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unset from my room by @myvicky
Prologue
이제 아침저녁으로 제법 한기寒氣를 느낀다. 나는 약간 서늘한 밤기운을 좋아한다. 그러나 30대 초반에는 등산을 즐겨했는데 한겨울에 소백산 정상에서 맞은 칼바람은 정말 싫었다. 그 칼바람이 좋아 겨울산을 즐기는 사람들이 많이 있다. 나의 성격이 극단적(앗쌀한 것)이거나 자극적인 것 혹은 긴장을 유발하는 것을 별로 즐기지 않는 탓인지 칼바람은 싫다. 특히 겨울산을 어렵게 땀 흘려가며 올라간 정상에서 땀이 식어감과 동시에 내려치는 칼바람은 자연이 주는 엄청난 고문으로 느껴진다. 등의 땀이 식었을때 침투해 들어오는 교묘한 바람과 얼굴에 날카롭게 채찍질 하는 듯한 차가움은 아리다못해 섬찟하다. 이럴때 위스키 완샷은 고통 속의 즐거움이긴 하다. 그렇지만 단 몇초간의 희열을 위해 견뎌야하는 고생을 생각해본다면 그 짧은 쾌락은 참으로 허무하다. 이걸 좋아하는 인간들은 마조히스트masochist적 성향이 있는 것이라고 마음속으로 비꼰다.
그렇지만 곰곰히 생각해본다면 원래 희열의 순간은 정말로 짧은 것도 같다. 고통이 깊을 수록 반대급부로 얻어지는 획득적 쾌락이 그만큼 크기때문일까? 그리고 허무함만 남는다.
금요일이 다가왔고 짝퉁 불금 뮤직의 주제를 무엇으로 할까? 생각 중이었는데 오늘 아침 고급지게 중성마력魔力을 겸비한 닼잼양(@jamieinthedark)께서 올린 글을 보고 비슷한 주제로 정리하고자 한다.
클롭일몰(@clubsunset)님께서 아직도 잠타령하고 있다. Wasted Sunset이다.
그러나 역시 가장 9월의 노래다운 것은 September Song일 것이다. 영어에서 9월, September는 인생의 중년을 지난 시기를 가리키기도 한다. 가령 나이차가 많이 나는 커플이나 부부를 a May-September(또는 December) couple(또는 romance)로 부른다거나... Music Box #11: September by @jamieinthedark
4월은 봄이고 9월은 가을이다. 공자할아버지는 춘추春秋라는 역사서를 정리하고 얼마후에 돌아가셨다고 한다. 나는 공자 할아버지의 흔적을 읽고 사유하기를 좋아한다. 지금은 유학이 꼰대 같은 느낌이지만 실제로 공자의 사상을 정리한 사서(논어/맹자/대학/중용)를 읽어본다면 인간 공자의 삶에 대해서 선입견이 있었음을 부정할 수 없을 것이다. 그는 낭만적이기도 하고 유머스럽기까지 하다.
봄은 탄생을 상징하고 가을은 죽음을 상징한다. 겨울의 극점인 동지冬至, 여름의 극점인 하지夏至, 봄의 극점인 춘분春分, 가을의 극점인 추분秋分,
상반기의 딱 절반 시점(3월)인 춘분과 하반기의 딱 절반 시점(9월)인 추분은 그래서 발생하고 소멸하는 두 가지 축을 상징한다. 사람에게 있어서 시작과 끝이 중요하듯이 3월의 춘분은 시작된 삶의 중간지점에서 계획했던 활동성을 고찰하고 끝으로 가는 중간 지점인 9월의 추분은 자신의 삶을 회고하면서 성찰하는 시간일 것이다. 상반기의 중간점검과 하반기의 중간점검, 1년의 인생행로로 비유하자면 청년기와 중년기에 춘분과 추분을 빗대어서 생각해볼 수 있다.
특히 가을하늘이 청명淸明/맑고 선명함하기 때문에 자신의 마음도 동조화를 이루어 차분함과 함께 의식의 각성이 날카로워지길 바란다. 서늘한 기운은 마음을 가라앉힌다. May-September couple을 얘기하려다 삼천포로 빠졌다. 나이차이가 많은 커플이란 이 표현이 재미있다. 시작과 갈무리의 중간지점에서 만난 연인 사이라면 어찌보면 그들의 사랑이 자연의 순리대로 흘러갈 것이란 근거없는 느낌도 든다. (내가 중년이니까 한 20대쯔음의 여성과 사랑을 한다면? 흐힛! )
4월에 그녀는 올 것이고,
Simon & Garfunkel - April Come She Will
April, come she will,
May, she will stay.
June, she'll changed her tune,
July, she will fly.
