쫓아다니며 반갑게 아는 척할 겁니다.
나야.. 마법사 멀린이야..
지멋대로, 꼰대 같아 보이더라도, 반갑게 인사할 겁니다.
그리고 계속 물을 겁니다.
행복하니? 행복합니까?
너 꿈이 뭐니? 그대 꿈이 뭡니까?
끈질기게 쫓아다니는 건, 카드 독촉장, 세금고지서뿐인 세상에서.. 마법사는 사라지지 않고, 착 달라붙어 쫓아다닐 겁니다. 골질을 해도.. 도망을 쳐도.. 마법사가 가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쫓지 못할 이유가 없습니다.
진정성이 매도되고, 진심이 의심받는 세상에서, 마법사는.. 이 마법사는 마법을 부려서라도, 주문을 외우고 또 외워서라도, 너에게.. 그대에게.. 친절할 겁니다. 반갑게 아는 척할 겁니다. 행복하겠거든.. 꿈을 이뤄야겠거든.. 그래서 누가 없나? 나를 도와줄 누가 없나.. 돌아보게 되거든.. 거기 있을 겁니다. 마법사가.. 거기 서 있을 겁니다.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마법사가.. 여지껏 그렇게 살아왔습니다. 그러니 계속 그렇게 살랍니다. 그래서 너 꿈 이루는 거 볼 거고, 그대 행복해지는 거 볼 겁니다.
그러니 내 장례식에 꼭 오십시오.
그대 생일파티에 꼭 가겠습니다.
그렇게 합시다.
부탁입니다.
그렇게 합시다.
...
닭 먹고 취한 마법사가,
동갑내기 아저씨의 말을 빌려,
석 달 동안 마법사의 글에 보팅 해 준..
나의 글의 가치를 인정해 준..
모든 스티미언들에게,
감사와 다짐의 말을 전합니다.
감사합니다.
그렇게 하겠습니다.
휘리릭~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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