August, die she must,
-A Child's Nursery Rhyme
April come she will
When streams are ripe and swelled with rain;
May, she will stay,
Resting in my arms again.
June, she'll change her tune,
In restless walks she'll prowl the night;
July, she will fly
And give no warning to her flight.
August, die she must,
The autumn winds blow chilly and cold;
September I'll remember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4월에 그녀가 와서 5월에 내 품에 안기니까(Resting in my arms), May-September couple이라고 주장할까? 중년인 나의 내맘대로 해석이다. 노래 내용이 어린이 전래동요A Child's Nursery Rhyme에 주석을 달은 형식인거 같다. 그런데 애들이 이해하기에는 좀 어려운거 아닐까? 사랑의 시작과 이별, 그리고 회상을 봄여름가을겨울 4계절에 빗대어서 아름답게 불러주었다. 특히 이 구절이 귀에 박힌다.
September I'll remember A love once new has now grown old.
8월에 떠나간 그녀를 9월이 되니 한때 새롭게만 느껴졌던 사랑이 지금은 빛바래졌다.
사실 사랑만 그런 것은 아니다. 사람과의 관계/사업/세상 모든 일이 다 그렇다. 시간이 지나면 매너리즘에 빠지게 되어 있다. 시절인연은 또 다시 오고 정리되고 그렇게 계속 되어지는 것이다. 그런데, 노랫말대로 1달만에 떠나간 인연에 대한 감정을 그렇게 빨리 잊을 수 있는 그 새끼는 조루병환자다. 그래도 떠나간 인연에 대한 예의가 있지. 너무 길면 그것도 개진상이긴 하지만, 쩝.
그런데, 생각해보니까 서양 사람들은 헤어질 때 쿨한 것도 같다. 전래동요의 영향때문인가?
하여간 9월에 그녀는 떠나간다는 우리 노래가 있다. 찬바람이 불기 때문이란다.
찬바람이 불면
90년도, 내가 고등학교 3학년 때 나왔던 노래였을 것이다. 그때 어린 마음에 이거 들으면서 센치감을 많이 느꼈다. 시간이 흘러 12년이 지난 후, 일산에 살았던 결혼할 뻔했던 그녀와 백마역 근처에 있는 까페에서 자주 만나곤 했다. 거기에서 김지연님이 객원싱어로 매주 한 번씩 이 노래를 불렀었다. 그런데 찬바람이 불면서 그녀와 나는 서로를 떠나가게 되었다.
우와! 나훈아 아재가 이 노래를 리메이크했다. 분위기가 왠지 양수리 까페필~이다. 물론 원곡도 그렇지만,
그래서 요기다가 요로코롬,
나는 나훈아 아재의 그 부담스럼 레이져 눈빛과 간드러지는 뽕필 보이스의 매력을 40대가 넘어선 이제와서야 인정하게 되었다. 명가수다. 가황! 가황! 울트라가황!
She에 관한 노래
영화 노팅힐에서 알게된 노래인데 나는 그곡이 리메이크곡인지 몰랐다. 그래서 유투브 검색하다가 원곡인 듯한 노래로 모셔두었다.
하여간 사랑이란 감정놀음이 시작될 때는 콩깍지가 단디 껴버린다. 가사내용을 그냥 음미하다보면 닭살이 뿜뿜하지만,
너무 덤덤한 것도 거시기하긴하다. 그러나 내게? 다시 사랑이 찾아온다고 해도 이런 짓은 못하겄다.
[MV] JANNABI(잔나비) _ She (Hidden Track No.V 1월 선정곡)
잔나비가 유명한 그룹이 아닌 것 같은데, 얼마 전에 그들의 노래가 덤덤하게 내 귀에 꽃피었다.
She, 그 미소위로 닻을 내리고 내 하루가 she어가고
She를 사랑하기 시작할 때 she때문에 안달하다 she때문에 She어 간다. 그리고 내꺼가 되었다고 확신하고 나면 그녀에 대한 내 마음이 쉰(She-in/부패)다.
수컷들이란...
그런데 기억나는 게 있다.
영화 봄날은 간다에서
유지태는 헤어지자는 이영애한테
“사랑이 어떻게 변하니?”
하고 말한다.
그런 수컷들도 있다.
부우웅신!
사랑은 변한다. 모든 것은 변하기 때문이다.
그렇지만 사랑의 모습이 바뀐다고 해두자.
ps. 잔나비의 이 노래도 듣기 좋다. 찬바람이 불어오니까 말이다.
뜨거운 여름밤은 가고 남은 건 볼품없지만
짝퉁 & 땜방 불금뮤직
락커의 변신은 무죄
영화 속에서 댄스곡을 리메이크하다
이번에는 Animal Song으로 갑니다
40대 아재들의 추억의 댄스곡 소환 : #1|#2|#3|#4